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화요일. 24일째 날. 아침에 자동차 시트를 고치기 위해 카맥스를 방문했다. 차를 구입한 곳은 에스콘디도 지점이었지만 수리는 집에서 더 가까운 키어니메사 지점에서 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수리를 담당하는 창구 앞에 도착하니 직원이 나와 맞아주었다. 처음 차를 살 때는 운전석 가죽 시트 뒤쪽의 작은 파손 부위만 확인했는데 며칠 뒤 2열 시트 뒤 여러 군데에 더 길게 찢긴 부위가 있는 걸 발견했다. 가장 큰 상처는 더 벌어지지 않도록 글루건으로 때워진 상태였다.
직원이 찢어진 부위를 확인하고 수리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사무실 내에서 책을 읽었다. 무빙세일 살림을 받을 때 함께 받은 몇 권 중 하나이다. 한국어 책을 가져오질 않아 그동안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같은 병원의 소아정신과 교수님이 2012년부터 2년간 피츠버그에 연수를 와 지내면서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느낀 점을 쓴 책이다. 소아정신과 선생님이어서인지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가 겪는 심리적 문제, 변화와 성장을 더 세심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상적인 것은 첫째 아이와 번갈아가며 서술을 한 것인데, 아이가 일기를 쓰듯 스스로의 경험과 생각을 쓰고 그에 대해 아빠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이었다. 첫째 아이는 당시 6학년이었으니 지금 우리 아들과 같은 나이이다. 책을 읽으며 지난 며칠간 아들이 학교에서 느꼈을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나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일기를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른 뒤 기억을 되살리고 변화를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시간쯤 지나 수리가 마무리되었다. 솜씨가 좋았다. 크게 찢긴 부위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살펴보니 2열 시트 뒤에 미처 수리되지 않은 작은 상처가 두 군데 남아있어서 재수리를 요청했는데, 기술자가 다른 곳에 약속이 되어있어 당장은 어렵다고 했다. 상의 후 기술자가 토요일 오전에 직접 집으로 방문해 수리해주기로 했다. 근처 자동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고 H마트에서 장을 봐 집에 돌아왔다.
둘째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교 친구네 집에 가서 놀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살아서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잘 하는 친구이다. 같은 반에 한국 아이가 많지 않은데, 다른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덕분에 딸아이가 새 학교에서의 첫 주를 즐겁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2월 17일 수요일. 25일째 날. 오후에 UCSD에 들러 campus id card를 만들었다. 이전이라면 언제든 간단히 방문해 만들 수 있었겠지만 covid-19로 student service center의 대부분의 업무도 미리 예약을 해야 진행할 수 있다. 미리 신청해두었던 예약 시간에 방문해 id card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카드로 교통수단이나 박물관 등의 이용 할인을 받을 수 있고 교내 레스토랑이나 카페, 매점, 서점 등에서 데빗카드와 같은 형식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내와 아이들과 교내 서점에 들러 책을 몇 권 샀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Geisel 도서관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교내에 지나다니는 이들이 적어서인지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졌다. 학생들로 북적이는 교정을 빨리 볼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Geisel 도서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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