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9일 화요일

연수일기 9. 공식적인 첫 날이었지만

2월 1일 월요일. 9일째 날. 공식적으로 연수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이다. 하지만 아직 UCSD 교정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판데믹 때문에 연수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일도 많고, 막상 연수를 와서도 달라진 게 많다. 학교 교정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지만 언제쯤 이전처럼 자유롭게 학교와 병원을 왕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수 첫 날인 오늘은 대면 미팅 대신 오후에 Academic Resource Center 담당자와 온라인 onboard meeting이 예정되어 있다. 

오전에 BOA 스마트폰 어플로 지난 번 계좌를 만들어준 담당 직원과의 미팅을 예약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아내의 데빗카드와 지난번 신청한 신용카드의 발급 거절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간단한 업무라도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 생소하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합리적이기도 하다. 아내의 데빗카드는 2-3일 내로 도착할 예정임을 확인했고, 승인 거절된 신용카드 대신 300불 한도의 secured credit card를 발급받았다. 한국에서 확실한 직업과 소득이 있었다 해도 미국에서 신용 점수가 없다면 일반 신용카드를 바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한다. 한 달에 300불 한도는 너무 낮은데, 6개월쯤 뒤 한도가 올라갈 수 있다고 했지만 연수 기간 내에 많은 혜택을 받긴 어려울 것 같다. 그저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의미 정도로 생각하려 한다. (secured credit card의 한도를 300~4,900불 사이에서 정할 수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이후 3천불로 조정했다. 이날 상담할 때는 한도에 대한 은행 직원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국과 다른 계좌 체계는 처음엔 이해하기 쉽지 않고, 이런 시행착오를 흔히 거칠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한국인 직원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zoom을 통해 ARC 담당자와 짧은 미팅을 했다. 그도 재택 근무를 하고 있었다. 메일로만 수 차례 소식을 나누었던 이와 모니터 안에서나마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이전이라면 student service center에서 직접 대면해 진행했을 것이다. DS-2019, 비자 스탬프, I-94 등 서류도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미팅은 10여분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며칠 뒤면 UCSD 메일 계정이 생길 것이다.

늦은 오후에 월마트에 들러 구경했다. 다른 마트에 비해 볼만 한 것들이 없었다. 미국에 온 뒤로 매일 만지던 슬라임을 만들지 못해 아쉬워하던 딸아이를 위해 슬라임 재료를 샀다. 이곳 마트들은 대부분의 물품이 크고 여러 개씩 묶여있어서 불필요한 소비를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슬라임 재료도 용량이 무지 컸다. 

2월 2일 화요일. 10일째 날. 아이들 옷을 사기 위해 아울렛을 방문했다. 샌디에고에서 가까운 아울렛은 북쪽과 남쪽에 하나씩 있는데 남쪽은 멕시코 국경과 매우 가까워 깜빡하면 국경을 넘어갈 수 도 있을 것 같다. 오늘 간 곳은 20마일 정도 북쪽에 있는 칼스배드 아울렛이었다. 평일이라 사람이 적어 한적해 쇼핑하기 적당했다. 
점심을 먹고 솔라나 비치 Solana beach에 들렀다. 지난 주에 갔던 토리파인스 스테이트 비치와 달리 해변이 모래사장이었고, 너무나 넓고 아름다웠다. 날씨가 더 따뜻해져 써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이런 해변이 있다니. 해변을 걸으며 해가 질 때까지 머물렀다. 


솔라나 비치의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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