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양제, 정말 먹어도 될까?] 의사가 알려주는 12가지 장기별 건강기능식품 가이드 ③ 혈관
‘맑은 피’에 대한 믿음과 오메가-3의 진실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맑은 피’에 대한 뿌리깊은 믿음을 실감할 때가 있습니다. “피가 탁해서 그런지
손발이 저려요”, “피를 맑게 하는 영양제 좀 추천해 주세요”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입니다.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나 동영상에서도 피를 맑게 해주는 음식이나 생활습관에
대한 내용을 쉽게 만나곤 합니다. 이러한 맑은 피에 대한 집착은 우리의 전통 문화와 과거 질병 패턴의
복합적인 영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과거 우리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을 ‘중풍(中風)’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바람(風)에
맞았다(中)'는 뜻으로, 세찬
바람에 나무가 쓰러지듯 갑작스런 신체 마비나 의식 장애로 쓰러지는 증상을 형상화한 용어입니다. '풍을
맞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런 용어를 보면 뇌졸중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팔다리 마비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후유증은 뇌졸중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데 일조했습니다. 실제 뇌졸중은 과거 2010년대까지
한국인 사망 원인 중 암 다음으로 2위를 오랫동안 지켜오기도 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이 탁해져서 생긴 어혈(瘀血)이 혈관을 막는 것을 뇌졸중의 주원인으로 본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관점에서는 '피를 맑게 하는 것'이 중풍을 예방하는
방법이 됩니다. 체했을 때 손을 따서 검은 피를 짜내는 민간요법이나,
흔히 부항이라고 부르는 사혈의 기저에도 맑은(좋은) 피와
탁한(나쁜) 피에 대한 오랜 이분법적 믿음이 있습니다. 서양에선 보통 이와 달리 끈적한(thick) 피와 묽은(thin) 피로 구별하는데, 이는 혈액의 응고 정도를 기준으로 한
개념이지만 지나치게 끈적하거나 묽은 상태가 혈관의 폐쇄나 출혈의 원인이란 면에선 한의학적 관점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사실 나쁜 피를 빼내는 사혈요법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되어 중세 이후까지 계속되던 인기있는 치료법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고려하면 혈액과 혈관의 상태가 건강을 좌우한다는 인식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셈입니다.
- 식약처가 인정한 성분들, 그
이면의 현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혈행 개선’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로는 오메가-3(EPA 및 DHA 함유 유지)를 필두로 은행잎 추출물, 감마리놀렌산, 영지버섯 추출물, 홍삼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것들 외에도 개별인정형으로
나토균배양분말, L-아르기닌, 피크노제놀 등 다양한 성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의학적 근거를 따져볼 때 대다수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말초 혈류 개선과 인지 기능 보조 측면에서 연구 결과가 많은 편인 은행잎 추출물 정도도 연구들마다 결과가
다르고 전반적인 근거를 종합하면 효과가 없는 쪽에 가깝습니다.
- 오메가-3: 가장 화려한
근거, 그러나 엇갈리는 결론
그렇다면 혈관 영양제의 주인공 격에 해당하는 오메가-3는 어떨까요? 오메가-3는 필수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 EPA, DHA 등으로 구성된 불포화지방산입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매년 4위 이내에 들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의학계에서도 가장 많은 임상시험이 이루어진 성분 중 하나입니다. 모든 연구 결과들을 세세히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확실한 근거 위주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성지방(TG)은
낮추지만 콜레스테롤에는 무력합니다.
하루 2~4g의 오메가-3 보충은
중성지방 수치를 약 15%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동맥경화와 심혈관 질환 위험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나 HDL 콜레스테롤
수치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합니다. 보통 고지혈증은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를 뜻하는데 이런 환자가 오메가-3를 복용할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둘째, 효과는 ‘누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86개의 임상시험을 통합 분석해 2020년
발표된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는 ‘거의 없거나 미미(little or no effect)’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 미국심장학회(AHA)에서는 오메가-3 보충제가 심혈관 사건이나 사망 위험을 낮추지
못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즉, 질병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이
단지 혈액순환 개선을 기대하며 챙겨 먹기에는 의학적 근거가 매우 빈약합니다. 하지만 이후 발표된 최신
연구들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하기도 했는데, 심혈관질환이 이미 있거나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서, EPA 고순도 제제를 복용하는 경우에 더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메가-3 보충제는 평소 생선 섭취량이 매우 적은 사람이나 심혈관 질환 환자 또는 고위험군에게는 일부
혜택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보충제보다는 식단이 정답입니다.
기존 연구들은 오메가-3 보충제 캡슐보다는 생선이나 해산물, 견과류를 직접 섭취하는 것이 심장 건강 증진에 훨씬 효과적임을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미국심장학회에서 보충제에 냉담한 평가를 내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일부 연구들에서는 보충제가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심장 근육(심근경색)은 보호할지 몰라도, 심장
박동(부정맥)에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혈관은 영양제로 청소할 수 있는 파이프가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탁한 피’는 영양제보다 금연, 식단
관리, 운동과 체중 관리를 통해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개선됩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혈관의 주적은 담배입니다. 매일 담배를 피우면서 혈관 건강을 위해 오메가-3를 찾는 것은, 방 안에 연탄불을 피워두고 공기청정기 필터를 뭘
쓸지 고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혈액순환 개선제는 영양제 캡슐이 아닌 여러분의 결단과
생활 습관 속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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