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30일 일요일

연수일기 71. 쿠야마카 호수(Lake Cuyamaca) 피크닉

5월 29일 토요일. 126일째 날. 쿠야마카 호수 Lake Cuyamaca에 다녀왔다. 

3월에 줄리안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들렀던 곳이다. 당시엔 흐리고 비까지 오늘 날씨 때문에 줄리안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었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오는 길에 들러볼 곳을 찾았고, 그게 이 호수였다. 지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까운 곳에 호수가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호수 쪽으로 운전대를 잡았는데, 주차료를 내지 않고는 호숫가에 정차할 만한 곳이 없어 주변 풍경만 둘러보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샌디에고 근교에 캠핑과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잘 알려져 있는 호수였다. 집에서 1시간 거리로 나들이 삼아 다녀오기 적당해 언젠가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생각했던 터였다. 

한적한 호숫가


줄리안에서 79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호수를 만나게 된다. 이곳의 댐은 1888년에 건설되었고,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되었다고 한다. 호수 서쪽에 있는 레스토랑과 낚시 샵 옆으로 주차장 입구가 있다. 이곳에 주차를 하려면 입장료 10불을 내야 한다. 입구 안쪽의 호수 기슭에는 바베큐 그릴이 딸린 피크닉 테이블이 여러 개 있었다. 휴일 소풍을 나온 가족들이 많았고,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도 꽤 있었다. 낚시를 하려면 캘리포니아 라이센스(하루 17불)와 퍼밋(성인 8불)을 구입해야 한다. 이 호수에선 커다란 송어도 낚을 수 있다고 한다. 

월척이다... (출처: https://www.lakecuyamaca.net/)

낚시 도구 샵에서 낚싯대를 빌리려 했는데, 지금은 거리두기 때문에 대여는 하지 않고 판매만 한다고 했다. 낚시 도구를 다 구입하기엔 부담이 되어 이번엔 낚시는 포기하고 대신 보트를 빌리기로 했다. 모터가 달린 나무 보트를 35불에 오후 반나절 동안 빌릴 수 있다. 운전법은 매우 간단해서, 전진/중립/후진 기어와 엑셀에 해당하는 바에 대한 설명으로 끝. 원칙은 성인만 운전할 수 있지만,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가능할 듯 했다.(실제로 호수 가운데서 아들이 잠깐 운전을 체험해보기도 했다.) 라이프 자켓은 아이들에게만 준다. 안전 교육이나 주의 사항도 없다. 말은 안 했지만 '호수에 빠지더라도 당연히 다들 수영은 할 수 있지?'라는 듯한 태도.  

(출처: https://www.lakecuyamaca.net/)


호수 중간에서 닻을 내려 정박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보트에서 낚시를 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 시간 정도 보트를 타고 나와 피크닉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호수 주변으로 피크닉과 캠핑이 가능한 구역은 서쪽과 북쪽에 모두 세 군데가 있다. 피크닉과 캠핑 구역 외에 캐빈과 콘도도 있어 좀더 편한 숙박도 가능했다. 다음 번에 레이크뷰 캐빈을 예약해 다시 오기로 했다. 그땐 낚싯대를 준비해오면 좋을 것 같다. 떠나기 전에 보트를 한 번 더 탔다. 

사진만 다시 봐도 힐링이 되는 느낌

돌아오는 길에 줄리안의 맘스 파이에서 애플 사이다를 샀다.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사과 쥬스였다. 사과 외에 배즙을 넣어 새콤달달했다. 쥬스를 까다롭게 고르는 딸아이도 맛있어 해 한 병을 더 샀다.

2021년 5월 29일 토요일

연수일기 70. 도서관 책 빌리기, 옐로스톤 국립공원 숙소 예약

5월 27일 목요일. 124일째 날. 아내가 카멜 밸리 도서관에서 책 두 권을 빌렸다. 도서관 카드를 만든 건 꽤 오래 되었지만 실제 책을 빌린 건 처음이다. 예년과 같이 도서관이 열렸다면 책을 좋아하는 아내가 자주 갔을 것이다. 아직까진 대면 서비스가 제한되어 있어서 도서관 안에서 책을 고르거나 읽을 수는 없고 온라인을 통해 신청한 책에 대한 픽업만 가능하다. 샌디에고 공립 도서관의 회원이 되면 홈페이지(https://www.sandiego.gov/public-library)에서 책을 고르고 픽업할 도서관을 선택할 수 있고, 책이 준비되면 메일이나 문자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아니라 아내가 읽을 책


얼마 전 김치를 샀던 한식 반찬 가게에서 바베큐와 반찬 세트 공구를 신청해 받아왔다. 돼지 목살과 LA갈비, 소불고기와 제육볶음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에 두세 번은 먹을 수 있는 양이라 가격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곱창도 포함되어 있어서 저녁에 구워 먹었다. 곱창은 몇 달 만에 먹는 것 같다. 

8월 첫 주에 갈 옐로스톤 국립공원 숙소를 예약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다 정하지 못했지만, 옐로스톤도 워낙 넓어서 하루 이틀 정도는 국립공원 안의 랏지에서 묵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요세미티 내부의 랏지도 그렇지만 성수기엔 일찍 예약이 차서 몇 달 전에 서둘러 예약을 해야 한다. 무료 취소가 가능해 취소 자리가 자주 난다고 해서 최근엔 매일 예약 사이트를 확인했는데, 마침 올드페이스풀에 위치한 랏지에 이틀 연박 자리가 나서 바로 예약했다. 올드페이스풀 근처가 가장 예약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다행이다. 이제 국립공원 외부 숙소와 솔트레이크 행 항공편을 예약할 차례이다.


5월 28일 금요일. 125일째 날. 오늘 연구 미팅에 모신 연자는 워싱턴 대학의 Joel Kaufman 교수이다. 대기 오염과 건강에 대한 연구 영역에서 손꼽히는 연구자이며, MESA 서브 코호트인 MESA-AIR 연구의 책임 연구자이기도 하다. NEJM, Lancet 등 유수의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고,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의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은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소개했다. Covid-19로 연구 미팅은 모두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고, 대학의 업무가 정상화 된다면 과거와 같이 오프라인 미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미국 전역의 저명한 연구자를 만날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화상회의에 익숙해졌고 그 장점도 명확하기에, 거리두기가 풀린다 해도 연구 미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해도 좋을 것 같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Father's day 선물을 만들어왔다. Father's day는 다음 달이지만, 아마 학교에서 방학 전에 선물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나 보다. 

선택 항목에 Beer or Soju?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저녁에 H 선생님 가족과 식사했다. 랄프스에서 사온 닭다리로 아내가 양념 치킨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보내온 양념 치킨 소스를 지난 번에 다 써버려서 이번엔 소스까지 직접 만들었는데, 마지막에 마늘이 너무 많이 들어갔나보다. 양념 치킨을 잘 먹는 딸아이가 후라이드 치킨만 먹었다. 물론 어른들에겐 너무나 만족스런 메뉴였지만.  

2021년 5월 27일 목요일

연수일기 69. 학교 운동회(Field Day), 미라마르 호수(Lake Miramar) 피크닉

5월 25일 화요일. 122일째 날. 어제는 아이들 학교의 Field day 였다. 운동회를 영국에선 Sports day, 미국에선 Field day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제 아이들을 데리러 갔을 때 운동장에서 풍선 말을 타고 이어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잠깐 볼 수 있었다. 대형 에어 미끄럼틀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딸아이 말로는 이걸 통과하는 게임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께서 사진을 보내주셨다. 


5월 26일 수요일. 123일째 날. 오후에 미라마르 호수로 피크닉을 다녀왔다. 3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미라마르 호수는 댐을 막아 생긴 저수지로, 콜로라도 강과 북부 캘리포니아를 거쳐 모인 이곳의 물은 샌디에고 시민 50만 명의 식수로 쓰인다. 5마일 길이의 산책로가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 나들이나 운동을 하기 좋은 곳이다. 지난 번 방문 때 닫혀있던 매점도 문을 열었다. 매점에선 간단한 간식을 살 수 있고, 보트를 대여하는 것도 가능했다. 갈매기와 오리가 많았는데, 호수 주변을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커다란 오리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별표 위치가 주차장과 피크닉 장소
호수 동쪽 기슭엔 전망 좋은 레이크 뷰 공원이 있다.

낚시와 개인 보트 permit fee

카약이나 보트를 탈 수도 있다.


호수와 주변 풍경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날씨가 따뜻해져 햇볕을 쬐며 앉아있기 좋았다. 피크닉 테이블 주변엔 바베큐 그릴도 있어 숯과 고기를 준비해와도 좋을 것 같았다. 미국엔 캠핑장 뿐 아니라 공원에서도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그릴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처음엔 이런 곳에서 고기를 굽는 게 생경하게 느껴졌지만 이젠 이런 광경에 익숙해졌나 보다. 고기는 없었지만, 볕이 잘 드는 테이블에 앉아 준비해간 버너와 냄비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2021년 5월 25일 화요일

연수일기 68. 신용카드 도용 문제, 코스트코 치킨

5월 24일 월요일. 121일째 날. 

특별한 일이 없어도 BOA 어플을 종종 들어가보는 편이다. 주말 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거래처에서 1센트가 결제되었다가 다시 환불되는 일이 두 차례 있었다. 다행히 그 이상의 금액 결제 건은 없었다. 혹시 누군가 내 카드 번호를 도용해 결제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어 오늘 아침 은행 담당 직원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계좌를 확인한 은행 직원도 누군가 카드 번호를 도용해 실제 결제가 되는지 확인해본 것 같으니 기존 카드를 정지시키고 새로 카드를 신청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BOA 어플리케이션에서 기존 카드의 replace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 과정에서 사유를 missing/stolen으로 선택하면 새로 받을 카드의 번호를 기존 카드와 다르게 변경 가능하다. 신청을 끝내자 기존 카드는 곧바로 정지되었고 어플에서도 해당 카드는 비활성화 상태가 되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어플에서 변경된 카드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물 카드는 우편으로 배송된다고 한다. 새 카드 발급 수수료는 없었는데, 다른 사유를 선택하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화 통화를 하지 않고 어플에서 신청할 수 있어 도용이 의심되면 바로 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은행 어플에 자주 들어가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번거로운 절차 외에 다행히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이런 일을 경험하니 미국의 신용카드 서비스에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식당이나 술집에선 내가 아닌 직원의 손에 카드가 맡겨지고, 팁이 더해지는 과정에서 결제 정보가 매장에 남겨진다. 온라인 결제 과정에선 대부분 별도의 인증 절차가 없고, 한국과 같은 결제 후 문자나 푸시 알림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 카드 도용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곳 사람들도 이런 시스템의 문제를 모르진 않을텐데, 왜 개선을 하지 않는걸까? 


저녁엔 아내가 닭계장을 만들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괜찮은 상품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로티세리 치킨은 가성비 최고의 상품이라 생각한다. 코스트코에 갈 때 두 번에 한 번쯤은 4.99불 짜리 이 치킨을 사온다. 크기도 해서 네 식구가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처음 사왔을 땐 남는 게 별로 없었는데, 이젠 처음보단 감흥이 떨어져서인지 먹는 양이 줄어 살코기가 제법 남는다. 남은 살코기는 잘 발라서 샐러드 재료로 쓰기도 하고, 닭 뼈와 함께 냉동실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끓여 육수를 우려낸 다음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오늘 만든 닭계장도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뼈와 살코기를 활용했다. 칼칼한 국물이 시원했다. 4.99불 짜리 치킨으로 두 끼 이상이 해결되니 어찌 이 상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공손히 두 다리를 모은 이 치킨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품도록 하자.

사진은 미처 찍질 못해 구글링으로...


2021년 5월 24일 월요일

연수일기 67. IMBHRT 결과, 문라이트 비치(Moonlight Beach) 피크닉

5월 22일 토요일. 119일째 날. 2주 전 아들이 봤던 Integrated Math B Honors Rediness Test (IMBHRT) 결과가 우편으로 도착했다. 이 테스트에서 70%를 넘으면 8학년 과정 수학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 결과는 73.17%. 수학 용어를 묻는 문제 중 모르는 것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기준을 넘었다. 테스트를 신청한 건 이곳 중학교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안내문에는 Math B Honors를 선택하는 경우, 8학년 때는 9학년 과정을 듣게 되며 9학년 수학은 다른 학교에서 통합 수업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부모가 라이드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차피 그때쯤엔 한국에서 수업을 듣고 있겠지만. 

한국에서 온 아이들은 대개 수학을 잘 하지만 영어 수준은 낮고, 이곳 공립 학교는 각각의 과목에 대해 아이의 레벨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추가적인 인프라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학습 능력에 따라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면 교육 효과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학교의 교육 방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키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공교육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의 학습 능력에 따라 다른 레벨의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런 한계가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데에 일조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의 현실에 맞으면서도 모든 아이들이 좀더 나은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5월 23일 일요일. 120일째 날. 입국한 지 만 4개월째 되는 날이다. 

아들은 오전 내내 학교 숙제인 포스터를 만들었다. 지난 번 동영상에 이어 아시아의 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러시아 음식을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왜 하필 평생 한번도 안 먹어본 러시아 음식으로 정했는지를 물었더니, 뭔가 색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나. 음식 사진을 골라 출력하고 소개글을 작성하는 모습이 나름 진지했다. 학교 숙제는 한국에서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러시아도 아시아에 포함이 되던가?

오후엔 문라이트 비치에 다녀왔다. 캘리포니아는 covid-19 신규 환자 수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미국 전체 기준으로도 오늘 확진자 수는 3만명 미만으로 1년 만에 최저 숫자를 기록했다. CDC의 백신 접종자에 대한 마스크 착용 완화 방침에도 기존의 거리두기 제한을 유지했던 캘리포니아와 샌디에고 카운티도 6월 15일 부턴 제한을 모두 풀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주말 오후의 햇볕을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보았던 해변의 풍경 중에 오늘이 가장 사람도 많고 활기차 보였다. 



바람막이 텐트를 설치하고 접이식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햇살을 받은 다리 살갗이 간질간질했지만 따가울 정도는 아니었다. 주변의 공기는 적당한 활기와 듣기 좋은 소음으로 넘실거렸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아이들의 웃음 소리, 맨발에 밟히는 모래 소리, 물결에 햇살이 부서지는 소리. 파도 위를 미끄러지는 서퍼들은 기울어가는 오후의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났다. 


2021년 5월 22일 토요일

연수일기 66. 아내의 신용 카드 신청과 운전면허 합격

5월 19일 수요일. 116일째 날. UTC 근처의 반스앤노블에서 책을 두 권 샀다. 자동차 보험 회사에 보내야 하는 mileage survey 서류가 있어 이웃해 있는 USPS에도 들렀다. 서류 한 장을 보내는 데 50센트 정도가 들었다. 

집에서 가까운 쇼핑몰엔 UPS가 있는데, 아마존 환불이나 교환 상품의 반송이 가능해 종종 가게 된다. 언젠가 아마존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환불과 반송 시스템은 대부분 매우 편하다. ('대부분'이라는 조건을 단 것은 프라임 적용 상품이 아닌 경우 판매자 정보를 잘 살피지 않으면 환불과 반송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기 때문이다.) 계정의 QR 코드만으로 UPS에서 바로 반송이 가능하고 포장을 따로 할 필요도 없어, 한국의 택배 반송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 UPS는 사설 택배 회사라 USPS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저녁엔 아내가 아들 머리를 잘랐다. 미용은 벌써 두 번째인데, 지난번엔 거실에서 자르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치우느라 한참 고생을 해서 이번엔 욕조 안에 의자를 놓고 앉혔더니 청소하기가 훨씬 나았다. H 선생님에게 빌린 바리깡도 도움이 되었다. 


5월 20일 목요일. 117일째 날. 오후에 BOA 미라메사 지점에 다녀왔다. BOA에서의 상담은 네 번째이고, 이 지점의 한국인 직원을 만난 것은 두 번째이다. 이번엔 아내의 신용카드를 신청했다. 처음 내 카드와는 달리 secured가 아닌, 디파짓이 없는 2천불 한도의 일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3개월 간의 거래 실적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내 카드는 캐쉬 리워드였고 이번에 발급받는 아내의 카드는 트래블 리워드 카드이다. 두 카드를 사용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들을 수 있었다.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은행과 보험 업무는 관련 용어와 시스템이 워낙 생소해 영어로 의사소통이 웬만큼 된다 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가능하다면 한국인 직원을 통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5월 21일 금요일. 118일째 날. 아내의 운전 면허 실기 시험이 있었다. 세 번째 시도라서 이번에도 합격하지 못하면 필기 시험부터 다시 봐야 한다. 지난 번에 문제가 되었던 갓길 주차 후 후진을 여러 번 연습했다. 클레어몬트 DMV에는 연습을 포함해 여러 차례 오다 보니, 주변 도로를 외울 정도가 되었다. 세 번의 시험은 모두가 감독관이 달랐는데, 이번엔 여성 감독관이 동승했다. 아내는 DMV로 가는 내내 초긴장 상태였다. 설마 이번까지 떨어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과는 다행히 합격이었다. 채점표를 보니 6점 감점으로 내가 합격했을 때보다 점수가 나았다. 

딸아이가 엄마에게 만들어준 축하 카드

홀가분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일본식 라멘과 우동, 캘리포니아 롤을 파는 Katsu cafe에 들러 스파이스 씨푸드 반자이 라멘과 연어 샐러드를 시켰다. 한인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곳들 중엔 실망스런 식당도 있었지만 이곳은 분위기도, 음식 맛도 만족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곧바로 자동차 보험 담당자에게 연락해 보험 상품을 변경했다. 나와 아내 모두 캘리포니아 운전 면허를 받았으므로 같은 조건의 보다 저렴한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 기존 상품은 900불이 넘는 금액이었지만 오늘 가입한 상품은 그보다 300불 가량이 더 낮았다. 기존의 보험료 중 남은 기간 만큼의 금액을 수표로 받기로 했다.

저녁엔 아파트에서 마련한 풀사이드 무비 행사에 참석했다. 리싱 오피스의 직원들이 수영장 풀 옆에 스크린과 스피커를 설치했다. 팝콘과 물, 아이들을 위한 초코볼과 같은 간식도 준비해 주었다. 영화는 얼마 전 개봉한 디즈니의 'Raya and the Last Dragon'이었다. 자막이 없어 대사를 다 알아듣기는 어려웠지만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엔 큰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도 즐겁게 본 눈치였다.



2021년 5월 19일 수요일

연수일기 65. 미국 수돗물은 건강에 안 좋을까?

5월 18일 화요일. 115일째 날. 

미국의 수돗물(tap water)은 석회가 많은 센물(hard water)이라 개수대나 세면대에 물이 마른 뒤 남아있는 석회 자국을 쉽게 볼 수 있다. 설겆이를 해도 그릇에 남은 허연 얼룩이 지저분해 보인다. 석회가 섞인 물이라니, 마치 걸러지지 않은 흙탕물을 먹는 것 같아 꺼림칙할 수도 있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그리 신경쓰진 않는 것 같다. 한국인들 중엔 건강을 걱정해 생수를 사 먹거나 연수 기능이 있는 정수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석회가 섞인 물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빈약하다. Hard water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있다. 심혈관 질환에 대한 것인데, 이에 대해선 꽤 많은 연구를 찾을 수 있다. 주된 가설은 hard water에 많이 포함된 마그네슘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WHO의 보고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들 사이에서도 결과가 일치하지 않아 명확한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WHO 보고서에서는 hard water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습진이나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피부 질환은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는 확실치 않다. 설사 관련성이 있다 해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물 때문인지, 아님 비누나 샴푸 등의 사용 환경 변화(거품이 잘 나지 않아 비누를 더 많이 쓰게 되고, 비누가 잘 씻겨나가지도 않는다)나 옷 세탁 후 섬유에 남은 미네랄 성분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미국에 와서 푸석해진 머리결이나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물 성분의 변화가 이런 문제엔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건강과 관련해 좀 더 광범위한 내용은 이 리뷰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연구에서는 심혈관 질환 외에도 암, 뇌졸중,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문제와의 관련성에 대해 기존의 과학적 근거를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질환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엔 근거가 부족함을 확인할 수 있다. 

Hard water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주 성분이다. 탄산칼슘(CaCO3)으로 물 1리터당 120mg 이상은 hard, 180mg 이상은 very hard로 구분한다. 아래 지도에서 아리조나, 유타, 뉴멕시코, 콜로라도, 텍사스 등이 very hard water 지역에 속한다. 샌디에고가 포함된 캘리포니아 남부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시는 A씨가 한국에서 샌디에고로 이사를 했다면, 이곳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식수를 통해 하루에 대략 탄산칼슘 400mg을 더 먹게 되는 것이다. 

Hard water의 나라

한국 성인의 칼슘 권장 섭취량은 700mg 이상이며,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엔 1000-1200mg 섭취를 권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실제 평균 섭취량은 500mg 정도에 불과하다. 칼슘은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 중 하나이다. 여기서의 칼슘 양은 칼슘 원소(elemental calcium)를 말하는 것으로, 칼슘의 형태에 따라 포함된 칼슘 원소의 양이 다르다. 

탄산칼슘에 포함된 칼슘 원소의 양은 40%이다. 앞에서 들은 A씨의 예와 같이 식수를 통해 하루 400mg의 탄산칼슘을 먹는다면, 이를 통해 실제 섭취하는 칼슘 원소의 양은 160mg가 된다. 결국 한국인 평균인 500mg의 칼슘을 섭취하는 경우 샌디에고의 수돗물만 마셔도 하루 권장 섭취량인 700mg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칼슘 섭취가 부족한 한국인의 경우엔 미국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건강기능식품인 칼슘 보충제에는 보통 이보다 훨씬 많은 1000mg 이상의 탄산칼슘이 포함되어 있다. 

마그네슘의 권장 섭취량은 300-400mg이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시는 경우 이를 통해 soft water는 2.3mg, hard water는 52.1mg의 마그네슘을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마그네슘 보충제 역시 함량이 이보다 훨씬 높은, 100mg이 넘는 제품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은 이런 보충제를 쪼개서 녹인 물이라고 생각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칼슘 또는 마그네슘 보충제도 과하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지만, 물에 포함된 해당 미네랄 성분의 양은 일반적인 보충제 함량보다 낮다. 샌디에고 시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수돗물 조사 보고서에서는 기타 중금속 등의 유해 성분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샌디에고 수돗물 1L엔 이 칼슘보충제 1/3알이 들어있다.

그러니 미국의 수돗물을 마시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저 입맛에 맞는 물을 마시면 되지 않을까. 우리 집의 경우 수돗물의 맛 때문에 그냥 마시진 않고 끓여서 보리차를 우러내 마시는데, 식탁에 항상 함께 올라오는 생수 병은 보리차를 좋아하지 않는 둘째의 몫이다.  

2021년 5월 18일 화요일

연수일기 64. 학교 감사 주간 (Staff Appreciation Week)

5월 17일 월요일. 114일째 날. 아이들 학교는 이번 주가 Staff Appreciation Week이다. 2주 전 Teacher's day에 아이들이 쓴 손카드와 기프트 카드를 보냈고, 그날 집에 돌아온 아이들에게 물었었다. 

"선생님 선물이나 카드 많이 받으셨어?"

"아니, 아무도 안주던데."

선생님께 으레 작은 선물을 드린다고 알고 있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 학교에서 보낸 이메일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미국 학교에는 선생님께 감사를 표현하는 주간이 따로 있는 것이다. 하루가 아닌 일주일 내내. 덧붙여 감사는 마음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이길 적극 권한다. 이메일엔 심지어 다음과 같은 친절한 예시도 들고 있다. 예년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행사도 따로 있었다고 하는데 올해 행사는 생략한다고 했다. 

Staff Appreciation Week

How can you help? Here are some suggestions to help make Camp extra special:

  • Monday: Bring your classroom teacher a flower

  • Tuesday: Bring a different staff member (STEAM+ teacher, Office, Support Staff, Custodian) a flower

  • Wednesday: Create a note of gratitude for your classroom teacher 

  • Thursday: Create a note of gratitude for a different staff member (STEAM+ teacher, Office, Support Staff, Custodian)

  • Friday: Close out camp with a special gift for a Sycamore Ridge staff member

담임 선생님 뿐 아니라 보조 교사와 행정 직원들까지, 모든 이들이 감사의 대상이 되었다. 월요일 아침, 학교엔 감사 주간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장식이 걸렸다. 학교를 둘러싼 공기도 평소보다 들떠있는 것 같고, 바람은 따뜻하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등교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손에 꽃과 카드를 들었다. 교통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 직원들 손에도 벌써 아이들로부터 건네진 꽃들이 쥐어져 있었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지만 평소보다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감사 주간 플래카드

선물을 미리 드리긴 했지만, 우리도 이번 주 내내 이어질 달달한 분위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 아이들 담임 선생님께 드릴 작은 꽃다발 하나씩을 준비했다. 딸아이는 담임 선생님 외에 점심 시간 지도를 해주시는 보조 선생님께도 꽃을 드리고 싶다고 해 꽃다발 하나를 더 샀다.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의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고 들었다. 방학엔 봉급이 나오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직업에 대한 자긍심은 높다고 한다. 아이들이 준비한 꽃다발은 겨우 3달러에 불과하다. 선생님들이 받을 각종 기프트 카드도 대부분 50달러가 안되는 금액일 것이고, 이 카드의 상당 부분은 아이들을 위해 쓰여질 것이다. 값진 선물은 아니지만, 일주일 내내 꽃과 카드, 손편지들에 둘러싸일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괜히 내 기분도 좋아졌다. 

아이들 선생님께 드릴 꽃을 함께 고르며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스승의 은혜 노래도 부르던. 스승의 날이 되면 교무실 선생님 책상엔 각종 쇼핑백과 상자가 쌓이곤 했다. 거기엔 상품권이나 현금이 든 봉투도 꽤나 들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선 김영란법 때문에 선생님에게 개인적인 선물을 할 수 없다. 선물과 뇌물, 선의와 불의, 감사와 댓가를 구별하기 어려워진 세상에서 이러한 법이 지나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께 드릴 꽃을 조심히 들고 종종걸음을 치는 아이들을 보며, 선생님께 꽃 한 송이 드릴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이 유난히 아쉽게 느껴지긴 했다. 

2021년 5월 17일 월요일

연수일기 63. 아들의 Covid-19 백신 접종

5월 15일 토요일. 112일째 날. 아내가 Covid-19 백신 2차 접종을 받았다. 아내도 나와 마찬가지로 모더나 백신을 신청했었다. 

임상 시험 결과 효과 면에서 화이자(95%)나 모더나(94.1%) 백신은 큰 차이가 없었다. 부작용 중 접종 부위 통증은 모더나 백신이 좀더 심하지만, 전신 증상은 두 백신 간에 차이가 없다. 피로감, 두통이 가장 흔한 전신 증상이고, 그외에도 발열, 근육통, 관절통 등의 빈도가 높았다. 두 백신 다 1차에 비해 2차 접종 시에 전신 부작용이 심한 걸로 알려져 있다. 

아내 역시 두 번째 접종 부작용이 더 심했다. 지난 달에 2차를 맞았던 나도 1차 접종보다 피로감, 두통, 근육통과 관절통이 심했다. 내 경우엔 열은 나지 않았는데, 아내는 오늘 오후부터 밤까지 38도 이상의 열이 있었다. 접종 부위 통증은 두 차례 모두 심한 편이었다. 

나도 아내도 이제 두 번의 접종을 끝냈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최근 CDC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야외 뿐 아니라 마트와 같은 실내 공간까지 포함된다. 실제론 백신을 맞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방법이 없으므로 이 지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 지침과는 달리 아직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을 유지하는 주(캘리포니아도 여기에 속한다)도 있어 혼란을 느끼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우리 동네에서도 야외에선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이전보다 많이 눈에 띄지만 아직 실내에선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18세 이상의 47%, 전체 인구의 37%에 불과하다. CDC의 지침이 바뀌었다 해도 아직 마스크를 벗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5월 16일 일요일. 113일째 날. 지난 월요일에 FDA가 화이자 백신의 긴급 승인 대상 연령을 기존 16세에서 12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목요일부터 샌디에고 카운티 내에도 해당 연령에 대한 예약이 가능해져 만 13세인 첫째 아이 접종을 오늘로 예약했었다.

12-15세 연령에 대한 분석 결과는 지난 3월에 발표된 바 있다. 이 결과가 아직까지 정식으로 publish 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아직 임상 시험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겠지만, 중요한 이슈의 경우 완료되지 않은 중간 분석 결과라도 publish 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모르겠다. 아쉬운대로 FDA 발표 자료와 보고서에서 임상 시험 결과를 확인해보았다.

임상 시험에는 12-15세 2,260 명이 참여해 백신 또는 위약을 맞았다. 참여자의 절반 이상에 대해 2차 접종 후 최소 2개월 간 부작용 여부를 관찰했다. 가장 흔한 이상 반응은 접종 부위 통증, 피로, 두통, 근육통, 발열과 관절통이었고 전신 증상은 2차 접종 이후에 더 심했다. 이상 반응의 빈도와 내용은 16세 이상 연령의 결과와 비슷했다.

면역 반응은 190명의 대상자를 대상으로 분석했으며, 16-25세 연령 170명의 결과와 비교한 결과 동등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중화 항체 역가는 더 높았다.)

마지막으로 예방 효과 비교. 위약을 접종한 978명 중에서 16 건의 COVID-19 감염이 발생했으나 백신을 접종한 1,005명에서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100% effective 라는 표현을 썼는데, 일단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좀 과하지 않나 싶다. 추적 관찰 기간이 제한적이므로 예방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갈 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일요일 오전이고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여전히 성인이 많았지만 청소년도 몇몇 보였다. 접종 후엔 15분간 머무르며 관찰을 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좋아하는 인앤아웃 버거를 사왔다. 접종 부위 약간의 통증 외에 저녁까지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접종을 해버려서 한번 더 포즈를 취해주셨다.


2021년 5월 15일 토요일

연수일기 62. 김치 이야기, 아파트 바베큐장

5월 13일 목요일. 110일째 날. 연구실에서 집에 오는 길에 미라 메사의 한국 반찬 가게에 들러 김치를 샀다. 오후엔 코스트코에서 주유를 하고 장도 봤다. 내일 바베큐장에서 구울 고기와 소세지도 함께 샀다. 

이곳에서 김치는 한인 마트에서 사기도 하고, 공동 구매를 하기도 한다. 한인들이 많은 LA나 어바인에서 주문을 하거나 사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한인 마트에서 김치를 구입했다. 마트에선 파는 여러 종류의 김치를 돌아가며 먹어 봤지만 맛있는 김치는 찾기 어려웠다(종가집 김치는 맛이 괜찮지만 가격이 비싸다). 우연히 소개받은 이 반찬 가게의 김치는 마트 김치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맛은 나았다. 이번엔 묵은지 2kg를 샀는데 총각 김치도 한 박스 서비스로 받았다. 서비스로 받아 좋긴 했지만 총각 김치를 먹어보니 맛은 영 아니다. 

한국에선 처가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가져다 주시는 김치만으로도 충분했다. 김치를 따로 사먹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선 벌써 김치를 대여섯 번은 산 것 같다. 나도 아이들도 한국에서보다 김치를 더 많이 먹는다. 기름진 음식이 많기도 하고, 밖에서 한국식 반찬을 먹을 일이 없으니 집에서 더 먹게 되는 건 당연하다. 어쩌면 한국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김치에 더 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소울 푸드라고 하지 않던가.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또 다른 종류의 김치를 먹게 될 것이고, 적당한 가격에 맛있는 김치를 찾기 위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샌디에고는 LA와 가깝고 한인들도 많아서 김치 사정은 그나마 다른 도시보다 나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에서 가격도 싸고 맛도 있는 김치는 찾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파는 김치에 만족하지 못한 나머지, 한국에선 김치 한 번 담지 않았지만 미국에 와서 김치를 직접 담기 시작해 김장까지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아내도 지난 주엔 한인 마트에서 무우를 사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깍뚜기를 담았다. 난생 처음 담아본 깍뚜기였음에도 적당히 익으니 마트 김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처음이라 많이 만들지 않았는데, 유리병에 담긴 깍뚜기가 매일 줄어드는게 아까울 정도였다. 처음 시도한 깍뚜기로 성공의 맛을 본 아내는 신이 났는지 조만간 다시 담아보겠다고 했고, 나도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배추 김치보다 손이 덜 가서 만들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갓 담은 깍뚜기


5월 14일 금요일. 111일째 날. 바베큐장에서 C 선생님 가족과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에 아이들은 풀에서 물놀이를 했다. 아파트 바베큐장은 세 번째 이용인데, 수영장 옆에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두 개의 바베큐장엔 각각 여러 개의 큼지막한 그릴과 테이블이 있어서 사용하기 편하다.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안에서 고기를 굽다가 화재 경보가 울리는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는 이들도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고기를 구워서 집에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다.

풀사이드 바베큐장

한국에서도 캠핑을 자주 다녀 고기를 굽는 건 익숙하다. 한국과 다른 점은 여기선 석쇠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그릴에 직접 고기를 굽는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 그릴엔 그을음과 기름때가 남을 수밖에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고기를 올리기 전, 그릴에 비치된 솔로 그저 쓱쓱 몇 번 문지르면 끝이다. 이곳에선 한국 캠핑장에서 흔히 쓰는 일회용 석쇠를 구하기 어렵다. 처음 그릴을 이용할 때는 쿠킹 호일을 깔고 고기를 구웠지만 아무래도 맛이 나질 않아서, 안자보레고 여행을 가기 전에 한인 마트에서 석쇠를 따로 샀다. 그때 구입한 석쇠는 집에서 세척이 가능해 이후로도 잘 쓰고 있다.


2021년 5월 13일 목요일

연수일기 61. San Diego Zoo

5월 12일 수요일. 109일째 날. 샌디에고 동물원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30분 일찍 하교하는 수요일엔 오후에 집에서 가까운 곳을 구경하러 가기 좋다.

동물원은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위치에 발보아 파크와 붙어있다. 사파리 파크와는 달리 주차장은 무료이다. 두 달 전 사파리 파크 방문 전에 구입했던 연간 회원권으로 입장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미리 예약이 필요하다. 

동물원 입구

예약제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데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동물원의 전체 면적은 100에이커(40만 제곱미터)로, 1800에이커인 사파리 파크에 비해선 훨씬 작다. 서울대공원 동물원(280만 제곱미터), 서울 어린이대공원(53만 제곱미터)보다도 작은 면적이다. 1916년에 개장을 했으니 벌써 100년이 넘었는데, 관리를 잘 해서인지 오래되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동물 우리를 아기자기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해 면적에 비해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었다. 수용하고 있는 동물은 650종, 3700마리가 넘어 동물원 중에서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와 북극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대륙의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산책로도 입체적으로 나 있고 조경도 예뻐 걷기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곤돌라는 운영했지만 캥거루 버스는 다니지 않았고, Children's zoo는 리뉴얼로 닫혀 있었다. 마음 먹고 구경을 한다면 걸어서도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는 크기였지만, 세 시간 동안 쉬엄쉬엄 걸어서 절반 정도만 본 것 같다. 야행성이라 이른 오후 시간엔 잠을 자거나 그늘에 들어가 있어 보지 못한 동물들도 많았다. 아이들이 피곤해 하기도 해 북쪽에 있는 아프리카 동물들은 다음에 보기로 했다. 

기린 안녕!

저녁은 키어니 메사에 위치한 베트남 음식점 Phở Duyên Mai에서 먹었다. 맛이 나쁘지 않았지만 이전에 갔었던 미라 메사 Pho Cow Cali보다는 못했다. 


2021년 5월 12일 수요일

연수일기 60. 학교 숙제, Summer Birthday

5월 10일 월요일. 107일째 날. 저녁을 먹으며 아들이 며칠 전에 학교 숙제로 제출한 동영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제 제출은 대부분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이루어진다. 빠른 인터넷 망, 보편화된 개인용 PC와 스마트 기기 등, IT 기술을 활용한 수업 환경은 한국이 훨씬 좋지만, 학부모로서 느끼기에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미국이 이러한 IT 기술을 더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교육 방식의 차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에 비해 미국은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는 활동이 월등히 많다. 처음 이곳에 와서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학교 교육과 학생 평가의 상당 부분이 구글 클래스룸, 그리고 그와 연계된 다양한 웹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지난 1년간 e학습터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했지만, 주로 선생님이 올린 동영상을 보는 용도였고 학생의 직접 참여는 댓글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아들은 한국의 또래 친구들에 비해 컴퓨터 사용에 서툰 편이다.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는 것 외에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 수업을 따로 듣지 않았던 것도 이유일 것이다. 컴퓨터 사용법은 개별 소프트웨어 활용이 필요할 때 익히는 것이 자연스럽고, 어려서부터 굳이 따로 컴퓨터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6학년이 되면서 파워포인트나 워드프로세서 정도는 학교에서도 사용하게 될 것 같아 작년엔 집에서 가끔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실제 필요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초등학생 코딩 수업이 워낙 유행이라 작년엔 한번 배우게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이곳 학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많이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 활용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동영상 제작엔 WeVideo를 이용했다. 온라인 기반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공유할 수 있다. 실제 사용하는 걸 보니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어서 아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영상의 주제는 한국에 대한 소개였다. 며칠 전 완성한 영상에는 명절, 전통 음식과 옷, 그리고 한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다른 친구들은 나레이션을 넣기도 한다는데 그건 부담이 되었는지 모든 내용을 자막으로 설명했다. 아이들이 보기엔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넣으면 나을 것 같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넣어보라고 권해줬다. 너무 튀는 것 같다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오늘 그대로 음악을 넣고 발표를 했다고 한다. 

동영상을 발표하고 나면 반 모든 아이들이 쪽지에 각자 느낀 점과 질문 등을 써준다.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받은 쪽지를 함께 돌려보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과 과제, 그리고 모두가 함께한 피드백. 수업과 관련된 내용만으로 저녁 식사 시간 내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다.


5월 11일 화요일. 108일째 날. 둘째의 summer birthday 날이다. 딸아이는 주말에 구디백을 준비하면서도 기대를 많이 하는 눈치였다. 오늘 입을 옷도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미리 정해 세탁해두었다.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학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궁금했다. 교문을 나온 아이는 차에 타기도 전에 오늘 있었던 일을 숨넘어가듯 이야기하며 친구들의 축하 메세지로 만든 birthday book을 보여주었다. 선생님은 종이로 왕관을 만들어 주셨다. 같은 학년의 모든 반이 이렇게 하진 않을 것 같다. 아이들 생일을 미리 챙겨주는 것도 품 꽤나 들어갈 터인데, 감사할 따름이다. 어린 아이들에겐 사소하지만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일들이다.

Birthday Book


2021년 5월 10일 월요일

연수일기 59. 애니스 캐년(Annie's Canyon) 트레일

5월 9일 일요일. 106일째 날. 애니스 캐년 Annie's canyon에 다녀왔다. 솔라나 비치 근처에 있는 캐년으로 짧은 트레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샌디에고 카운티 내에도 트레일을 즐길 수 있는 몇 개의 캐년이 있다. 대부분 높고 깊진 않으므로 아이들과 짧은 산책을 하기에도 좋은데, 애니스 캐년은 아내가 참여하는 미팅에서 이곳에 사는 분들께 가볼 만 한 곳으로 추천을 받았다.

솔라나 비치의 북쪽에 있다.

트레일헤드는 주택가 안쪽에 있어 근처에 스트릿 파킹을 해야 한다. 샌 앨리요 라군 San Elijo Lagoon 지역을 이웃해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2-30분 정도 걸으면 캐년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양 옆으론 형형색색의 꽃들이 가득 피어있고, 시선을 조금 더 멀리하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습지가 보이는 아름다운 길이다. 일요일이라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온 가족이 많았다. 

커다란 나무가 있는 작은 광장에서 시작해 언덕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이다. 오른쪽은 좁은 슬롯 캐년, 왼쪽은 평범한 산길이다. 대부분은 오른쪽 길로 올라가 왼쪽 길로 내려오게 된다. 

올라갈 때는 오른쪽 화살표를 따라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좁은 협곡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랜드 써클의 앤터로프 캐년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슬롯 캐년이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도 있다. 지난 달에 갔었던 보레고 사막의 슬롯 캐년도 그 중 하나였다. 애니스 캐년은 길이가 짧아 좁은 협곡을 지나 5분 정도면 정상에 오르는 게 가능하다. 길이가 짧아 아쉽긴 해도 한 사람이 겨우 빠듯하게 지나갈 만한 너비라 슬롯 캐년 특유의 재미를 맛볼 수는 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협곡을 만난다.

오르막길의 마지막 부분은 경사가 가팔라 철제 사다리와 계단을 딛고 올라가야 한다. 정상에 오르면 야트막한 언덕 아래로 라군 지역을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강을 볼 수 있다. 잠시 바람을 쐬며 풍경을 감상하다 언덕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왔다. 슬롯 캐년을 지나 언덕 위의 뷰포인트만 다녀오면 한 시간 남짓,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고 슬롯 캐년을 지나는 재미도 있어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델 마르 비치 근처의 브루어리인 Viewpoint brewing company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창고처럼 보이는 입구로 들어가니 전면이 개방되어 트인 널찍한 실내 공간이 펼쳐진다. 샌디에귀토 라군을 볼 수 있는 바깥 자리에 앉아 맥주 샘플러와 음식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음식 양이 많지 않았지만 맛은 모두 좋았다. 그동안 들렀던 몇 군데의 브루어리 모두 분위기나 맛이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나아 실망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로컬 맥주들도 함께 맛볼 수 있으니, 아직 가보지 못한 브루어리들도 부지런히 돌아봐야겠다. 

2021년 5월 9일 일요일

연수일기 58. 어버이날, Mother's day

5월 6일 목요일. 103일째 날. C 선생님 내외와 점심을 같이 했다. 같은 날 입국을 하고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가족이 있는 게 이곳 생활에 큰 힘이 된다. 점심을 먹은 곳은 아침과 브런치를 주로 하는 Snooze란 체인 레스토랑으로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점심 시간 이후까지만 영업을 한다. 지난 번에 갔었던 Breakfast Republic과 비슷한 곳이다. 이 동네엔 이런 브런치 레스토랑이 많은데, 메뉴 역시 크게 다르지 않고 맛도 비슷할 것 같다. 프라이나 스크램블 같은 계란 요리와 베이컨, 소세지, 빵 등으로 구성된 요리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외국 호텔 조식과 비슷한 음식들인데,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하지만 구글 평점이 좋고 소문난 맛집이라 해도 내 입맛엔 이곳의 레스토랑 음식들이 아주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들은 이번 주에 농구 세 번째 달 수업이 시작되었다. 워터 폴로는 한 달 수업 이후 그만두었지만 일주일 두 번의 농구 수업은 계속 참여하고 있다. 수업에 재미가 붙은 이후론 이제 집 차고에서도 종종 드리블 연습을 한다. 다리 사이로 공을 넣어가며 드리블 하는 모습이 제법 그럴싸하다. 이번 달엔 수업을 받는 아이들 숫자가 늘었고 같은 반 친구 하나도 새로 들어왔다고 한다. 


5월 7일 금요일. 104일째 날. 아이들 옷과 수영복을 사기 위해 웨스트필드 UTC 몰에 왔다. UCSD 근처의 대형 쇼핑몰로, Macy's, Nordstrom과 같은 백화점부터 의류, 신발, 악세사리 등 패션 매장과 쉑쉑, 스타벅스 등 푸드 매장, 서점, 애플 스토어와 테슬라 매장까지 입점해 있어 구경만 해도 좋을 곳이다.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실내 아이스링크도 있다고 한다. 이전에도 두어 번 가보긴 했지만 내부를 걸어서 둘러본 건 처음이었다. 교외의 쇼핑몰에 비해 젊은이들이 많았다. 번화가에 있지만 두 시간까진 무료 주차라 쇼핑을 하기엔 큰 불편이 없다. 

H마트에서 장을 보고 다이소에 들러 딸아이 학교 생일 행사 때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과 작은 비닐 봉투 세트를 샀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로는 지우개를 골랐다. 생일은 7월이지만, 여름 방학 이후에 생일을 맞는 아이들의 summer birthday를 정해 미리 축하하기로 했다. 덕분에 방학 전까지는 매주 생일이 있다. 딸은 다음 주 화요일이 summer birthday였다. 미국에선 아이들 생일 때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거나, 구디백 goodie bag 이라고 부르는 작은 선물을 나누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거리두기 때문에 그동안엔 아이들의 생일 파티도 하기 어려웠을텐데, 상황이 좀 나아지면서 외부 식당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아이와 함께 비닐 봉투에 지우개를 넣고 포장해 구디백 열여덟 개를 만들었다. 


5월 8일 토요일. 105일째 날. 한국은 어버이날이다. 어제 밤에 부모님들과 영상 통화로 어버이날 인사를 드렸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영상으로 인사를 드리려 하는데 그것도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미국에도 Parents' day가 있다. 7월의 넷째 일요일로,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에 관련 법률안에 서명을 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선 5월 둘째 일요일인 어머니날 Mother's day과 6월 셋째 일요일인 아버지날 Father's day이 따로 있고, 이들의 역사가 더 오래된 탓에 상대적으로 Parents' day는 덜 알려진 것 같다. 내일이 Mother's day라 마트엔 기념일 카드와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번 주 내내 길거리 곳곳에서 카네이션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줄 카드를 준비했다. 현관에서 나가는 길에 앞집 발코니에 나와있던 이웃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Happy Mother's day!"라고 인사를 한다. 이곳에서 Mother's day는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하고 선물을 드리는 날에 그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란 인상을 받았다. 

2021년 5월 8일 토요일

Covid-19 백신 뉴스 기사에 대한 생각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TV 뉴스를 켠다. 아이들을 깨우고 함께 아침을 먹고 등교와 출근 준비를 하며 보는 것이다. Covid-19와 백신 관련 기사는 매일 빠지지 않는다. 미국은 2억 명 접종의 마일스톤을 넘겼다. CDC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 성인의 40%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고, 60% 가까이 최소 1회 접종을 받았다. 

https://covid.cdc.gov/covid-data-tracker/#vaccinations

이곳 뉴스에선 매일 백신 접종률을 보도한다. 접종 시작 이후 애초의 목표를 넘어서는 접종률을 기록하며 순항함에 따라 정부는 몇 차례 목표를 상향해왔다. Real world data 분석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 2회 접종을 한 경우 90%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에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해져 간다. 변이 바이러스와 최근 둔화된 접종 속도 때문이다. 주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존슨앤존슨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후로 접종을 꺼리는 사람이 늘어났고 2차 접종을 미루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전보다 접종 예약도 수월해졌다. 접종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일찍 접종을 받았고 현재 남은 사람들 중에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접종 속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접종을 꺼리는 현상(vaccine hesitancy)은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제일 것이나, 사회 문제가 될 정도의 안티 백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국에도 '안아키'와 같은 카페가 존재하지만 이런 주장을 믿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소수이다.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아 홍역과 백일해가 다시 유행했던 미국이나 유럽만큼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될 정도의 영향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안티 백서들이 주장하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들을 때면 이 나라의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 수준이나 의료 체계의 문제 등을 떠올리며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국은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선 과학과 미신을 구별할만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한국의 뉴스에선 낮은 접종률, 그리고 순조로운 접종을 위한 전략보다는 접종의 부작용을 다루는 기사가 더 눈에 띈다. 기사는 반복해 재생산되고 SNS를 통해 확산된다.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고 접종을 꺼린다.   

치료가 아니라 예방이 목적인 백신의 경우,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한 문제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접종을 진행한 나라들의 실제 자료를 바탕으로 백신의 이득과 위험은 빠르게 수치화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는 AZ 백신의 위험보다 이득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여기서 전문가는 감염병과 백신 부작용, 그리고 공중보건 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는 전문가를 말하며, 이러한 지식이 없는 의사들은 일반 대중과 큰 차이가 없다. 

접종은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이 이와 같은 문제를 현명하게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는 이득과 위험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골치아픈 일이며, 이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충분하고 객관적인 정보이다. 그러므로 언론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전달할 의무가 있지만 이러한 의무를 다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보도한 어떤 기사도, AZ 백신으로 인한 혈전증의 빈도가 백만분의 일 정도이며 이로 인한 사망보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10배 높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기고문 참고). 과학적 근거를 담은 기사는 쓰기도 쉽지 않겠지만 독자의 흥미를 끌기도 어렵다. 이에 반해 부작용 사례에 대한 기사는 쉽게 관심을 일으킬 수 있고, 독자의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우리에겐 특정 사건이 눈에 많이 띄거나 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경우 해당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대한 견해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 현상을 현저성 편향(salience bias)이라고 한다. 대중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객관적인 판단에 필요한 경험이나 정보가 부족할 경우 치우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심각한 부작용만을 다룬 기사가 늘어날수록 백신 접종에 대한 판단에 부작용 사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실제 확률과 별개로 내가 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커진다.



이곳에서 한국의 인터넷 뉴스를 많이 보진 않지만 최근의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은 또 한 번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경찰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일부 기사들은 이미 옆에 있던 친구를 용의자로 단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보도가 온전히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기사들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기사를 볼 때와 비슷한 기시감을 느낀 건 나 뿐이었을까.


2021년 5월 6일 목요일

연수일기 57. Teachers day, 중학교 수학 테스트

5월 4일 화요일. 101일째 날. Teachers day이다. 아이들이 손으로 쓴 카드와 함께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준비했다.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는 둘째는 영어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단어란 단어는 모두 카드에 쓴 것 같다. 2학년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아 곧 선생님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벌써부터 아쉽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아직도 친구들과는 어색함이 남아 있지만 선생님의 밝고 유머러스한 성격 덕분에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한 달 남짓 남은 학기를 아쉬워하며, 선생님은 ABC countdown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앞으로 남은 26일 동안 A부터 Z까지 알파벳 글자로 시작하는 주제의 작은 파티를 매일 여는 것이다. 여름 방학 이후 생일을 맞아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중간 중간 아이들의 가상 생일도 넣어 주셨다. 아이는 벌써부터 첫째 날인 내일, Animal day에 가져갈 동물 인형을 고르느라 신이 났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뭘 좋아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알고 계신다. 

앞으로 남은 매일이 아이들에겐 파티날


5월 5일 수요일. 102일째 날. 오후에 아들은 Integrated Math B Honors Readiness Test (IMBHRT)를 받았다. 테스트에 대해선 얼마 전 이 글에서도 설명한 바 있다. 7학년 지원자를 대상으로 8학년 수학 과정을 들을 수 있는지 학습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점수가 70% 이상이 되어야 8학년 과정을 들을 수 있다. 테스트는 구글 meet를 통해 진행되었다. 시작 시간이 되자 오늘 참여할 아이들이 화상 회의 화면에 나타났다. 20명이 채 안되는 수였고, 오늘을 포함해 총 3일 중에 선택해 참여할 수 있으니 이 테스트를 보는 아이들이 많진 않은 것 같다. 

테스트가 시작되면 부모는 함께 있을 수 없다. 시험은 1시간 45분 동안 진행되었다. 이런 정식 시험을 보는 건 처음이라 좀 긴장을 했는지 끝나는 시간이 되어 방에서 나오는데 기운이 쭉 빠져 보인다. 하지만 핸드폰 게임을 시작하고는 금새 언제 그랬냐는 듯 낄낄거리는 녀석. 

저녁으론 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스팸과 어묵을 볶고 시금치도 데쳐 단무지와 함께 넣었다. 한국에선 자주 사먹던 김밥을 여기선 만들어 먹는데, 그때마다 한국 생각이 많이 난다. 누군가 김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했던가. 

한국에선 오늘이 어린이날이다. 한국에 있다면 아이들이 선물을 받았을텐데.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축하 인사와 용돈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2021년 5월 4일 화요일

연수일기 56. 펫코 파크 야구 관람

5월 3일 월요일. 100일째 날.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홈 경기가 있는 날이다. 메이저리그는 작년엔 무관중 단축 시즌으로 운영했지만 올해는 관중 입장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야구 개막 이후 종종 경기 스케줄을 찾아보곤 했다. 티켓은 MLB 공식 제휴 업체인 ticketmaster 외에도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stubhub이나 seatgeek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한국과는 달리 티켓 가격은 구단마다 천차만별인데 인기 구단일 수록 가격이 비싸고, 같은 구단이라도 경기 일정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 티켓 가격을 검색했는데 마침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주중 3연전 경기 티켓이 다른 경기에 비해 저렴해 월요일 경기로 예약했다. 티켓을 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구매처로는 stubhub에 대한 추천이 많았고 경기 임박한 시간이 되면 기존 가격보다 훨씬 싸게 살 수도 있다고 했지만, 낮은 가격의 티켓은 티켓마스터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현재는 좌석에 따라 covid-19 검사 결과나 백신 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 있는데 3층의 저렴한 좌석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다운타운은 대부분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고, 야구장 근처도 마찬가지이다. 2004년에 개장한 펫코 파크를 둘러싼 길은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8회 수상한 Tony Gwynn과 통산 600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의 전설 Trevor Hoffman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보안 검사대에서 경기장에 가방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해 주차장에 다시 돌아갔다 와야 했다. 1시간 일찍 여유있게 도착했던지라 그래도 경기 시작 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경기장 입구 안쪽 벽면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파드리스 출신 선수들의 동판 장식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토니 그윈의 동판은 앞쪽에 따로 모셨다. 경기장 시설은 훌륭했다. 한국에선 잠실, 수원 구장과 광주 챔필을 가 본 경험이 있었는데 어느 구장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라운드 안 시설은 물론이고 다양한 종류의 매점, 그라운드 밖의 다양한 볼거리들이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을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명예의 전당 헌액 선수들


오늘 경기엔 김하성 선수가 선발로 출전했다. 지금은 주전도 아니고 성적이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뛰는 한국 선수를 직접 보니 뿌듯함과 흥분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2회엔 실점 위기에서 멋진 다이빙 캐치로 이닝을 끝내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관객들의 응원 열기는 한국 야구장이 훨씬 뜨겁지만, 관중석에서 직접 느낀 이곳 분위기 역시 단체 응원을 하지 않을 뿐 경기에 대한 열정은 비슷하지 않나 싶다. 

김하성 선수 타석

입장하는 길, 2층과 3층 통로에서 보이는 바다와 항구 풍경도 멋졌지만 관중석에서 보는 그라운드와 외야 바깥의 스카이라인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장 아름다운 구장으로 손꼽히는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는 얼마나 멋질지 모르겠다. 시간이 많지 않아 경기장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다음 번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해가 지고 나니 날씨가 쌀쌀해지고 가연이가 추워해 6회가 끝나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경기 결과는 파드리스의 2:0 승리. 생각보단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경기장 분위기를 좋아해 다음에 또 올 수 있을 것 같다. 

연수일기 55. 해변 달리기, 신용카드 한도 문제

4월 30일 금요일. 97일째 날. 아침에 솔라나 비치를 뛰었다. 모래사장 바닥이 단단한 편이라 달리기를 하기에도 괜찮았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아침부터 써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해변은 세 번째 방문이고, 올 때마다 느끼지만 참 아름답다. 러닝 후엔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해변 달리기

오늘의 연구 미팅 발표 주제는 pulse wave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심혈관질환 예측 지표에 대한 것이었다. MESA 코호트를 대상으로 해당 측정 결과가 실제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반영함을 확인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진행 중인 연구와 같은 코호트를 대상으로 했던 연구라 흥미롭게 들었다. 나도 조만간 자료 정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해야 한다. 


5월 1일 토요일. 98일째 날. 방학 때 가기로 했던 세콰이어 국립공원 내 패밀리 캠프 잔금을 오늘 지불해야 했다. 2월에 예약을 하면서 예약금은 한국 신용카드로 지불했었다. 한국 신용카드는 해외 결제에 수수료가 붙으므로, BOA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엔 대부분의 결제 건에 이 카드를 사용해왔다. 현재 내 secured credit card의 한도는 3천불이다. 그런데 이 금액이 넘는 캠프 비용을 이 카드로 지불할 수 있을까? 신용카드 계좌에 미리 돈을 넣어 잔고(balance)를 마이너스로 맞추고 해당 결제 후에 잔고가 3천불을 넘지 않게 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카드에 1%의 캐시백이 있으므로 이 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다면 이득이 쏠쏠하다.

일단 해당 건 결제는 가능했고 pending 상태로 넘어갔지만, 다음 날 문제가 생겼다. 식당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거절되어 계좌를 확인해보니 카드를 사용한 금액이 한도인 3천불로, 사용 가능한 금액(available credit)이 0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 상태에선 카드 결제가 거절되는 것이 당연하다. 나중에 은행 직원에게 문의해 들은 이야기론 3천불 한도의 secured card라면 3천불이 넘어가는 금액 결제 건은 대개 처음부터 진행이 안된다고 한다. 은행 직원도 해당 건의 결제가 가능했던 게 이상하다며 승인이 완료될 때까지 지켜보라고 했다. 이틀 동안 묶여있던 credit은 pending 상태였던 결제 건이 승인이 되면서 다시 회복되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신용카드 관련 업무는 은행 본사의 관할이므로 담당자의 재량이 중요할 것 같다. 은행과 신용카드 관련 그동안의 경험은 모아서 나중에 따로 정리해보려 한다.


5월 2일 일요일. 99일째 날. 가까운 트레일 코스에 가려 했는데 점심 때까지 비가 와서 다음으로 미뤘다. 저녁은 크랩헛 Crab Hut에서 먹었다.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고, 샌디에고에 다녀온 지인에게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샌디에고엔 크랩헛 지점이 세 군데 있다. 한인 마트에 들를 일이 있어 콘보이 지점을 선택했는데, 주차가 불편하고 매장도 작아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이곳보단 미라메사 지점이 더 편할 것 같다. 새우와 킹크랩을 주문했는데 맛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마늘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소스가 너무 짜고 자극적이어서 둘째는 많이 먹지 못했고, 첫째는 먹고 나서 속이 불편해 한동안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