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9일 금요일

연수일기 35. 아이들 문제

3월 18일 목요일. 54일째 날. 아침에 아내와 조깅 후 수영을 했다. 아직 조금은 쌀쌀한 날씨지만 햇살은 항상 따뜻해서 날씨가 흐리지 않고 바람이 없으면 수영도 할 만 했다. 문을 연 gym 안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딸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미술 수업 사진을 보내주셨다. 처음 학교에 구경을 왔을 때, 아이들 수업을 하는 자리에 놓인 이젤과 미술 도구들이 인상깊었는데, 날씨가 좋은 날엔 미술 수업을 종종 야외에서 진행하는 것 같다. 

2학년 아이들의 미술 수업 모습

오늘도 아이들 워터 폴로 수업이 있었고, 정식 수업 세 번째인 아들은 오늘부턴 12세 반에서 10세 반으로 옮겨 수영 연습을 좀더 하기로 했다. 코치가 12세 반에 머물지 아님 반을 옮길지를 물어봤는데, 10세 반으로 옮기는 건 자존심에 상처가 날 것 같아 고민이 되었지만 너무 힘들어 그냥 옮기겠다고 했단다. 부담이 적어서인지 수업이 끝나고 표정도 조금 더 편안해 보였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변할지 여전히 확신이 없었지만, 스스로의 선택 한 가지가 더해졌으니 여유를 가지고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한국에선 의사 협회 회장 선거가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투표가 가능해 마지막 날인 오늘 참여했다. 어떤 분이 당선되든 전문가 단체로서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3월 19일 금요일. 55일째 날. 오늘 연구 미팅에선 아리조나 대학 정신과 교수의 'CVD Outcomes in the Latinx Population: Paradoxes, Presumptions, and Pathways forward' 란 제목의 발표가 있었다. 라틴계 미국인들은 백인에 비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고 비만도가 높지만 심혈관 질환 위험은 낮고 기대 수명도 높은데, 그 이유를 사회적 관계와 지지에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UCSD를 포함한 여러 연구 기관에서 The Hispanic Community Health Study / Study of Latinos (HCHS/SOL) 이라는 이름의 라틴계 미국인 코호트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나도 연수를 계획할 때 해당 코호트 자료 이용을 고려하기도 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연구도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사흘 전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연쇄 총격으로 한국인 네 명을 포함해 여덟 명이 사망했고, 최근 며칠간 뉴스에서 관련 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 인종 차별이 심해지고 특히 covid-19 판데믹 이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늘었다고 하는데, 미국 내 아시아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딸이 친구 J와 집에서 놀다가 다툼이 생겨 울었다. 아이들이 놀면서 다툼이야 늘 있겠지만, 짧은 기간 동안 벌써 두 번째다. 성격이 다른 아이들이니 서로에게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고, 한국이라면 한 친구와의 관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른 친구들이 없어 난감하다. 아이를 야단치며 아내와 나도 좀 흥분을 했는데 상황을 가라앉히는데 첫째가 옆에서 도움을 주었다. 같은 반에 한국인 친구가 있는 것이 처음 학교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덕분에 외로움을 덜 느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친구들과 섞이지 않는 것이 적응을 더디게 할 것 같기도 하다. 친구에 의존하고 있는 아이가 영어로 이야기할 필요를 덜 느낄 거라는 점도 적응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지나친 욕심이고 조급함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어려움이 많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주는 것만 해도 고맙고 다행스러울 따름인데. 아이들 기분을 풀 겸 공원에 산책을 다녀왔다. 저녁엔 아내와 맥주를 마시며 오랫동안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하루 아이들은 성장해가는데 오히려 부모인 우리는 그만큼 발맞춰주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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