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30일 월요일

연수일기 119. Back to School Night 2

8월 26일 목요일. 215일째 날. 오늘은 아들 학교의 Back to School Night 행사 날이다. 초등학교와 달리 아들 중학교에선 구글 클래스룸과 구글 미츠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한 과목 당 10분씩 담당 선생님이 본인과 과목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학년 초에 이런 시간을 가지는 건 바람직하다. 담임이 아닌 개별 과목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 모니터를 통한 만남이라 좀 아쉬운 면도 있었지만, 반면에 온라인이라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줄어 더 많은 선생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딸은 오늘 오전 간식 시간에 도시락통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운동장에 나가서 간식을 먹고 나서 통을 깜빡 두고 왔는데 다시 가보니 없었다고. 점심으로 가져간 김밥을 먹지 못해 emergency lunch를 받았다. 신청자에 한해 유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이런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점심을 준비해놓는다고. 비용은 메일로 청구되었다. 점심을 굶지 않아 다행이지만, 급식으로 나온 핫도그는 역시나 맛이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에도 도시락을 싸 갔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야할 것 같다. 


8월 27일 금요일. 216일째 날. 딸은 오랜만에 워터 폴로 수업을 다녀왔다. 방학동안 캠프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방과 후 운동 수업들도 이제 새 학기가 되면서 가을 시즌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아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농구 수업에 참여할 계획이고, 딸 역시 워터 폴로를 계속하려 한다. 10세 미만 아이들은 여전히 정식 훈련은 아닌 스플래쉬 클래스이다. 가을부턴 스플래쉬 클래스는 주 1회로 횟수가 줄었다. 고등학교 수영장 사정에 따라 스케줄 변동이 잦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2개월 반 동안 12회 수업에 85불이니 이곳의 일반적인 운동 수업 등록비를 생각하면 참으로 혜자가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수영과 물놀이를 한 아이가 즐거워했다. 

저녁엔 샌디에고에 지난 주에 새로 오신 C 선생님, H 선생님 부부를 초대해 식사했다. H 선생님은 나와 같은 UCSD A 교수님 연구실에서 1년 연수 예정이다. 


8월 28일 토요일. 217일째 날. 아이들과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그동안엔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주로 보았다. 최근엔 <The Good Place>를 보고 있다. 호흡이 긴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에 넷플릭스를 뒤졌는데 아이들과 볼만한 자막이 있는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몇 개의 영화를 골라 두고, 그 중에서 <2012>를 선택했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는 투모로우 이후로 보지 않았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스토리가 파악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도 재난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아이들은 그럭저럭 재미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의 재난 3종 세트가 연이어 펼쳐지는 장면은 아이들도 볼만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드라마와 유튜브로 다져진 눈높이의 아이들은 스토리의 허술함이 느껴질 때마다 꼬집어 지적하길 여러 차례. 


8월 29일 일요일. 218일째 날. 지난 주에 이어 오션사이드 피어에 다녀왔다. 석양을 보려고 오후에 출발했는데 도착할 때쯤부터 비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30분 만에 낚싯대를 접어야 했다. 파도가 세서 물놀이나 서핑을 하던 이들도 모두 물 밖으로 나왔다. 이번 주 내내 여름 날씨 같지 않게 선선해서 이상 기온이라고 하던데, 오늘 날씨도 종잡을 수가 없다. 

날씨가 좋았다면 낚시가 처음이라는 L 선생님 아이들이 좀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곳 피어에 늘 나타나는 펠리컨들을 보고 신기해했다. 지난 번에 테이크 아웃 했던 피자집으로 철수해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곁눈질 하는 펠리컨들

2021년 8월 26일 목요일

연수일기 118. Rancho Peñasquitos Branch Library

8월 23일 월요일. 212일째 날. 연구실에 가지 않는 날 아침엔 공원을 뛴다. 아이들이 개학을 하면서 이전의 루틴을 다시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 여유로운 시간은 좋지만 적당한 자극이 없으면 무의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별 것 아닌 일이라도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그런 상황을 피하는데 유용하기도 하다. 여름 방학도 즐거웠지만, 아이들도 역시 학교에 가야 한다. 아직도 정상 등교를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아이들 상황이 상대적으로 마음에 걸린다. 

마트에 할로윈 카드 코너가 벌써 등장했다. 아직 두 달도 더 남은 시기에 너무 이른 것 아닌가 싶은데, 이곳 아이들이 할로윈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올해는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행사를 할 수 있게 될까.


8월 24일 화요일. 213일째 날. 딸은 미술 학원 첫 정식 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은 보통 주어진 그림에 대한 모작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지난 번에 너무 쉬운 그림이 주어져서 이번엔 높은 단계의 과제를 준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패드를 붙잡고 그림을 그리는지라 같은 나이 아이들보다 그림에 대한 손재주는 조금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학원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이지만, 집에 왔다 가기는 또 시간이 아깝다. 마침 도서관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YMCA와 이웃해 있는 Rancho Peñasquitos Branch Library는 샌디에고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온 적이 있다. 그땐 도서관은 닫혔고 온라인으로 빌린 책에 대한 픽업만 가능해서 안에 들어가보진 못했었다. 카멜 밸리 도서관보다 넓은 것 같다. 역시 아이들 책이 많았다. 이곳의 공립 도서관은 어디나 좋다. 1인용 독서실 책상도 있었다. 덕분에 오전에 하던 자료 분석 작업을 이어서 한 시간 정도 집중해 할 수 있었다.  

Rancho Peñasquitos Branch Library


8월 25일 수요일. 214일째 날. 추수 감사절 연휴에 뉴욕 항공권을 예매했다. 최근 동부 여행의 시기와 내용에 대해 아내와 계속 상의를 했다. 처음엔 날씨가 좋은 9월 쯤에 뉴욕과 보스턴을 갈까 했는데, 아이들 학교를 빠져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중학교 과목들에 대한 안내를 보니 결석을 하게 되면 미리 과목 선생님들께 알려야 하고 빠진 숙제도 해야 한다. 여행을 다녀오는 게 아들에게 괜한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았다. 한 학기만 다니게 되겠지만, 그래도 되도록 학교를 빠지진 않아야 하겠다. 최근엔 아내가 크리스마스 연휴에 뉴욕을 가는 걸로 마음을 바꾸었다가, 다시 추수 감사절 연휴로 계획을 수정했다. 아내는 추위를 많이 타고, 뉴욕의 겨울 바람은 살을 엔다고 한다. 뉴욕의 높은 물가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고 언제든 비슷하겠지만, 크리스마스 보단 추수 감사절이 경비를 절약하기엔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5박 6일 일정 중 온전히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나흘로, 뉴욕 맨해튼에만 머물게 될 것 같다. 

저녁에 후배의 부탁으로 미국의 판데믹 상황에 관한 짧은 방송 인터뷰를 했다. 


2021년 8월 23일 월요일

연수일기 117. 오션사이드 피어 낚시

8월 22일 일요일. 211일째 날. 캘리포니아에서 낚시를 하려면 라이센스와 퍼밋이 있어야 하지만, Pier에선 이들 없이도 낚시를 할 수 있다. 외갓집에 갈 때마다 할아버지와 낚시를 종종 다녔던 아들은 언젠가부터 낚시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내가 낚시를 즐기지 않아 그동안 선뜻 데리고 가지 못했다. 얼마 전 쿠야마카 호수에서 처음 낚시를 하고 고기를 잡지 못했어도 즐거워하는 아들을 보고 조만간 바다 낚시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샌디에고 시티엔 퍼시픽 비치와 오션 비치 피어가 있고, 조금 멀리 가면 카운티 내의 임페리얼 비치와 오션사이드에 낚시를 할 수 있는 피어가 있다. 오늘은 오션사이드 피어에 가보기로 했다. 

해변 주변 도로 노상 주차장 미터기는 동전만 사용 가능했는데, 다행히 차 안에 보관해둔 동전들이 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해변에서 한 블럭 뒤에 있는, 좀더 넓고 저렴한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변은 피어가 있는 임페리얼 비치와 비슷했는데, 그곳보다 세련되고 관광지같은 분위기였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파도가 센 편이라 서핑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드럼이나 기타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도 있었고, 주변에 레스토랑과 카페 등 즐길 거리도 더 많았다. 

피어 곳곳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중간엔 낚시 소도구와 미끼를 파는 베이트 샵이 있다. 이곳에서 낚싯대 렌탈도 가능하다. 지난 번 쿠야마카 호수에서 산 낚싯대와 아마존에서 구입한 낚싯대에 바늘을 달아 바다에 던졌다. 펠리컨 한 마리가 하늘을 돌다 피어 난간에 앉았다. 사람들이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도 꼼짝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게 귀찮은 모양이다. 멋진 해변 풍경이 있어 물고기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낚시 용품 외에 간단한 기념품과 음료수를 살 수 있다.

가까이에 있는 피자 전문 식당에서 작은 사이즈의 피자 한 판을 사왔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아이들이 잘 먹어 한 판을 더 사왔다. 피자를 사러 다녀오는 동안 아들 낚싯대에 연달아 두 마리가 걸렸다. 처음엔 작은 꽁치가 아닌가 했는데, 나중 검색을 해보니 바다에서 사는 빙어 종류(smelt)인 것 같다. 물고기를 잡은 아들은 의기양양. 

두 번째 잡은 물고기

낚시를 하다 보니 두어 시간이 금새 지나갔다. 해가 저물 때쯤 되어 돌아올 채비를 했다. 볼낙이나 고등어 같은 물고기도 잡힌다고 하는데 다음 기회에. 돌아오는 길에 시내를 지나쳤다. 지중해 풍 도서관 건물이 아름다웠는데, 다음에 오면 도서관과 오션사이드 시내를 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2021년 8월 22일 일요일

연수일기 116. Rob과의 점심 식사

8월 20일 금요일. 209일째 날. 아내가 EIA 프로그램 첫 미팅을 했다. 신청한 지는 꽤 되었는데, 처음 매칭된 leader의 개인 사정으로 만남이 연기된 후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leader 매칭을 요청했다. 두 번째 분이 연결되고 미팅은 금방 잡혔다. 우리 집에서 더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이라 약속을 잡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미팅 후에 아내 이야기를 들으니 좋은 분인 것 같다. 은퇴한 간호사인데, 이번이 네 번째 참여자와 연결이고 지난 세 번 모두 한국인이었다고. 

오늘 연구 미팅에선 워싱턴 대학 역학 교실 H교수께서 brain volume과 white matter injury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MESA 코호트 내 흑인에서 white matter injury가 더 심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인종 간의 차이를 분석한 것이 내 연구 주제와도 유사한 면이 있어 흥미롭게 들었다. 이 코호트에서 brain MRI는 일부 참여자들에게 한 차례만 시행했으므로 단면 연구가 될 수밖에 없으며 연구 대상자 수의 한계도 있다.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White matter injury 관련 연구는 우리 센터에서도 관심이 있는 주제이고 유사한 연구 결과들도 발표한 바 있다. 훨씬 더 방대한 수의 반복 측정 brain MRI 자료를 가지고 있으므로 더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8월 21일 토요일. 210일째 날. Rob과 아내인 Jane을 집에 초대해 점심을 먹었다. 이번에도 아내가 한국식 돼지 등갈비 요리로 실력 발휘를 했다. Jane은 중국인이었는데 Rob과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 보인다. 아들인 Sam도 함께 오기로 했는데,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해 오지 않았다고 한다. 

Rob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걸 좋아한다. 은퇴 전 teaching hospital에서 주로 일을 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원체 성격이 그런 것 같기도. 나에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번에도 집에 오기 전에 초대와 관련된 동양과 미국의 문화 차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중국에선 초대한 손님을 왕처럼 모시고, 손님이 배부르게 먹는 것에서 호스트가 만족을 느끼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 이전에 중국인 가정에 초대를 받았을 때, 땅콩 알러지가 있는데도 땅콩이 든 음식을 계속 권해 실랑이를 하다가 초대했던 분 마음이 상했다고. 미국인은 호스트가 가까운 친구와 같이 대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는 양쪽 모두와 다르지만 그래도 역시 중국 쪽에 더 가까울 듯 하다. 

Rob과의 문자 메세지

맛있는 음식과 유쾌한 대화. Rob이 사온 멕시코 맥주도 곁들였다. 미국인 가족을 집에 초대한 것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즐거운 점심 식사였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Rob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계속 질문을 던졌다. 아들은 곧잘 대화를 한다. 쑥스럼쟁이인 딸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귓속말로 나와 아내에게 확인을 한다. 학교에서 한국인 친구가 옆에 있어 영어만으로 말해야 하는 환경이 아닌 것도 이유일 것이다. 

저녁엔 한국의 B 선생님 부부와 랜선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 부부와 가장 가깝고 매년 국내외 여행도 함께 다니던 사이이다. 못 보던 사이에 부쩍 커버린 아이들과도, 고양이와도 인사했다. 11월에 샌디에고에 오기로 했는데 한국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계획대로 이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2021년 8월 21일 토요일

연수일기 115. 미술 수업, Back to School Night

8월 18일 수요일. 207일째 날. 아침 등교길엔 여전히 차가 많지만 어제보단 정리가 된 느낌이다. 교통 정리를 하는 선생님들께서 지난 학기보다 고생이 많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지난 학기보다 1시간 늦어졌지만 일찍 하교하는 수요일은 12시 30분으로 동일하다. 오늘은 딸 친구 J의 엄마가 이른 하교 시간을 잊어서 우리가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지난 학기에 우리도 한 번 잊은 적이 있었는데, 수요일엔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수업이 끝난 뒤 딸을 데리고 노드스트롬 랙에서 운동화와 크록스 신발을 샀다. 다행히 아이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찾을 수 있었다. 내 반바지와 아내 옷도 몇 벌 샀다. 샌디에고에서 6개월 동안 쇼핑을 한 결과 옷과 신발은 노드스트롬 랙에서 사는 것이 제일 낫다는 결론. 

하교할 때부터 피곤해 보이던 딸은 방광염 증상이 생겼다. 어제도 밥을 잘 안 먹었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개학을 맞아 잔뜩 긴장을 해 탈이 났나 보다. 열이 함께 있었다면 또 코로나 검사를 하고 학교도 쉬어야 할 뻔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항생제를 먹이고 오후엔 낮잠을 재웠다. 다행히 저녁 무렵엔 컨디션이 나아졌다. 한국에서 여러 종류의 약을 준비해 왔지만 그동안 해열제와 소염진통제 외엔 거의 쓸 일이 없었다. 약을 찾을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집에 있는 약만으로 해결될 일이라면 그래도 다행이다.


8월 19일 목요일. 208일째 날. 진행 중인 연구는 초기 분석 후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분석이 거진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오늘은 연구의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상보다 진도가 잘 안나가니 조급한 마음도 드는데, 또 꼬이지 않으려면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학교가 끝나고 딸과 미술 스튜디오에 갔다. 이번 학기엔 방과 후 활동을 좀더 해보려 한다. 아이가 미술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고 해 며칠 전부터 적당한 학원을 검색했다. 마침 무료 수업이 가능한 곳이 있어 오늘 참여해 보기로 했다. 한시간 반 수업이 끝나고 아이를 데려오며 수업에 대해 물으니 재미있었다고 한다.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나 보다. 함께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나 선생님과 소통이 많이 이루어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실제 등록을 할지 고민이 좀 된다. 

오랜만에 저녁은 집 앞 쇼핑몰에서 외식. 지나다닐 때마다 한번 들러봐야겠다 생각한 일본 라면집이다. 분위기는 괜찮지만 음식 맛이 기대 이하였다. 다시 가진 않을 것이다.

저녁엔 딸아이 초등학교에서 Back to School 행사가 있었다. 매년 있는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오는 특별한 해인 올해는 초, 중학교 모두 같은 이름의 행사가 있다. 학교와 아이들의 교실을 둘러보고 담임 선생님의 소개 말씀을 들었다. 지난 학기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전 학교 안을 잠깐 둘러보긴 했지만 교실 안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잘 정돈된 교실엔 아이들 네 명씩 앉는 책상과 의자, 책장이 있다. 아이들 키에 맞는 책꽃이엔 책이 수북했다. 아이들의 학용품도 선반에 차례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벽면은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로 꾸며졌다. 한쪽 벽엔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본따 만든 종이 인형이 손에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었다. 인형의 얼굴 색이 다양했다. 

E6 교실

선생님과 학교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선생님과 잠깐 대화를 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교실을 둘러보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의 참여 수업은 아이들의 수업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라 선생님과 교감을 나누긴 어렵다.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도 더 힘들 것이다. 책상 위엔 아이들이 남겨놓은 편지가 있었다. 뒷면에 부모가 답장을 하는 란이 있어 짧은 편지를 남겼다. 

2021년 8월 18일 수요일

연수일기 114. Back to School

8월 16일 월요일. 205일째 날. 초등학교 개학이다. 어제 밤에 딸을 재우려 방에 들어가니 엉덩이를 쳐들고 침대에 엎드려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내일 학교에서 잘 할 수 있기를, 새 학년엔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기를 빌었다고 한다. 

- 지난 학기에도 잘 했잖아. 

- 영어도 잘 못하고 미국 친구도 못 사귀었는걸. 

침대에 나란히 누워 볼을 토닥여줘도 평소랑 달리 입술을 비죽거린다. 지난 학기에 담임 선생님을 무척 좋아했는데, 새 선생님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충분히 잘 했어. 영어 못하고 단짝 친구 없어도 괜찮아. 새 학년에선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아이를 다독여 재웠다. 

평소엔 몇 번을 깨워야 일어나던 딸은 아침 여섯 시에 잠에서 깼다. 일찌감치 옷을 챙겨입고 아침과 도시락 준비를 하는 엄마를 도왔다. 이번 학기엔 등교 시간이 판데믹 이전과 같아져서 수업 시작 시간인 8시 이전에 교실에 들어가야 한다. 이전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길이 막혀 학교 주차장까지 가는데 오래 걸렸다. 지금까지 겪은 등교길 중 가장 차가 많은 날이었다. 새로 입학하는 아이들에다 그동안 원격 수업에만 참여했던 아이들까지 더해졌으니 더 붐빌 것이다. 

교문 앞엔 새 학기를 축하하는 장식과 풍선이 걸렸다. 교문 앞은 차와 사람들이 얽혀 어수선했다. 손을 잡고 종종걸음을 치는 아이와 부모들도, 선생님들도 약간은 흥분된 표정이었다. 원격 수업을 하다 일년 반 만에 학교에 온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와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중학교 개학은 내일이다. 집으로 돌아와 학부모 포털에 올라온 아들의 시간표를 확인했다. 이번 학기에 수강할 과목은 역사, 체육, 세계사, 수학, 영어, 선택 과목인 오케스트라, 이렇게 여섯 과목이다. 시간표와 교실을 출력해 아들과 학교에 갔다. 개학 전날인 오늘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학교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행사 이름을 'Mosey Monday'라고 부른다.

학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이들이 건물을 옮겨다니며 내일부터 들어갈 교실을 찾아다녔다. 교실 안은 볼 수 없었지만 미리 붙여진 과목 라벨과 선생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 강의동은 두 개였다. 음악과 미술을 위한 강의동, 다목적 강의동이 각각 하나씩 있었다. 체육관은 꽤 넓었다. 카페테리아에선 실내 식사는 안되고 창구를 통해 실외에서 급식을 받는 형태로 운영하려는 듯 했다. 학교 내부와 건물, 시설 모두 깔끔하고 마음에 들었다. 내일의 동선을 확인한 아들은 이전보단 마음이 놓이는 듯 했지만, 무리를 지어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또 조금은 위축된 것 같다. 아들이 좋아하는 인앤아웃에서 점심을 먹었다. 

학교 안을 자유롭게 구경하는 아이들

8월 17일 화요일. 206일째 날. 오늘도 아이들은 일찍 일어났고, 학교로 가는 길엔 어제보다 더 차가 많았다. 중학교 개학날이라 그럴 것이다. 딸을 데려다 주고 연구실에 출근했다. 

Rob과 네 번째 만나는 날이다. 오늘은 그의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멕시칸 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다. 스페인어에 능숙한 그는 멕시코인 종업원과는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로 대화한다. 그는 새우 화이타를, 나에겐 브리또를 주문해 주었다. 이전에 한번 얻어먹은 적이 있어 이번엔 내가 계산했다. Rob은 항상 1불짜리 지폐를 가지고 다니며 팁을 잊지 않는다.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해 잠깐 이야기했는데, 그는 20퍼센트의 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10퍼센트 팁을 주면 된다고 했다. 레스토랑 직원은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걸 그와의 대화에서 처음 알았고, 그래서 여전히 팁을 제외한 급여만으론 생활할 수 없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최저임금은 13불 정도로 미국 내에선 높은 편이다. 연방 최저임금은 7.25불인데 21개 주가 연방 최저임금을, 약 10개 주가 7.25-10불 정도를, 나머지는 10불 이상을 적용한다. 10-13불로 계산하면 연봉 2만-2만7천불이 된다. 이 돈으론 샌디에고와 같은 도시에선 가족과 함께 살 수 없을 것이다. 

Rob의 아들인 Sam이 뒤늦게 도착해 점심을 함께 먹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Sam은 독립심이 강해 혼자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나에 대해선 아버지에게 미리 들었나 보다. 내 이름을 부르며 하이파이브로 반갑게 첫 인사를 했다. 일주일에 이틀 마트에서 일을 하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한다. 식사 후에 Rob이 동네의 커뮤니티 가든으로 안내해 포도를 따 주었다. 한국의 주말 농장과 비슷한 개념인 것 같은데, 30가구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식 주말 농장

연구실에 들렀다가 딸을 픽업해 집으로 돌아왔다. 비슷한 시간에 아들도 하교. 중학교 첫날 일정을 마친 아들은 어제보단 표정이 편해 보였다. 큰 문제는 없었나 보다. 아침 등굣길에 다른 고등학교 입구로 잘못 들어가서 헤메다 물어물어 제 학교를 찾아간 것 빼고는. 둘은 전혀 다른 학교이고, 이웃해 있긴 하지만 학교가 워낙 넓은지라 입구는 한참 다르다. 어제 학교 답사를 갈 때는 차를 타고 가서 오늘 걸어가는 길이 익숙치 않았나 보다. 첫날이라 수업은 간단한 소개 정도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각 과목마다 있었던 공지 사항을 다 적지 못하고 두 과목만 적어 왔다. 처음엔 나와 아내가 매일 확인을 해야할 듯. 모든 수업이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하는데, 학교에서 정한 아이디를 받게 되면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다. 

2021년 8월 16일 월요일

연수일기 113. 92130 cares

8월 15일 일요일. 204일째 날. 한 달쯤 전 집을 찾아온 자원봉사자를 통해 아이들 새 학기 학용품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넘겼다. 두 번째 방문을 받고는 호기심이 생겨 알려준 웹페이지에 이메일 주소와 아이들 학년 등 간단한 정보를 적었다. 이후 연락이 없어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프로그램을 통해 연결된 자원봉사자 분이 아이들 백팩과 학용품을 가져다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막상 연락을 받고 보니 좀 당황스러웠다. 이런 지원을 받아도 되나 싶기도 했는데, 이미 쇼핑을 하고 휴가 스케줄을 피해 가져다 줄 날짜까지 확인하니 안 받겠다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늘 물품을 받기로 했다. 그냥 간단한 학용품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집 앞에서 만난 봉사자 분은 남자 아이 둘의 엄마였다. 아이들 둘도 함께 데리고 왔다. 백팩은 지금 아이들이 쓰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제품이었고, 집에 돌아와 백팩을 열어보니 노트, 펜, 연필, 색연필, 자, 컴퍼스, 필통 등 학교에서 쓸만한 학용품이 종류별로 가득했다. 마침 아쉬웠던 물통까지 있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나와 아내는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그냥 중간에라도 받지 않겠다고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봉사자 분께 다시 감사 문자를 보냈다. 우리 아파트 정도면 소득이 아주 낮은 가족은 없을텐데 왜 여기까지 이런 안내를 해주었을까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니 우리 아파트 단지 옆에 임대 주택 단지가 있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임대 주택이라고 해도 겉으로 보기엔 우리 아파트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학용품 나눔은 92130 cares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92130 zip code 지역의 자치 운동으로, 자원봉사를 통해 기부 활동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활동을 하는 것 같았다.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신청을 할만한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조만간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선물한 분에게 한국 음식이라도 만들어 선물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 우리도 이곳에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울 기회를 찾아봐야겠다. 

저녁을 먹고 솔라나 비치에 갔다. 샌디에고에 와서 가장 자주 왔던 해변이다. 개인적으론 샌디에고 해변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곳 해변에서 보는 일몰 풍경은 모두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솔라나 비치의 일몰은 특별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구름 빛깔, 반짝이는 파도, 바닷물에 젖어 반들거리는 모래사장. 멀리 해변을 따라 병풍처럼 선 황톳빛 절벽 아래로 파도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고 있자면 이곳이 현실 세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샌드 크랩을 잡으며 놀았다. 

연수일기 112. 다시 쿠야마카 호수

8월 12일 목요일. 201일째 날. 디즈니랜드에 가기로 했던 날인데 최근의 후기들을 보고 계획을 바꿨다. 날씨가 덥고 사람도 많아 기다리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쓰고 힘들다고 한다. 9월 이후 날씨가 선선해지면 가기로 했다. 디즈니랜드 티켓을 사놓고 방문 예약을 했다가 취소만 두 번째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그렇고 가긴 가야할텐데. 테마파크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다, 디즈니랜드와는 어째 궁합이 잘 안 맞는 느낌.

대신 쿠야마카 호수에 다녀오기로 했다. 5월에 갔을 때 워낙 좋아서 언젠가 다시 와보기로 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그때보다 사람이 적어 한적했다. 낚시 용품 샵에서 모터보트를 빌리고 이번엔 낚싯대도 하나 샀다. 퍼밋은 아들 용으로 4불을 내고 하나만 구입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라이센스 구입도 필요없는 듯. 이번엔 주차료 10불도 따로 받지 않았다. 

한적한 호수

지난 달엔 기온이 화씨 100도까지 올라갔었다고 하는데, 오늘은 한낮에 85도 정도. 약간은 덥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기온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어 보트를 타고 놀기 딱 좋았다. 호수 가운데에서 낚싯대를 드리웠지만 입질이 전혀 없었다. 밖으로 나와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끓이는 동안 아이들은 낚싯대를 들고 데크에 가서 놀았다. 라면이 다 될 때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흥분해 달려오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큰 베스를 잡을 뻔 했는데 줄을 감다가 도망가버렸단다. 이곳에선 송어와 베스가 잡힌다고 한다. 

낚시 중인 청소년

보트를 타고 호수를 좀더 돌며 낚시대를 몇 번 더 던졌지만 입질이 없었다. 돌아올 채비를 할 때쯤엔 벌써 네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아쉽지만 첫 월척의 기쁨은 다음 기회에 맛보는 걸로. 


8월 13일 금요일. 202일째 날. 다음 주 개학을 맞아 딸아이 반과 담임 선생님이 정해졌다.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니 인상이 좋은 여자 선생님이었다. 여자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다행이다. 

L선생님 가족과 바베큐장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달 전 막 입주를 했을 때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고 두 번째이다. 고기에 비빔국수까지 준비를 해오셔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은 한참 수영을 했다. 최근에 한국 분들이 많이 들어와선지 수영장에서 노는 아이들 대부분이 한국 아이들이었다. 식사 후 L선생님 집도 구경할 겸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 이케아에 재고가 없는 상품이 많아 가구를 사는데도 애를 먹는다는데, 며칠 전에야 식탁을 들여왔다고 했다. 오랜만에 밤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8월 14일 토요일. 203일째 날. 오늘은 특별한 일 없이 집에서 쉬었다. 수요일에 코스트코에서 사온 식품들을 정리하다 내가 냉장 보관을 해야 할 파스타를 냉동실에 넣었었나 보다. 전자렌지에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제품이었는데, 꽁꽁 얼어버린 걸 녹히고 요리하느라 아내가 괜한 애를 먹었다. 

내년 한국행 항공권을 예약했다. 날짜는 공식 연수 일정의 마지막 날인 1월 31일이다. 이곳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마일리지를 사용했지만 귀국편은 비지니스석이다. 올 때보다 짐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돌아갈 때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의 일상으로 복귀를 앞두고는 편안한 귀국길이 되었음 싶었다. 아직 5개월이 넘게 남아있지만, 귀국 날짜가 정해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저녁을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아들이 입학할 중학교 앞에도 가 보았다. 아들은 새 학교 입학을 앞두고 또 잔뜩 긴장을 한 눈치이다. 다음 주 월요일 정식으로 학교 안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에 다시 와서 찬찬히 둘러보아야겠다. 

2021년 8월 12일 목요일

연수일기 111. 선물, 중학교 크롬북

8월 10일 화요일. 199일째 날. Nova에게 선물을 주었다. Nova는 NIH 펀드로 조성된 T32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이다. T32 프로그램 관련 연구팀이 주로 이용하는 연구실이 현재 내가 출근하는 곳이고, 그 역시 주로 이곳에서 일한다. 내 연구실 자리도 조정해주었고, 매주 있는 A 교수님 연구 미팅 알림도 Nova를 통해 받는다. 매주 화상 미팅을 통해 만나고 있긴 하지만, 연구실 출근 첫 날에 만나 열쇠를 받은 뒤 직접 얼굴을 본 건 오늘이 두 번째이다. 진즉 선물을 주려고 그동안 몇 차례 그의 사무실을 노크했지만 재택과 사무실 근무가 섞인 상태라 만나질 못했다. 오늘은 미리 약속을 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맞췄다. 서울의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가 있는 다이어리와 손부채를 선물했다. 한국을 떠날 때 준비해 온 기념품을 누군가에게 선물한 건 처음이다.(A 교수님께는 내가 쓴 책을 드렸었다.) 건물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아 애를 먹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다른 비어있는 방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새 방은 큰 창이 있어 햇볕이 많이 들어와 온도가 더 높았다. 창이 있는 것도, 출근할 때 겉옷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연수 기간이 절반을 넘기면서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다. 캘리포니아는 일차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이 분야에 관심도 많다고 알고 있다. 실제 현장의 진료를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처음 이곳에 올 때부터 외래 진료를 참관하길 희망했는데 판데믹으로 쉽지 않았다. UCSD와 연계된 외부 클리닉을 함께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A 교수님에게 외래 진료 참관이 가능할지를 다시 한 번 문의했고, 담당자에게 내용이 전달되었다. 답을 기다려 봐야겠다.

화요일 점심은 당분간 EIA practice 시간이다. 오늘이 Rob과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 주엔 멕시코에 교환 학생으로 머무는 딸을 데려다 주고 왔다고 한다. 그와의 대화에선 멕시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과나화토 Guanajuato 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서도 처음 알았다. 이곳에 있는 남은 기간 동안 멕시코에 가볼 수 있을까. 다음 주엔 멕시코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Rob이 보내준 Guanajuato의 사진

저녁엔 집에서 김밥을 싸먹었다. 여행을 할 때 음식다운 음식을 먹질 못한 아이들이 특히 즐거워했다. 식사 후 오랜만에 공원을 산책했다. 집 앞 공원은 언제 와도 좋지만, 여름이 되니 밤 산책이 더 즐겁다. 초승달이 뜬 하늘이 참 예뻤다. 

공원에 뜬 초승달

8월 11일 수요일. 200일째 날. 출근하는 길에 아들이 새로 입학할 중학교에 들러 크롬북을 받았다. 이번 학기엔 모든 학생들에게 새 크롬북이 지급된다고 했다. 월요일이 새 학교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여행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 주 화요일 개학을 앞두고 아들이 중학교 시스템에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된다. 시간표는 8시20분 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빡빡하게 짜여졌다. 요일마다 다르지만 쉬는 시간은 기본 5분, 점심시간은 35분이니 지금까지보다 더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을 위해 개학 전날인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하니 아들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 

2021년 8월 10일 화요일

연수일기 110.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강가 피크닉, 다시 솔트레이크를 거쳐 집으로

8월 8일 일요일. 197일째 날. 체크아웃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할 장소로 차를 몰았다. 메디슨 캠프 그라운드 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Fountain paint pot을 지나 네즈페르세 강이 파이어홀 강에 합쳐지는 곳에 어제 보아둔 적당한 장소가 있다. 평원의 분위기를 느끼며 피크닉을 하기 좋은 곳이다. 빵과 과일, 치즈, 요플레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강물에 발도 담그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옐로스톤에서 떠날 시간이 되니 아쉬움이 컸다. 가이저로 대표되는 온천 지형으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 너른 평원과 강, 계곡과 폭포, 호수 등 다채로운 자연 풍경을 볼 수 있고 바이슨과 엘크 등 야생 동물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옐로스톤을 제일의 국립공원으로 꼽는 이유일 것 같다. 

여행을 즐겁게 해주었던 로컬 맥주 기념 사진

돌아오는 길에 아이다호 펄스 코스트코에 들러 주유를 하면서 익숙한 핫도그와 치킨베이크로 점심을 먹었다. 옐로스톤에서 먹은 어떤 식사보다 나았다. 솔트레이크까지 다시 다섯 시간 반이 걸렸다. 이 도시는 볼거리가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대표적인 관광지인 템플 스퀘어에 들러볼까 했는데 마침 공사 중이라 볼 수 없었다. 한국 식당 한 곳을 찾아 감자탕과 냉면, 짬뽕을 시켰다. 오랜만의 한식이라 잘 먹었지만 맛에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려웠다. 

오늘은 360마일을 운전했다. 숙소는 공항 옆에 있는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이다. 호텔은 평범했지만 오랜만에 깔끔한 호텔에 몸을 누이니 여행으로 쌓인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8월 9일 월요일. 198일째 날. 솔트레이크 공항에 렌트카를 반납하고 체크인을 했다. 탑승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공항의 Market street grill에서 아침을 먹었다. 오믈렛 등 일반적인 아침 식사 메뉴의 맛이 예상 외로 훌륭했다. 이곳은 씨푸드 레스토랑인데, 메인 디쉬보다 아침 식사가 더 나아 보였다. 

돌아오는 비행기의 출발이 지연되어 1시간 20분을 더 기다렸다. 지연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더 지루한 시간이었다. LA에 도착하면 란초 팔로스 베르드 근처로 가 식사를 하려고 했었는데 도착 시간이 오후 세시가 넘어 계획을 바꿨다. 교통 정체가 있는 LA 안에서 다른 곳에 들르긴 힘들 것 같아 집으로 가는 길에 어바인에 들러 저녁을 먹기로 했다. 호텔 셔틀을 타고 주차를 했던 힐튼 호텔로 이동했다. 일주일 동안 비워두었던 우리 차에 타니 벌써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대형 세단을 렌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과 운전의 편의성은 미니밴이 훨씬 낫다. 차를 오래 탔을 때 피로감도 훨씬 덜하다. 이곳에서 왜 미니밴의 인기가 많은지 다시 한 번 알 것 같았다.

이른 저녁은 어바인의 솥뚜껑 삼겹살 집에서. 한국인이 많다는 어바인은 한국 식당이 모인 몰의 생김새도 샌디에고보다 세련되었다. 샌디에고의 콘보이에도 한국식 고깃집이 있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인데, 이곳은 한국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덕분에 여행 동안의 외식 빈곤을 한방에 해결. 미국에 온 이래 이렇게 배가 터지도록 먹은 건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에선 1250마일을 운전했다. 그랜드 써클 2천마일, 요세미티와 1번 도로 1500마일 로드 트립을 하고 나니 웬만한 여행은 할 만하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2021년 8월 8일 일요일

연수일기 109.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노리스 가이저,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 그랜드 가이저

8월 7일 토요일. 196일째 날. 일찍 일어난 아내가 랏지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사왔다. 지금까지 먹어본 에그 스크램블 중에서 최악이었다. 이틀 전 잭슨 레이크 랏지 레스토랑의 아침 식사가 그리워졌다. 나중에 실내에서 식사가 가능하게 되면 좀 나으려나. 

오늘 첫 목적지인 노리스 가이저 Norris Geyser로 가는 길에 Gibbon falls을 들렀다. 어제 보았던 캐년의 폭포에 비하면 아주 작은 크기이다. 노리스 가이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벌써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주차장이 작아 도로 갓길에 overflow parking을 하는 차들도 많다. 그래도 아침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전국구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에선 미국 전역에서 온 차들을 볼 수 있다. 요세미티에선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단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각양각색의 번호판을 보면 옐로스톤이 미국인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는 국립공원인지 느끼게 된다. 로드트립을 할 때면 종종 아이들과 다른 주에서 온 자동차 번호판을 찾는 놀이를 한다. 옐로스톤엔 워낙 다양한 번호판이 많아 이번엔 가장 멀리서 온 차를 찾았는데 이곳 주차장에서 메인, 알라스카, 하와이 주의 번호판을 찾았다.  

노리스 가이저는 Back basin과 Porcelain basin의 두 지역으로 나뉜다. 역시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모양의 가이저를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지 않고 데크 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어 즐겁게 걸었다. Steamboat란 이름이 붙은 가이저는 90미터가 넘는 높이로 분출한다고 한다.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의 두세 배 높이이다. 한번 분출하면 24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하는데, 분출 간격은 4일에서 50년까지도 된다고 한다. Minute 가이저는 이전엔 1분에 한 번씩 분출을 했지만 사람들이 던진 돌이 입구를 막아 지금은 훨씬 더 낮은 높이로 불규칙하게 분출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옐로스톤의 가이저에 돌이나 동전을 던지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호젓한 데크 길

이곳에서부터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까지 가는 길은 주변 경치가 좋다. 평원을 굽이굽이 흐르는 강이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중간중간 피크닉 에어리어도 있어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다. 191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다 파이어홀 캐년 로드로 빠지면 파이어홀 강변을 따라 달리다 중간에 파이어홀 폭포도 볼 수 있다.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다리를 통해 파이어홀 강을 건넌다. 둥글게 이어진 데크 길 주변에 네 개의 가이저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유명한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이다. 다른 가이저에 비해 커서 데크에서는 가이저 전체를 보기 어렵다. 이곳 가이저들은 물 색깔이 유독 푸른빛을 띠었다.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을 내려다보려면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와 Fairy falls 트레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레일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서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오버룩에서 내려다본 가이저의 모습은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붉은 용암이 흐르는 화산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타오르는 태양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버룩에서 본 그랜드 프리스마틱 스프링

숙소로 돌아와 이른 저녁을 먹고 올드 페이스풀 지역을 산책했다. 강을 따라 걸으며 수십 개의 가이저를 볼 수 있다. 마침 그랜드 가이저의 분출 시간이 가까워 가이저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예상 시간은 8시 15분이었는데 1시간 빨리 또는 늦게 분출할 수 있어 여유를 두고 기다려야 한다. 7시 30분쯤 가이저 앞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분출을 예측할 수 있는 가이저 중에선 가장 높게 분출하는 가이저이다. 예상 시간을 5분 정도 지나 분출이 시작되었다. 50미터가 넘는 높이의 물기둥이 치솟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올드 페이스풀 저녁 산책

저녁 시간에 여유롭게 산책을 하며 가이저 분출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옐로스톤 여행을 할 때는 하루이틀 정도는 올드 페이스풀 지역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원하는 날짜에 예약을 할 수 있을지가 문제지만. 

2021년 8월 7일 토요일

연수일기 108.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맘모스 스프링스, 그랜드 캐년, 올드 페이스풀

8월 6일 금요일. 195일째 날. 숙소를 나와 가디너 내의 마트에서 간식 거리를 사고 근처 커피샾에서 카페인을 보충했다. 옐로스톤 북쪽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루즈벨트 아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아치의 초석을 놓아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가디너와 북쪽 게이트는 몬태나 주에 속하며, 게이트를 지나 5분만 가면 다시 와이오밍 주이다.

오늘 처음 들를 곳은 맘모스 스프링스 Mammoth Hot Springs이다. 뿜어져 나온 온천수가 흐르면서 물에 포함된 석회질이 굳어 계단식 테라스 모양이 만들어진 곳이다. 아래쪽의 테라스를 빙 둘러 보았다. Devils thumb, Pallete springs, Minerva terrace 등 멋진 이름이 붙은 지형이다. 예전에는 많은 온천수가 흘렀지만 지금은 물이 말라 계단을 따라 넘쳐흐르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메인 테라스의 Mound spring에선 비교적 많은 온천수가 김을 내며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은 옐로스톤의 온천 지역 중에선 가장 평범하게 느껴졌다. 터키의 파묵칼레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그만큼은 아닌 것 같다. 어제 웨스트 썸을 보지 않고 만약 북쪽 게이트로 들어와 처음 이곳을 봤다면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Mound Spring

남쪽으로 내려오며 Sheepeater cliff와 Roaring mountain을 들렀다. Sheepeater cliff란 이름만 듣고 어떤 곳일지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바위 기둥으로 이루어진 절벽이었다. 50만년 전의 현무암으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절벽이라는 안내판이 없었다면 누군가 일부러 원통 모양 바위들을 층층이 쌓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고 어른들은 아래에서 피크닉 준비를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즐거워 보였다. 절벽 가까이 강이 흘러 강물에 손발을 담글 수도 있었다. Roaring mountain에선 산등성이 곳곳에 포탄을 맞은 것처럼 증기가 분출하는 분화구를 볼 수 있었다. 증기가 뿜어져 나올 때는 으르렁거리는 것과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Sheepeater Cliff

공원 동쪽의 Canyon village에 도착해 점심을 샀다. 캐년 지역으로 들어가기 전, Wapiti lake 피크닉 에어리어에서 점심을 먹었다. 미국의 국립 공원엔 곳곳에 쉬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피크닉 장소가 있어 좋다. 옐로스톤은 공원 내에 적당한 식당이 없고 랏지의 식당 음식들도 변변치 않아 빌리지의 스토어에서 간단히 먹을 음식들을 구입해 피크닉 장소에서 먹는 것이 나았다. 

Upper falls view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Upper fall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폭포 규모가 컸다. 계단을 내려가 Lower fall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Uncle Tom's trail은 닫힌 상태였다. 사우스 림 트레일을 따라 Artist point 까지 갈 수 있지만,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를 타고 좀더 가까이 가기로 했다. 5분 정도만 가면 Artist point 주차장에 도착한다. 전망대에 올라 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고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Lower fall과 아래 계곡이 한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Artist point에 대한 정보나 사진을 미리 보지 않길 잘한 것 같다. 요세미티에도 같은 이름의 장소가 있다. 화가의 그림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에 비슷한 이름을 붙이겠지만, 이런 이름이 붙은 장소 중에 스케일에선 단연 압도적이지 않을까. 

Artist Point

오늘 숙소인 올드페이스풀 스노우 랏지에서 체크인을 했다. 연박이 가능했던 날짜로 어렵게 1 킹베드룸과 2 퀸베드룸을 각각 일박씩 예약했는데, 킹베드룸의 경우 4인 가족이 자긴 어렵다고 한다. 예약 시에 인원 조건을 걸고 검색이 되는 방을 선택했기에 익스트라 베드라도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다행히 프론트에서 2 퀸베드룸 이틀로 변경해주었다. 4인 가족에겐 퀸베드룸이 적당하고 가격도 더 싸다. 

프론트에 올드 페이스풀 지역 가이저의 예상 분출 시간이 적혀 있었다. 마침 랏지 앞의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가 분출할 시간이 되어 가이저 앞으로 나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가이저 중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는 비교적 자주, 그리고 예측 가능한 시간에 분출한다. 그래서인지 분출 시간이 되면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인다. 1-2시간 마다 30-50미터 정도 높이의 물줄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예측 시간인 5시 50분이 오분 정도 지나자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연이어 탄성을 질렀다.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 분출 모습

이곳에는 올드 페이스풀 랏지, 올드 페이스풀 인, 올드 페이스풀 스노우 랏지, 이렇게 세 개의 큰 숙소가 있다. 스노우 랏지가 가장 최근에 지어졌는데 그래봐야 1999년으로 이십 년이 넘었다. 룸 내부의 가구와 집기 상태는 양호했다. 하지만 청소 상태가...... 낡은 카페트에서 날리는 먼지도 많았다. 각 숙소마다 다른 식당이 있는데 현재는 대부분 내부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가장 괜찮아보이는 랏지의 카페테리아에서 저녁을 사왔다. 이곳의 바베큐 메뉴가 그나마 가장 나아 보였는데,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다 떨어졌고 닭고기만 살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할 때 밖에서 립을 굽는 모습을 보았던 아이들은 급 실망. 옐로스톤 안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 듯 하다. 

2021년 8월 6일 금요일

연수일기 107.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잭슨 레이크, 웨스트썸

8월 5일 목요일. 194일째 날. 아침 식사를 위해 잭슨 레이크 랏지 레스토랑인 Mural 룸을 며칠 전에 미리 예약해 두었다. 2층 홀에서 보는 아침 풍경은 어제와 다른 느낌이었다. 아침 식사는 호텔식 뷔페였는데, 덕분에 익숙하고 편안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산책을 할 겸 랏지 옆의 언덕으로 오르는 짧은 트레일을 걸었다. 언덕 위에서 보이는 그랑테턴 산맥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지금까지 경험한 국립공원 안팎의 몇몇 숙소 중 잭슨 레이크 랏지가 단연 가장 좋았다. 체크아웃을 하면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언젠가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잭슨 레이크 랏지의 홀에서 보이는 풍경

아침 산책 중에 본 그랑테턴

숙소를 나와 콜터 베이 Colter Bay 빌리지로 향했다. 이곳에선 보트를 렌트해 탈 수 있다. 가능하다면 모터 보트를 타려 했는데 호수 수위가 너무 낮아 현재는 카약이나 카누만 가능하다고 했다. 수위가 낮아서인지 베이 기슭 주변엔 조류가 많고 물비린내도 났다. 멀리 나가면 물이야 맑겠지만, 카약과 카누는 세콰이어 캠프에서 원없이 탔던지라 보트는 타지 않고 대신 호수 주변을 걷기로 했다. 잭슨 레이크 주변으로 트레일 코스가 많은데, 그중 짧게 다녀올 수 있는 레이크 쇼어 트레일을 선택했다. 길 양쪽으로 높은 나무들이 병풍처럼 줄지어 섰고, 나무 사이로 호수가 보이는 예쁜 길이었다. 

레이크 쇼어 트레일

빌리지로 돌아와 제너럴 스토어에서 점심 거리를 사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빵과 치킨, 요플레, 과일 등으로 배를 채웠다. 식사가 끝날 무렵 후드득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얼른 자리를 걷고 차에 올랐다. 무지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하늘이 잔뜩 흐려 어려울 것 같았다.

옐로스톤 사우스 게이트를 통과해 그랜트 빌리지의 비지터 센터에 차를 세웠다. 이곳 비지터 센터는 문을 닫았고 국립공원 스탬프도 없었다. 주유만 하고 옐로스톤의 첫 목적지인 웨스트 썸 West Thumb으로 이동했다. 기름 가격이 공원 밖보다 더 쌌다. 캘리포니아에 비해 와이오밍의 기름 값이 워낙 싸긴 했지만, 웨스트 옐로스톤이나 잭슨 등 공원 근처 도시는 상대적으로 기름 값이 높았다. 옐로스톤에 올 때는 굳이 주변 도시에서 주유를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옐로스톤은 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면적은 충청남도 보다 약간 크고 서울과 비교하면 열네 배가 넘는 엄청난 크기이다. 대부분은 와이오밍 주에 있지만, 몬타나와 아이다호 주에도 조금씩 걸치고 있어 옐로스톤을 둘러보다 보면 세 개의 주를 넘나들게 된다.  

웨스트 썸 가이저 베이슨은 옐로스톤 호수와 인접한 온천 지대로, 작은 가이저 여러 개가 모여있다. 옐로스톤에는 이런 온천 지대가 군데군데 있고, 각각의 지대를 옮겨다니며 구경하게 된다. 대부분 가이저 사이로 나무 데크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웨스트 썸은 옐로스톤 호수를 함께 볼 수 있어 예쁘기도 하고 조금은 독특한 느낌도 준다. 이런 지형을 처음 본 아이들이 신기해 했다. 데크를 걷다가 사슴 두 마리를 만나기도 했다.

블랙 풀

다시 차를 타고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Mud Volcano를 만난다. 이곳은 진흙물 가이저가 많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부글부글 끓는 진흙 연못을 볼 수 있다. Dragon's mouth spring이란 동굴에선 동굴 깊숙한 곳 온천에서 뿜어져나오는 가스가 용 울음과 같은 소리를 낸다.  

Dragon's mouth spring

북쪽으로 좀더 가면 Hayden valley 헤이든 밸리이다. 길 양쪽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초록 평원을 유유히 흐르는 옐로스톤 강을 볼 수 있다. 바이슨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니나다를까 평원 곳곳에 무리를 지어 풀을 뜯는 커다란 소들이 보였다. 소떼에 막혀 정체가 생겨 30분 정도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기도 했다. 도심 한가운데라면 지루할 따름이었겠지만, 차 바로 옆을 지나가는 바이슨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안녕, 바이슨!

맘모스 핫 스프링스 지역을 지나며 법원 앞 잔디밭에서 놀고있는 엘크 두 마리를 만났다. 내일 아침에 다시 이곳에 올 것이다. 북쪽 게이트를 통해 공원 밖으로 나왔다. 오늘 숙소는 가디너에 있다. 오늘은 120마일을 운전했다. 옐로스톤 북쪽 게이트 앞엔 가디너, 서쪽 게이트 앞엔 웨스트 옐로스톤이 있고, 남쪽으론 그랑테턴을 지나 잭슨이 있다. 모두가 옐로스톤 관광의 거점 도시이다. 직접 와 보니, 만약 옐로스톤을 다시 온다면 솔트레이크가 아닌 잭슨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 8월 5일 목요일

연수일기 106.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제니 레이크, 잭슨 레이크 랏지

8월 4일 수요일. 193일째 날. 숙소 근처의 Butter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그랑테턴 국립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Craig Thomas Discovery and Visitor Center에서 국립공원 스탬프를 찍고 마그넷을 샀다. 숲에 둘러싸인 비지터 센터 건물이 아름다웠다. 

근처의 Chapel of the Transfiguration에 들렀다. 1925년에 지어진 이 교회는 예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규모로, 지금도 여름 동안 일요일마다 예배를 연다.  가끔은 특별한 결혼식을 하는 장소로도 쓰인다고 한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제단 뒷편의 창에 마치 액자 속 그림처럼 그랑테턴 산맥이 담긴다. 

Chapel of the Transfiguration

다음 목적지는 Jenny lake이다. 호수 주변을 도는 트레일 코스가 있지만 주차장 근처만 짧게 걸었다. 호수 건너편으로 가는 보트도 운행했지만 우린 타진 않았다. 물이 정말 맑았다. 이후 옐로스톤에서 여러 호수를 보았지만, 가장 아름다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에게 최고는 역시 요세미티의 테나야 호수) 기슭은 잔 돌이 깔린 바닥이 부드러워 앉거나 누워 쉬기도 좋았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물이 찬 편이라 오래 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Jenny Lake

물놀이를 하기 위해 좀더 윗쪽에 있는 String lake에 갔는데 주차장이 만차여서 Snake River Overlook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곳에 가려면 국립공원 입구로 다시 나와야 한다. 1942년에 사진가 Ansel Adams가 찍은 사진으로 유명한 지점이다.(이 사진가의 박물관이 요세미티에 있었다.) 사진에선 그랑테턴 산맥 아래로 굽이굽이 흐르는 스네이크 강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은 나무들이 강을 가려 사진과 같은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이곳을 지나는 길이 아니라면 굳이 시간을 내어 들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String lake로 다시 돌아와 물가에 자리를 잡았다. Jenny lake보다 작은, 호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호수이다. 카약을 가져와 타는 사람들이 많았고, 물이 덜 차가워서인지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수영복을 갈아입은 아이들은 금새 물에 뛰어들었다. 나도 함께 한 시간쯤 물놀이를 했다. 종이컵으로 작은 피라미도 잡으며 놀았다. 한국에는 수영을 할 수 있는 호수가 거의 없지만 이곳에선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놀이 후 물고기 잡기

숙소에 가는 길에 Signal Mountain에 올랐다. 테턴 파크 로드를 따라가다 우측으로 난 샛길로 4마일 정도 다시 올라가면 꼭대기까지 올라 스네이크 강과 너른 평원을 조망할 수 있다. 오늘은 105마일을 운전했다. 숙소인 Jackson lake lodge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바에 나와 산맥 너머로 저물어가는 저녁 해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레스토랑, 바, 기프트샵이 있는 랏지 2층의 홀은 전면이 창이고, 이를 통해 평원 너머 멀리 그랑테턴 산맥을 볼 수 있다. 홀과 연결된 뒤뜰의 야외 좌석과 잔디밭에서도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Blue Heron이란 이름의 바는 국립공원 랏지 안의 공간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한 분위기의 멋진 곳이었다. Blue heron(왜가리)은 인디언에게 인내와 행운, 그리고 스스로의 삶이 번영할 것에 대한 믿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여행객들은 칵테일과 맥주잔을 들고 혼자, 또는 삼삼오오 모여 노을진 하늘과 그림같은 풍경을 늦도록 바라보았다. 다들 방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보였는데 내 마음 때문에 더 그리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맥주 향에 취했을까 풍경에 취했을까

2021년 8월 3일 화요일

연수일기 105. 그랑테턴 옐로스톤 여행- 솔트레이크, 빅터

8월 3일 화요일. 192일째 날. 해가 뜨기 전 5시에 LA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솔트레이크행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편 출발이 50분 지연되어 그나마 1시간 늦게 출발할 수 있었다. LA 공항 장기 주차장 Lot E는 하루 12불로 저렴하지만 현재 운영을 하지 않는다. 인근의 사설 주차장 중 그래도 믿을만한 곳으로 추천되는 곳이 힐튼 호텔 주차장이다. 미리 주차권을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힐튼 아너스 회원은 약간의 할인도 된다. 호텔에 주차를 하고 1층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공항을 왕복하는 셔틀을 탔다.

7시 30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단말기를 통한 셀프 수속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국 대부분의 국내 항공편에서 무료로 소지할 수 있는 수화물은 승객 1인당 기내용 캐리어, 백팩 정도의 짐 각각 1개 씩이다. 큰 캐리어 이상의 짐은 유료이고 갯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우리는 1개의 캐리어를 30불에 부쳤다. 공항 레스토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수속을 기다렸다. 6개월 만에 다시 온 LA 공항은 마스크를 쓴 사람도,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은 벤치도, 유증상자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 방송도 모든게 다시 그대로다. 여행객들로 가득 찬 대합실만 빼고.

두 달 만에 공항

유타는 캘리포니아보다 1시간이 빠르다. 오후 1시에 솔트레이크 공항에 도착했다. LA 공항보다 전체 규모는 작겠지만 터미널 내부는 더 쾌적하고 깔끔했다. 그런데 짐을 찾는 곳까지의 동선이 너무 길었다. 짐을 찾고 렌트카 데스크까지 가는데 30분이 걸렸다. 허츠 렌트카 데스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렌트카를 받는데 또 1시간이 걸렸다. 막상 차를 받고 보니 예약한 등급과 다른 소형 차량을 배정해주어서 다른 차를 받는 데 30분이 더 걸렸다. 

이번 여행을 위한 렌트카는 두 달 전에 일찌감치 예약했다. 여름 시즌에 렌트카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건 알았지만 중형 세단 엿새를 렌트하는 데 1100불이 나올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렌트카 회사 가격이 비슷했고, 그래도 비교 범위 안에선 가장 나은 조건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3주 전, 그동안 여행 준비를 할 때 종종 이용했던 네이버 카페에서 프로모션을 하는 허츠 렌트카 가격을 확인해보니 모든 차종이 미리 알아봤던 가격보다 조금씩 더 저렴했다.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대형 세단은 400불 초반으로 오히려 소형 차종보다 훨씬 저렴한 조건이었다. 놀라운 건 풀커버 보험을 포함한 가격이란 것. 기존 렌트카 취소 수수료 50불을 포함해도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었기에 바로 예약을 변경했었다. 본래 예약한 가격으로 차량을 받는 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짜증 꽤나 났을 것이다. 

공항을 빠져나온 건 오후 3시가 넘어서였다. 다운타운에서 간단히 식사와 커피를 해결하고 마트에 들러 여행 중에 먹을거리를 산 다음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 묵을 곳은 빅터 Victor의 에어비앤비이다. 중간에 주유를 하고 밤 10시가 다 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총 400마일을 운전했다. 그랑테턴 산맥 서쪽에 위치한 빅터는 정말 작은 도시였고, 코인 빨래방 2층에 있는 숙소는 작은 규모였지만 무척 깔끔하고 집기들도 잘 세팅되어 있었다. 늦게 도착하는 우리를 위해 호스트가 소파 베드와 침구를 미리 준비해주었다. 냉장고엔 음료수와 요플레, 맥주 등이, 냉동실엔 데워서 먹을 수 있는 퀴치도 있었다. 호스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연수일기 104. 여행 떠나기 전 주말

7월 31일 토요일. 189일째 날. 미라 메사의 Karl Strauss 브루어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작은 인공 연못 옆에 야외 좌석이 있어 분위기가 괜찮았다. Stone, Ballast point, Coronado brewing 등 여러 곳을 가봤지만 다 특색이 있었다. 맥주도 좋지만 음식들도 웬만한 레스토랑 못지 않고,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맥주와 곁들여 식사를 하기에도 적당하다. Karl Strauss 브루어리는 1989년에 브루잉펍을 오픈했는데, 이것이 샌디에고에서는 지금과 같은 브루잉펍의 시초였다고 한다. 언젠가 샌디에고의 브루어리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보려 한다. 

노드스트롬에서 아들 티셔츠 몇 벌을 샀다. 여기 와서도 키가 많이 커서 한국에서 입던 옷이 금새 작아졌다. 이제 중학교에 갈 거라 입을만한 옷들이 필요하기도 하다.

연못 위에서 마시는 크래프트 맥주

8월 1일 일요일. 190일째 날. 후배인 H 선생님 가족을 만났다. 이제 언제 만나도 반갑고 편한 가족이다. 아파트 풀 사이드에서 치킨과 피자를 함께 먹었다. 치킨은 시온 마켓에서 샀다고 하는데 치킨 양념이 좀 세긴 했지만 한국식 양념 치킨은 오랜만이라 맛있게 먹었다. 얼마 전에 옐로스톤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도 들었다. 비가 와서 흠뻑 젖은 채 돌아다녀야 했지만 비가 갠 뒤 무지개를 여러 개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다음 주 화요일에 우리도 그랑티턴과 옐로스톤 여행을 갈 예정이라 도움이 될 것 같다. 


8월 2일 월요일. 191일째 날. 아침에 BOA에 들렀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secured 신용카드를 일반 신용카드로 바꾸기 위해서다. 카드 발급 후 6개월쯤 지나 신청하면 승인이 잘 된다고 해서 오늘로 약속을 잡았었다. 늘 만나는 한국인 직원 분이 본사의 카드 담당자와 전화 연결을 해주었다. 지난 번 카드 한도를 늘릴 때와 같이 이번에도 본인이 직접 연 소득, 직장, 근무 형태, 집 계약 관련 사항 등의 사항에 답해야 한다.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승인이 되었고, 오후에 디파짓 3천불이 계좌로 입금되었다. 

아내가 일전에 새로 발급받은 카드에 대해 매달 minimum payment를 이체해야 하는 걸 몰라 연체료가 나왔는데, 그에 대해서도 직원 분이 카드 담당자에게 잘 설명해주어 부과된 연체료를 취소시킬 수 있었다. 은행 관련 업무는 의사소통이 잘 되는 한국인 직원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역시 제일이다. 미국에서 살며 종종 느끼는 또 한 가지는 이 나라는 모든 일에 협상이 필요하고, 협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파이브빌로우에서 옐로스톤 여행에서 쓸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샀다. 내일 새벽에 LA 공항으로 떠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아이들과 고단한 아침이 되겠지만 이번 여행도 기대가 된다. 밤엔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했다. 한 달 만에 다시 여행을 간다니 부모님은 또 건강에 문제는 없을지 사고는 없을지 걱정을 하신다. 아버지는 '우리가 못해본 것들 다 해보고 와라.' 하시는데 마음이 좀 짠했다. 한국 나이로 내년이면 팔순이 되시는데, 계속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