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30일 수요일

연수일기 87. 팔로알토, 몬테레이

629 화요일. 157일째, 여행 6일째 날. 오늘은 팔로알토를 거쳐 몬테레이 까지의 일정이다. 팔로알토의 스탠포드 대학에 가는 길에 구글 본사에 들렀다. 판데믹 이후 비지팅 센터가 닫혔고 직원들도 아직까진 재택 근무를 하는지 회사 근처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스크를 쓴 채 비어있는 회사를 외롭게 지키고 있는 안드로이드 조형물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안녕, 누가!


스탠포드 대학에 도착해 비지터 센터에 주차를 했다. Cantor art center는 오픈을 했고 미리 예약을 하면 입장할 수 있지만 화요일은 휴무라 오늘은 들어갈 수 없다. 조각 가든의 로댕 작품들을 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사진으로만 보던 지옥의 문과 Three shades를 직접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지옥의 문은 전 세계에서 일곱 군데에만 전시되어 있는데(한국의 플라토 미술관 폐관 이후 여섯 곳이 되었다.) 미술관이 아닌 곳은 스탠포드 대학교가 유일하다고 하니 이 대학교의 특별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지옥의 문


또 다른 대표적인 작품인 칼레의 시민도 추모 교회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었다. 추모 교회는 아직 닫혀 있어 바깥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교회 건물과 앞뜰 만도 참 아름다웠다. 서점에 들러 아들 책을 한 권 샀다. 대학교 서점 치고는 규모가 크고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아이들을 위한 책 코너를 포함해 일반 서점 못지 않게 다양한 책 구성이 잘 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추모 교회 모습

 

점심은 팔로알토 다운타운에서 먹기로 했다. 일본 라면집인 Ramen Nagi는 근처에서 평점이 높은 식당으로 항상 웨이팅이 있다고 했는데, 10분 정도 기다려 자리에 앉았다. 도쿄의 라면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맛이었다. 식사 후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마셨다. 극장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매장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지만 매장의 아름다움에 비해 커피 맛은 평범했다. 팔로알토에는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장소도 많다고 한다. 그중 한 곳인 휴렛팩커드 garage에 들렀다. 작은 집에 불과하지만 'Birthplace of Silicon Valley'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곳이다. 

 

Birthplace of Silicon Valley


팔로알토를 떠나는 길에 쿠퍼티노 애플 파크의 애플 스토어에 들렀다. 팔로알토도 집 값이 비싸기로 유명하고 이곳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이 모인 쿠퍼티노의 교육열은 서울의 강남 못지 않다고 들었다. 이곳 애플 스토어는 카페를 겸하고 있었다. 다른 애플 스토어 중에서도 커피를 파는 곳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카페 디자인도, 화장실의 인테리어도 딱 애플 다웠다. 


오늘 숙소는 몬테레이의 하얏트 리젠시 몬터레이 호텔  스파이다. 골프장을 겸한 리조트로 몬테레이에선 가성비가 좋은 호텔인 것 같다. 국립공원 랏지와 에어비앤비가 섞인 일정이었지만 룸 컨디션만 본다면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곳 중 가장 만족스런 숙소였다. 체크인을 하고 몬테레이의 올드 피셔맨스 와프에 구경을 갔다. 어제 보았던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맨스 와프보다 훨씬 작은 부두였지만 소도시다운 소박함과 정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Old Fisherman's Wharf

Clam chowder를 파는 식당들이 많았다. 저녁 겸 사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트레이더 조에서 장을 본 뒤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140마일을 운전했다.

원래 생각했던 일정은 내일 1번 해안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중간중간 구경까지 하고 가기엔 너무 빠듯할 것 같아 파소 로블레스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라 이번 기회에 와이너리를 가 보는 것도 좋겠다. 

2021년 6월 29일 화요일

연수일기 86. 샌프란시스코

6월 28일 월요일. 156일째, 여행 5일째 날. 아침에 일어나 호수 주변을 산책했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없어 가라앉은 해조류 덕분에 호수의 물이 어제보다 맑았다. 

숙소에서 나오는 길에 Black Cabin Coffee에 들러 커피를 샀다. 로컬 커피 가게는 여행 중에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이다. 브랜드 커피에서 느끼기 어려운 훌륭한 맛을 볼 수 있는데, 이곳 커피도 그랬다. 레이크 타호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경계에 있어 주 경계를 넘을 수 있다. 커피 가게 근처 공원 안에 주 경계선이 있어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사이

버클리 코스트코에서 주유를 하고 오클랜드의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했다. 근처 베트남 식당에서 점심을 사 숙소에서 먹은 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오클랜드 베이 브리지를 건넜다. 이전에는 다리를 건널 때 현금으로 통행료를 냈다고 하는데, 지금은 미리 등록한 차량이 아니라면 추후 차량 소유자의 주소로 통행료 invoice가 온다고 한다. (실제로 2-3주 뒤 인보이스가 든 우편물을 받아 온라인으로 6불의 통행료를 납부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선 운전과 주차가 부담스러워 차를 세워두고 리프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도 유리를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일이 흔히 있다고 들었는데, 피셔맨스 와프 근처의 주차장들은 구글 후기에서도 도난을 당했다는 경험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차량 털이 사건이 집계되는 것만 해도 하루에 백여 건씩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이 적은 다운타운 안쪽의 주차 건물에 차를 세워두기로 했다. 이곳 주차장은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어 도난의 위험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니나다를까, 길을 걷다 보니 곳곳에 차량 내부의 도난을 조심하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맨 처음 목적지인 롬바드 가는 멀지 않은 곳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경사가 심한 도로를 올라가다 보니 이 도시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롬바드 가는 차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너비의 급경사에 여덟 번의 급커브 일방 통행로로 유명한 거리이다. 할리우드 영화 여러 편의 차량 추격 씬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경사 도로에 구불구불 난 길로 차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광경이 독특했다.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경사진 도로를 가득 메운 수국과 도로 주변의 예쁜 집들이 포토 스팟으로 이름날 만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일렬로 내려오는 차들

우리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피셔맨스 와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Maritime 국립역사공원 표지판을 만나기 전까진 도심 한가운데에 국립공원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비지터 센터가 닫혀있어 아쉬웠다. Maritime garden에서 잠시 쉬었다가 피셔맨스 와프를 따라 피어 39까지 걸었다. 딸이 바다사자를 보고싶어 했는데, 막상 가 보니 몇 마리 보이지 않았다. (바다사자는 역시 샌디에고의 라호야 코브......)   

반가운 국립공원 표지판


리프트를 타고 페인티드 레이디스로 이동하는 길에 버블티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Boba guys에 들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핫하다는 버블티 카페로 스트로베리 마차라떼가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로 맛은 그닥...... 알라모 스퀘어 공원을 가로질러 가니 빅토리아 풍의 파스텔 톤 색 주택 몇 채가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림 엽서에 나올 만한 풍경이었다.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집


페인티드 레이디스로 가는 길부터 날이 쌀쌀해지고 바람이 심해졌다. 날씨가 좀더 따뜻했다면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바다를 끼고 있는 같은 지중해성 기후라 해도, 이 도시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많이 온다고 들었다. LA나 샌디에고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도 많이 분다던데 이날 날씨가 딱 그랬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가 힘들어해 오늘 더 돌아다니긴 힘들 것 같았다. 

엽서에서 보던 다리


금문교를 보고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도심에서 보낸 시간은 겨우 반나절 정도에 불과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고보다 더 자유로운 도시라 느껴졌다. 오늘은 200마일을 운전했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찾아 오클랜드로 건너가는 길에 판다 익스프레스에서 저녁 식사를 주문했다. 오클랜드란 도시는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연고지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샌프란시스코와 이웃해 있으니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리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오클랜드의 분위기는 건너편과 완전히 달라서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거리 곳곳이 허름하고 어수선한 느낌을 주었다. 낮에 숙소에 들어갈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저녁 시간이 되니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었다. 오클랜드가 범죄가 많고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도시라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에어비앤비 숙소 가격이 샌프란시스코와 차이가 커 별 생각 없이 오클랜드로 숙소를 잡은 건데,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그냥 샌프란시스코 쪽에서 찾았을 것이다. 미국의 빈부, 지역 격차를 조금이나마 체험한 하루였다. 결국 별다른 일은 없이 숙소는 잘 이용했지만.

2021년 6월 28일 월요일

연수일기 85. 레이크 타호

6월 27일 일요일. 155일째, 여행 4일째 날. 레이크 타호로 가는 날이다. 웨스트 게이트 랏지 근처의 Tangled Hearts Bakery에서 아침을 먹었다. 웨스트 게이트 근처에서 구글 평점이 높은 식당이었는데, 아주 작고 소박한 곳이었지만 팬케잌이 맛있었다. 

중간 지점인 샌 안드레아스에서 주유를 하고 엘도라도 내셔널 포레스트를 가로질러 레이크 타호 에메랄드 베이 인스피레이션 포인트에 도착했다. 에메랄드 베이와 호수 가운데 있는 파네트 섬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경계에 있는 레이크 타호는 북미에서 가장 큰 고산 호수로, 깊이도 미국에서 두 번째로 깊다고 한다. 여름엔 워터 스포츠를, 겨울엔 스키를 즐길 수 있어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에메랄드 베이 백사장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호수 서쪽 방향으로 조금 더 가서 주립공원에 주차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휴양지 답게 사람들도 많고 차도 많았다. 에메랄드 베이의 유명세에 비해 주립공원 주차장은 파킹 랏이 터무니없이 적어 유료임에도 주차가 쉽지 않다. 주차 금지 구역인 주변의 갓길에 세워진 차들도 많았다. 주차장 안에서 조금 기다려 다행히 자리가 났다. 오후에 온다면 구경 후 떠나는 차들이 종종 있어 주차장이 만차이더라도 좀 기다려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전망대에서 본 에메랄드 베이


30분쯤 걸어 호숫가 모래사장과 피크닉 장소에 도착했다. 내부 투어를 할 수 있는 Vikingsholm이라는 목사관이 있었는데 우리에겐 바깥에서 보는 것 만으로 충분했다.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카약과 보트를 빌려 타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레이크 타호는 요세미티에 비해 역시 잘 꾸며진 휴양지의 느낌이 훨씬 컸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오늘은 190마일을 운전했다. 오늘 묵을 숙소는 사우스 레이크 타호에 있는 비치 리트릿&로지 앳 타호이다.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체크인을 한 뒤 바로 숙소 앞 비치에 나갔다. 모래사장이 넓고 호수 밑바닥도 모래에다 멀리까지 경사가 완만해 물놀이를 하기에 좋았다. 기슭에서 보기엔 호수의 물이 생각보다 탁해 보였는데, 들어가서 보니 얕은 곳은 해조류 때문에 맑게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요세미티의 호수들을 보고 와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허리 높이의 깊이까지 들어가니 물이 좀더 맑게 보였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한참 하고 백사장에서 모래놀이도 하다 문득 하늘을 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숙소 앞 백사장


숙소 바로 건너편에 세이프웨이 마트가 있어 저녁거리를 사왔다. 발코니에서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맥주를 한잔 하니 몸이 노곤해진다. 내일은 샌프란시스코로 갈 예정이다. 


2021년 6월 27일 일요일

연수일기 84. 요세미티 여행- Mirror lake, 요세미티 밸리

6월 26일 토요일. 154일째, 여행 3일째 날. 밸리 랏지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먹고 비지터 센터에 들렀다. 비지터 센터와 박물관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국립공원 스탬프를 찍고, 근처의 인디언 마을과 Angel Adams gallery를 구경했다. 멋진 흑백 사진들을 구경하는 것 외에 책과 소품을 살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오전엔 미러 레이크 트레일을 걷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에서 출발해 한 시간 남짓 걸으면 미러 레이크에 도착할 수 있다. 아래쪽 호수에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쪽 호수엔 생각보다 물이 많지 않았는데, 산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모인 호수라 봄에 가장 수량이 많고 여름 이후엔 말라버린다고 한다. 그래도 노스돔과 하프돔을 포함해 호수를 둘러싼 산과 절벽이 그림처럼 수면에 비쳐 보였다. 

이름처럼 거울같다.


밸리 랏지로 돌아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원래 계획은 글래셔 포인트에 가는 것이었다. 글래셔 포인트에서 태프트 포인트까지 걷는 길을 추천받기도 했다. 그런데 거리는 가까워 보여도 자동차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포인트만 보고 내려오는 데에도 2시간 이상 소요될 것 같았다. 이동 시간이 길어 아이들도 힘들어 할 것 같아 그냥 밸리에 좀더 머물기로 했다. 브라이덜 베일 폭포를 보기 위해 갔는데, 폭포 주변 정비 공사로 주차장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주차장 입구에서 사진만 찍었다.

폭포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 그냥 나가기가 아쉬워 한적한 갓길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웠다. 밸리 안의 메르세드 강 양쪽으로 난 길에는 차를 세우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게 성에 안 찼는지 아이들은 결국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놀이를 시작했다. 계곡만 보자면 한국에도 좋은 곳이 많지만 요세미티는 광대한 넓이에 계곡을 둘러싼 높고 전망 좋은 산, 평원과 호수를 포함해 다양한 경치를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입수 본능


한 시간을 물에서 더 놀고 밸리를 빠져나왔다. 오늘 숙소는 요세미티 웨스트 게이트 랏지이다. 요세미티 밖에 있지만 웨스트 게이트에서 가까워 인기가 많은 숙소이다. 그렇다 해도 밸리 랏지에선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오늘은 40마일을 운전했다. 웨스트 게이트 랏지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앞마당에 수영장도 있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다. 방 상태도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바닥이 카펫이 아닌 것도 좋았다. 이곳에선 코인 세탁기를 이용해 빨래와 건조도 할 수 있다. 밀린 빨래를 하고 컵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보았던 요세미티는 전체의 십분의 일도 안될 테지만, 이곳에서 보냈던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21년 6월 26일 토요일

연수일기 83. 요세미티 여행- Mono lake, Tenaya lake, 요세미티 밸리

6월 25일 금요일. 153일째, 여행 2일째 날. 맘모스 레이크스에서 맞는 아침. 숙소에서 추천한 스토브 Stove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믈렛과 팬케잌이 맛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첫 목적지는 모노 호수 Mono Lake 의 South Tufa 에어리어이다. 고산의 사막 지대에 있는 이 호수는 물이 모이기만 할 뿐 빠져나가는 강이 없어 증발을 통해서만 물이 줄어들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미네랄 성분 때문에 바닷물보다 2.5배 짜고 100배 더 알칼리성을 띤다고 한다. 소금과 베이킹파우더를 잔뜩 풀어놓은 셈인데, 실제 만져보니 미끈미끈하고 혀에 대니 짜고 쓴 맛이 느껴졌다. 이런 이유로 이 호수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지만, 미생물을 먹고 사는 작은 새우들이 많다. 기슭을 까맣게 메우고 있는 건 파리들인데, 이 파리를 인디언 말로 Mono라고 부른다. 호수의 이름은 이 파리의 이름을 따서 붙인 셈이다. 요세미티를 포함한 산맥이 미국 서부의 상수원 역할을 하면서 모노 호수의 수위도 줄어들어 왔는데 이로 인해 호수의 생태계가 위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불시착해 만난 풍경처럼 보인다.


지하수가 솟아 오르면서 만들어진 석회 기둥(tufa)들은 호수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물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으로, 거울처럼 미끈거리는 호수 물빛과 어울려 마치 외계의 어느 행성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호수의 수위를 지키려는 활동 덕분에 현재는 수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새우와 파리 외에 이 호수를 서식처로 삼은 동물은 수백만 마리의 새들이다. 호숫가에서 만난 친절한 자원봉사자 덕분에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나이 지긋한 노신사 분이었는데, 알고보니 은퇴한 호흡기내과 의사였다. 아이들에겐 돋보기가 달린 통에 담긴 새우도 볼 수 있게 해주셨다. 

다음 목적지인 테나야 호수 Tenaya lake로 가는 길에 요세미티 국립공원 동문을 지나게 된다. Tioga road라 불리는 120번 도로는 봄까지 막혀있는 경우가 많아 이 길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개통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지금은 요세미티 주변 도로가 다 뚫린 상태지만 국립공원 내에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단 우리처럼 국립공원 내 숙소를 이용하는 경우엔 공원 입장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요세미티 밸리 랏지 예약 바우처를 제시하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입장 예약을 하지 않아 입구에서 돌아가는 차량도 있었다. 

테나야 호수에 주차를 하고 호숫가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물이 너무나 맑았다. 아이들은 금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 속에 뛰어들었다. 호수 동쪽 기슭은 모래사장과 솔밭이라 피크닉을 하기에도 좋았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서 호수를 봤지만 오늘, 이곳만큼 아름다운 곳을 보지 못했다. 호수를 둘러싼 풍경이 어찌나 평화로운지 이 공간 안에 앉아있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 시간 남짓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앉아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차에 몸을 실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 것 같다.


옴스테드 포인트에 잠깐 들러 사진을 찍고 숙소인 요세미티 밸리 랏지에 도착하니 오후 네시 경이었다. 오늘은 120마일을 운전했다. 체크인을 하고 바로 요세미티 폭포로 향했다. 밸리 랏지는 폭포 바로 옆에 있어 폭포와 밸리 안을 둘러보기 좋다. 멀리서는 upper fall을, 가까이 가니 lower fall을 볼 수 있었다. 듣던대로 폭포의 높이가 까마득했다. 여름이 되면 수량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한 달쯤 일찍 왔다면 더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쿡스 미도우 Cook’s meadow를 따라 한 바퀴 걸었다. 멀리 요세미티의 상징인 하프돔이 보였다. 아이들과 걷기 좋은 길이었다. 작은 강과 계곡 주변에는 물놀이와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래밭에서 노는 아이들 사이로 사슴 두 마리가 강을 건너 어슬렁어슬렁 지나갔다. 

쿡스 미도우에서 본 하프 돔

꼬마 친구들, 안녕!

밸리 랏지 식당에 들러 저녁을 사 숙소에 돌아왔다. 국립공원 안에 있어 낡고 고풍스러운 랏지를 상상했었는데, 밸리 랏지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식당, 카페(스타벅스도 있다), 기념품샵 등도 잘 꾸며져 있었다. 위치와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요세미티 숙소로는 역시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쉽지 않아서 문제겠지만.


2021년 6월 25일 금요일

연수일기 82. 요세미티 여행- 로네 파인, 비숍, 맘모스 레이크스

6 24 목요일. 152일째, 여행 첫날. 아침 7시에 출발해 중간에 주유를 하고 여섯 시간 만에 이스턴 시에라 비지터 센터에 도착했다   그랜드 캐년 로드 트립 때만 해도  위에서 보는 모든 풍경에 감탄을 했었는데, 이젠 끝이 안 보이는 직선 도로도, 사막도, 산과 평원을 봐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요세미티에 들어갈  서쪽 입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우리는 120 도로(Tioga road) 통해 동쪽 입구로 들어갈 예정이다시에라 산맥 동쪽의 395 도로를 타고 산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120 도로를 만날 예정이다비지터 센터 앞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시에라 산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멀지 않은 작은 타운인 로네 파인의 ‘ 그릴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어니언링이 맛있었다

시에라 산맥이 멀리 보인다.

식당에 가는 길에 ‘The museum of Western Film History’ 이름의 영화 박물관이 눈에 띠었다이런 작은 도시에 웬 생뚱맞은 영화 박물관이 있을까 궁금해져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성인    5불의 도네이션을 받았다박물관 안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웨스턴 무비의 배우에 대한 자료와 소품들이 가득했는데 웨인과  포드의 자료들도 한켠을 차지했다촬영에 쓰인 카메라나 도구들도   있었다 안쪽에는 아이언맨 슈트 모형과 아이언맨 1편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입었던 양복이 전시되어 있었다서부 영화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 물품들이라 의아했는데안내문을 읽어보니  영화의 전반부 장면을 앨라배마 힐스에서 찍었다고 한다앨라배마 힐스는 로네 파인 서쪽 바로 시에라 산맥 자락에 있는 마을이다바위가 많은 황량한 평원 지역이라 오래 전부터 서부 영화의 촬영 장소로 쓰였고 트랜스포머글래디에이터스타트랙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도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작은 도시에 그럴듯한 영화 박물관이 있는 이유를 이제야   같았다

토니 스타크가 입었던 수트

박물관에서 나와 다음 목적지인 비숍으로 향했다. Epic Schat’s Bakery 100년이 넘은 빵집으로 이곳을 지나는 여행자들도 많이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호밀빵과 시나몬롤을 샀다호밀빵은 약간 새콤하고 짭짤한 맛이 독특했다. 근처 주유소에서 요세미티에 들어가기  마지막 주유를 했다

오늘 숙소는 맘모스 레이크스로, 맘모스 산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그래서인지 마을 전체가 리조트 같았다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Minaret vista 올랐다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9265피트에서 주변의 경치를   있는 곳이다. 스키 곤돌라 케이블이 산 꼭대기까지 이어졌는데, 꼭대기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건 여간한 실력이 아니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전경


맘모스 레이크스에 올라오기 전엔 기온이 30도가 넘었는데 이곳 전망대에선 바람이 세서 두꺼운 겉옷이 필요했다일몰을 보고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기온이 차고 오랜 운전으로 피곤하기도 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간단히 컵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400마일을 운전했다. 

2021년 6월 24일 목요일

연수일기 81. 여행과 여행 사이

6월 20일 일요일. 148일째 날. 어제 저녁 늦게 세콰이어에서 돌아와 늦잠을 잤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쉬기로 했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베이커스필드의 코스트코에서 주유를 하고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40도가 넘는 기온에 열기가 심해 잠깐동안도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캘리포니아 북부를 포함해 미국 많은 지역에 벌써 폭염이 심하다던데, 잠시나마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LA를 지나 샌디에고에 가까워지자 기온은 거짓말처럼 내려가 낮 최고 기온도 25도를 넘지 않는다. 겨우 200마일 거리인데 온도가 20도나 차이 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샌디에고 날씨를 왜 좋다고 하는지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겨울엔 생각보단 쌀쌀하기도 하지만. 


6월 21일 월요일. 149일째 날. 콘보이의 프라임 그릴에서 점심을 먹었다. 만나나 부가 BBQ와 비슷한 한국식 고깃집이다. 만나와 마찬가지로 부페식으로 일정 금액에 무제한 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만나보다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실내는 더 깔끔했다. 메뉴에 돼지갈비가 있는 것도 차이이다. 돼지갈비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갔는데 막상 갈비 맛은 별로였다. 대신 부채살과 삼겹살은 괜찮았다. 고기를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설빙에서 눈꽃빙수를 먹었다. LA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에 몇 군데 지점이 있다고 한다.


6월 22일 화요일. 150일째 날. 오랜만에 연구실에 출근했다. 저녁엔 펫코 파크에 야구를 보러 갔다. LA 다저스와의 경기였고, 입장 제한이 완전히 풀린데다 같은 지구 순위를 다투는 다저스와의 경기어서 지난 달보다 훨씬 관중이 많았다.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야구장 풍경만 보면 샌디에고는 이전의 생활을 거의 회복했다고 느껴질 법 했다. 관중들은 모두 흥에 겨운 모습이었다. 

양팀의 선발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와 블레이크 스넬. 사이영 상 수상자인 두 투수의 피칭을 보는 것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역시 당대 최고 투수인 커쇼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나이를 속이진 못하는지 이번 시즌엔 예전만큼의 구위를 보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커쇼는 커쇼... 라고 생각했지만 1회부터 투런 홈런을 맞았다. 이후 점수가 나지 않던 경기의 승부처는 5회. 스넬 타석에 대타로 나온 김하성 선수가 커쇼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렸다.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 슬픈 것은 피자를 사러 나왔다가 그 순간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 ㅠ ㅠ 주변에 있던 미국 아재들과 손바닥이 아프도록 하이파이브만 열심히 했다. 

펫코 파크에서 마시는 Ballast point 맥주!


6월 23일 수요일. 151일째 날. 오전에 아이들과 공원을 산책했다. 빌린 책을 반납하러 카멜밸리 도서관에 간 아내가 도서관이 완전히 문을 열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방학동안 아이들과 도서관들을 구경하러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녁엔 짐을 싸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떠날 예정이다. 세콰이어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온지 닷새만에 다시 일주일 여행. 한국에서도 여행 짐을 챙기는 데야 이력이 났지만 이곳에 와선 더 익숙해지는 중이다. 

2021년 6월 21일 월요일

연수일기 80. 몬테시토 세콰이어 랏지(Montecito Sequoia Lodge) 패밀리 캠프

6월 13-19일. 141-147일째 날. 몬테시토 세콰이어 랏지(Montecito Sequoia Lodge) 패밀리 캠프에 다녀왔다. 방학 동안 네 개의 캠프를 예약했고, 이번 주가 그 첫 번째 프로그램이다. 

몬테시토 랏지는 세콰이어 국립공원과 킹스캐년 국립공원 경계 바깥에 있지만 양쪽 국립공원 사이, 가까운 곳에 있어 두 국립공원에 접근하기 용이한 위치다. 랏지에 가는 길이 국립공원을 통과하므로 국립공원 입장료도 지불해야 한다. 우리는 남쪽 세콰이어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길을 선택했다. 랏지로 가는 길에 제너럴 셔먼 트리(General Sherman Tree)를 보기 위해서였다. 풋힐 비지터 센터에 들러 국립공원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고 Generals highway를 따라 올라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인 제너럴 셔먼 트리를 만났다. 주차장에서 나무까지 이어지는 짧은 트레일을 걸어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몬테시토 랏지까진 다시 30분 정도가 걸린다. 다행히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는 7시 전에 도착했다. 

랏지 입구에서 보이는 호수


몬테시토 세콰이어 랏지 홈페이지: https://www.mslodge.com/

이곳 랏지에선 6월에서 8월까지 10주간 여름 가족 캠프를 운영한다. 여기 캠프는 이전에 샌디에고에서 연수를 했던 동료의 추천을 받아 예약했다. 랏지 종류에 따라 캠프 비용도 달라지는데, 4인 가족이 묵을 수 있는 기본 랏지만 해도 가격이 5천불 가까이 된다. 1주일에 5백만원이 넘는 비용이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곳을 선택한 건 우선은 동료의 추천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세 끼 식사와 액티비티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클럽메드의 미국 국립공원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클럽메드보다 훨씬 좋았다.

결론적으론, 비용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캠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지금 남기고 싶은 기억이 너무나 많다. 캠프의 특장점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면,

1) 식사: 최고다. 샌디에고의 어느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만한 맛과 질이다. 점심, 저녁엔 각종 육류가 빠지지 않고 디저트나 과일도 하나같이 다 맛있다. 어느 날 점심엔 탕수육이 나오기도 했다. 식사 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주방 냉장고에 남겨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배고플 틈이 없다. 입이 짧은 딸아이도 일주일 내내 잘 먹어준 식사.

2) 시설: 수십 년 된 랏지인만큼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깔끔한 호텔식 숙소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우리는 숙소에 대해선 워낙 기대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예상보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리모델링을 해선지 방 내부의 집기도 낡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진 않았다. 랏지 홈페이지의 사진은 실제보다 더 후지게 보여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호텔처럼 깨끗하진 않다. 식당과 공용 공간으로 쓰는 메인 랏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기타 액티비티 시설들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3) 직원: 시설이나 식당 직원들 외에 캠프에는 액티비티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따로 있다. 아이들 나이에 따라 다섯 개의 반으로 나누어 각각의 반을 담당하는 직원도 있다. 직원들은 모두 활기차고 친절하다. 상당 수의 직원들은 조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 딸아이는 자신이 속한 반을 담당한 스태프를 너무나 좋아해 떠나기 전날 직접 쓴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4) 프로그램: 식사와 더불어 역시 훌륭하다. 활쏘기, 사격, 테니스, 승마, 하이킹, 산악자전거, 수영(호수/풀장), 보트 타기, 트램폴린, 아트&크래프트, 파인 아트, 기타 강습, 요가 등 너무나 다양한 액티비티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은 반 별로 미리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액티비티에 참여하므로 부모들은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본인이 원하는 액티비티에 참여할 수 있다. 나와 아내는 하이킹, 가죽 공예, 머그컵 만들기, 그래피티 체험, 기타, 요가 수업 등에 참여했다. 

Tokopah Falls 트레일 중에 만난 풍경

우리 가족의 체험 흔적

오후 액티비티가 끝나면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댄스 파티, 카니발, 숙박객들이 참여하는 공연 등이 있어 소박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체크아웃 전날 오후엔 호숫가에서 술이 제공되는 비치 파티가 있었다. 매일 저녁엔 캠프 파이어와 싱어롱 시간이 있다. 결국 원한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무언가를 보고 듣거나 참여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카니발 게임 체험

댄스 파티

캠프 파이어와 싱어롱 시간

5) 위치: 세콰이어와 킹스캐년 국립공원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랏지 앞엔 작은 호수가 있어 보트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보트를 타다가 건너편의 사슴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주변을 걷기도 좋다. 

산책을 하며 멀리서 보는 호수와 랏지 전경


6) 기타: TV는 식당에만 있고, 휴대전화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 와이파이도 안될 거라 생각했는데 느리긴 하지만 메일이나 카톡 확인을 할 정도는 되었다. 

방학이면 아이들을 보낼 캠프를 찾게 된다. 한 번 쯤은 이런 패밀리 캠프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1-2년 정도의 일정으로 미국에 온 한국 가족들은 이런 캠프에 많이 참여하진 않는 것 같다. 이번 주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 중 한국인은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나도 동료의 추천이 아니었으면 이런 캠프가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처음 캠프에 참가하는 가족들도 많았지만, 두 번, 세 번째 연달아 왔다는 가족들도 있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혼자 아이들 셋을 데리고 11시간을 운전해 왔다는 어느 엄마는 처음 참석한 이 캠프가 너무나 좋았다며 체크아웃 날 아침에 내년 캠프를 미리 예약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도 만약 1년 더 미국에 머문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직접 경험하기 전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비용에 대해서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킹스캐년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와 파노라믹 포인트에 들렀다. 이곳에서의 일주일은 정말 우리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국립공원의 절경을 보고 지나치는 것 외에 색다른 경험을 하길 원한다면, 매일 삼시세끼를 찍으며 오늘은 뭘 해먹을 지 고민에 지쳤다면, 아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이 캠프가 해답이 될 거라 생각한다.

2021년 6월 13일 일요일

연수일기 79. 라스아메리카 프리미엄 아울렛

6월 11일 금요일. 139일째 날. 아이들 방학 첫 날이다. 라스아메리카 프리미엄 아울렛에 다녀왔다. 샌디에고에 있는 두 개의 프리미엄 아울렛 중 하나로, 북쪽엔 칼스배드 아울렛이, 남쪽엔 라스아메리카 아울렛이 있다. 그동안 칼스배드 아울렛은 세 번 정도 방문했었지만 이곳 라스아메리카 아울렛은 처음이었다. 

라스아메리카 아울렛은 멕시코 국경에 이웃해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이어지는 5번 고속도로를 타고 샌디에고 다운타운을 지나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서 국경 전 마지막 출구로 나가면 바로 아울렛이다. 출구 전에는 마지막 출구를 지나치면 멕시코 국경으로 가게 된다는 경고 안내판이 연이어 있다. 

두 아울렛 모두 아주 큰 규모는 아니고 물건도 아주 많진 않지만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사긴 괜찮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둘 중에선 라스아메리카 아울렛이 조금 더 크고 브랜드도 다양해 보인다. 아내는 팜스프링스의 데저트힐 프리미엄 아울렛보다도 이곳이 더 낫다고 했다. 나이키 매장이 아주 큰 편이었고, 아이들 옷을 파는 매장들도 괜찮았다. Children's place 매장에서 아이들 옷 몇 벌을 샀다. 

아직 사람이 많지 않다.

멕시코 국경 근처라서인지 이곳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가 히스패닉인들이다. 아울렛 안에서 국경 너머 멕시코 땅이 보인다. 건너편이 티후아나의 다운타운이라 언덕에 집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판데믹 전엔 쉽게 국경을 건너 멕시코 본토의 길거리 타코를 먹고 올 수도 있었다고 하는데, 조만간 멕시코 땅에서 데킬라와 코로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오길. 

가까이 멕시코 땅이 보인다.

6월 12일 토요일. 140일째 날. 엔진 오일을 교체했다. 시에나 매뉴얼엔 5천 마일마다 엔진 오일을 교체하도록 권한다. 차를 구입한 지 4개월 만에 5천 마일을 넘어 6천 마일을 채웠다. 이곳에선 차가 막히는 일이 거의 없고 고속도로 주행을 많이 해서 5천 마일을 넘겨 교체를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교환 주기를 넘기기도 했고, 내일 세콰이어 국립 공원까지 운전을 앞두고 있어 그 전에 교체하기로 했다. 

그루폰 사이트에서 반값 할인 쿠폰을 사서 가까운 Vavoline instant oil change 체인점을 찾았다. 엔진 오일과 함께 캐빈 필터도 교체했다. 직원의 권유에 얼떨결에 교체를 하긴 했지만, 황사나 대기 오염과는 거리가 먼 이곳 하늘을 보면 캐빈 필터는 굳이 한국에서만큼 자주 교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21년 6월 11일 금요일

연수일기 78. 졸업

6월 10일 목요일. 138일째 날. 아들의 졸업식 날이다. 

고학년 아이들이 등교하는 학교 정문엔 졸업을 축하하는 풍선이 걸렸다. 캠핑 의자나 접이식 의자를 들고 마스크를 쓴 부모들이 행사장인 운동장에 들어가기 위해 입장을 기다렸다. 평소와 달리 들뜬 분위기다. 


행사장엔 연단과 졸업하는 아이들이 앉을, 각자의 이름표가 붙은 보라색 의자가 설치되었다. 아이들 의자 뒤편에 부모들이 자유롭게 자리를 잡았다. 졸업생 형제 자매가 있는 저학년 아이들도 함께 참석할 수 있다. 행사장 주변이 정리되었을 즈음, 졸업식의 시작을 알리는 미국 국가가 울렸다. 오늘 졸업할 아이들이 반 별로 교실에서 나와 줄을 지어 행사장 자신의 좌석까지 행진을 했다. 남자 아이들은 단정한 셔츠, 여자 아이들은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모습이다. 

교장 선생님과 DMUSD 대표의 졸업 축하 말씀이 끝나고, 졸업식의 꽃인 졸업 증서 수여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학생의 이름을 부르면 학생이 연단으로 올라와 교장 선생님께 졸업 증서를 받는다. 행사에 참여한 모두가 마스크를 썼지만 졸업 증서를 받고 기념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은 잠시나마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는다. 졸업 증서 수여식 이후 졸업생들을 위해 참석한 모두가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며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올 한 해는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한 학기를 지내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대면 수업을 중단하지 않고 한 학기를 마무리했음을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커다란 도전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한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아들은 졸업 동영상 자막으로 다음과 같은 짧은 소감을 담았다.

I've met a lot of people and friends here. 

There were some troubles and a little emotional problems.

But I graduated! Thank you all in C6 class and all I've met. I'll miss you. 

2021년 6월 10일 목요일

연수일기 77. 학기 마지막 주, 아들의 covid-19 백신 2차 접종

6월 7일 월요일. 135일째 날. 이곳에서 보낸 아이들의 첫 학기도 이제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목요일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이번 학기도 끝이 난다. 6학년인 아들도 졸업을 한다. 

며칠 전엔 학교 학부모회에서 집 앞에 졸업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깜짝 설치해 주었다. 6학년 학생이 사는 집마다 대문 앞에 꽂아두는 것이다. 종종 다른 집 대문 앞이나 창문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자랑하는(?) 게시물이 붙어있는 걸 봤다. 아파트 안에서 이웃한 고등학교의 상징인 큰까마귀(raven) 그림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이 높은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집 앞 화단에 꽂혀있는 게시물을 뒤늦게 발견하곤 한편으론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이런 게시물을 만들게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런 소소한 행동이 모여 만들어진 문화가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이 졸업 앨범을 가지고 왔다. 여기서는 메모리 북이라고 부르고, 6학년 뿐 아니라 전교생의 사진이 다 들어간다. 어쩌다 보니 아들은 한국과 미국 초등학교에서 각각 졸업 앨범을 받게 되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메모리 북


6월 8일 화요일. 136일째 날. 아들이 covid 2차 백신을 맞았다. 1차 접종을 했던 UCSD 접종 센터가 이번 달부터 문을 닫아서 2차는 카운티 접종 사이트에서 가까운 장소를 찾아 신청했다. 접종 장소는 CVS였다. 약국에서 예약 사항을 확인하고, 옷 매장의 피팅룸에서 주사를 맞았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접종 후 15분간 머물면서 이상 반응 유무를 확인했다. 기다리는 동안 접종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나이의 청소년들이었다. 

화이자에선 6개월-11세 소아에 대한 백신 용량을 확인했고, 조만간 4,5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3상 임상 시험을 시작한다. 임상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올해 내에 딸아이도 백신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6월 9일 수요일. 137일째 날. 오늘부터 샌디에고 카운티의 거리두기 단계가 가장 낮은 옐로우 티어로 완화되었다. 내일 졸업식과 학기 마지막 날을 앞두고 졸업을 하는 6학년 아이들은 학교 전체 교실을 돌며 작별 퍼레이드를 했다. 6학년 반에선 아이들이 각자 만든 졸업 동영상을 부모에게 보내주었다. 며칠 전 어렸을 적 사진들을 달라고 하더니 이 영상을 만들려고 그랬나 보다. 

딸아이 반에선 작은 캠핑 파티를 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 책상에 초록색 비닐을 덮어 작은 1인용 텐트를 만들어 주셨다. 아이들은 모두 직접 염색한 티셔츠를 입고 플래시로 만든 모닥불 주위로 모여 돌아가며 책을 읽었다. 

마지막 날은 파티 데이!

2021년 6월 7일 월요일

연수일기 76. 칼라베라 호수(Lake Calavera) 트레일

6월 5일 토요일. 133일째 날. 저녁엔 아이들과 다 같이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곤 한다. 한국에서부터 있던 습관인데, 한국에선 주말에 주로 봤지만 여기선 시간이 더 많아서 평일 저녁에도 한 편씩은 보게 된다. 최근엔 '로스트 인 스페이스'를 시작했다. 정착할 행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을 하고,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로빈슨 가족의 이야기가 조금은 우리 가족의 상황과 겹쳐서 더 실감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에선 자막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지만 여기선 선택의 폭이 좁다. 구글 플레이 무비는 몽땅 한글 자막이 없고, 넷플릭스도 한글 자막이 있는 콘텐츠가 훨씬 적다. 한국 포털 사이트의 영화 콘텐츠는 이곳에서 재생을 할 수 없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6월 6일 일요일. 134일째 날. 칼라베라 호수(Lake Calavera)에 다녀왔다. 칼스배드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호수로, 집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칼라베라 힐즈 중학교 건너편에 길가 주차를 하고 트레일 헤드로 들어가면 정면에 댐이 보인다. 



작고 아담한 호수와 댐을 여러 갈래의 길이 둘러싸고 있다. 호수에서 가장 가까운 메인 트레일을 통해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중간에 피크닉 테이블이 하나 있어 쉬면서 준비해 간 김밥을 먹었다. 전체 트레일 길이는 4마일이 넘지만 메인 트레일만 보면 1.5마일, 쉬지 않고 걸었을 때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대부분 평지라 어린 아이들과 산책하기에도 좋은 길이었다. 호수 북쪽 길은 유모차를 끌고도 갈 수 있을 만한 길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인지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무 데크가 깔린 길도 있다.


칼라베라 마운틴 트레일을 따라서는 언덕에 오를 수도 있다. 높이는 156m에 불과해 마운틴이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정상에서 보는 경치도 괜찮을 것 같다. 수백만 년 전엔 이 언덕이 화산이었다고 한다.

왼쪽에 칼라베라 마운틴이 보인다.

캘리포니아의 트레일 코스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지역도 특이한 동식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Roadrunner라고 불리는 새(학명은 Geococcyx californianus) 가족 세 마리를 만났다. 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새는 멕시코와 캘리포니아 근방에서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종종걸음을 치며 차례로 길을 건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들에겐 이 새를 본 몇 초 동안이 오늘의 순간.

돌아오는 길에 칼스배드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러 딸아이의 후드티를 사려 했는데 적당한 걸 찾지 못했다. 대신 샌디에고 파드리스 모자를 하나 샀다. 다음 번 야구장에 갈 때 써야겠다. 

2021년 6월 5일 토요일

연수일기 75. 라호야 쇼어스(la Jolla Shores) 비치

6월 3일 목요일. 131일째 날. 이틀 전 생겼던 BPPV로 인한 현기증은 하루가 지난 다음 날엔 나아졌다. 다행히 정복술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평상시 목요일과 같이 출근할 수 있었다. 

아내의 캘리포니아 운전면허증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내 경우엔 실기 시험을 보고 1주일 정도, 아내도 2주가 채 안되어 도착했다. 이제 이곳에 있는 동안 DMV에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주토피아의 나무늘보 이미지로 대표되는 DMV의 느린 업무 처리 속도를 경험하진 못했는데,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님 샌디에고의 DMV 서비스가 나아진 건지는 모르겠다. 이제 두 명 다 신분 확인을 위해 여권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어 맘이 더 홀가분하다. 


6월 4일 금요일. 132일째 날. 오후에 라호야 쇼어스 비치에 다녀왔다. 델 마르 비치처럼 잔디 공원과 해변이 붙어 있으면서도, 이곳은 공원과 해변 사이에 경사가 없고 무료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 더 좋다. (델 마르 비치 바로 앞의 주차장은 2시간에 30불이고 무료 주차를 하려면 몇 블록을 걸어야 한다.) 주차장 너비에 비해선 사람들이 많아 오후엔 주차 슬롯이 다 차있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만 기다려도 빈 자리가 생기니 주차가 힘들진 않은 것 같다.

델 마르 비치는 동네 해변의 느낌이라면 이곳은 좀더 관광지 느낌이 난다. 우리에겐 소박하고 예쁜 델 마르 비치의 분위기가 더 좋았지만, 사람마다 달리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웨스트필드 UTC 몰에 들렀다. 딸아이의 옷을 사기 위해서였지만 마음에 드는 옷은 찾지 못했다. 대신 쉑쉑버거를 먹었다. 서부는 인앤아웃, 동부는 쉑쉑이라고 하지만 두 브랜드는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비교가 어렵다. 패티의 질만 보자면 쉑쉑이 나았지만(햄버거를 잘 안 먹는 딸도 쉑쉑 버거는 괜찮다고 한다.), 가격과 맛 모두를 고려하면 나와 아내에겐 인앤아웃 압승. 미국을 대표하는 버거 체인 중 하나인 파이브 가이스 체인점도 많이 보이는데, 조만간 먹어보고 세 버거 브랜드를 비교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