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5일 화요일

연수일기 68. 신용카드 도용 문제, 코스트코 치킨

5월 24일 월요일. 121일째 날. 

특별한 일이 없어도 BOA 어플을 종종 들어가보는 편이다. 주말 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거래처에서 1센트가 결제되었다가 다시 환불되는 일이 두 차례 있었다. 다행히 그 이상의 금액 결제 건은 없었다. 혹시 누군가 내 카드 번호를 도용해 결제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어 오늘 아침 은행 담당 직원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계좌를 확인한 은행 직원도 누군가 카드 번호를 도용해 실제 결제가 되는지 확인해본 것 같으니 기존 카드를 정지시키고 새로 카드를 신청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BOA 어플리케이션에서 기존 카드의 replace를 신청할 수 있다. 신청 과정에서 사유를 missing/stolen으로 선택하면 새로 받을 카드의 번호를 기존 카드와 다르게 변경 가능하다. 신청을 끝내자 기존 카드는 곧바로 정지되었고 어플에서도 해당 카드는 비활성화 상태가 되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어플에서 변경된 카드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물 카드는 우편으로 배송된다고 한다. 새 카드 발급 수수료는 없었는데, 다른 사유를 선택하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전화 통화를 하지 않고 어플에서 신청할 수 있어 도용이 의심되면 바로 조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은행 어플에 자주 들어가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번거로운 절차 외에 다행히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이런 일을 경험하니 미국의 신용카드 서비스에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식당이나 술집에선 내가 아닌 직원의 손에 카드가 맡겨지고, 팁이 더해지는 과정에서 결제 정보가 매장에 남겨진다. 온라인 결제 과정에선 대부분 별도의 인증 절차가 없고, 한국과 같은 결제 후 문자나 푸시 알림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 카드 도용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곳 사람들도 이런 시스템의 문제를 모르진 않을텐데, 왜 개선을 하지 않는걸까? 


저녁엔 아내가 닭계장을 만들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괜찮은 상품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로티세리 치킨은 가성비 최고의 상품이라 생각한다. 코스트코에 갈 때 두 번에 한 번쯤은 4.99불 짜리 이 치킨을 사온다. 크기도 해서 네 식구가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처음 사왔을 땐 남는 게 별로 없었는데, 이젠 처음보단 감흥이 떨어져서인지 먹는 양이 줄어 살코기가 제법 남는다. 남은 살코기는 잘 발라서 샐러드 재료로 쓰기도 하고, 닭 뼈와 함께 냉동실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끓여 육수를 우려낸 다음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오늘 만든 닭계장도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뼈와 살코기를 활용했다. 칼칼한 국물이 시원했다. 4.99불 짜리 치킨으로 두 끼 이상이 해결되니 어찌 이 상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공손히 두 다리를 모은 이 치킨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품도록 하자.

사진은 미처 찍질 못해 구글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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