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양제, 정말 먹어도 될까?] 의사가 알려주는 12가지 장기별 건강기능식품 가이드 ⑤ 눈
하루에 스마트폰을 몇 시간이나 들여다보십니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알림을 확인하고, 출퇴근길에 영상을 보고, 업무 중에는 모니터를, 저녁엔 다시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손에 쥡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시간을 훌쩍 넘습니다. 진료실에서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눈이 뻑뻑하고 자꾸 침침해요”, “화면을 오래 보면 머리가 아파요”, “예전보다 눈이 빨리 피로해지는 것 같아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호소는 중장년층에서 주로 들렸지만, 이제는 20~30대 젊은 환자들도 흔히 하는 말이 됐습니다.
그 분위기를 타고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눈 건강기능식품이 바로 루테인입니다. 마트 건강식품 코너에서도, 홈쇼핑 화면에서도, 심지어 초등학생 자녀에게 챙겨주고 싶다는 부모님들의 문의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이 성분들. 과연 디지털 기기에 혹사당하는 우리 눈을 얼마나, 어떻게 지켜줄까요?
루테인, 무엇이고 어디에 있나
루테인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색소로,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눈의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黃斑)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유해한 청색광(블루라이트)을 흡수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합니다. 비슷한 성분으로 지아잔틴이 있는데, 둘은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 위치와 역할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함께 섭취하도록 권장합니다. 식품으로는 케일, 시금치 같은 짙은 녹색 잎채소와 계란 노른자에 풍부합니다.
황반변성: 근거가 있지만, 대상이 한정되어 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의 의학적 근거 중 가장 탄탄한 것은 노인성 황반변성(AMD·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관련 내용입니다. 황반변성은 황반이 서서히 손상되어 중심 시야가 흐려지는 질환으로, 선진국에서 노인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로 미국 국립안과연구소가 주도한 대규모 임상시험 AREDS2가 꼽힙니다. 4,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5년간 추적한 이 연구에서,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포함한 복합 영양제를 복용한 군에서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이 줄었습니다.
이 정도의 연구라면 믿을만한 근거로 볼 수 있으나 반드시 짚어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AREDS2의 대상자는 황반변성이 이미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환자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연구는 황반변성이 확인된 환자에서 ‘더 이상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가’를 본 것이지, 건강한 일반인이 황반변성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가를 본 연구가 아닙니다. 또한 말기 황반변성에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가 루테인, 지아잔틴에 대해 인정한 기능성 문구도 이 점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가 아니라, ‘노화로 인해 감소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하여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입니다. 황반변성 소견이 이미 확인된 분들, 특히 안과 전문의로부터 보충제 복용을 권고받은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눈이 건강한 모든 사람에게 권장되는 만능 눈 영양제가 아닙니다.
스마트폰 눈 피로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면 진료실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호소, 즉 디지털 기기로 인한 눈의 피로와 건조함에는 어떨까요? 이쪽의 근거는 황반변성보다 훨씬 약합니다. 2025년 발표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하루 6시간 이상 스크린을 사용하는 성인 70명에게 루테인·지아잔틴 또는 위약을 6개월간 복용시킨 결과, 눈물 분비량과 눈물막 안정성 등 일부 지표는 위약군보다 나아졌지만 정작 참가자들이 느끼는 눈의 피로감이나 시력 선명도 변화는 두 군 간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검사 수치는 일부 개선됐어도 실제 피로를 덜어줄 만큼의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셈입니다. 루테인·지아잔틴이 디지털 눈 피로를 해결해준다는 광고 문구들은 이런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에게 먹여도 될까?
최근 자녀의 눈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루테인 제품을 아이에게 챙겨주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AREDS2를 비롯한 핵심 임상연구들은 모두 성인, 그 중에서도 황반변성 위험이 높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안전성·유효성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루테인이 성장기 어린이에게 해롭다는 근거도 현재로선 없지만, 이는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모른다’는 뜻입니다. 자녀의 눈이 걱정된다면 루테인 영양제보다 스크린 타임을 줄이고 야외 활동 시간을 늘리는 쪽이 근거가 훨씬 두텁습니다. 야외 활동이 소아 근시 진행을 늦춘다는 근거는 루테인 보충제보다 훨씬 많습니다.
추가로 알아두면 좋은 것: 용량, 흡연, 식품
식약처 기준으로 루테인의 하루 최대 섭취량은 20mg입니다. AREDS2에서 사용된 용량은 루테인 10mg, 지아잔틴 2mg이며, 시중에 ‘고함량’을 내세우는 제품들이 있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또한 눈 영양제 중에는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을 포함한 제품들이 있는데, 흡연자가 고용량의 베타카로틴을 복용하면 폐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물론 굳이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됩니다. 케일, 시금치, 브로콜리, 상추, 깻잎 같은 녹색 채소는 루테인이 풍부한 식품으로, 케일 50g(쌈채소로 10장)에는 루테인 약 10mg이 들어있습니다. 채소 외에 계란 노른자도 훌륭한 공급원입니다.
눈이 원하는 진짜 처방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황반변성 소견이 있는 중장년층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때문에 눈이 피로한 사람들이나 아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 루테인을 권하는 광고는 모두 과장으로 봐야 합니다.
눈이 피로한 진짜 이유는 영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혹사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20 법칙, 즉 20분마다 20피트(약 6미터) 이상 떨어진 곳을 20초 이상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화면 밝기를 주변 환경에 맞게 조절하고, 충분히 자는 것. 루테인 한 알보다 눈에 훨씬 나은 처방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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