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3일 수요일

연수일기 4. 입국, 집 구하기

1월 24일, 생경할 정도로 한적한 인천 공항을 출발해 LA 공항에 도착했다. LA 공항은 터미널 밖 정류장에서 렌트카 회사의 순환 셔틀을 기다려야 한다. 각자의 배낭 외에 이민 가방 5 개, 대형 캐리어 1개, 기내용 캐리어 1개, 짐가방 2개를 카트 세 개에 실어 옮겼다. 렌트카는 크라이슬러 Dodge 미니밴을 빌렸고, 공항에서 받아 나흘 뒤 임시 숙소인 레지던시 근처에서 반납하기로 했다. 그동안 차를 구입해야 한다.

인천공항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봤다.

LA 공항에서 샌디에고 숙소까지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체크인을 하고 근처의 마트에 들러 간단한 저녁거리와 빅웨이브 맥주를 샀다. 이곳은 해가 일찍 저문다. 5시 반이 되니 벌써 컴컴해졌다. 밤에는 장대비가 내렸다. 샌디에고에서 비를 보는 건 드문 일이라던데, 이번 주 내내 비 예보가 많다. 내일과 모레는 돌풍 경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며칠간 계속 이동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1월 25일 월요일. 2일째. 집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다. 애초 염두에 두었던 동네에 선택할 수 있는 3 베드룸 집은 많지 않았다. 일주일 전 S 아파트와 H 아파트 투어를 예약했다. 초등학교, 중학교와 대형 쇼핑몰, 도서관 등을 걸어서 30분 내에 갈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1순위였던 S 아파트는 비어있던 유닛 1개가 출국 이틀 전에 계약되어 버렸고, 남은 H 아파트는 예약했던 시간에 투어가 어렵다는 렌트 담당자 답신이 왔다. 여러 차례의 연락 끝에 H 아파트 투어 시간은 오후 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었지만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출국 전날 3마일 정도 떨어진 다른 동네의 A 아파트와 L 아파트 투어를 예약했다. 이날 처음 방문한 곳이 이 A 아파트였다. 비어있는 서너 채 중 큰 도로와 떨어진 집 1개의 위치가 제일 나아보였지만 이전 입주자가 막 나간 뒤 카펫 청소를 시작해 들어가볼 수 없었다. 비바람으로 어둑한 날씨 때문에 아파트의 분위기를 꼼꼼히 살펴보기도 어려웠다. 곧바로 근처의 L 아파트를 방문했다. 가장 최근 지어진 듯한 이 아파트는 호텔처럼 긴 복도를 따라 여러 채의 집들이 이웃하는 구조가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두 군데 아파트를 구경한 뒤, 한 달 전부터 A 아파트에 살고 있는 후배 H 선생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입국 초기에 바쁘게 돌아다니며 아이들 식사를 챙기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식사 초대를 해준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점심을 먹으며 아파트와 아이들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애초 생각했던 동네와는 학군이 달랐는데, 이곳에서 배정될 초등학교는 첫째가 6학년으로 편입 가능해 우리 아이들이 6학년, 2학년으로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카멜 밸리 지역은 Solana beach school district(SBSD)와 Delmar union school district(DMUSD)에 속한 학교들이 섞여 있는데 SBSD는 나이를 기준으로 학년을 정하고 DMUSD는 한국에서 다니던 학년을 기준으로 정한다.

오후에는 애초에 보려 했던 곳 중 하나인 H 아파트를 구경했다. 오래된 아파트라 집안 시설에 세월의 흔적이 많았다. 아파트의 위치는 더 나을 것 같았지만 아이들 학교 문제와 단지 내 오피스가 없어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와 상의를 했다. 애초에 생각했던 동네라면 첫째는 7학년이라 중학교로 들어가야 했다. 출국 전 학교와 교육청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문의를 했지만 나이에 맞춰 배정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중학교는 아직 온라인 수업 위주라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다. A 아파트라면 아이들이 매일 함께 등교할 수 있을 것이고, 초등학교라 첫째가 학교에 적응하기도 더 수월할 것이다. 결국 A 아파트의 비어있는 집들 중에서 큰 도로와 떨어진 집으로 결정했다. 입주할 때까지 집 내부를 볼 수 없다는 게 맘에 걸렸지만 아파트 내부 구조는 동일하니 큰 문제는 없을 듯 했다. 아내는 2층이 아닌 걸 아쉬워했지만 모든 게 생소하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백 퍼센트 우리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 마음을 비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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