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1일 목요일

연수일기 28. 학교 기부 행사

3월 8일 월요일. 44일째 날. 딸아이 책장을 마련했다. 그동안 중고 물품 게시판을 꾸준히 들여다보았지만 적당한 물건이 나오지 않아 결국 이케아에서 새 책장을 샀다. 책장을 조립하고 늦은 오후에 집 근처의 트레일 코스를 걸었다. 해변의 유명한 코스처럼 화려하고 멋진 풍광은 없지만 소박하고 조용한 길이었다. 트레일 코스는 vernal pool이라 불리는 조그만 호수를 거쳐 델 마르 보호 지역까지 연결된다. 'vernal'은 '봄철의'란 뜻인데, 이런 호수는 겨울에 물이 모여 봄에 가장 깊어지고 여름이 되면 물이 마르는 주기를 거치며 주변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호수를 구경하고 돌아오니 한 시간 남짓 되었다. 

집 근처 트레일 코스에서 만난 오솔길

아이들 학교에서는 Jog-a-thon이라는 이름의 기부 행사를 시작했다. 미국 학교에선 다양한 기부 행사를 통해 기금을 모은다고 들었다. 이번 행사는 델 마르 학군의 가장 큰 모금 행사라고 한다. 400불 이상 이상을 기부하는 경우 물통, 타월, 기프트카드 등의 선물을 준다. 학교 전체의 목표 금액은 8만불이었고, 각 반마다 현재 모금 금액을 그래프로 보여주었다. 담임 선생님들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전체의 목표 금액에 도달하거나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등 일정 지표 달성에 대해 교장 선생님이 하루 동안 학교 옥상에서 일을 하거나 머리카락 염색을 하는 등의 재미난 공약을 걸기도 했다. 행사 웹페이지 곳곳에서 400불 이상을 권유하는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는데, 아이 둘에 각각 400불은 부담이 되어 아내와 상의해 적당한 금액을 보냈다. 모여진 금액은 STEAM이라고 하는 교육 프로그램 선생님들의 활동 비용에 쓰인다고 한다. 학교에 편입한지 한 달 밖에 안되었지만 벌써 학급 문고를 보내는 행사를 통해 몇 권의 책을 기부하기도 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데, 한국과는 좀 다른 문화이지만 이런 기부 행사에도 적절히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아이들이 실제로 모여서 러닝도 했을텐데 그런 참여 행사를 가질 수 없어 아쉽다. 


3월 9일 화요일. 45일째 날. 오전에 논문을 수정하고 저자 답신을 작성해 보낸 뒤 영문 학회지에 보낼 에디토리얼 원고를 준비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상적인 일들도 이제 평소와 같이 그때그때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오늘 오후는 아이들이 워터 폴로 수업에 가는 날이라, 학교에서 데려와 잠깐 집에서 쉬었다가 다시 수업에 데려가야 한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저녁엔 아들의 농구 수업 시간에 맞춰 또 공원 농구장에 데려다 주어야 했다. 농구 수업이 있는 화요일과 목요일엔 아이들을 실어 나르다 보면 하루가 갈 것 같다. 다음 주에 정식 워터 폴로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들은 둘째가 속한 어린 아이들 반에서 임시 수업을 받고 있다. 두 번째 수업인 오늘은 지난 번과 달리 별다른 문제는 없이 흔쾌히 참여했다. 수업이 끝나고 좀 힘들어하긴 했지만. 이렇게 짜여진 시간표대로 흘러가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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