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2일 금요일. 20일째 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Panera bread에 들러 커피를 사오는 것이 아침의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한 달에 8.99달러면 커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데, 마침 3개월 무료 체험 행사를 하고 있었다. 같은 쇼핑몰에 있는 UPS 오피스에서 아마존에 반품할 물품들을 접수했다. 어딜 가든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미국에서 생활에 꼭 필요한 스토어들이 집 근처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처음으로 코스트코 주유소를 이용해 보았다. 다른 주유소에 비해 갤런 당 0.5불 정도는 저렴한 것 같다. 12갤런을 넣었으니 6불, 열 번만 주유하면 골드 회원 가입비 60불 정도는 될 수 있겠다. 이그제크티브 가입비 만큼 더 이득을 보려면 캐시 리워드를 받아야 하니 역시 고기를 많이 사먹어야 한다는 결론. 이케아에서 의자 네 개와 수면등, 소품 들을 더 구입했다. 이케아엔 벌써 네 번째인데, 이제 당분간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A 교수님이 주관하는 온라인 research meeting에 참석했다. 매주 금요일 1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며, 2명의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 주제를 발표하는 형식이다. 오랜만에 다른 연구자들의 학술 발표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두 번째로 UC Davis 대학의 P 선생님이 발표한 sugar-sweetened beverage와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발표가 특히 흥미로웠다.
아이들은 오늘 발렌타인 선물과 카드를 잔뜩 받아왔다. 선물이라 해봐야 아주 소박한 것들인데, 흥분한 녀석들은 한참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들어 댄다. 아들이 받은 선물 중엔 태극기와 한글 인사를 그린 (글자가 아니라 그림 같았다) 카드도 있었다. 지난 닷새 동안 학교에서 답답한 시간을 보내느라 힘들었을텐데, 잔뜩 움츠린 마음을 조금이나마 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오늘로서 새 학교의 첫 주가 끝났다.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준 아이들이 고마웠다. 프레지던트 데이가 낀 다음 주는 학교 방학이라 아이들이 긴장을 풀 수 있을 것이다.
선물 언박싱 시간 |
이날 새 자동차 번호판과 등록증이 도착했다. 카맥스에서 차를 구입한지 딱 2주 만이다. 미국 운전면허를 담당하는 DMV의 느린 일 처리 속도에 대해 익히 들어온데다 covid-19로 관공서 업무가 평소보다 더 느릴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 놀랐다. 종이로 된 임시 번호판을 떼고 새로 받은 정식 번호판을 붙였다. 함께 배송된 연도와 월 스티커는 유효 기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뒤쪽 번호판에 부착해야 한다. 이제 자동차 관련해 할 일이 마무리되었다.
2월13일 토요일. 21일째 날. 벌써 미국에서 세 번째 맞는 주말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 오후에 다운타운에 있는 샌디에고 중앙 도서관을 방문했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도서관들의 일부가 최근 제한된 형태의 운영을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미리 대여한 책들의 픽업만 가능하다. 범죄 현장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노란 테이프로 묶인 서가가 안쓰러웠다. 그래도 도서관 카드는 만들 수 있었다. 이 카드로 35개의 브랜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도서관을 나와 바로 옆에 위치한 펫코 파크 Petco Park에 들렀다. 올해 메이저리그 운영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작년처럼 관객 입장을 제한하고 경기 수를 축소해 운영한다면 티켓을 구입하는 것도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시즌이 시작되면 한두 번 쯤은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
야구장을 지나쳐 가스램프 쿼터 Gaslamp Quarter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다운타운의 한 구역으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술집과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거리로 유명하다. 식사 후 하버 쪽으로 가서 해가 지는 걸 볼까 하다 날씨가 쌀쌀해져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같은 때에 혹시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난처해진다. 짧은 기간 여행을 온 것이 아니니 무리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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