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월요일. 114일째 날. 아이들 학교는 이번 주가 Staff Appreciation Week이다. 2주 전 Teacher's day에 아이들이 쓴 손카드와 기프트 카드를 보냈고, 그날 집에 돌아온 아이들에게 물었었다.
"선생님 선물이나 카드 많이 받으셨어?"
"아니, 아무도 안주던데."
선생님께 으레 작은 선물을 드린다고 알고 있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뒤 학교에서 보낸 이메일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미국 학교에는 선생님께 감사를 표현하는 주간이 따로 있는 것이다. 하루가 아닌 일주일 내내. 덧붙여 감사는 마음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이길 적극 권한다. 이메일엔 심지어 다음과 같은 친절한 예시도 들고 있다. 예년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행사도 따로 있었다고 하는데 올해 행사는 생략한다고 했다.
Staff Appreciation Week
How can you help? Here are some suggestions to help make Camp extra special:
Monday: Bring your classroom teacher a flower
Tuesday: Bring a different staff member (STEAM+ teacher, Office, Support Staff, Custodian) a flower
Wednesday: Create a note of gratitude for your classroom teacher
Thursday: Create a note of gratitude for a different staff member (STEAM+ teacher, Office, Support Staff, Custodian)
Friday: Close out camp with a special gift for a Sycamore Ridge staff member
담임 선생님 뿐 아니라 보조 교사와 행정 직원들까지, 모든 이들이 감사의 대상이 되었다. 월요일 아침, 학교엔 감사 주간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장식이 걸렸다. 학교를 둘러싼 공기도 평소보다 들떠있는 것 같고, 바람은 따뜻하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등교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손에 꽃과 카드를 들었다. 교통 지도를 하는 선생님과 직원들 손에도 벌써 아이들로부터 건네진 꽃들이 쥐어져 있었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지만 평소보다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감사 주간 플래카드 |
선물을 미리 드리긴 했지만, 우리도 이번 주 내내 이어질 달달한 분위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 아이들 담임 선생님께 드릴 작은 꽃다발 하나씩을 준비했다. 딸아이는 담임 선생님 외에 점심 시간 지도를 해주시는 보조 선생님께도 꽃을 드리고 싶다고 해 꽃다발 하나를 더 샀다.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의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고 들었다. 방학엔 봉급이 나오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직업에 대한 자긍심은 높다고 한다. 아이들이 준비한 꽃다발은 겨우 3달러에 불과하다. 선생님들이 받을 각종 기프트 카드도 대부분 50달러가 안되는 금액일 것이고, 이 카드의 상당 부분은 아이들을 위해 쓰여질 것이다. 값진 선물은 아니지만, 일주일 내내 꽃과 카드, 손편지들에 둘러싸일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괜히 내 기분도 좋아졌다.
아이들 선생님께 드릴 꽃을 함께 고르며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카네이션을 준비하고 스승의 은혜 노래도 부르던. 스승의 날이 되면 교무실 선생님 책상엔 각종 쇼핑백과 상자가 쌓이곤 했다. 거기엔 상품권이나 현금이 든 봉투도 꽤나 들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선 김영란법 때문에 선생님에게 개인적인 선물을 할 수 없다. 선물과 뇌물, 선의와 불의, 감사와 댓가를 구별하기 어려워진 세상에서 이러한 법이 지나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께 드릴 꽃을 조심히 들고 종종걸음을 치는 아이들을 보며, 선생님께 꽃 한 송이 드릴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이 유난히 아쉽게 느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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