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일요일. 50일째 날. 썸머 타임을 시작하는 날이다. 여기서는 Daylight Saving Time (DST)이라고 부른다. 시계를 한 시간 앞으로 당기는데, 자정이 아닌 새벽 2시에 시간이 바뀐다고 했다. 미국에서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것은 1918년이고, 이전에는 4월부터 시작했지만 2005년 이후에는 3월 둘째 일요일로 시작 날짜가 앞당겨졌다고 한다. 일요일에 시작하는 것은 하루라도 바뀐 시간대에 적응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어렸을 적 썸머 타임 시작 전날 탁상 시계를 돌려 맞추었던 기억이 나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었던 건 내가 중학생 때인 1987년부터 2년 간이었다. 올림픽 개최로 잠시 도입했다가 없앴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군사 정부 아래에 있었던 때라 가능했을 것이다.
해가 떠있는 시간에 활동을 더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는 일견 합리적이지만 바뀐 시간대로 인한 혼란과 생체 리듬 변화로 인한 건강 문제 등 부작용이 많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고 한다. 2008년 스웨덴 연구자들이 NEJM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DST 시작 후 첫 주에 급성 심근 경색 발생율이 5% 높아지고, 반대로 가을에 DST가 끝나고 시간을 늦추면 심근 경색이 줄어들었다.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c0807104
2019년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2015년까지 발표된 일곱 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역시 DST 시작 후 심근 경색이 5% 높았다고 했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6463000/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DST와 심장 질환 사이의 관련성이 수면 사이클의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수면 사이클과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하루 아침에 기상 시간을 당긴 것이 수억 명 중에서 일부,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DST 시작 첫 주엔 교통 사고도 급증한다고 한다. 전기가 없는 시대도 아닌데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실제로 전기료 절감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한다.) 애초에 해가 떠 있는 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고, 아침에 낭비되는 햇볕을 아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하니 효율만을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제도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찍 일어나면 해가 있는 시간을 운동이나 건강한 생활 습관에 쓸 수 있다는, 말그대로 매우 '건강한' 주장은 이 제도를 처음 생각해낸 벤자민 프랭클린이나 처칠과 같은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듯 하다. 우리가 아끼던 말던 해는 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뜨고 진다.
이게 좋은 제도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사흘이 지났지만 오전 시간에 몸이 무거운 것이 아직 바뀐 시간대에 완전히 적응이 안된 듯 하다. 나이가 들수록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수직 강하... 아이들을 아침에 깨우기도 더 어려워졌다. 취지가 무색하게도 아직은 아침에 이전과 같은 시간에 깨면 하늘이 어둑해 햇볕을 보기 어렵다. 아내와 달리 아침 잠이 많은 나에게 유일한 장점은 일어나서 아침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
아침에 문을 열고 나오면 이런 하늘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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