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5일 월요일

연수일기 31-1. Gabe's diary: 스케이트 보드

미국 아이들은 스케이트 보드를 많이 탄다. 어딜 갈 때마다 항상 보드를 타는 꼬맹이, 친구, 형들이 있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타보기로 했다. 멋져 보이기도 하고,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농구도 잘 하고 보드도 잘 타면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하지만 자랑을 하려면 무엇보다 잘 타야 한다. 공원에 가면 나보다 훨씬 작은 꼬마들도 보드 위에서 점프를 한다. 한국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그 모습을 보고 다짐했다. 보드 마스터가 되어야지. 꼬마들도 잘 타는데 금방 배울 수 있겠지. 

하지만 보드를 산 지 2주일 정도 지난 지금, 몇 번 타지 않은 보드는 차고 구석에 처박혀 있다. 솔직히 학교 생활과 수영, 농구 때문에 힘들어서 보드를 탈 여유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보드는 내가 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대로 방치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진짜 열심히 연습을 해 볼 것이다.(마치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 같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꼭 보드 연습을 하리라 다짐을 했지만, 일기를 쓰는 지금엔 그 다짐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걸 고백한다. 

2주 전, 스케이트 보드가 집에 도착한 뒤 첫 보딩을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동영상을 보았다. 왕초보도 이것만 보면 기초 해결이란 제목의 동영상이다. 영상에서는 보드에 올라서는 법과 발로 미는 법, 방향 전환 하는 법 등을 알려주었다. 쉬워 보였다. 하지만 보드에 처음으로 발을 올리는 순간, 온 몸이 후들거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균형을 잡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발로 땅을 밀어 보았다. 원래 속도를 내야 하는데 넘어지는 게 싫어서 아주 천천히. 삼십 분쯤 연습을 하니 좀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동영상에서 배운 방향 전환도 시도해 보았다. 

아직 속도는 거의 굼벵이 수준이고 속도가 나지 않으니 금새 멈춰 버린다. 보드를 타고 날아다니는 꼬맹이들은 얼마나 연습을 한 건지 모르겠다. 일단 그날은 헬멧과 보호대 때문에 땀이 나서 오래 연습하지 못했다. 날씨는 왜 벌써 더워진걸까. 그 이후로는 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나중에 자랑을 하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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