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일요일. 8일째 날. 입국한지 일주일 만에 드디어 A 아파트에 입주하는 날이다. 리싱 오피스 운영 시간인 10시에 맞춰 도착했다. 바로 집에 들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입주 비용이 지불되지 않아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아파트 웹페이지에서 입주에 필요한 서류들을 확인하고 계약서에도 사인하게 되어 있는데 중간 서류 중 하나에 사인을 하지 않아 정식 계약서와 렌트비 지불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사무실 컴퓨터로 남은 과정을 처리했다. 여러 장에 걸쳐 입주자 주의 사항이 빼곡히 적혀있었지만 자세히 읽어보지 못했다. 나중 여유가 있을 때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첫 달 렌트비가 포함된 입주 비용을 계산해야 했는데, 역시 계좌를 만들 때 받은 personal check로는 지불이 안된다고 했다. 당장 현금이나 데빗카드가 없어 한국 신용카드로 계산해야 했다. 한국 신용카드는 해외 결제 시 1-2퍼센트의 수수료가 부과되므로 집 렌트비와 같이 큰 금액이라면 수수료도 무시하기 어렵다. 카맥스에서처럼 ePay가 가능했는지는 모르겠다. 이전에는 BOA에서 계좌를 만들 때 정식 데빗카드가 오기 전 사용할 수 있는 임시 데빗카드를 주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계좌를 만들 때는 이제 임시 데빗카드는 발행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처럼 자동차와 집 렌트비 지불에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결국 현금을 가지고 있거나 계좌를 만들 때 cashiers check를 따로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새 집이 생겼다. 가구 하나 없이 휑해도 아이들은 신이 나서 집 안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떠든다. 임시 숙소에서 열어보지도 못한 이민가방들 안 물품들도 오랜만에 햇볕을 보았다. 아내와 아이들이 짐 정리를 하는 동안 SDSARAM을 통해 받기로 한 작은 탁자와 간이 의자, 협탁 등의 중고 가구를 가지러 다녀왔다. 이 탁자는 아이 책상으로 쓰기 적당할 것 같았다. 일주일 뒤 무빙세일 살림을 받을 때까지는 좀 불편하더라도 이 가구들을 식탁과 작업대로 번갈아 쓰며 지내려 한다. 짐 정리를 마치고 집 근처 트레이더 조에서 처음 제대로 장을 보고, 라이트 에이드에서 생필품들을 샀다.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쇼핑몰이 있어 다행이다.
텅 빈 집에서도 역시 스마트폰 게임! |
지난 수요일에 신청했던 스펙트럼 인터넷 셀프 설치 키트가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모뎀과 한국에서 가져온 무선공유기를 연결하니 첫 설치 후 인식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잘 작동한다. 거실 바닥은 다행히 카페트가 아닌 나무이다. 2층의 발소리가 실시간으로 중계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국 사람들에겐 훨씬 나을 것 같다. 무빙세일로 받기로 한 침대가 들어올 때까지 거실 바닥에 이불과 침낭을 깔고 자야겠지만, 그래도 우리 집 지붕 아래 있으니 마음이 훨씬 여유로워지는 기분이다.
지난 일주일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힘들기도 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직접 부딪혀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게 즐겁고 뿌듯하기도 했다. 미국 도착 초기에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엔 정착 도우미의 도움을 받지 않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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