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처음으로 정식 등교를 했다. 전날 밤까지도 긴장은 되지 않았고, 그저 내일 올 침대를 기대하면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 학교에 가면서 스멀스멀 찾아왔다. 그 긴장감이. 학교 앞에서 선생님들이 환영을 해주고 인사도 해주셨지만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영어로 말씀하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엄마 아빠와 헤어지고 교실에 가는 동안 함께 동행해주신 선생님께서 내 취미나 잘 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셨다. 더듬더듬 대답은 했지만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교실에 도착했을 땐 수업 시작도 전에 기운이 다 빠졌다. 이곳에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어색했다. 다른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도 걱정이었다. 바보 같았겠지. 아무리 처음이라고 이해해도 그랬을 것이다.
담임선생님은 유쾌하게 환영해주셨다. 해야 할 일을 알려주셨는데 대충 이해하고 내 자리에 앉았다. 한국과 달리 큰 책상에 아이들이 빙 둘러 앉게 된다. 친구들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이상한 짓을 하기 전에 다행히도 선생님께서 먼저 오셔서 노트북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선생님 말씀은 금새 끝났는데 솔직히 뭐라 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걸 다시 어떻게 물어봐야 하나. Yes나 Ok만 하는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다. 당황한 표정의 얼굴을 본 옆 자리 여자 아이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정식으로 자기 소개와 인사를 하고 천천히 대화를 풀어 나갈 거란 예상과 달리 인사도 없이 바로 말을 걸으니 더 당황스러웠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그 물음에 No라고 대답해버린 것이다. No thanks도 아니고 그냥 No. 도움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때에 No라니. 그리고 얼마 뒤에 매우 어색하게 Hi 라고 했다. (죽어라, 과거의 나. 거기서 인사를 왜. 바보에서 멍청이로 레벨업한 기분이다.)
그때는 날 어떻게 봤을지 무지 걱정이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사소한 건 기억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로 이 친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짧은 학교 생활에서 얻은 교훈은 '사소한 실수는 금방 잊어버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이다. 그날 노트북은 결국 선생님께서 다시 오셔서 한번 더 설명해주시고 사용법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셨다. 여기서 느낀 두 번째 교훈은 '이곳에선 당황을 온몸으로 표현해라'이다. 이 교훈을 잊지 않아야겠다.
그렇게 1교시가 끝나고, 다음 수업을 위해 내 사물함에서 공책을 꺼내야했다. 사물함에 가서 공책을 가져오는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애써 당당한 태도로 공책을 가져와 펼쳤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난관이었다. 열심히 수업을 들었지만, 역시나. 예상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내 노트는 비어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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