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7일 화요일

소금과 건강

고대의 나트륨 섭취량은 100mg(소금으로 0.25g)도 안되었다고 합니다. 5천년 전 중국에서 염장법(음식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법)이 발명된 뒤 자연스럽게 소금 섭취가 늘어났습니다. 현대에 들어와 냉장고를 사용하면서 음식을 보관하기 위한 염장은 불필요해졌지만, 가공식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금 섭취는 다시 증가하게 됩니다.

소금의 주요 성분인 염화나트륨은 몸에 필요한 미네랄 중 하나입니다. 너무 많아도 문제지만 부족하면 뇌부종 등 신경계 이상을 일으키며, 탈수를 교정하는 수액에 소금 성분이 포함된 것은 이때문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나트륨이 한국인에게나쁜미네랄로 인식된 배경은 짜게 먹는 전통적인 식습관 때문입니다.


○ 한국인 하루 섭취량, 권장기준의 2배 이상 초과

세계 보건기구(WHO)와 한국영양학회에서는 하루 소금 섭취 목표량으로 5g (나트륨 2g)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12~13g(나트륨 4.6g)이며, 국민의 87%가 목표섭취량 이상을 섭취하고 있습니다.(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주된 급원 식품은 김치, 양념류(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쌈장), 라면, 국수 등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양에서 가공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참고로 미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8.5g(나트륨 3.4g)이며, 75%가 가공식품을 통한 섭취입니다.

짜게 먹는 습관은 고혈압, 심혈관 질환, 만성신장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인에게 흔한 암인 위암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고혈압은 소금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소금 섭취가 직접적으로 고혈압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권장량에 맞추어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식습관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DASH-Sodium 연구에서 다른 식습관을 그대로 둔 채 소금섭취만 절반으로 줄여도 수축기 혈압이 7 mmHg 가량 낮아졌습니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30~50% 가량에 해당하는 염분 민감성(salt sensitive) 고혈압의 경우에는 소금 섭취에 따른 혈압의 변화가 큽니다. 하지만 본인이 염분 민감성 고혈압에 해당하는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일단 고혈압이 진단되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에서 저염식의 혈압 강하 효과는 65세 이상, 비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 더 큽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이 싱겁게 먹었을 때는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풍, 심장병의 원인인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립니다.

○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인식과 노력이 필요

외국에서는 소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일찍부터 국가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최근 국가 차원의 캠페인과 대국민 교육을 통해 소금 섭취량을 10% 가량 성공적으로 줄인 바 있으며 일본, 핀란드, 포르투갈 등의 나라도 비슷한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50년대 뇌졸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였던 일본은 이후 10년간 소금 섭취를 10%가량 줄였는데, 지방 섭취와 비만, 흡연, 음주율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뇌졸중 사망률이 80% 줄어든 것은 이 같은 변화 덕분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식습관과 현재의 소금 섭취량을 고려할 때 소금 섭취 5 g 미만은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아침에 달성하기 어려운 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1 10 g 이내의 소금 섭취를 일차적인 목표로 싱거운 음식을 선택하거나 먹는 방법을 조절하여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국물을 남기면 약 1 g의 소금 섭취를, 김치 섭취량을 평소보다 1/2 접시 정도 줄이면 약 1 g의 소금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하루 세끼 식사 때 국물을 남기고 김치 섭취량을 줄이는 것으로 5~6 g 정도의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식단에 나트륨 함량이 많은 가공식품이 포함되어 있다면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어려우므로, 가공식품(라면, , 통조림, 스낵, 빵류 등), 염장음식(김치, 젓갈, 장아찌, 자반 등), 국물음식(찌개, , 스프 등), 소스음식(간장, 된장, 고추장, 토마토소스, 데리야키소스 등)은 가급적 식단에서 줄입니다.


주요 식품의 나트륨 함량: 왼쪽보다 오른쪽 컬럼의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 건강에 좋다는 저염소금

소금은 지하의 암염 광산이나 바닷물에서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바닷물을 말려서 소금을 얻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천일염이고 이를 정제한 것이 정제염입니다. 천일염에는 나트륨 외에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더 많기 때문에 흔히 건강에 이롭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일염에 있는 미네랄은 매우 소량으로 일반적인 한국인 소금 섭취를 기준으로 했을 때 칼슘, 칼륨의 경우 권장 섭취량의 2-3% 정도밖에 안됩니다. 천일염으로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려면 나트륨 섭취 또한 엄청나게 많아져야 하는 것입니다.

저염소금은 나트륨 대신 칼륨을 섞어 짠맛은 유지하면서도 나트륨 함량을 50% 가량으로 줄인 소금입니다. 나트륨을 적게 먹어야 하는 고혈압, 심장질환 환자들을 위한 대용 소금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인기가 높아져 일반 소금에 비해 3-4배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염소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며, 나트륨 대신 포함된 칼륨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전체적인 식습관 관리가 우선되어야

이처럼 소금을 골라 먹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확실치 않습니다. 소금을 골라 먹는 것보다 이미 소금이 많이 들어간 가공 식품, 인스턴트 식품을 적게 먹고 외식을 줄이는 등 평소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굳어진 식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어릴 때부터 싱겁게 먹도록 식습관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미 짠 음식에 길들여졌다면 서서히 입맛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외국의 예처럼 가정에서뿐 아니라 판매되는 음식의 소금 함량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 역시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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