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3일 금요일

기술의 발전을 생각하다.

최근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과하게 만들어내는 병이다. 평소보다 피로가 심해 검사를 했지만 과로 때문으로 생각했고, 채혈을 할 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있을 거라 예상하진 않았다. 다른 증상들을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체중이 줄고 심박수가 빨라지며 숨이 차거나 손이 떨린다. 불면증을 겪기도 하고 설사와 같은 위장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몇 시간 뒤 확인한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정상 범위보다 훨씬 위쪽에 있었다. 그제서야 최근에 증상이 있었던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체중이 1-2킬로그램 정도 줄긴 했다. 평소보다 잠을 설쳤던 것도 같고, 짜증이 늘고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것이 과도한 호르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갑상선 이상을 의심하지는 못했으니 아내가 검사를 받아보라고 재촉하지 않았다면 증상이 더 심해진 뒤에야 발견했을 지도 모른다. 진료실에서 익숙한 질병임에도 막상 내 문제는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처방전을 챙겨 퇴근을 준비하는데 아이폰 건강 어플리케이션의 알림이 떴다. 애플 워치와 연동된 스마트폰은 가끔 건강 관련 지표의 추세 변화를 알려준다. 대개는 걷기, 운동량, 소비 칼로리 등에 대한 것이고, 지난 달에 비해 걷기 양이 줄었다며 가벼운 경고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지난 5일 동안 휴식기 심박수가 평균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래프는 최근 닷새 동안의 분당 심박수가 늘었음을 보여주었다. 큰 변화는 아니었다. 겨우 10회도 안 되는 변화였고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니 스스로 느낄 정도는 아니었으리라. 그렇지만 스마트폰은 그 미묘한 변화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갑상선 이상을 진단받은 날에 알림이 온 것은 그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조금은 놀라웠다.


겨우 분당 69회에서 77회로의 변화였다.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기는 병인 부정맥을 진단하는 표준 검사는 24시간 심전도(홀터 검사)이다. 이 검사는 장비를 받고 반납하는 과정에서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검사 하는 날은 샤워나 운동 등 일상 생활에도 제약이 있어 여러모로 번거롭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부정맥의 속성상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최근엔 가슴에 붙여 일주일 이상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작은 패치 형태의 기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그리고 편하게 측정 가능한 방법일수록 심장 박동의 변화를 발견해내기에 용이하다. 심전도 측정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워치가 등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 워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부정맥을 직접 발견한 환자의 사례는 이제 흔한 뉴스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애플 워치와 핏빗의 심방세동 진단 기능을 확인한 연구가 각각 NEJM과 Circulation 저널에 발표되기도 했다. 조만간 심장 박동을 읽는 기능에 관한 한 디지털 기기가 의사의 진단을 대체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며칠 전엔 디지털 기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있었다. 고혈압 환자에게 생활습관 관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저염식을 권하자 환자의 아내가 잘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염도 측정기 이야기를 꺼냈다. 사나흘에 한 번씩 남편의 소변을 받아 염도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싱겁게 먹기 위해선 우선 내가 얼마나 짜게 먹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지만 사람의 입맛엔 차이가 있어 스스로 정확히 알기 어렵다. 싱겁게 먹는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에서는 환자의 24시간 소변을 모아 나트륨 함량을 측정한다. 섭취한 나트륨의 대부분은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이는 싱겁게 먹는지 묻는 것보다 훨씬 정확한 방법이다. 하지만 일상 생활을 하면서 하루 동안 소변을 모으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염도 측정기는 소변을 받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훨씬 간편한데다 매일의 식단에 따른 변화까지 알 수 있다. 앞의 환자의 경우에도 외식을 한 다음날엔 매번 소변의 염도가 높아져서 되도록 집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내가 먹는 음식에 따른 소금 섭취량 변화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으니 저염식을 실천하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나중에 검색을 해보고 염도 측정기 종류가 제법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는 제품도 보였다. 대개는 음식의 염도 측정에 쓰이지만 소변의 염도를 측정하는데 활용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진료실에서 이런 환자를 만난 건 처음이었기에 저염식을 위한 노력을 칭찬하고 격려해야 마땅했지만 사실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순간 머리 속에 염도 측정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컵에 샛노란 소변을 받아 조심스럽게 측정기를 담그는, 약간은 민망한 그 광경이. SF 영화 ‘아일랜드’의 첫머리에는 주인공이 소변을 보자 곧바로 변기 위의 스크린이 나트륨 과다를 경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언젠가는 이렇게 염도를 분석해주는 변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된다면 고혈압 환자들은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자연스레 전날 먹은 소금의 양을 알게 될 것이고, 나도 민망한 광경을 떠올리지 않고 소변의 염도를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불안 때문에 검사를 자주 받기도 한다. 일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고 유방외과를 다니는 내 환자 한 분은 다른 병원에서도 추가로 두세 달마다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었다. 최근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검사를 너무 자주 받을 필요 없다고 충고했는데, 내 말이 유난스런 행동을 나무라는 듯이 들렸는지 그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나는 환자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주지 못한 데에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그가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었다.

“불안하니까요. 마음 같아선 집에다 기계를 두고 매일 검사하고 싶어요.” 

물론 암 수술을 받은 환자라 해도 매일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의 바램과 같이 환자 스스로 스캔할 수 있는 기기가 나올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검색대를 통과하거나 거울 앞에 서는 것처럼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이라면, 매일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유난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주, 그리고 스스로 검사할 수 있는 기기라면 연속혈당측정기를 빼놓을 수 없다. 손가락 끝을 침으로 찔러 혈액으로 검사하는 기존 방법은 통증과 번거로움으로 검사 횟수에 한계가 있다. 반면 팔뚝에 붙이는 이 조그만 기기는 피부 아래 삽입된 센서를 통해 혈당 수치를 5분마다 자동 측정해 스마트폰에 전송하고, 이를 통해 환자는 일상 생활에 따른 혈당의 변화를 즉각 알 수 있다.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이나 운동의 효과를 실감하게 되어 자연스레 생활 습관의 중요성도 깨닫는다. 연속혈당측정기는 국내외 당뇨병학회의 진료 지침에도 포함될 만큼 효과를 입증했다3). 측정기를 처음 시험 삼아 사용했을 때 나는 하루 열 번 이상 혈당 수치를 확인했다. 예전이라면 그만큼 손가락을 찔러야 했겠지만 이 기기라면 몇 번을 확인하든지 스마트폰을 팔뚝에 살짝 대기만 하면 된다. 현재는 1-2주 동안 사용하는 제품이 대세지만 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식형 제품도 개발되었으니 앞으로 편의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손가락만 대어도 심전도를 그려내는 시계와 실시간으로 혈당을 기록하는 측정기는 그 자체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기술이 만들어낸 진정한 성취의 지점은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관계와 역할의 변화에 있다. 병원을 방문하고 의사를 만나야 가능했던 많은 일들이 이제 환자 손에서 이루어진다. 의료 공급자에게 쏠려있던 헤게모니는 점점 소비자인 환자에게로 이전될 것이다. 일찍이 미래 의학 전문가 에릭 토폴은 “The doctor will see you now.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 진료해 주실 거에요.)”란 말은 미래에 “The patient will see you now.”로 바뀔 것이라 했다. 이 전망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가 언제 실현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삼십 년 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금새 가능해질 거라 기대했던 암과 난치병 정복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된 지금도 요원하다. 그렇다 해도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전체에 대한 지식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진 것은 분명하다. 과거 유전체 프로젝트에 쏟아지던 기대와 찬사는 이제 디지털 기술을 향하고 있다. 그러니 기대만큼의 변화가 없더라도 서두르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변화가 지속되리란 사실은 확실하다. 우리는 그저 겸손한 마음으로 기술이 만들어가는 성취를 즐기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Perez MV, Mahaffey KW, Hedlin H, et al. Large-scale assessment of a smartwatch to identify atrial fibrillation. N Engl J Med 2019;381:1909-17.

2. Lubitz SA, Faranesh AZ, Selvaggi C, Atlas SJ, McManus DD, Singer DE, et al. Detection of Atrial Fibrillation in a Large Population Using Wearable Devices: The Fitbit Heart Study. Circulation. 2022;146:1415-24.

3. 에릭 토폴.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 (The Patient Will See You Now: The Future of Medicine Is in Your Hands). 청년의사. 2015.


2022년 10월 10일 월요일

애주가를 위한 변론

학회에서 음주를 주제로 한 세션을 듣던 중이었다. 마지막 강의는 심뇌혈관 질환 환자에 대한 상담이었는데 적정 음주 기준에 대한 설명에 이어 ‘술을 끊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슬라이드가 등장했다. 심뇌혈관 질환, 예를 들어 뇌졸중을 앓고 회복한 환자가 이전에 과음을 해왔다면 의사는 당연히 술을 끊도록 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적정 음주를 해왔다면 그 경우에도 술을 완전히 끊도록 해야 할까.

일단 ‘적정 음주’의 기준부터 알아보자. 술의 종류에 따라 도수가 다르므로 적정 음주의 기준을 계산할 때는 표준잔(standard drink)을 이용한다. 1 표준잔은 알코올 14그램에 해당하는 양으로, 주종 별로 맥주 350 cc, 포도주 150 cc, 소주 100cc, 양주 40 cc 가량이다.주1) 각각 맥주 1캔, 포도주 1잔, 소주 2잔, 양주 1잔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한국인에서 적정 음주의 기준은 남성의 경우 일주일 평균 8 표준잔 이하이다.주2) 이 기준을 넘어서면 과음(heavy drinking)이 된다. 그러니 일주일에 맥주로는 여덟 캔, 소주로는 두 병을 넘기면 과음이 되는 것이다. 여성 또는 65세 이상 남성의 경우 그 절반인 일주일에 4 표준잔,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엔 또 그 절반인 2 표준잔이 적정 음주의 기준이다.

폭음(binge drinking)에 대한 기준도 있다. 한 번에 4 표준잔(맥주 4캔, 소주 8잔) 부터는 폭음이다. 소주 한 병을 넘게 마시면 폭음인 셈이다.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과 가끔씩 많이 마시는 것 중 어떤 게 건강에 더 안 좋은가 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결론적으론 둘다 해롭다. 이런 질문은 대개 술을 즐기는 분이 하는데, 어떻게든 술을 마실 수 있는 구실을 찾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래도 덜 해로운 방향으로 술을 마시겠다면 낫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조금씩’이 실제로는 조금이 아니고 ‘가끔씩’도 실제 가끔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게 문제이다.

글 첫머리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술을 즐기시는 장인께서는 적당히 마시는 술은 몸에 좋은 약주(藥酒)라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셨는데, 소량의 음주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통념은 오래되었고 근거도 많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하루 한두 잔까지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에 비해 사망 위험이 낮다. 적정 음주를 하는 경우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심장 돌연사 위험 역시 낮아진다는 연구도 많다. 심뇌혈관질환 예방에는 술이 도움이 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알코올이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혈액응고인자 농도를 낮춰 혈전 생성을 줄이는 것이 기전으로 꼽힌다. 단, 이 모든 긍정적인 결과는 과음이 아니라 적정 음주에서 그친다는 전제 하에서의 이야기다. 과음을 하게 되면 위험은 오히려 훌쩍 높아진다.

음주와 사망 위험의 관련성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적정 음주에서 위험도가 낮아지고 이후 높아지는 J-shape 곡선을 그린다. (출처: Arch Intern Med. 2006;166(22):2437-45)

적정 음주라고 모든 질환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같은 심장 질환이라 해도 부정맥의 경우엔 과음이 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소량의 음주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찾아볼 수 없다. 알코올은 직접적으로 심장 근육 세포에 독성을 끼쳐 심방 세동과 같은 부정맥을 일으킨다. 주말이나 크리스마스, 신년 등의 시기에 과음으로 인한 부정맥이 늘어나는 현상을 빗대어 휴일심장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이란 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가벼운 음주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음주에 대한 허용 기준도 보다 엄격해지는 추세이다. 2016년에는 국민 암 예방 수칙이 '술은 하루 두 잔 이내로 마시기'에서 '암 예방을 위해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개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적정 음주라도 질환에 따라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모두 있으므로 술을 안 마시던 사람이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굳이 한두 잔을 일부러 마실 필요는 없다. 특히 부정맥이나 간 질환, 암 등 알코올에 민감한 질환을 앓고 있다면 금주가 필수이다. 이런 질환이 없고 과음이나 폭음을 하는 경우엔 적정 음주량 이내로 술을 줄이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슬라이드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강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음주와 심뇌혈관질환의 관련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조금 어색한 느낌을 받았다. 절주를 강조하기보다는 소량의 음주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려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본인도 맥주를 즐긴다는 강사의 고백을 듣고서야 그 느낌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심뇌혈관질환이 있다 해도 하루 한두 잔까지는 괜찮다는 결론에선 마치 경범죄를 저지른 이의 죄를 사면하는 선고를 듣는 것 같았다. 적정 음주의 기준을 따른다면 술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아도 되니 다행스런 일이다. 호부호형을 허락 받은 길동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강사께서는 딱딱한 연구 결과보다 스스로의 음주 습관에 대한 설명을 할 때 훨씬 활기차 보였다. 요즘은 술을 줄이기 위해 무알콜 맥주를 즐겨 한다는 말씀에선 애잔함과 함께 동질감이 느껴졌다.

고백하자면, 나도 맥주를 좋아한다. 종종 적정 음주 기준을 넘기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캔맥주를 홀짝이고 있음도 함께 고백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장기 연수를 갔다가 올해 돌아왔는데, 좋은 기억이 많지만 사실 무엇보다 그리운 것은 그곳의 다양한 로컬 맥주이다. 자타 공인 맥덕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에서 하루 끝자락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동감이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맥주는 일반 냉장고보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더 차갑고 맛있다. 하루키도 이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아직까지 내 건강에 문제가 없어 맥주의 시원하고 쌉싸름한 맛을 즐기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적정 음주 한도를 존중하는 선에서 말이다. 그러니 이제 김치냉장고 서랍을 열고 두 번째 맥주 캔을 꺼내와야겠다. 


주1) 알코올 양은 WHO의 환산 공식 ‘술의 양(cc)*도수(%)*알코올 비중(0.79)=알코올 양(g)’으로 계산한다. 계산이 번거롭지만, 주종 별로 잔의 크기가 다르므로 과거보다 도수가 낮아진 소주를 제외하면 각각 한 캔, 또는 한 잔이 대략 1 표준잔이 된다.

주2) 미국의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NIAAA)에서는 남성의 경우 하루 2 표준잔, 일주일에 14 표준잔 까지를 적정 음주의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체구가 작고 알코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인은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최근 권고안에서는 일주일에 8 표준잔을 기준으로 삼았다.


참고문헌

* 정진규, 김종성, 윤석준, 이사미, 안순기. 음주 진료 지침. Korean J Fam Pract 2021; 11(1): 14-21.

* Di Castelnuovo A., Costanzo S., Bagnardi V., Donati M.B., Iacoviello L. and de Gaetano G. : "Alcohol dosing and total mortality in men and women: an updated meta-analysis of 34 prospective studies". Arch Intern Med 2006; 166: 2437.


2022년 9월 12일 월요일

자연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연을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이 인기다. 한적한 시골집에서 하루 세끼를 지어 먹거나, 산속에서 캠핑을 하거나, 논밭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 연예인 출연자의 하루를 담는 등 종류도 내용도 다양하다.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나오다 보니 최근엔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또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은 아직 식지 않은 듯 하다. 산 속에서 혼자 사는, 이른바 자연인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은 첫 방영 후 십 년이 된 지금도 시청률이 높기로 손꼽힌다고 한다.

산에서 약초나 나물 캐고, 텃밭에서 채소 따고, 삼시세끼 해먹는, 어찌 보면 심심하고 재미없을 법한 내용으로 가득한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은 것은 도시를 떠나 자연과 가까운 곳으로 돌아가고픈 현대인의 욕망을 대리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이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겐 돌아가고픈 고향이며, 매일 콩나물 시루 버스나 지하철에 실려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에겐 힐링을 느끼는 대상이며, 아파트와 빌라촌에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겐 언젠가 살아보고 싶은 공간이다. 무엇보다 자연은 건강을 선사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각종 질병이 생겼다가 산 속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면서 건강을 회복했다는 경험담은 자연인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러티브이다. 자연인이 숲에서 직접 채취하는 약초도 그가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에 한몫 했던 것으로 그려진다.

자연을 가까이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를 증명하는 연구 역시 차고 넘친다. 녹지가 많은 곳에 살수록 심혈관 질환, 비만, 당뇨, 천식으로 인한 입원, 심리적 스트레스, 나아가 사망 위험까지 줄어든다. 2만 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일주일에 120분 이상을 공원, 숲, 해변 등 자연 속에서 보낸 사람들은 자연과 전혀 접하지 않은 이들에 비해 스스로 건강하고 삶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현저하게 높았다(그림). 집 근처에 녹지가 얼마나 많은지는 현재뿐 아니라 먼 미래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덴마크에서 9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어렸을 때 살았던 집 주변의 녹지 비율과 청소년, 성인이 되었을 때 정신 건강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했는데, 녹지 비율이 가장 낮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가장 높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에 비해 정신 질환 발생률이 최대 55퍼센트 높았다. 이쯤 되면 도시에서 살면서 망가졌던 건강을 산에서 회복한 자연인의 이야기에도 나름 근거가 있는 셈이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낄 확률은 자연과 접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120분에 이를 때까지 급격히 높아지고 200∼300분 이후부턴 차이가 없어진다. 가로축은 일주일 동안 자연과 접한 시간(분), 세로축은 건강하다고 느낄 확률.

그러나 자연을 직접 가까이 할 여유가 없는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자연을 느끼려 한다. 마트에서 유기농 채소를 사고, 옷 가게에선 합성 섬유보다는 천연 섬유 옷을 고르고, 횟집에서도 양식보다는 자연산을 찾는다. 일반 채소보다 비싼 유기농 채소를 찾는 것은 농약이나 화학 비료와 같은 인공 물질을 쓰지 않아서 건강에 더 좋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영양 성분에 차이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유기농 채소가 일반 채소보다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는 빈약하다. 일반 당근이나 유기농 당근이나 당근은 그저 당근인 것이다. 농약의 성분이 건강에 좋을 리는 없겠지만 이는 잘 씻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농사란 행위가 근본적으로 인공적인 것이다. 진정한 자연 식품만 골라 먹으려 한다면 원시 시대처럼 수렵 채집한 음식으로만 오롯이 식탁을 채워야 할 것이다.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은 덤이다.

우리는 흔히 자연에서 얻은 천연 물질은 건강에 이롭고 안전한 반면, 인위적으로 합성한 것은 건강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반대의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백여 년 전 영국의 화학자 플레밍이 처음 발견해 페니실린이란 이름을 붙인 화학 물질은 패혈증으로 꼼짝없이 사망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인류가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처음으로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것도 푸른곰팡이에서 추출한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이후로 개발된 다양한 항생제는 인류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렸다. 근래엔 항생제의 오남용과 내성 문제가 더 심각하게 대두되지만 의료 자원이 부족한 최빈국의 경우엔 항생제가 없어 사망하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후원한 연구에서는 아프리카의 5세 미만 아이들에게 일 년에 두 번 경구 항생제를 주는 것만으로 사망을 13.5퍼센트 줄였다. 물론 모든 항생제는 공장에서 합성된 인공 물질이다. 하지만 패혈증이 왔을 때 옆에 항생제를 두고 염증 완화에 좋다는 약초를 달여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공로로 2005년 노벨상을 수상한 배리 마셜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항생제를 투여함으로써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그러나 항생제를 먹지 않아 죽은 사람은 부지기수다.”

항생제 못지 않게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킨 인공 화합물은 또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만들어 최악의 전염병으로 손꼽히는 천연두를 박멸한 주인공은 백신이었다. 과거 미국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불가피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흔했던 홍역 감염도 1960년대에 백신이 개발된 후 매년 수십만 건에서 수백 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들어가는 화학 첨가물이 자폐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잘못된 학설이 퍼지면서 백신 접종이 감소했고, 그 결과 거의 사라졌던 홍역이 다시 활개를 치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백신 반대론은 최근 유전자 재조합 방식인 코로나 백신을 두고 다시 부상했다. 백신 반대론에서도 합성물에 대한 불신과 자연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을 찾을 수 있다. 백신에 의한 면역과 자연 면역은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제로섬이 아니지만, 합성 물질인 백신을 피하고 자연스럽게 병에 걸려 면역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백신 반대 운동과 자연 면역에 대한 맹신이 결합해 수두 파티(수두에 걸린 아이를 초대해 다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수두에 걸리게 하는 것)같은 어이없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한다. 

천연 식품과 합성 식품은 또 어떤가. 천연 식품이라고 다 건강에 이롭지 않고 합성 식품이 무조건 해롭지도 않다. 적절한 허가를 받아 합성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은 대부분 안전하다. 첨가물이 알레르기나 과민 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는 견과류나 계란과 같은 천연 식품도 마찬가지이다. 천연 식품인 밥이나 과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이 있어 설탕이 든 음식은 피하면서도 천연 꿀은 건강에 이로울 거라 생각하고 매일 먹어서 혈당이 높아진 환자도 종종 만난다. 꿀의 성분인 과당 역시 간에서 포도당으로 바뀌어 혈당을 높인다. 설탕보다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해도 당뇨병 환자에게 장려할 음식은 아닌 것이다. 천연 빵, 천연 주스, 천연 비타민 등 천연이란 단어만 붙으면 질이 높고 건강에도 좋다는 느낌이 들지만 역시 근거는 빈약하며 대부분 마케팅의 영향을 받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 천연 식품이든 합성 식품이든, 무엇보다 과하지 않고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자연은 돈을 주고 살 수 없지만 먼 곳에 있지 않다. 앞에서 예로 든 영국의 연구에서 자연에 해당하는 환경은 숲, 강이나 해변, 시골 농장 등 외에 도심의 야산이나 공원도 포함되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만 가까운 공원이나 산에서 보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이다. 어느 도시에 살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자. 


참고문헌

* White MP, Alcock I, Grellier J, Wheeler BW, Hartig T, Warber SL, et al. Spending at least 120 minutes a week in nature is associated with good health and wellbeing. Sci Rep 2019;9:1–11.

* Engemann K, Pedersen CB, Arge L, Tsirogiannis C, Mortensen PB, Svenning JC. Residential green space in childhood is associated with lower risk of psychiatric disorders from adolescence into adulthood. Proc Natl Acad Sci U S A. 2019;116(11):5188-93.

* Mie A, Andersen HR, Gunnarsson S, Kahl J, Kesse-Guyot E, Rembiałkowska E, et al. Human health implications of organic food and organic agriculture: a comprehensive review. Environmental Health. 2017;16(1):1–22.

* Keenan JD, Bailey RL, West SK, Arzika AM, Hart J, Weaver J, et al. Azithromycin to Reduce Childhood Mortality in Sub-Saharan Africa. N Engl J Med. 2018;378(17):1583-92.

2022년 8월 4일 목요일

코로나 백신과 노시보 효과

고혈압으로 외래에 다니는 50대 남성이 진료실을 나가기 전에 머뭇거리다 걱정스런 말투로 묻는다. 

“한 달 전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서부터 가슴이 답답해서 자꾸 심호흡을 하게 되네요. 백신 부작용으로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요?”

요즘 진료실에서 종종 겪는 일이다. 코로나 백신이 심근염이나 심낭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뉴스가 보도된 뒤에는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더 늘었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같은 mRNA 백신 접종 후 실제로 심근염이나 심낭염이 생길 수는 있지만 30만 명당 1명 꼴로 극히 드물다. 물론 질문을 한 50대 남성의 심장은 멀쩡했다. 마찬가지로 진료실에서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 대부분은 심장에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이 환자들이 단체로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약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 약의 효과가 적게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한다. 노시보의 어원은 라틴어로‘해를 끼치게 한다’라는 뜻이다.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 있지만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역시 '기쁨을 줄 것이다'라는 라틴어 플라시보가 어원으로, 의학적인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이나 치료를 받은 환자가 병세의 호전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위약(僞藥) 효과라고도 부른다.

노시보 효과나 플라시보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행하는 임상 시험에서 찾을 수 있다. 약의 효과를 확인하려 할 때 약을 먹기 전후만을 비교하면 질병의 자연 경과가 결과에 영향을 미쳐서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이다. 환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신약과 위약(placebo)을 먹도록 배정하는 방법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약에 의한 효과나 부작용은 진짜 약을 먹은 환자에서만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실제 연구에선 위약을 먹인 그룹도 병세가 나아지거나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를 흔히 본다. 위약을 먹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변화는 플라시보 또는 노시보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 개발한 약이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위약의 효과를 확실히 뛰어넘는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실제로 얼마나 흔할까. 질병에 따라 다르지만 위약으로 2-30퍼센트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2011년에 최고 권위의 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위약의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40여 명의 천식 환자들을 상대로 치료제와 위약의 효과를 비교했다. 진짜 천식 치료 흡입제, 가짜 흡입제(위약), 가짜 침 치료를 교대로 받게한 뒤 환자가 느끼는 증상(주관적 지표)과 폐기능 검사 결과(객관적 지표)가 얼마나 좋아지는지를 확인했다. 객관적 지표인 폐기능 검사 수치의 경우 진짜 흡입제를 썼을 때는 20퍼센트 좋아졌지만 가짜 흡입제나 가짜 침 치료를 한 경우에는 치료를 안 한 것과 같은 7퍼센트 호전에 그쳤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의 경우 진짜 흡입제를 썼을 때는 50 퍼센트, 가짜 흡입제나 가짜 침 치료를 한 경우는 45퍼센트 좋아졌다. 진짜 치료든 가짜 치료든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은 똑같은 정도로 좋아진 것이다. (참고) 

이렇게 위약은 경우에 따라 실제 치료와 맞먹는 효과를 보이는데, 객관적인 질병의 경과보다는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가짜 약임을 알고 복용하는 경우엔 어떨까. 언뜻 생각하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데, 관련 연구에 따르면 위약임을 알고 먹어도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를 믿는 사람에게 이러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최근에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과 같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뇌 어떤 부위의 활동이 플라시보 효과를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뇌과학 연구를 통해 이러한 효과를 일으키는 뇌 부위를 밝힐 수 있다면 이를 이용한 치료도 가능할 것이다.

노시보 효과도 플라시보 효과만큼 흔하게 나타날까. 영국 임페리얼 대학 연구팀은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에 대한 임상 시험 부작용 사례를 분석해 2020년 같은 학술지에 발표했다. 스타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약 중 하나이나 근육 손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연구진은 60명의 환자에게 무작위로 스타틴이 든 병, 위약이 든 병, 그리고 빈 병을 한 달씩 교대로 나누어주고 복용하게 하면서 부작용을 관찰했다. 1년 동안 관찰한 결과 부작용 증상 점수는 스타틴이 16점, 위약이 15점, 빈 병은 8점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스타틴과 위약 간에 부작용 정도에 큰 차이가 없으며 스타틴 부작용의 90퍼센트가 노시보 효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도 비슷한 연구를 찾아볼 수 있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코로나 백신 관련 열두 개의 임상 시험을 모아 재분석한 결과 위약(식염수 주사)을 접종한 대상자의 35퍼센트에서 두통이나 피로와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 반면 진짜 백신을 맞은 군에서는 46퍼센트에서 부작용이 생겼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겪는 사람 네 명 중 세 명은 노시보 효과가 원인이 되었으리라 추정했다. 주사 전에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미리 안내하는데 이것이 부정적인 기대나 불안을 일으켜 노시보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부작용의 경우 백신 자체보다 백신에 대해 가진 생각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백신 접종 시에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감추는 것은 윤리적이지 못하다. 대신 노시보 효과에 대한 정보를 함께 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에 대한 지식과 믿음이 긍정적인 반응을 더 일으키는 것처럼 불안과 걱정이 일으키는 노시보 효과에 대해 이해한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백신을 맞은 뒤 생기는 증상이나 변화에 대해서도 좀더 차분하게 지켜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일반 대중을 향한 정보도 중요하다. 노시보 효과를 피하려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과도한 불안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작년 코로나 백신 접종 초기에 혈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 사례에 초점을 맞춘 언론 보도가 많았는데, 그에 반해 부작용의 객관적인 빈도와 과학적 근거를 균형 있게 다룬 기사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과학적 근거를 담은 기사에 비해 부작용 사례에 대한 기사는 쉽게 관심을 끌고 독자의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우리에겐 특정 사건이 눈에 많이 띄거나 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경우 해당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대한 견해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현저성 편향(salience bias)이라고 한다. 대중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객관적인 판단에 필요한 경험이나 정보가 부족할 경우 치우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심각한 부작용만을 다룬 기사가 늘어날수록 백신 접종에 대한 판단에 부작용 사례가 많은 영향을 미치며 내가 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커진다. 이러한 부정적인 믿음은 노시보 효과를 통해 실제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모르는 게 약이다’, 그리고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모순되게 들리지만 플라시보와 노시보 효과의 의미를 생각하면 두 속담 모두 맞는 구석이 있다. 아는 것이 힘이 되지만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었지만 세상의 이치는 다 알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디서든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고 소셜미디어나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지금은 오히려 정보의 과잉과 잘못된 정보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아는 것은 힘이 되지만 잘못된 정보는 모르느니만 못하다. 그러니 ‘제대로’ 아는 것이 힘이다. 


참고문헌

Wechsler ME, Kelley JM, Boyd IO, Dutile S, Marigowda G, Kirsch I, Israel E, Kaptchuk TJ. Active albuterol or placebo, sham acupuncture, or no intervention in asthma. N Engl J Med. 2011 Jul 14;365(2):119-26.

Wood FA, Howard JP, Finegold JA, et al. N-of-1 trial of a statin, placebo, or no treatment to assess side effects N Engl J Med. 2020 Nov 26;383(22):2182-4.

Haas JW, Bender FL, Ballou S, Kelley JM, Wilhelm M, Miller FG, Rief W, Kaptchuk TJ. Frequency of Adverse Events in the Placebo Arms of COVID-19 Vaccine Trial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Netw Open. 2022 Jan 4;5(1):e2143955. 

2022년 7월 12일 화요일

팬데믹 시대, 다시 돌아보는 손 씻기의 역사

이 년이 넘도록 이어진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역사적으로 감염병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가 지금처럼 높았던 적이 있을까 싶다. 코로나19와 같이 전파력이 높고 단기간에 감염자 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일으키는 질환은 전파를 막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스크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백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스크와 백신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 못지않게 강조되어야 할 예방법이 손 씻기이다.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침 방울(비말)에 섞여 외부로 나온 바이러스가 타인의 손에 묻어 전파되는 것이 주요 감염 경로이기 때문이다. 손에 묻은 바이러스는 코와 입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 증상을 일으킨다.

손을 잘 씻는 것만으로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질환과 감염성 위장 질환의 절반 이상을 예방할 수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호흡기 질환도 20퍼센트를 줄일 수 있다. 예방법으로써 손 씻기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은 기껏해야 비누 부스러기 정도에 불과하다. 백신의 경우 델타,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때마다 예방 효과가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만, 손 씻기는 어떤 변이에도 효과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손 씻기가 미생물에 의한 감염을 막는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불과 150년 전만 해도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에는 세균이 아니라‘미아즈마’라고 불리는 나쁜 공기와 악취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공기가 아닌 다른 매개체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던 학자들은 무시와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잘못된 믿음이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대의 세균 학설이 미아즈마 학설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두 개의 질병이 산욕열과 콜레라이다. 

출산 후 6주의 기간을 일컫는 산욕기에 열이 나는 것을 산욕열이라 부른다. 분만 과정에서 생긴 감염이 원인이며, 현재는 감염 예방 조치와 항생제의 역할로 선진국에서 이 질환으로 죽는 산모는 거의 없다. 하지만 19세기 중반에는 산모 네 명 중 한 명이 산욕열로 사망할 만큼 흔하고 무서운 병이었다. 특이한 점은 집에서 산파의 도움을 받아 출산한 산모에 비해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의 산욕열 발병 확률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모들은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가는 것을 기피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의료진은 병원에서 산욕열이 더 잘 생기는 것이 비좁고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 나쁜 기운이 산모들에게 옮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나쁜 공기가 질병의 원인이라는 당시 학계의 정설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믿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원인을 찾고자 한 이들이 있었다.

스코틀랜드 의사인 알렉산더 고든은 1795년의 보고서에서 산욕열의 원인이 공기의 해로운 성분이 아니라 의료진 자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료를 본 환자로부터 의사 자신에게 있는 무엇인가를 통해 새 환자에게 열이 전파된다고 믿었다. 1843년 미국의 수필가이자 의사인 올리버 웬델 홈스는 <산욕열의 전염성>이란 책에서 고든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 하지만 반세기 간격으로 등장했던 두 의사의 파격적인 학설은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당시는 미생물의 존재까지 알진 못했고, 다른 의사들은 자신이 질병을 옮긴다는 주장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에 등장한 이가 헝가리 의사인 이그나즈 제멜바이스였다. 오스트리아 빈 종합 병원에서 일하던 그 역시 산욕열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산모들은 두 개의 병실에 입원했는데 한쪽은 의대생이, 다른 쪽은 산파가 산모를 돌보았다. 그런데 병실의 시설은 의대생이 담당한 쪽이 더 좋았음에도 사망률은 무려 세 배나 높았다. 동료들은 산파에 비해 남학생들이 환자를 더 거칠게 다루기 때문이라고 여겼지만 제멜바이스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시신 해부를 하다가 곧바로 산모를 돌보러 오는 의대생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시신의 감염성 물질이 의대생을 통해 산모에게 전파되어 산욕열이 생긴다고 추정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염소 처리를 한 물통을 설치하고 의대생들로 하여금 해부실에서 병실로 가기 전에 손을 씻도록 했다. 그러자 이전에 18.3퍼센트였던 사망률이 넉 달 만에 1.9퍼센트로 떨어졌다. 이 실험을 통해 제멜바이스는 접촉을 통한 오염이 산욕열을 일으킨다고 주장했고 1861년에는 이를 정리한 책을 펴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주장 역시 동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빈 종합병원의 산욕열 환자 사망률
손 씻기를 시작한 1847년 5월 이후 급격하게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영국 런던에서는 콜레라가 맹위를 떨쳤다. 1854년의 유행에 의해 영국에서만 이만 명 이상이 콜레라로 사망했고 그 중심에 런던이 있었다. 당시 학자와 주민들은 기존의 미아즈마 학설에 따라 템즈강의 더러운 물에서 나오는 유독한 공기가 원인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 의사가 현대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스노였다. 그는 1854년 런던 소호 지역에서 발생했던 콜레라를 조사하면서 환자가 발생한 곳을 지도에 표시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감염 지도를 통해 환자 대부분이 브로드가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콜레라가 공기에 섞인 유독한 기체가 아니라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지역 당국을 설득해 브로드가 우물 펌프의 손잡이를 떼어냈다. 그러자 그 지역의 콜레라 유행이 곧바로 수그러들었다. 브로드윅으로 이름이 바뀐 거리에는 지금도 존 스노의 이름을 딴 술집과 과거의 우물 펌프를 본딴 모형이 있다. 

Map of cholera cases in Soho, London, 1854. Source: Wikimedia Commons

이러한 사례와 근거가 쌓이면서 공기나 악취가 아닌 접촉을 통해 질병이 전파된다는 이론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1867년에는 영국 외과의사인 조지프 리스터가 석탄산을 사용해 소독을 하는 살균 수술법을 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구강청결제의 대명사 격인 리스테린은 1879년에 리스터의 이름을 따 살균소독제로 개발된 것이다.) 이후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와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가 주도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비로소 감염병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미생물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병원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손 씻기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세균과 바이러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없애려면 흐르는 물과 비누를 이용해 손바닥, 손등, 손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씻는 것이 좋다. 횟수는 하루에 여덟 번 이상을 권하며 이와 별도로 음식을 먹기 전이나 용변을 본 후에도 씻어야 한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예방 행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손 씻기 실천율은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외출 후 손을 씻는 비율은 2013년 81.9퍼센트에서 2019년 85.5퍼센트로 높아졌고,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97.6퍼센트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자가 보고와 관찰 조사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올바른 손씻기를 실천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7.3퍼센트인데 반해 실제 관찰 조사에서 용변 후 손을 씻는 비율은 75.4퍼센트에 그쳤다. 또한 관찰 조사에서 용변 후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은 비율은 37.1퍼센트에 불과했다. 손을 씻지 않는 이유로는 습관이 안 되어서, 귀찮아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참고문헌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Show Me the Science - Why Wash Your Hands? Available from: https://www.cdc.gov/handwashing/why-handwashing.html

조경숙. 2013-2020년 손씻기 실천율의 변화. 주간 건강과 질병 2021;14(42):2972-87.

린지 피츠해리스. 수술의 탄생. 열린책들; 2020.


2022년 6월 30일 목요일

손 저림의 원인에 대하여

손발 저림은 흔한 증상이다. 손발이 저리면 혈액 순환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혈관에는 동맥과 정맥이 있다. 동맥의 경우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면 혈류에 장애가 생기고,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주로 통증이다. 해당 부위에 혈액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동맥이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 통증의 이유이다. 평소엔 괜찮다가 일정 거리 이상을 걸을 때 종아리에 통증이 생긴다면 하지의 동맥 문제를, 숨찬 운동을 할 때 명치 부위에 통증이 생긴다면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 동맥이 좁아졌음을 의심할 수 있다.

큰 혈관이 아닌,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말초 동맥의 경우엔 주로 추운 날씨와 같은 특정 상황에서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해서 통증이 생긴다. 추울 때 혈관이 수축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피부가 창백해지거나 통증이 생길 정도로 심하면 이를 레이노드 현상 (Raynaud’s phenomenon)’이라고 부른다. 찬물에 손을 담갔을 때 손가락의 혈색이 사라지면서 통증이 생기면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심하면 류마티스 질환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단순히 손발이 찬 정도라면 추운 날씨에 피부의 노출을 피하고 모자, 장갑과 따뜻한 양말 등을 사용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습관만으로도 증상을 줄일 수 있다. 반신욕이나 족욕도 도움이 된다.

정맥의 경우 혈관이 좁아지는 게 아니라 혈관 벽과 판막이 약해지는 것이 혈류 장애의 원인이다.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혈액을 되돌려 보내려면 혈관 벽의 탄력과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증상은 주로 부종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다리의 경우, 증세가 심하면 혈관이 튀어나오는 정맥류로 발전할 수 있다.

통증이나 부종과 같은 혈류 장애의 주된 증상 없이 손발 저림만 있다면 혈관보다는 말초 신경의 이상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바닥에 앉아 있었거나 엎드려 잠들었을 때 손발이 저리는 것은 말초 신경이 체중에 의한 압력으로 눌리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이 경우엔 자세를 바꿔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사라지면 금새 나아진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신경이 눌리는 상황이라면 저림 증상도 사라지지 않고 반복해 나타난다.

손발로 내려가는 말초 신경의 뿌리는 척추에 있다. 척추의 뿌리에서 시작한 신경 줄기는 팔, 다리를 거쳐 잔 가지로 갈라지고 가지의 끝은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닿는다. 신경의 뿌리와 줄기, 가지 어디서든 눌릴 수 있다. 척추관 협착증이나 추간판(디스크) 탈출증이 신경 뿌리가 눌리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경추()에서 발생하면 팔과 손이, 요추(허리)에서 발생하면 다리와 발이 저리게 된다.

손 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신경 가지가 손목에서 눌리는 것으로, 손목 터널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손목 터널 증후군은 손바닥과 손끝이 저리고 밤에 저림 증상이 심해진다. 손을 많이 쓰는 경우에 흔히 발생한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 미용사, 피부관리사 등에게 많이 생기는 이유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원인이 된다. 임신 중에도 몸이 붓고 손목 터널이 좁아져 더 잘 생긴다. 그 외에도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나 류마티스 관절염, 갑상선 기능 저하증, 당뇨병을 앓는 경우에도 흔히 발생한다.

이렇게 말초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저림 증상은 대개 한쪽에만 생긴다. 만약 양쪽 손과 발이 동시에 저리다면 여러 신경을 함께 침범하는 전신 질환을 먼저 의심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손발 저림이 뇌졸중(중풍)의 전조 증상이라 생각해 불안해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뇌졸중 때문에 저린 증상만 생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며 오랫동안 손발이 저리다가 발병하지는 않는다.

손목 터널 증후군의 치료 방법은 증세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심하지 않다면 부목 기능이 있어 손목을 고정하는 보호대를 쓰게 하고 약물 치료를 한다. 손목에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손바닥 근육이 약해질 정도로 증세가 심하면 손목의 인대를 절제하는 수술 치료를 한다. 적절한 치료를 하면 대부분 나아질 수 있지만 증세가 오랫동안 진행될수록 치료의 효과는 덜하다. 그러므로 반복적인 손 저림이 있다면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는 은행잎 성분이나 마그네슘 따위를 먹으며 나아지길 기대하기보다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arpal_Tunnel_Syndrome.png


2022년 6월 29일 수요일

집에 가고 싶어

"아빠, 나 집에 가고 싶어."

밤에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데 딸이 말했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우리 집의 지 방 침대에 누웠는데 집에 가고 싶다니. 딸과 몇 마디 더 나누고서야 그 의미를 알았다. 

"지금 우리 집에 있잖아. 근데 왜 집에 가고 싶어?"

"내일이 주말인 집에 가고 싶어."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그날은 수요일 밤이었고, 다음날 아침엔 여느 때처럼 학교에 가야 했다. 아침엔 여러 번 깨워야 일어나고 주말엔 항상 늦잠을 자는 아이다. 다짜고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그 뒤에도 딸은 종종 비슷한 말을 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 앞엔 다양한 내용이 감추어져 있었다. 어떤 때는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집에 가고 싶었고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는 딸을 말리지 않으면 매일 저녁마다 함께 넷플릭스를 봐야 한다), 또 어떤 때는 '맛있는 젤리가 있는'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좋아하는 간식이 떨어졌을 때였다). 약속이 있어 집에 늦게 들어간 어느 날 밤엔 ‘아빠가 있는’ 집에 가고 싶디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네, 저는 딸바보입니다).

그러니 딸이 말하는 '집'이란, 닿을 수 없는 이상향. 유치환의 깃발에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향한 '푸른 해원', 최인훈의 광장에서 명준이 선택한 '중립국', 이창동의 박하사탕에서 영호가 돌아가고자 했던 ‘순수한 과거’와 비슷한 존재였던 것이다. 매번 그 이상향의 모습이 바뀌긴 하지만. 

아빠는 내일 출근 안해도 되는 집에 매일 가고 싶단다. 

2022년 6월 11일 토요일

당뇨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일곱 명 중 한 명이 당뇨병 환자이며, 이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494만명에 달한다. 국민 전체의 건강에 영향을 줄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당뇨병 환자 열 명 중 네 명은 스스로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정도로, 관리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당뇨병을 진단받는 순간이 환자에겐 삶의 위기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부정(denial)은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다. 당뇨병은 대개 서서히 진행한다. 대표적인 증상인 3다(多) 증상, 즉 다음(물을 많이 마시는 것), 다식(많이 먹는데 체중이 늘지 않는 것), 다뇨(소변 양이 많아지는 것)는 심한 당뇨병에서 나타나므로 초기 환자는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당뇨병에 걸렸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부정은 정서적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적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분노, 죄책감과 우울 역시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정서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이러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면 질병을 인정하는 수용(acceptance)의 단계로 나아가기 힘들다. 수용은 당뇨병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질병 관리를 위한 치료와 생활 습관 변화를 실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조급함 대신 멀리 보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건강하게 당뇨병을 관리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부정적 감정은 게으름이나 자기 관리 실패가 당뇨병의 원인이라는 편견과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편견은 자신이 당뇨병 환자임을 숨기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환자가 자신이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꺼려한다. 하지만 당뇨병 관리를 위해선 식이 요법과 운동을 비롯해 생활 습관의 변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선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신이 당뇨병 환자이고 생활 습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성공적인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2022년 5월 30일 월요일

기러기 아빠의 건강

2007년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주인공인 중년 남자는 조직폭력배이면서 가정을 건사하느라 하루하루 애쓰는 평범한 가장이다. 영화는 직업인으로서의 조직폭력배, 가정에서의 남편과 아빠의 역할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의 비루한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가족을 캐나다로 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된 그가 혼자 라면을 먹다 흐느끼는 장면은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 중 하나다. 2017년 개봉한 ‘싱글 라이더’의 주인공 역시 기러기 아빠이다. 비극에만 초점을 맞춘 내용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가족을 지키고 싶어했던 주인공은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갈 비행기표만 사두고 약물과 알코올 남용으로 쓸쓸히 죽는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떨어져 사는 가족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조기 유학 관련 통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숫자를 짐작할 수 있다. 조기 유학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인데, 한국교육개발원의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경우 2000년 705명에서 2006년 13,814명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조기 유학생 중 절반 정도에서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으로 추산하며, 이들 중 대부분은 엄마와 아이들만 외국에 나간 케이스이다.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이후에는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와 조기 유학의 인기 감소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 수도 줄었다.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초중고생 8,458명이 외국 유학을 떠났는데,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년도에 비해 절반 정도로 감소한 숫자이다. 하지만 올해는 판데믹 상황이 나아지면서 다시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유학이 줄고 대신 국내 유학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국제 학교가 있는 제주도와 같은 지역에 가족을 보낸 국내 기러기 아빠도 많다.

기러기 아빠는 대개 4-50대이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나이인데다 혼자 지내며 생활 습관이 나빠져서 관련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 불규칙한 식사와 과음으로 중성지방이 높아지는 이상지질혈증이나 간기능 이상, 위장 질환이 생기는 것이 흔한 예이다. 이러한 신체 질환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겪으면서 생기는 우울증 역시 큰 문제인데, 악화될 경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가족과 떨어져 장기간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기상과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간단하게라도 아침 식사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다.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을 빼먹지 않고 받아야 한다. 외로움은 회식이나 술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취미 생활과 운동을 매개로 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달래도록 한다. 친구나 동료, 친지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외로움과 고민을 해소할 필요도 있다. 가족을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스마트폰, 컴퓨터를 이용해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한국의 아빠들은 대부분 자신의 힘든 모습이나 못난 모습을 가족, 특히 자녀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가족과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고통과 어려움을 숨기고 의연한 척하는 것보다는 지금 내가 힘들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유를 가족과 공유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2년 5월 23일 월요일

암 검진 몇 살까지 받아야 할까

우리 나라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암으로 죽는다. 암은 사망 원인으로 수십 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그 비율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로 인해 암 검진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암 종류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암 발생과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40대부터 정기적인 암 검진을 권한다. 그렇다면 몇 세까지 검진을 받아야 할까?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을까?

암 검진은 이득(benefit)과 위해(harm)가 모두 존재한다. 암 검진의 이득은 해당 암으로 인한 사망의 감소이고, 위해는 거짓 양성 결과로 인한 추가 정밀 검사, 정신적 스트레스, 서서히 진행하는 암에 대한 과진단(overdiagnosis)과 과치료(overtreatment) 등이다. 대개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칭하며, 75세 이상을 고령 노인, 85세 이상을 초고령 노인으로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75세 이상의 고령 노인에서 암 검진의 이득과 위해의 크기는 건강한 장년 성인과 다르다. 암의 경우 사망 감소라는 가장 중요한 이득이 발생하기까지는 대개 10년 이상이 걸린다. 기대여명이 이보다 적은 경우에는 이득은 확실치 않은 반면 검사와 치료 합병증 등의 위해는 커질 가능성이 많다. 고령 노인에서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의 효과는 떨어지는 반면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은 높아지는 것이 예이다. 그러므로 미국 암 협회를 비롯한 많은 전문 학회들이 기대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암 검진을 받지 않도록 권한다. 

국내 지침도 마찬가지이다. 2015년 발표된 국립암센터 권고안의 경우 위암은 74세까지 2년마다 내시경으로 검진을 받도록 하지만 75-84세에는 실익을 따져본 뒤 결정하도록 하며 85세 이상에선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대장암은 80세, 유방암은 69세, 폐암은 74세까지만 검진을 권장한다. 암 검진에도 은퇴 나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다르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기대여명이 9년 미만 노인의 절반 이상이 전립선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등의 검진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가 차원에서 무료로 암 검진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21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75세 노인의 기대여명은 13.2년이다. 75-80세 이상의 경우 암 검진의 이득보다 위해가 클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 암 검진에는 검진 종료 연령이 없으므로 본인이 원한다면 연령에 관계없이 검진을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암검진 수검 대상자 중 75세 이상은 2,662,759명이었고 그 중 1,012,215(38%) 명이 검진을 받았으며, 이중 85세 이상도 90,132명에 달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나이에 상관 없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암 검진에서 나이는 중요하다. 고령 노인은 조기 발견과 치료로 얻는 이득보다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기대여명을 낮추는 병을 이미 가지고 있거나 건강 상태가 나쁜 경우엔 더 그렇다. 그럼에도 건강보험공단에선 나이 제한 없이 암 검진 안내문을 보내고, 90세가 넘는 노인이 부축을 받으며 내시경을 받으러 오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종종 생긴다. 국가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시혜나 복지로 여기는 인식은 이러한 문제를 부채질한다. 이득보다 해가 클 수 있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므로 “이제 암 검진은 그만 받아도 됩니다.”란 말을 들었을 때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의료진 입장에선 “나이 들었다고 검진도 받지 말라니 죽으란 말이냐”는 원망을 받을 것이 염려되어 암 검진 중단을 권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암 검진의 근거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검진 중단에 대해 상의할 필요가 있다.


* Statistics Korea. Korean Statistical Information Service [Available from: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50&tblId=DT_35007_N010

* 위암 74살, 대장암 80살… 암 검진 ‘은퇴 나이’ 생겼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708988.html

* [김철중의 생로병사] 노년기에 너무나 많이 행해지는 검사들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8/2017082803248.html

2022년 5월 20일 금요일

항생제 내성에 대해

신종 감염병의 연이은 유행으로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의 신종 감염병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 대부분이라, 세균을 치료하는 항생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지만 감염병의 치료와 예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생제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항생제의 개발은 현대 의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이다. 1940년대에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를 이용한 페니실린을 개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언젠가 감염병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기도 했다. 하지만 세균은 내성을 통해 항생제에 대응하는 법을 빠르게 터득했다. 이후의 감염병 치료 역사는 항생제 내성 세균과의 싸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기존 항생제 내성균을 퇴치하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면 수 년 내에 새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출현한다.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속도에 비해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보건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항생제 중 하나인 반코마이신에 대한 내성균은 국내에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항생제 내성의 주요 원인으로는 오남용이 꼽힌다. ‘오용은 잘못 사용하는 것, ‘남용은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며, 2021년 발표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에서는 항생제 사용량을 5년 내 20퍼센트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생제의 남용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오용을 피하고 정확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데, 항생제를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불충분하게 먹는 것이 오용의 대표적 예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항생제 내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내성은 견딜 내耐, 성품 성性으로 적는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 풀이는 다음과 같다.

1. 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하는 현상

2. 생명 세균 따위의 병원체가 화학 요법제나 항생 물질의 계속 사용에 대하여 나타내는 저항성

3. 생명 환경 조건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생물의 성질. 내열성(耐熱性), 내한성(耐寒性) 따위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 개념을 혼동한다. 첫 번째는 사람의 몸이 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세균 자체가 변하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두 번째 개념, 즉 세균에 생기는 변화이다. 항생제를 반복해 쓰면 약이 내 몸에 쌓여 약효가 줄어든다는 믿음 때문에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내 몸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부작용과 내성을 걱정해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복용한다. 충분한 기간을 복용하지 않고 조기에 중단하면 당장 병은 낫더라도 살아남은 균이 내성을 획득하고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7년과 2019년 일반인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증상이 나아지면 항생제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고 답해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번역가인 강병철 작가는 이러한 현상은 부정확한 개념어가 일으킨 촌극이며, 잘못된 인식을 줄이기 위해 내성이란 용어보다 ‘(항생제) 저항성이란 용어를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영어의 예를 보자면 위의 첫 번째 개념에 대한 단어는 ‘tolerance’, 두 번째 개념에 대한 단어는 ‘resistance’로 전혀 다르다.

 

* 질병관리청. 내 몸을 위한 항생제, 건강을 위해 올바르게 써주세요! 2021.11.18 보도자료

* 강병철. 무엇이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는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비판. 스켑틱 72017.

2022년 5월 19일 목요일

내 가족이 암에 걸렸을 때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은 사는 동안 한 번은 암에 걸린다. 신규 암 발생자 수는 201522만명에서 201925만명으로 늘었으며 최근 매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예전엔 암이라 하면 죽을 병으로 생각했지만 그런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조기 발견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암 생존율은 크게 늘었다. 2019년 기준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7%, 십 년 전보다 5퍼센트 가량 높아졌다. 암에 걸려도 열 명 중 일곱 명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이다. 같은 해 기준 암 유병자(암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215만명이다. 우리나라 국민 25명 중 한 명이 암을 앓았던 사람인 셈이다.

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암 생존자의 삶의 질과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암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들은 간병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스트레스로 암 환자 못지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염려해 자신의 문제를 참거나 숨기는 경향이 있다.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가족은 대부분 보호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끼며, 죄책감을 갖는 경우도 흔하다. 예전에 잘못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이 암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자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행동이 가족을 암에 걸리도록 만든 것은 아니며, 가족이 암에 걸리는 것을 내가 막을 수도 없다. 스스로에 대한 책망은 환자에게나 환자를 돌보아야 할 가족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환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 평소 환자와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가족이 갑자기 나타나 의료진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 해달라"고 하는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데다 환자에 대한 자신의 죄책감이 더해진 것이 이런 행동의 이유일 것이다. 더 이상의 치료가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음에도 가족간의 갈등으로 연명 치료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빗댄 '캘리포니아에서 온 딸 신드롬(Daughter from California Syndrome)'이라는 표현이 있는 걸 보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위중한 병을 앓는 환자의 가족이 느끼는 죄책감은 그만큼 보편적인 감정인 것이다.

암 치료라는 힘든 여정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 모두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가족이 건강해야 환자도 치료를 잘 받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 세 명 중 두 명이 우울 증상을 겪으며, 실제로 우울증이 발생할 확률도 1.6배 높았다. 전문가들은 가족 모두에게 역할을 분배해서 한 명이 전담하는 독박 간병을 피하도록 하며, 주 간병인 역할을 맡더라도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자신을 위해 쓰라고 조언한다. 아파하는 환자를 두고 내 시간을 챙기는 것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신을 위한 휴식은 환자를 더 잘 돌볼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 Rhee YS, Yun YH, Park S, Shin DO, Lee KM, Yoo HJ, Kim JH, Kim SO, Lee R, Lee YO, Kim NS. Depression in family caregivers of Cancer patients: the feeling of burden as a predictor of depression. J Clin Oncol. 2008;26(36):5890–5895.

* 조영대, 전용우, 장성인, 박은철. Family Members of Cancer Patients in Korea Are at an Increased Risk of Medically Diagnosed Depression. 예방의학회지 2018;51(2):100-108.


2022년 4월 9일 토요일

오랜 환자들

진료 전날 예약 환자 명단을 살피다 보면 이름 석 자만으로 파노라마처럼 얼굴과 병력이 떠오르는 분들이 있다. 십 년이 넘게 같은 방에서 환자를 만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한 환자를 오랫동안 만나다 보면 좋은 점이 많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으니 그에게 새로 생긴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다. 증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의학적인 의미는 어느 정도인지, 걱정을 해야할 문제인지 아닌지에 관해서. 일주일 전부터 명치에 생긴 답답함의 원인이 심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다른 환자의 경우엔 위산 역류, 또 다른 환자에겐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일 수도 있는 것이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환자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그에 대해 더 잘 알 수록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다. 환자와 함께한 시간의 무게는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랜 세월만큼 쌓인 신뢰가 있는 환자는 내가 내리는 별것 아닌 처방도 잘 따르게 되니, 이 역시 좋은 점이다.

오랜 환자를 만나는 게 좋지만은 않다. 만성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나빠지기 마련이다. 당뇨병 약 하나를 쓰다가 두 개를 쓰게 되고, 당뇨병 약만 먹던 환자가 고혈압 약도 먹게 되는 식이다. 무릎에 관절염이 있던 환자는 해가 가면서 허리에, 손가락에도 통증이 생긴다. 시간을 가로축, 환자의 건강 상태를 세로축으로 나타낸다면 그래프는 하강하는 곡선을 이룰 것이다. 의사는 그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기껏해야 곡선의 기울기를 조금이나마 완만하게 하려 노력할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외과 의사가 부러워진다. 건강 문제가 생기는 족족 수술로 종양을 떼듯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속시원한 해결이 가능한 문제는 많지 않다. 의무기록에 적힌 환자의 문제 리스트는 점점 길어진다. 환자의 기록을 살피다 보면 보증 기간을 훨씬 넘긴 자동차를 함께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낡은 부품이 돌아가며 문제를 일으키는 걸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면서.

무엇보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은 환자의 믿음만큼 도움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을 때이다. 오래 만날 수록 환자의 신뢰는 깊어지지만 나를 향한 신뢰가 깊어질 수록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은 잦아진다. 고혈압 약이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증거는 오직 익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뿐이다. 내가 처방한 고혈압 약이 없었다면 그에게 뇌졸중이 생겼을지, 내가 처방한 약이 뇌졸중을 실제로 막아주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래된 요통이나 관절염은 어떤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운동을 권하는 것, 그리고 소염진통제와 같은 대증 처방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험을 매일 겪으면서 무기력함과 함께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연수를 떠나기 전엔 그 우울감이 꽤나 커진 상태였다.

일 년 만에 앉은 외래 진료실에선 반가운 인사가 오간다. 익숙한 이름과 얼굴을 다시 보는 나도 물론 반갑지만, 반가움의 크기는 항상 환자 쪽이 더 크다. 늘 무뚝뚝하고 말이 없던 환자가 감정을 담뿍 담은 눈빛으로 그동안의 기다림을 어색하게 고백할 때면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나도 어색한 웃음만 짓게 된다.

지난 주였다. 다음 날 진료를 미리 준비하는 중에 눈에 띄는 환자가 있었다. 당뇨병이 있는 50대 여성 환자로 내 외래를 다닌지는 다섯 해쯤 되었다. 고도비만에 가까운 체중이라 매번 체중을 줄이기로 약속했지만 지난 해까지 몸무게 수치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마지막 진료 기록엔 5kg을 줄인 것으로 적혀 있었다. 워낙 간식을 좋아하는 분이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음 날 환자를 만나 체중을 어떻게 줄였는지 묻자 그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생님이 막상 가시고 나니 이제 진짜 건강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 계시는 동안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매일 한 시간씩 걸었지요."

환자가 진료실을 나간 뒤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지난 오 년 보다 내가 없었던 일 년이 환자에게 더 큰 변화를 준 셈이다. 주치의로서 그동안 뭘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부지불식간에 내가 그에게 끼친 영향이 생각보다 컸었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진료실에 돌아온지 한 달이 지났다. 환자를 만나는 하루하루의 일상은 이내 익숙해졌다. 그래도 무력함이나 회의감은 이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 의사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님에도, 돌아보면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에게 지나친 바램을 가졌었단 생각도 든다. 일 년 전과 그다지 변한 건 없다. 여전히 환자와 만나는 시간은 어렵고 고민스런 순간의 연속이고, 내 결정이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사실을 좀더 여유롭고 담담하게 받아들여 보려고 한다.

2022년 3월 27일 일요일

익숙함과 생소함

샌디에고에서 새로 계약한 집은 이층 건물 아파트의 일층이었다. 첫 며칠 간은 여기저기 생소하고 어색한 것들 투성이였다. 차고와 이어진 현관, 카페트가 깔린 방, 벽지 대신 페인트가 발린 벽, 벽난로가 있는 거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들에 적응이 되었지만 화장실 안에 있는 전등 스위치는 한동안 익숙해지지 않았다. 미국 집의 화장실은 대부분 전등 스위치가 문 안쪽 내부에 있다. 물론 화장실엔 창문이 없다. 화장실에 들어가 깜깜한 벽을 더듬거리며 전등 스위치를 찾을 때마다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왜 스위치를 바깥에 만들지 않은걸까?

일 년이 지났다. 귀국 첫날 한국 집에 돌아와 화장실에 처음 갔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왜 화장실 안에 전등 스위치가 없지?’ 였다. 무심코 화장실 안에서 스위치를 찾고있는 걸 깨닫고 헛웃음이 나왔다.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화장실 밖에서 스위치를 켜고 들어가는데 익숙해지기까지 며칠의 시간이 걸렸다. 우스운 것은 그 기간 동안 화장실에 갈 때마다 어색함과 불편을 느꼈다는 점이다. 평생 화장실 밖에서 미리 불을 켜고 들어갔었고, 그 순서가 바뀐 것은 겨우 일 년 뿐인데도.

미국에서 외식을 할 때야말로 한국이 그리웠다. 뉴욕이나 LA와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면 맛집을 찾긴 쉽지 않고, 진짜 맛집은 그만큼 비싸다. 차곡차곡 붙는 택스와 팁의 부담도 크다. 한국처럼 다양한 식당과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없다. 귀국이 다가오면서 아이들과 한국에서 먹을 음식들을 손으로 꼽아가며 즐거운 상상을 했다. 식사가 끝나고 계산서를 가져다 줄 직원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일년이 지나도록 익숙해지지 않았다.

자가 격리가 끝나고 아이들과의 첫 외식은 예전 자주 가던 집 근처 양꼬치 식당이었다. 소박한 식당 내부도, 음식 맛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반찬 좀 더 가져다 주세요, 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꼬치 추가를 시키자 서비스로 나오는 만두가, 이곳이 한국임을 실감하게 했다. 오랜만에 진정 만족스런 외식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계산서를 가져다줄 직원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카운터로 가 계산을 했다.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딸려붙는 세금도, 팁도 없이 메뉴판 가격 그대로인 영수증은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졌다.

화장실 문 밖에 있는 스위치도, 동네 허름한 맛집에서의 외식도 금새 다시 익숙해졌다. 하지만 문득문득 생소하고 다르게 느껴졌던 그 순간의 기억은 잊지 않으려 한다. 그동안 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응당 그래서야 해서가 아니고 그저 익숙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걸 깨달을 수 있어 다행이다.

2022년 2월 5일 토요일

연수일기 193. 샌디에고 일상 생활 팁 (2): 여행, 차량, 날씨, 쓰레기, 아이들 학교 생활

샌디에고 가볼만한 곳


씨월드: 두 번 이상 간다면 연간 회원권을 구입하는 게 이득입니다. 가족 중 한 명은 실버 패스(무료 주차가 가능하고 기념품, 레스토랑 할인이 됩니다), 나머지는 펀카드를 사는 게 좋습니다.


Zoo, Safari park: 역시 두 번 이상 간다면 연간 회원권 구입이 이득입니다.


발보아 파크, 다운타운


선셋 클리프스와 포인트 로마 


코로나도 섬과 델 코로나도 호텔


라호야 코브와 해변: 미국 어느 곳보다 많은 바다사자를 볼 수 있습니다.  


호수: 미라마르 호수, 쿠야마카 호수. 반나절 정도의 피크닉 장소로 적당합니다. 미라마르 호수는 주변을 걷기 좋고, 쿠야마카 호수에선 보트 타기와 낚시를 해도 좋습니다. 


비치: 샌디에고의 해변은 다 멋지지만, 라호야를 기준으로 북쪽의 해변이 더 좋습니다. 토리 파인즈, 델 마르, 솔라나, 문라이트 스테이트 비치 등이 해당됩니다.


오션 비치, 임페리얼 비치, 오션 사이드 등 피어에서는 낚시 면허를 구입하지 않고 바다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걷기 좋은 트레일 코스: 토리 파인즈 트레일, 애니스 캐년 트레일, 칼라베라 호수 트레일, 엘핀 포레스트 트레일



여행


연수자 대부분이 고려하는 여행지입니다.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나갑니다.


샌디에고 인근: 사과마을 줄리안, 데스밸리, 조슈아트리, 안자보레고  

로드트립: 그랜드써클, 요세미티, 세콰이어/킹스캐년, 라스베가스 

옐로스톤/그랑테턴

동부: 뉴욕, 보스턴, 나이애가라, 플로리다

하와이


계절에 상관없이 그 시기마다 또 다른 맛이 있는 곳들이지만, 1년 여행 스케줄을 짤 때 날씨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스밸리, 조슈아트리, 안자보레고는 여름엔 너무 더워 방문이 어렵습니다. 그랜드써클도 한여름엔 더위가 심한 편입니다. 


국립공원 애뉴얼 패스는 국립공원이나 국가기념물 첫 방문 시에 구입하면 됩니다. 샌디에고 포인트 로마의 카브릴로 국가기념물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첫 국립공원 방문 시에 국립공원 passport를 구입해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비지터 센터를 갈 때마다 스탬프를 찍는 재미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립공원에선 휴대폰이 터지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구글 지도 다운로드는 필수입니다. 맵스미 지도와 같은, GPS 기반의 지도 앱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옐로스톤 여행 시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솔트레이크가 아닌 잭슨홀 행 항공편을 추천합니다. 솔트레이크에서 그랑테턴까지의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렌트카 이용 시 처음 제시된 가격만 믿고 예약하면 실제 차를 받을 때 붙는 보험료 때문에 놀랄 수 있습니다. 렌트 가격보다 보험료가 높은 경우도 많은데, 생소한 보험 용어나 당일 사정 등으로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 조정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Hertz에서 풀커버 보험료가 포함된 후지불 견적으로 예약을 할 수 있으며, 네이버 미국 여행 카페나 대한항공 모닝캄 등 할인 코드도 적용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 예약을 추천합니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여행 상품이 괜찮다고 하니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다면 코스트코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차량 관련


미국 생활에선 자동차가 워낙 중요해서 평소 믿을만한 정비소를 알고 있다면 유용합니다. 시온 마켓 근처의 auto center 평이 좋으므로 이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인 정비사 마사토, https://goo.gl/maps/SSF5ZJSwfRjTNNbeA)


오일 교환 등의 간단한 서비스는 Groupon 등에서 쿠폰을 제공하는 업체도 많아 적당히 이용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서비스 받을 수 있습니다.


교외나 주택가는 주차가 무료지만 다운타운에선 유료 주차를 해야 합니다. 대개는 길가 유료 슬롯이 있고 근처에 미터기에서 지불할 수 있습니다. 대개 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가끔 동전만 사용 가능한 미터기도 있습니다. UCSD에서 사용하는 Parkmobile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있으니 이 앱에 익숙해지면 좀더 편하게 주차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도시에도 이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종종 있으니 여행을 가서도 유용합니다. 아이폰은 미국 앱스토어에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이런 앱이 꽤 있으므로 연수 기간 동안 앱스토어를 미국 계정으로 바꿔놓으면 더 편합니다.)



날씨


샌디에고는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 해당합니다. 일년 내내 기온의 변화 폭이 크지 않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편입니다. 미국,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도 가장 날씨가 좋은 도시이며, 그래서 은퇴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지식이고, 실제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겨울과 초봄까진 체감 기온이 생각보다 쌀쌀해 겨울옷이 필요합니다. 여름엔 에어컨이 필요 없고 겨울엔 히터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고 두꺼운 옷을 안가져오면 당황하게 됩니다. 물론 현지인들은 우리가 패딩을 꺼내입는 기온에 웃통을 벗고 뛰기도 합니다. 여름옷을 입은 사람부터 패딩을 입은 사람까지, 계절별 옷차림을 한 자리에서 모두 보는 신기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쓰레기


미국은 한국처럼 분리 수거를 철저히 하지 않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와 불가능한 쓰레기, 이렇게 두 종류 정도로 대충 나누어 버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음식물과 같은 유기물 쓰레기를 따로 분리해 버리기도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씽크 개수대에 음식물 분쇄기로 처리 가능한 집도 많습니다.(처음엔 이게 적응이 안되고 이래도 되나 싶은데, 나중엔 오히려 편해지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는 재활용률이 높은 주입니다. 재활용 용기에 담긴 상품 가격에 보증금이 포함되며(용기에 CRV라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재활용품을 모아 리사이클링 센터에 가져가면 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귀찮기도 하지만 어렸을 적 동네 슈퍼에 공병을 팔던 생각도 나고, 아이들과 함께 가져가면 교육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recycling center를 검색하면 가까운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


미국 대부분의 도시처럼 샌디에고에도 좋은 도서관이 많습니다. 도서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코너는 대부분 아이들 책 코너입니다. 

샌디에고 시 도서관의 회원이 되면 홈페이지에서 책을 고르고 픽업할 도서관을 선택할 수 있고, 책이 준비되면 메일이나 문자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 카드로 다운타운에 있는 중앙 도서관을 포함해 35개의 브랜치 도서관에서 직접 대여와 반납도 가능합니다. 

(https://www.sandiego.gov/public-library)

샌디에고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도 수십 개가 있으며, 샌디에고 시 도서관과 운영 체계가 다릅니다. 역시 회원 카드로 브랜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https://www.sdcl.org/)

도서관마다 특색이 있고 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카운티 도서관에 속한 엔시니터스 도서관입니다. 바닷가 도서관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통유리 건너편으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 학교 생활


등하교

초등학교 등교는 아침 7시 50분까지, 하교는 오후 2시 30분 (수요일은 12시 30분)입니다.(Del Mar Union Elementary 기준) 중학교는 조금 늦게 등교하고 하교합니다. 초등학교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며, 중학교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면 혼자 등하교가 가능합니다. 2명 이상의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다닌다면 등하교 시 두 곳의 학교를 왔다갔다 해야하는 상황이 되므로 되도록 같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 삶의 질에 좋습니다. 미국은 아이들 픽업으로 하루가 다 갑니다. 연수자들이 많이 사는 주택가 부근에서 유일하게 교통 체증이 생기는 때가 아이들 등하교 시간입니다. 


점심

미국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가 한국 학교 급식입니다. 미국 초,중학교에도 급식이 있지만 한국과 비교할 수 없죠. 아이가 급식을 잘 먹는다면 좋은 일이지만, 입맛에 맞지 않아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일 도시락을 싸기 힘들다면 일주일에 절반 정도만 급식을 먹이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Del Mar Union Elementary와  San Dieguito Union High School District를 기준으로 예를 들자면, 중학교는 무상 급식이며 아이들이 자신의 고유 번호를 이용해 메뉴를 직접 신청해 먹습니다. 피자, 치킨 등이 주 메뉴입니다. 초등학교는 Choice lunch라는 앱을 이용해 미리미리 메뉴를 신청할 수 있으며, 유료입니다. 

다른 초등학교 학군의 경우 무상 급식을 하기도 하니 아이가 속한 학군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운동, 방과 후 수업, 썸머 캠프


농구: Boys & Girls club 폴스터 브랜치에서 운영하는 Bulldogs의 경우 practice player와 리그/토너먼트 플레이어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리그/토너먼트 플레이어는 경쟁 수준이 높고 주말 토너먼트 시합에 참여하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practice player는 취미반에 해당하는데 전술 교육이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Master sports는 여러 동네 레크레이션 센터를 이용해서 집에서 가까운 코트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초보자도 큰 부담 없이 참여 가능해서 연수자 자녀들이 많이 등록합니다. 

스케이트보드: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개인이나 2-3인 교습을 하는 강사도 있습니다.  


워터폴로: Del Mar water polo club. 한국의 수영 수업에 비해 훈련량이 많아 힘듭니다. 수영을 능숙하게 잘 하고 좋아한다면 해볼만 합니다. 


기타 축구, 테니스, 골프 등도 많이 선택하는 운동입니다. 체조나 치어리딩 처럼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종목도 가능하며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방과 후 수업: 초등학교에 방과 후 수업이 있는데, 교육구에서 운영하는 수업은 한국 초등학교의 돌봄 교실과 비슷합니다. Boys & Girls club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수업도 있습니다.


썸머 캠프: 여름 방학은 썸머 캠프의 계절입니다. 6월 방학이 되기 두어 달 전이 되면 다양한 썸머 캠프 프로그램 등록이 시작됩니다. 여름 방학이 워낙 길어서 아이들 캠프 일정이 엄마 아빠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줍니다. 

썸머 캠프는 대개 1-2주 단위로 짜여져 있습니다. Boys & Girls club의 경우 약간 돌봄 교실에 가깝고, YMCA 캠프는 좀더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많은 것 같습니다. 써핑을 포함한 워터 스포츠, 농구, 축구 등 운동 외에도 미술, 음악, 과학 등 다양한 주제의 캠프가 있습니다. 학교가 속한 교육구에서 운영하는 캠프도 있습니다. 워낙 많은 캠프가 있으니 캠프 등록이 시작되면 차분히 검색하며 찾아보셔도 되겠습니다. 미션 베이 아쿠아틱 센터 캠프와 같이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일찍 정원이 차기도 합니다. (https://mbaquaticcenter.com/


2022년 2월 1일 화요일

연수일기 192. 샌디에고 일상 생활 팁 (1): 마트, 휴대폰/인터넷, 병원, 맛집, 커피

마트 


미국 생활은 마트 쇼핑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마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마트 별로 특색이 있고 살 수 있는 물품이 달라서 한두 곳만을 이용할 수 없고 돌아가며 여러 곳을 가야하므로 귀찮고 힘든 면도 있습니다. 마트만 돌아다녀도 일주일이 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생활 패턴에 따라 선호하는 마트가 정해지지만 그 전까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각 마트의 특징과 취급 물품을 알아두면 초기 쇼핑하는 데 애를 덜 먹을 것 같습니다. 


Ralphs, Vons: 거의 모든 종류의 식료품과 잡화를 살 수 있습니다. 롯데마트나 이마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맥주도 종류가 많고 저렴하게 파는 편입니다. 와인의 경우 랄프스에서 6개를 한꺼번에 사면 할인을 해주는데, 이렇게 구입하는 게 가장 저렴합니다. 

Trader Joe’s: 저렴하고 질 좋은 식료품을 취급합니다. 식료품 쇼핑은 트레이더 조만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채소, 과일, 치즈, 시즈닝, 계란 등을 사기 적당합니다. 트레이더 조에서만 판매하는 PB 상품들이 많고 역시 품질이 좋습니다. 냉동 식품도 맛이 괜찮아 한 끼 식사나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좋습니다.
브리오슈, 만다린 오렌지 치킨, 치킨 티카 마살라, Korean style beef short rib, Unexpected cheddar cheese, 화이트 트러플 포테이토칩 등,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트레이더 조에서 꼭 사야할 상품 리스트를 정리한 블로그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가을 시즌에만 반짝 나오는 메이플 버터는 나오자마자 품귀가 됩니다. 시즈닝이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계절 한정 상품은 한국에 돌아갈 때 선물용으로도 좋습니다.


Whole food market: 프리미엄 식료품을 취급하며, 가격대가 높은 편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할인이 됩니다. 


ALDI: 식료품을 취급하며, 규모가 작은 창고형 매장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제품 종류는 적지만 가격이 무척 쌉니다. 


Costco: 한국에도 있는 코스트코이니 다들 아시겠지만, 고기와 생수 등 특정 식료품을 사기에 좋습니다. 60불 골드 회원 또는 120불 이그제큐티브 가입 중 선택하면 되고, 이그제큐티브 회원의 경우 구매 금액의 2%를 리워드로 적립해주고 1년 만기가 되기 2-3개월 전에 적립된 금액에 해당하는 쿠폰을 우편으로 보내줍니다. 기름 값은 코스트코 주유소가 가장 싼데, 캘리포니아 기름 값이 본래 비싼 편인데다 최근 많이 올라서 코스트코 주유소를 이용하면 생활비 절약에 조금은 도움이 됩니다. 한국 코스트코 카드는 주유소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불편이 많으므로 미국에서 가입을 추천합니다.


Rite aid, CVS: 약국이면서 잡화를 함께 취급합니다. 한국의 편의점과 비슷한데, 다른 마트에 비해 대부분 비싸므로 급할 때만 이용하시길 추천합니다.


월마트, Target: 둘 다 비슷한 할인점으로, 식품을 제외하고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취급합니다. 월마트에 비해 타겟 매장이 좀더 깔끔하고 쇼핑하기 편합니다. 


Five below, Dollar tree, 99 cents only: 이름처럼 아주 저렴한 상품을 취급합니다. 저렴한 만큼 질도 낮아서 어른이 살 만한 상품이 많진 않습니다. 


다이소: 한국의 다이소와 비슷합니다. 가격이 싸고 위의 달러샵 보다 훨씬 질이 좋은 소품이 많으므로 초기에 한 번쯤 가보는게 좋습니다. 아이들의 팬시용품도 살 수 있습니다. 미라 메사 H마트 옆에 있어서 함께 들를 수 있습니다. 


한인 마트: H마트(미라 메사와 발보아에 2개가 있는데 미라 메사 지점이 크고 상품도 많습니다), 시온 마켓이 있습니다.


프리미엄 아울렛: 거리 순으로 칼스배드, 라스아메리카, 데저트힐 아울렛이 있습니다. 미국 아울렛 치고 브랜드 종류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데저트힐 아울렛이 가장 크지만, 거리가 멀어서 자주 가긴 어렵습니다. 



휴대폰, 집 전화, 인터넷


통신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화 품질이나 데이터 속도는 대부분 한국보다 훨씬 떨어지니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민트 모바일, 울트라 모바일: 한국의 알뜰폰  통신사와 비슷합니다. 요금이 저렴해 연수를 오신 분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아마존 통해 유심을 미리 구입해 한국에서 번호를 만들어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Verizone, AT&T, T mobile: 미국의 3대 통신사로, 셋 중 하나를 선택하면 기본은 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도시에 산다면 셋 중 어떤 걸 써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이나 시골로 여행을 갈 때는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셋 중에선 Verizone, AT&T, T mobile 순으로 커버리지가 넓다고 합니다. 


휴대폰을 쓰는 방식은 한국 번호를 살려 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폰 하나로 미국 유심과 한국 유심을 바꿔가며 쓸 수도 있고, 아예 두 개의 폰을 쓸 수도 있겠습니다. E-sim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 기종이라면 E-sim을 지원하는 미국 통신사(T mobile, 민트 모바일 등)를 선택해 한 개의 폰으로 두 회선을 동시에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 폰usa와 같은 업체에서 미리 유심을 구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집 전화는 굳이 개통할 필요는 없으나, 한국에서 인터넷 전화를 개통해 가져오면 그 번호 그대로 한국에서와 같은 비용으로 한국 번호와 국제 통화를 할수 있어 유용합니다. 


인터넷은 스펙트럼, AT&T 등을 많이 이용합니다. 한국과 비교해 가격은 비싸고 속도는 떨어지므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집에 따라 설치 가능한 회사가 다를 수 있으니, 집 계약 시에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인터넷 온리 또는 TV 결합 상품이 있으며 필요에 따라 선택합니다. 스펙트럼의 경우 집 주소가 정해지면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신청할 수 있으며, 셀프 설치 키트가 배송됩니다. 



병원


이곳에서 병원에 갈 일이 생기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또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급한 상황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 병원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단톡방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Tari Park, MD (한국인 의사)

https://goo.gl/maps/S5Pj5uQgYW7hfXMs5


콘보이 중앙 병원


콘보이 우리 성모 병원


Urgent care 가능한 곳

Scripps Clinic Urgent Care Torrey Pines

https://goo.gl/maps/ukgUvAVUdmt8y82Z6

UC San Diego Health Urgent Care – La Jolla 

https://goo.gl/maps/e8JbqNvuDfU4BFT47

Rady children hospital

https://goo.gl/maps/oX5e7mxb8Zx9TX9S7


Dr. Ellen Im Pediatric Dentistry and Orthodontics: 한국인, 소아치과 전문

https://goo.gl/maps/bsVuE8vLkSxdA7wr6


샌디에고 종합 치과 그룹

https://sddentalgroup.com/



맛집


미국에서 살다 보면 외식 비용과 팁의 무서움을 체감하게 됩니다. 비싸더라도 맛이 있으면 괜찮지만 샌디에고에서 맛있는 식당 찾기란 불가능한 미션에 가깝습니다. LA나 어바인에 비해 한국 식당도 빈약한 편입니다. 물론 비용의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면 비싸고 좋은 곳들은 있습니다. 아래는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괜찮은, 샌디에고 빕구르망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을 골랐습니다. 


Caroline's Seaside Cafe: 라호야 해변에 있어 뷰가 좋고 가격도 저렴해 UCSD 학생과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카페입니다. UCSD 직원증으로 30% 할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goo.gl/maps/i7afPDe5YteX5sEi7


Pho cow cali: 미라 메사. 베트남 음식점 중에 한 곳을 고르라면 이곳.  

https://goo.gl/maps/G9VjPdFAB1v1M7g6A


Katsu cafe: 콘보이. 일본식 라면, 돈카츠, 롤 등 맛이 괜찮습니다. 얼큰한 짬뽕 국물이 먹고 싶을 때는 스파이시 씨푸드 반자이 라면 추천. 해피아워에는 몇 가지 메뉴를 할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https://goo.gl/maps/GKa11M4vshB68Fou8


Gami sushi: 카멜 밸리. 디에고의 스시나 사시미 식당은 이곳을 포함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롤을 먹을 수 있습니다. 어느 식당이든 대부분 스시나 사시미는 한국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https://goo.gl/maps/DAEbb2X3h8qQn6oF7


전주집: 한식을 먹고 싶다면 이곳. 콘보이에 한국 식당이 여럿 있지만 사실 맛있는 곳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https://goo.gl/maps/KTxdpJMGNN1HocwN8


각종 브루어리들: 샌디에고엔 유명한 브루어리가 많습니다. 브루어리의 장점은 맥주 외에 안주와 식사 메뉴의 가성비가 좋다라는 점입니다.(대신 술을 많이 시키라는 의미) 음식 맛은 웬만한 레스토랑 못지 않고 분위기도 좋아서, 아이들과 가족 단위로 식사를 위해 방문하는 현지인들도 많습니다. 발라스트 포인트, 스톤, 칼 스트라우스 등이 대표적인 곳이며 이외 소규모 브루어리도 많습니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선택. 


인앤아웃: 동부엔 쉑쉑, 서부엔 인앤아웃이라고 합니다. 파이브 가이즈와 더불어 미국 버거 체인 3대장으로 꼽히는데요. 인앤아웃의 강점은 신선한 재료와 저렴한 가격입니다. 쉑쉑은 서부에도 있지만 인앤아웃은 동부엔 없는데, 자체 유통망과 농장을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버거 체인마다 특색이 있어서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샌디에고 로컬 버거 체인인 Hodad’s, Burger lounge, Habit burger grill 등도 맛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Taco stand: 샌디에고에선 멕시칸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고 대표 메뉴인 타코 전문점도 많습니다. 타코 전문 체인 중에선 가장 맛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커피


이곳에선 굳이 스타벅스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훨씬 더 맛있고 분위기도 좋은 로컬 커피숍이 넘치니까요. 커피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유명한 로컬 커피숍을 찾아다니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Birdrock coffee roasters: 로컬 카페 중 손꼽히는 곳으로, 맛있는 라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주로 해변 쪽으로 몇 개의 지점이 있습니다. 


Lofty coffee: 다운타운 외에 솔라나비치, 앤시니타스에 지점이 있어서 근처에 갔을 때 방문하기 좋습니다. 


Copa vida:  카맬 벨리, 라호야, 다운타운에 지점이 있습니다. 


Parakeet cafe: 카맬 벨리, 라호야, 다운타운, 코로나도에 지점이 있습니다. 


Trident coffee: 독특한 맛의 콜드 브루잉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이곳 커피는 우유를 넣지 않고 그냥 마시는 게 좋습니다. 임페리얼 비치와 코로나도에 지점이 있습니다. 


Philz coffee: 캘리포니아 지역의 로컬 체인으로, 이 지역의 스타벅스라 생각하면 됩니다. 커피 맛은 스타벅스보단 낫지만 평범한 수준. 


Peet’s coffee: 필즈와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로컬 체인입니다. 필즈보다 커피 맛이 낫다는 평이 있습니다.


Panera bread: 커피 전문점이 아니고 커피 맛도 평균 이하이지만, 이곳의 강점은 한 달 8.99불에 무제한으로 커피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처음 가입할 때는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이 있는데, 기간 만료 전에 가입 해지를 하면 3개월 프로모션 기회를 또 줍니다.(이걸 반복하면 일 년 내내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