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 목요일

연수일기 20. 두 달째의 시작, 방과 후 교실 등록 취소

2월 22일 월요일. 30일째 날. 아이들이 일주일의 방학을 끝내고 다시 등교했다. 오전에 연구 계획서와 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리뷰했다. 연구 계획서를 완성했을 때는 플랜이 잡혀 있었지만 지난 여름 이후 한동안 들여다보지 못해 많은 부분을 잊었다. 연구 자료 중에 누락된 변수들도 다시 신청해야 한다. 감을 다시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당분간은 참고 문헌과 자료를 다시 살펴보며 연구의 밑그림을 머리에 입력하고 실제적인 분석에 필요한 변수를 추려내는 작업을 해야한다.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까지 걸었다. 2월인데 벌써 햇살이 뜨거웠다. 그래도 습도가 낮아 그늘에선 서늘하다. 바람이 꽤 불어 쌀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산책과 야외 운동을 하기엔 딱 적당한 날씨이다. 학교까진 빠른 걸음으로 이십 분 정도 거리라 산책 겸 다녀오기 맞춤하다. 돌아오며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을 이야기하기도 좋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기 전까진 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 되도록 걷기로 했다.

딸은 같은 반 친구와 단짝이 되었다. 한국어와 영어 양쪽을 잘 하는 아이와 친구가 되어 다행이다. 친구 어머니에게 예쁜 흰색 운동화도 선물 받았다. 작아서 한 번밖에 신지 못했다고 한다. 오후엔 처음으로 아파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다. 아들은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아직은 학교 생활이 힘든지 학교에 다녀오면 먼저 휴대폰부터 붙잡고 여간해서 다른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래도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열심히 하고 있다. 영어가 서툰 아이를 위해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과는 수업 내용이나 숙제를 다르게 구성해주신 것 같았다. 블랙 히스토리 먼스에 대한 에세이 숙제를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선생님께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언제까지 숙제를 해야하나요'란 질문을 영어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 막상 많이 사용하진 못했다고 하지만 번역 어플리케이션으로 할 말을 익혀가기도 하는 걸 보면 영어에 대한 고민이 많긴 한 것 같다. 


2월 23일 화요일. 31일째 날. 아침에 집에서 공원까지 아내와 함께 러닝을 했다. 집에서 출발해 공원을 두 바퀴 돌고 상가에서 커피를 받아 오면 3km 정도로 적당히 운동이 된다. 상가 건너론 잔디가 깔린 널찍한 언덕 아래로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한 터파기가 한창이다. 샌디에고도 집 값이 많이 올라서 다운타운 외곽에 주택이 점점 늘어간다고 한다. 

하교할 때 어제 등록한 아이들 방과 후 교실을 구경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적응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고민 끝에 등록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막상 교실을 둘러보니 한국의 돌봄교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고 여러 학년이 섞여 있어서 이곳에서 6학년인 아들이 즐겁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미리 설명을 하지 못해 영문도 모르고 따라온 아이들도 싫은 내색을 한다. 딸아이는 방과 후 교실에 가기 싫다며 울먹거려 안내하던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선택했지만 실제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영어를 못 하는 상황에서 학교에 너무 오랫동안 있는 것이 너무 큰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상의 끝에 결국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미 지불한 1인당 등록비 100달러는 환불되지 않는다. 조급함을 버려야 하는데 또 그러질 못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아이들이 되도록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고 느꼈으면 하는 지나친 바램이 때로는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 되곤 한다. 매일 선물처럼 주어지는 파란 하늘과 햇살, 시원한 공기와 바람을 느끼는 것. 이른 오후에 아이들과 바닷가 잔디밭에서 파도를 바라보는 것. 매일 네 식구가 저녁을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런 것들로 행복을 느끼고, 그것만으로 만족하면 안되는 걸까. 

방과 후 교실 문제로 시무룩했던 아이들과 아파트 수영장에서 놀았다. 풀이 넓어 아이들과 놀기도, 수영을 즐기기도 적당했다. 아파트 부대 시설이 좋아 다행이다. Gym과 다른 커뮤니티 시설까지 운영을 재개하면 아파트 내에서 운동하기가 훨씬 더 편해질 것 같다.

리조트... 가 아닌 아파트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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