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0일 토요일

연수일기 17. 데스밸리 투어

2월 18일 목요일. 26일째 날. 새벽 6시가 채 되기 전 컴컴한 어둠을 헤치고 집에서 출발했다. 가이드께서 준비한 도넛과 마들렌으로 중간에 차 안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5시간 가까이 달려 이스트시에라의 데스밸리 입구에 도착했다. 어느새 창밖 풍경은 황량한 황토빛으로 변해있었다. 가는 길에 누가 기르는지 알 수 없는 당나귀들을 만났다. 사람과 차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먹이를 달라고 다가와 아이가 마들렌 몇 개를 주니 잘 먹는다. 


입구를 지나 오래지 않아 공군 전투기가 낮게 지나갔는데, 운이 좋으면 근처 협곡 위에서 골짜기 사이를 지나는 훈련 중인 전투기를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했다. 모자잌 캐년 Mosaic canyon에 도착해 짧은 트레일을 했다. 골짜기 벽은 색이 다른 돌들이 점점이 박힌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양이 모자이크 같다고 해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아이들 둘이 바위를 타고 오르내리며 신나게 뛰어다닌다. 황량한 사막이라 아이들이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샌드듄 지형을 구경하고 비지터 센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센터 앞마당의 피크닉을 할 수 있는 돌테이블과 벤치에 자리를 깔았다. 가이드께서 코펠과 조리도구를 꺼내 불고기와 햇반, 라면을 뚝딱 준비해주셨다. 배도 고팠던데다 익숙한 음식이라 가족 모두 맛있게 먹었다. 가이드께서 아이들에게 국립공원 passport를 선물해주셨다. 전국의 국립공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지면이 포함된 수첩이다. 19세기 말에 옐로우스톤이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62개의 국립공원이 있다고 한다. 수첩의 첫 장에서는 국립공원이 
환경과 문화유산을 보호할 뿐 아니라 공원 관리, 연구, 교육에 관련된 일자리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큰 가치로 내세우고 있었다.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이 뛰어난 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많은 나라에서 이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영감을 주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62개의 국립공원 중에서 데스밸리가 다섯 번째로 면적이 넓다고 한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선물받은 수첩에 오늘 날짜의 초록색 데스밸리 스탬프까지 받은 아이들은 만족스런 표정이다. 




다음 코스는 배드워터 베이슨 Badwater Basin이었다. 해수면보다 85미터 낮은 분지 지형으로 바닷물이 있었던 흔적인 소금 결정으로 가득한 곳이다. 사람들이 걸어서 난 길은 소금이 다져져 하얗게 보였는데 꼭 눈밭을 걷는 기분이었다. 근처에는 더 큰 소금 결정이 가득한 데빌스 골프코스라는 이름의 지형도 있었다. 



되풀이되는 화산 폭발로 산등성이에 금속 성분이 겹겹이 쌓여 다양한 색깔을 내는 아티스트 팔레트 Artist's pallett와 데스밸리 특유의 굽이굽이 칼로 깎아낸 듯한 모래 언덕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자브리스키 포인트 Zabriskie point, 그리고 데스밸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단테스 뷰 Dante's view에 올랐을 때 막 해가 지고 있었다. 저무는 태양 빛에 물든 하늘과 구름, 그 아래 시시각각 변하는 능선의 색깔이 아름다웠다. 기껏해야 이십여분 정도였지만 이곳에서 본 광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인앤아웃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밤 열한 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미국의 국립공원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왔지만 제대로 실감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앞으로 스탬프의 빈 칸을 얼마나 더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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