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6일 토요일

연수일기 6. 자동차 구입

1월 28일 목요일. 5일째 날. 자동차를 구입하기로 한 날이다. 입국 전부터 미리 카맥스 Carmax 웹사이트에서 구입할 차량의 대략적인 가격을 살펴보았다. 렌트한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며칠 이용해보니 역시 미니밴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착 초기에 큰 짐을 실을 일이 많을 것이고, 아이들과 여행을 하거나 방문 온 지인들과 동행할 때도 유용할 것 같았다. 가장 가까운 카맥스 매장은 키어니메사였지만 조건이 맞는 적당한 차량이 없었다. 대신 에스콘디도 매장에 있는 도요타 시에나 2017년 모델을 방문 하루 전에 free hold 했다. 

테스트 드라이브 가능 시간은 11시였고, 30분 전에 매장에 도착했다. 매장 앞에서 만난 첫 딜러와 상담을 시작했다. 그런데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테스트 드라이브는 해볼 수 없다고 했다. 직접 운전을 해보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좀더 살펴보기로 하고 hold 했던 차량의 내외부를 살펴보았다. 선루프의 패킹에 약간의 문제가, 운전석 가죽 시트 뒤편에 작은 찢긴 상처가 있었다.(뒷자리에 아이들이 탔음이 분명하다) 선루프 패킹은 바로 수리해주기로 했고, 가죽 시트는 가까운 키어니메사 매장에서 가능한 날짜를 확인해 수리할 수 있다고 했다. 수명이 다 된 배터리도 교체하기로 했다. 운행 거리가 6만 마일로 연식에 비해 길긴 했지만 차량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결국 구입을 하기로 결정했다. 

배터리 교체를 하는 동안 근처의 Denny's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다. 미리 Farmers와 Geico의 견적을 받아보았는데, 비슷한 조건을 적용했을 때 Farmers가 약간 저렴했다. Farmers는 한국인 설계사와 메일로 상담했고, 한국 무사고 증명서와 박사 학위로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Geico는 웹페이지를 통한 다이렉트 견적이었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려울 것 같다. 보험 가입 후기들을 보면 많은 이들이 Geico의 보험료가 더 저렴하다고 했는데 보험료에 가장 영향이 큰 보장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례가 생길 수 있을 듯 하다. 우리는 다소 높은 보장 범위를 선택했다. 그래도 6개월에 900불이 넘는 금액을 보험료로 지불해야 하니 부담이 되긴 한다. 캘리포니아 운전 면허를 취득하면 보험료를 다시 산정해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매장으로 돌아왔다. 차량 대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매장 매니저가 BOA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받은 personal check로는 지불이 어렵다고 했다. 수표를 사용하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personal check와 cashiers check이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당장 큰 금액을 BOA에서 출금해오기도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딜러가 매니저와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온라인을 통해 ePay로 지불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여권, 비자, 집 계약서와 거주 증명서(SDGE 신청 후 웹페이지에서 pdf로 받을 수 있다)를 확인했다. 이제 다 되었나 싶었는데 이번엔 매장에서 만든 ePay 링크에 기입할 정보 중에 은행 계좌의 routing number와 account number가 뭔지 몰라 이를 확인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BOA 어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임시 등록증이 준비되길 기다려야 했다. 오후 3시에 렌트카를 반납해야 해서 마음이 바빴지만 매장의 직원들은 느릿느릿 움직였다. 

꽃 달아주는 시간도 아까웠다...

미국에서 첫 자동차 구입의 감회를 느낄 새도 없이 급히 운전석에 앉아 카맥스 매장을 떠났을 때는 이미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차량 구입에 4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었다. 렌트카 사무실에 30분까진 추가 금액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30분이 아니라 사무실이 닫는 시간인 4시까지도 도착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여차하면 하루 치 렌트 비용을 더 내야 할 수도 있었다. 주유소 단말기에서는 한국 신용카드 인식이 되지 않았고, 카운터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주유는 포기했다. 다행히 사무실 문이 닫히기 5분 전에 도착했고 늦은 반납에 대한 비용도 부과되지 않았지만 부족한 기름에 대해 직접 넣는 것보다 두 배가 넘는 금액을 내야 했다.

* 오늘의 교훈: 미국 정착 초기에 큰 금액을 지불할 때는 현금이 최고다. Casher's check을 미리 구입해두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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