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수요일. 연수 53일째. 어제 샌디에고 카운티의 covid-19 관련 tier가 가장 높은 단계인 퍼플(widespread)에서 한 단계 낮은 레드(substantial)로 바뀌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각 카운티의 환자 수를 기준으로 네 단계의 tier로 나누고 그에 따라 거리두기 정도를 조정한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아래와 같이 접종 수에 따라 tier 기준을 변경하기로 했는데, 지난 3월 12일에 캘리포니아 주의 백신 접종자가 2백만명을 넘어서면서 변경된 기준이 적용되었다. 작년 말에 하루 4000명을 넘어가던 환자 수는 3월 들어와 400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어제 샌디에고 카운티의 새 환자 수는 10만명당 6.8명으로 변경 전 기준을 적용해도 레드 티어에 해당한다. 레드 티어에서는 레스토랑과 스포츠 시설의 실내 영업이 제한 허용된다.
출처: https://www.cdph.ca.gov/Programs/CID/DCDC/Pages/COVID-19/COVID19CountyMonitoringOverview.aspx |
근처 쇼핑몰의 식당들에서도 실내에서 음식을 먹는 손님을 볼 수 있었다. 피트니스 센터도 문을 열고 영업을 할 준비를 했다. 아파트 gym도 문을 연다는 공지가 있었다. gym 앞에 가보니 그동안 밖에 내어두었던 실내사이클과 스텝퍼 등의 운동 기구를 실내로 옮기고 있었다.
오늘은 성 패트릭의 날이다. 아일랜드의 수호 성인인 성 파트리치오를 기념하는 날로, 아일랜드에서는 국경일로 정해 며칠 동안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아일랜드 계 미국인들이 초록색 모자나 옷을 입고 축제와 퍼레이드를 한다는데, 판데믹 상태인 올해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집 근처 공원에서는 초록색 모자를 쓴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대문 앞에 초록색 깃발을 걸어놓은 집들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어제 아일랜드 전설에 나오는 요정인 레프러콘 Leprechaun 집 만들기를 했다고 한다.
종이 상자로 요정 집을 만드는 모습 |
수업이 끝나고 나온 딸아이는 초록색 목걸이를 하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금화와 초록색 동전들을 한 줌 가득 들고 나타났다. 학교에서 했던 행사가 재미있었는지 차를 타고 오면서도 신이 나서 한참을 이야기한다.
"엄마, 근데 미국은 학교에서 재밌는 걸 하는 특별한 날이 많은 것 같아요."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날들도 있는걸. 개천절이나 광복절, 어린이날 같은."
"근데 그런 날은 학교에서 재미있는 행사를 하진 않잖아요. 여기서 학교에 다닌지 두 달도 안되었는데 지난 번에 발렌타인 데이 파티도 있었고."
그렇긴 하다. 한국의 특별한 날은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일이 없다. 설날이나 추석에 세뱃돈을 받거나 어린이날에 선물을 받는 것 말고는.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 사회가 아이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이것도 그런 문화의 일면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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