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수요일. 32일째 날.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 카브리요 국가 기념물 Cabrillo National Monument로 향했다. 미션베이를 지나 지도에선 다운타운의 왼편 아래로 비죽하게 튀어나온 포인트 로마 끝에 위치한 곳이다. 입구에서 국립공원 annual pass를 구입했다. 지난번 데스밸리에선 가이드 투어에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어 패스를 따로 구입하진 않았다. 80불 패스 1장으로 1년 간 차량 한 대가 국립공원과 국가 기념물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 코로나도 섬과 다운타운, 태평양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었다. Visitor center와 이곳을 처음 발견한 후안 로드리게스 카브리요의 동상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은 오늘도 학교 생활이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집으로 가서 쉬고 싶다며 오는 내내 투덜거린다. 참다 못해 한 마디 야단을 치니 얼굴이 굳어져 그 다음부턴 뒤켠에 멀찍이 떨어져 따라온다. 마침 썰물 때라 물이 빠진 타이드 풀에 내려갈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겁 없는 새 한 마리가 사이드 미러에 앉아 먹이를 달라는 듯 빤히 쳐다보며 기다리다 빵 조각을 던져주니 잘 먹는다. 아들은 새 사진을 찍으면서 기분이 좀 풀렸는지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타이드 풀은 해변을 싸고 있는 단층 지형 절벽 외에는 제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바위 해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지금 시기엔 포인트 로마 언덕 위에서 태평양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들과 고래가 보인다는 포인트에 한동안 서 있었다. 오늘 고래를 보진 못했지만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어려서부터 바람을 좋아했던 아이 표정도 조금 더 밝아진 것 같았다.
포인트 로마 타이드 풀 |
2월 25일 목요일. 33일째 날. 우리와 같은 날 미국으로 들어온 C 선생님 내외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같은 날 같은 비행기로 LA 공항에 도착했고, 같은 아파트에 집을 얻었다. UCSD 연수 시작 날짜도 같다 보니 그동안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했다. 학교 1년 후배인 C 선생님과 이곳에서 이웃이 되니 졸업 후 20여 년 간 만난 적이 없었음에도 반갑고 든든했다. 한 달 동안 겪었던 어려움과 시행착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금새 시간이 갔다. 조만간 집에 식사 초대를 해야할 것 같다.
아이들 책과 놀이감 등을 더 가져오지 못한 게 아쉬울 때가 많다. 아마존에 주문했던 모노폴리와 루미큐브가 오늘 도착했다. 아이들, 특히 딸아이의 심심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늦게 집 앞에서 가족 사진을 찍었다. 내년에 이곳을 떠나기 전에 같은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 보려고 한다. 그땐 아이들의 키도 생각도 많이 자라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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