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토요일. 35일째 날. SSN card가 도착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인터뷰를 했으니 일주일만에 카드를 받은 것이다. covid-19로 대부분의 프로세스가 지체되는 상황에서 생각보다 너무 빨리 카드가 도착해 놀랐다. 미준모 카페 글들을 보면 몇 달째 인터뷰도 못하는 이들도 있다던데, 주마다 상황이 다른 것 같다. 막상 받고 보니 종이 쪽지에 불과한 이 카드를 받기 위해 다들 이런저런 고생을 하나 싶어 쓴웃음이 나왔다. 아뭏든 이제 다음 단계인 운전면허 시험 예약을 할 수 있겠다.
오후엔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가 아들과 농구를 했다. 나야 농구공을 제대로 잡아본 적도 없지만, 아이는 지난 1년 간 아파트 상가의 어린이 스포츠 클럽에서 농구를 했었다. 수업보단 친구들과 놀이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았을 거라 아직도 초보 수준인데, 이곳 아이들의 농구 실력에 이미 주눅이 든 것 같다. 남자 아이들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 미국 생활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들도 다음 주부턴 이 공원에서 하는 농구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공을 튀기며 다른 아이들과 몸을 부대끼는 것이 이곳에서 느끼는 새로운 재미가 되면 좋겠다. 하지만 아이는 일단 또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니 부담부터 느끼는 것 같다.
2월 28일 일요일. 36일째 날. 토리 파인즈 주립 보호 지역에 트래킹을 다녀왔다. 토리 파인즈 해변은 샌디에고에 도착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바다를 보러 갔던 곳이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날 해변을 걸으며 조만간 트레일 코스에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딱 한 달 만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해변을 따라 야트막한 능선과 골짜기를 걸으며 이곳 특유의 풍경과 바다를 볼 수 있는 멋진 트레일 코스가 있어서 바다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 트레일을 걷거나 뛰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자주 찾는 곳이다.
오전 11시쯤 주차를 하고 비지터 센터까지 올라갔다가 비치 트레일을 따라 Flat Rock까지 해변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토리 소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선 흔한 소나무지만 선인장들과 한 곳에서 자라는 모습이 독특한 느낌이 주었다. 돌아올 때는 노스포크 트레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1시 30분이 넘었다. 중간에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하긴 했지만 반나절 가량의 조금 특별한 산책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이 맞춤한 곳이었다.
토리 파인즈 보호 지역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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