연수 일기 23. 아들의 독후감

<아이를 외국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면>을 읽고

내가 역대급으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었던, 또 후다닥 읽은 책이다. 아빠와 딸이 미국에 와서 겪었던 일을 쓴 책이었다. 딸이 쓴 부분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난 미국 학교에 다닌지 1달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1년 반을 다닌 사람하고 똑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을 쓴 것에는 정말이지 내가 겪었던 모든 불안감과 긴장되는 기분을 그대로 가져다 베낀 것 같았다. 그리고 곧 나에게 일어날 일을 쓴 부분에서는 마치 미래의 나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미래의 내가 어떨지는 몰라도 분명히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아이가 쓴 것이라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그 누나가 직접 한 경험이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 교육 과정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았다. 우선 이 말부터 하겠다. 미국 학교를 가기 전에 한 나의 생각이 매우 많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배운 것들이 난이도가 좀 내려가서 미국에서 배우는 줄 알았는데 아예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한국에서 수학 5학년 때 나오는 게 6학년 미국에 나오고, 과학은 배우는 주제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배우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외우고 암기하고 학원 다니는 것을 많이 하는데 미국에선 학생들의 의견을, 주입식으로 답만 외우지 않고 개념과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개념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 싶었다(난 잘함). 그걸 이해하려면 주인공처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여기 미국에선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공부를 많이 한다고 했다. 요리, 회로, 기타 등등. 이런 건 재미있을뿐더러 인생을 사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걸 배우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역시 공부보단 의사소통이 중요하단 걸 여기 미국에서 알려준다. 말을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누나는 대부분의 상황에 적응하는데 1년 반 정도 걸렸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년이다. 그동안 적응하려면 더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얘기해야 한다는 걸 난 안다. 그게 어려울 뿐이지. 정말로 외국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자동적으로 쭈그러든다. 이렇게 말을 안 하고서야 빨리 늘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내가 사소한 실수를 하더라도 남들은 그 실수를 5분이면 까먹는다는 걸 명심해야겠다. 영어에 관해서 생각하다 보니까 요즘 내가 생각이 점점 깊어지는 걸 느낀다.

이 책을 읽다가 가장 감동받은 부분이 있었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부분이었다. 내가 이별을 하지도 안았는데 벌써부터 뭔가가 우울했다. 나도 친구들과 친해지면 이별할 때 저런 기분이 들까 하고 의문이 들었다. 이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슬플 것이다 (친해질 수 있을지도 의문임). 그러면 좋겠다. 1달 있었지만 미국의 자연에 정이 들어서인지 1년 뒤에 돌아간다니 뭔가 묘한 슬픔이 있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까지 해봤다.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야지 벌써 생각할 필요는 없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까 독후감이 아니라 일기처럼 되어버렸네. 그만큼 주인공의 미국 생활에 공감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걱정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지금의 힘든 기분을 기억할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 좋다고 해도 나는 한국 안 가고 싶다고 징징대진 않을 것이다.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아 고민이 많은 청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