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토요일. 14일째 날. 입국해 두 번째 맞는 주말이다.
코스트코 회원 가입을 꼭 해야 할까? 몇 년 전 한국에서도 회원 가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막상 매장엔 딱 한 번 가고 말았다. 식료품이든 생활용품이든 모두가 대용량이라 우리 가족 생활 패턴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미국에 연수 온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코스트코 회원 가입을 권한다. (심지어 인계장에도 나오는 이야기이다.) 일 년에 60불을 내는 골드 회원이 아니라 120불을 내고 2%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이그제큐티브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결국 이득이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소고기가 싸고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고기만 사먹어도 이득이란 후기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마트의 고기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론 이곳에 와서 며칠간 먹었던 랄프스와 트레이더 조의 고기도 훌륭했다. 회원 가입을 권하는 이들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시각을 잃고 스스로의 경험에 기인한 자기 위안에 빠진 것 아닐까. 쓸데없이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였다. 회원 가입을 할까 말까 망설이길 수차례, 결국 이날 오전에 가입하고 말았다. 그것도 골드 회원을 생각했다가 가입 창구의 직원 설득에 홀랑 넘어가 이그제큐티브 회원으로. 앞으로 고기는 무조건 코스트코에서 사먹어야 할 것 같다. 아, 물론 들었던 바와 같이 맛있긴 했다.
무빙세일로 받기로 한 TV는 32인치였다. 아무래도 더 큰 TV가 필요할 것 같아 중고 장터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마침 한국에서 가져온 47인치 LG TV를 무료로 준다는 글이 막 올라와 눈에 띄었다. 이런 물품은 타이밍의 싸움이다. 바로 연락해 받아오기로 했다. SDSARAM 게시판을 샌디에고 당근마켓이라고도 부르던데, 이곳에서 거래되는 물품들은 참으로 많고 다양하다. 갓 입국한 이들에게 유용한 탁자와 의자 같은 물품들은 올라오기가 무섭게 팔리곤 한다. TV도 그런 물품 중의 하나였다. 연식이 오래되었고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TV도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애플TV를 연결하면 굳이 케이블 TV 신청은 필요 없을 것이다. 변압기를 추가로 사야 했지만 역시 중고로 10불 정도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무료로 가져온 TV에 한국에서 가져온 닌텐도 스위치를 연결해 아이들과 수퍼마리오 오딧세이를 했다.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필요한 살림을 하나씩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2월 7일 일요일. 15일째 날. 오전에 미션베이 공원을 산책했다. 휴일 오전이라 그런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해변을 따라 미션베이 공원을 포함해 세 개의 공원이 이어져 있고 그 길이만 해도 2.5마일 가까이 된다. 미국의 다른 도시들도 그렇겠지만 어디서든 가까운 공원을 갈 수 있다는 건 이곳 생활에서 큰 장점인 것 같다. 이 공원에서 조금 더 가면 샌디에고 관광의 필수 코스인 씨월드에 갈 수 있다. 지난 주말 샌디에고 동물원에 이어서 이번 주말엔 씨월드도 재개장을 한다고 들었는데, 조만간 가보게 될 것이다. 공원 산책 후에 UCSD 캠퍼스에 잠깐 들렀다. 캠퍼스 내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곳 주차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해 오래 머물진 못했다.
리버티 스테이션의 스톤 브루잉 Stone Brewing에서 점심을 먹었다. 샌디에고에도 브루어리가 많고 그만큼 다양한 로컬 맥주가 있다고 들었다. 1996년에 오픈한 스톤 브루잉은 미국에서 아홉 번째로 큰 양조장이라고 한다. 브루어리는 대개 야외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어서 지금과 같은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어렵지 않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과 같았다.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이 워낙 비싸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하기엔 브루어리도 괜찮은 것 같다. 훌륭한 크래프트 맥주와 함께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라켓과 공은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이사 후 일주일간 아마존을 통해 받은 택배가 몇 개인지 모르겠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은 코스트코와 더불어 필수라고 들었는데, 역시 족보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요즘이다.
미션베이 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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