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9일 금요일

연수일기 35-1. Gabe's diary: 영어 연습, 따로 해야 되니?

이제 학교에 가기 시작한지 거의 3주가 넘었다. 그동안 꽤 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왔고 이제 학교 생활엔 조금 적응한 터이다. 하지만 영어 실력이 늘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영어 실력이 늘어야 학교 생활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 그동안엔 딱히 재미있는 일은 없었다. 그놈의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도 해야할텐데 정말 하기가 싫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란 생각에 더 하기 싫은 것 같기도 하다. 이건 아빠의 말인데, 두 달 정도만 지나면 나아질 거라 하셨다. 내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이란 걸 알지만 (사실 아빠의 말은 가끔씩 믿음이 안 간다) 이 말이 어느새 내 머리 속에 뿌리를 내려 굳이 영어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기를 쓰는 지금도 아빠 말이 맞기를 빌면서 여전히 영어 연습은 안하고 있다. 학교에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연습이 된다고는 하지만 벌써 3주가 다되도록 변화가 없는 게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늘고 있을 수도 있겠지. 요즘은 이전보단 알아듣는 말이 많아지긴 했으니까. 

자꾸 생각이 왔다갔다 한다. 학교에서 적응을 잘 하려면 연습을 해야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누가 시켜도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나도 동생처럼 미국에 오래 산 학교 친구가 있다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요즘은 한국의 B와 마크를 자주 한다. B는 미국에 살다 와서 나보다 영어를 잘 하니까 정보도 얻을 겸 영어로 대화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주입식 연습보단 재밌고 사소한 방식으로 연습을 해보면 나을 것 같다. 엄마 아빠가 적응을 빨리 하라고 보낸 워터폴로는 도움은 되지만 너무 힘들어 금새 에너지가 바닥난다. 

요즘 사회 시간엔 세계사를 공부한다. 처음 전학왔을 때는 고대 이집트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인도에 대해 배우고 있다. 지리적 특징이나 종교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용도 어려운데 해석도 안되니 당연한 거란 생각은 들지만, 대답을 꼬박꼬박 하는 친구들을 보면 열등감이 든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자니 귀찮기도 하다.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는데, 약간 당황한 티를 내는 것이 좋다. 그럼 친구들이 옆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아직 1년이란 시간이 있다. 그정도면 사회 과목 정도는 배울 수 있겠지. 불교에 대해 배울 때쯤엔 친구들 답을 베껴 쓰진 않고 절반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믿고 싶다.) 누군가 무능력과 귀찮음에 지배당한 나를 구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역시 내가 노력을 해야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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