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3일 수요일

연수일기 25. DMV 방문, 운전면허 필기 시험

3월 1일 월요일. 37일째 날. 한국은 공휴일이지만 이곳은 그저 3월의 첫 날이다. 우리 가족은 새 집에서 딱 한 달을 보냈고,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하는 세 번째 주를 시작했다. 지난 2월은 흑인 역사의 달 Black History Month, 이번 3월은 여성 역사의 달 Women's History Month 이라고 한다. 국제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기념해 1978년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여성 역사 주간을 만든 것이 미국에서 여성 역사의 달의 시초라고 하니 캘리포니아에선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선 지난 달과 이번 달에 각각 인류와 역사에 기여한 흑인과 여성을 주제로 하는 활동이 진행된다.


3월 2일 화요일. 38일째 날. 아침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을 보기 위해 Poway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를 방문했다. 샌디에고엔 네 개의 DMV가 있는데, 이곳이 집에서 제일 가깝다. 지난 토요일에 SSN 카드를 받고 곧바로 필기 시험 접수를 했다. covid-19로 필기 시험 예약을 따로 받지 않고 DMV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웹페이지에서 미리 예약 번호를 받아 가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침 여덟시 반에 DMV 앞에 도착하니 건물 앞에 이미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열 명 남짓 있었다. 직원이 체온 체크를 하고 방문 목적과 준비해간 서류들을 확인했다. Real ID를 신청했기 때문에 내 경우엔 SSN 카드, 아내의 경우엔 denial letter 외에도 각각 두 종류 이상의 거주지 증명이 필요했다. 관공서나 학교에서는 뭘 하든 두 종류 이상의 거주지 증명서를 요구하곤 하는데, 이젠 그 관행에 좀 익숙해진 것 같다.

창구에 접수를 하고 38불을 지불한 뒤 곧바로 필기 시험을 보았다. 접수 창구 옆에 칸막이가 세워진 모니터 여러 대가 있는 곳이 필기 시험을 보는 곳이다. 비어있는 모니터 앞에 서서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문제를 푼다. 시험 시작 전에 안내 동영상을 보고 연습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 교통 법규와 도로표지판에 대한 시험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시험을 이어서 선택해 완료해야 한다. 어제 저녁에 예상 문제를 풀어본 것이 도움이 되었다. 똑같은 문제는 절반이 안되었지만 일부 문항이 같거나 약간 변형한 문제도 많았다. 세 문제까지는 패스를 할 수 있으므로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교통 법규 36문제 중 6문제, 도로표지판 12문제 중 2문제까지는 틀려도 합격 가능하다. 답을 선택하고 나면 오답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시험을 끝내면 합격 여부도 바로 알려준다. 불합격 했을 때 한 자리에서 3회까지 응시 가능하고, 세 번 떨어지면 접수비를 다시 내고 재응시를 해야 한다. 합격 안내를 확인하고 다시 창구로 가니 임시 면허증과 영수증을 주면서 되도록 빨리 실기 시험을 예약하라고 한다. 모든 과정을 끝내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늦은 일 처리와 대기 시간의 악명이 높은 DMV였지만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다행이었다. Poway DMV가 상대적으로 민원인이 적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원칙적으로는 정식 면허증을 받기 전까진 운전할 때 캘리포니아 운전 면허가 있는 18세 이상의 성인을 동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규정이긴 한데, 결국 거주 목적으로 입국한 경우 최대한 빨리 면허를 받으라는 것이다. 국제 면허증이나 임시 면허증만 가지고 운전을 하다 교통 경찰이라도 만나게 되면 딱지를 떼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기도 했다. 이제 실기 시험을 예약해야 하는데, 실기 시험을 보러 DMV를 다시 방문할 때는 운전 면허를 소지한 성인 동반 여부를 체크한다고 하니 같이 가줄 수 있는 사람을 우선 구해야 할 것 같다. 

DMV 내부 풍경. 시험이 끝나고 찍었다.

아들은 오늘부터 농구 수업을 시작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시간 수업이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에서 하는 수업이라 걸어서 갈 수 있다.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농구 수업이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