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4일 목요일

연수일기 26. Bird Rock 카페, 아이들 운동 수업

3월 3일 수요일. 39일째 날. 아침에 러닝을 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번은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병원 지하에 피트니스센터가 있는 것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곳은 사방이 다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고 시간도 더 많아 핑계를 댈 수 없는 환경이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하교 시간을 놓쳤다. 수요일은 다른 요일보다 30분 빠른 1시에 수업이 끝나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먼저 미국에 다녀온 이들에게 아이들 픽업 시간을 잊은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나 보다. 다행히 딸아이 친구 어머니께서 아이들을 데려다 주셨다.


3월 4일 목요일. 40일째 날. 오후에 아이들 학교에 데리러 가는 길에 Bird Rock Coffee Roasters 카페에 들렀다. 토리 파인즈 비치로 가는 길가에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샌디에고에 여섯 개의 지점을 가진 로컬 카페로, 규모는 작지만 커피 맛으로 샌디에고 카운티에서 손꼽힌다고 한다. 길 쪽을 바라보는 야외 좌석에 앉으면 바다 쪽으로 이어진 습지를 볼 수 있다. 하늘이 맑아 햇볕이 따뜻했다. 다음 번엔 책과 노트북을 가지고 와야겠다.

샌디에고에서 손꼽히는 커피 맛집 풍경

오늘은 아이들이 오후에 워터 폴로 수업을 가는 날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운동 수업은 많았지만 막상 적당한 프로그램을 찾긴 어려웠다. covid-19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시설이 문을 닫았고 운영 중인 사설 수업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에 다녀온 이들은 모두가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라고 했다.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운동을 하며 좀 더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아들은 어제부터 집 근처 공원에서 농구 수업을 시작했다. 여자 아이들은 축구 수업을 많이 받는 것 같았지만 우리 둘째는 내키지 않아해 고민 중이었는데 우연히 아이들 학교에 이웃한 고등학교 수영장에서 하는 워터 폴로 수업을 알게 되었다. 친구와 함께 다닐 수 있다 하니 아이도 좋다고 한다. 가격도 저렴했다. 주 2회 농구 수업료가 200불이었지만 이 워터 폴로 수업의 경우 나이가 어린 둘째는 주 2회에 85불, 첫째는 주 4회에 200불이었다. 두 아이 다 물에서 하는 활동은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친구와 함께라서 좋아하는 둘째와 달리 아들은 수업에 가고싶지 않아 했다. 또 처음 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 1주일 무료 수업을 들을 수 있었기에 일단 다음 주까지만 참여해보고 다시 상의하자고 설득했다. 

수업이 있는 고등학교 수영장 입구로 가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야외 수영장을 대여해 쓰는 거라 그냥 수영장으로 내려가는 입구 앞에서 모여서 코치와 함께 들어간다. 길가에 모여있는 아이들은 수영복에 수건이나 겉옷만 두른 차림이다. 한국이라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곳에선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우리가 처음 온 걸 알고 옆에서 함께 기다리던 다른 미국인 어머니가 수업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워터 폴로 수업을 들었지만 이곳 수업이 더 알차고 아이들도 즐거워한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아내는 좀 안심이 된 눈치이다.

그냥 이곳에서 모인다...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오늘은 임시로 참여한 수업이라 첫째도 둘째가 속한 10세 미만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받았는데, 대신 코치가 자유형 수영을 계속 시켰다고 한다. 10세 미만 아이들의 수업은 놀이에 가깝고 그 이상 나이의 수업은 좀더 힘들텐데, 우선 아이가 물에서 얼마나 몸을 놀릴 수 있는지 확인을 한 것 같다. 표정이 수업 시작 전보다 밝아져 다행이었다. 

저녁엔 다시 농구 수업에 참여했다. 아들은 처음부터 농구 수업에 가고 싶지 않아 했다. 사실 운동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빠인 나 역시 마찬가지) 또 처음 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싫기도 했을 것이다. 몇 번 공원에 갔을 때 목격했던 이곳 아이들의 농구 실력에 주눅이 든 것 같기도 했다. 쉬는 시간이 많았던 아파트 상가 어린이 스포츠 클럽과는 달리 이곳 수업 시간은 오로지 농구만으로 충실히 채워져 있었다. 드리블과 패스 연습을 거쳐 마지막 20분 정도는 두 팀으로 나누어 시합을 했다. 멀찍이 코트 밖에서 관전을 할 때면 아이는 공이 아니라 공을 쫓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늘 선수인지 심판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애매한 위치를 맴돌고 있었다. 공은 잡지 못하고 골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이리저리 맴도는 아이를 멀리서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했다.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아이들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으련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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