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9일 일요일

연수일기 58. 어버이날, Mother's day

5월 6일 목요일. 103일째 날. C 선생님 내외와 점심을 같이 했다. 같은 날 입국을 하고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가족이 있는 게 이곳 생활에 큰 힘이 된다. 점심을 먹은 곳은 아침과 브런치를 주로 하는 Snooze란 체인 레스토랑으로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점심 시간 이후까지만 영업을 한다. 지난 번에 갔었던 Breakfast Republic과 비슷한 곳이다. 이 동네엔 이런 브런치 레스토랑이 많은데, 메뉴 역시 크게 다르지 않고 맛도 비슷할 것 같다. 프라이나 스크램블 같은 계란 요리와 베이컨, 소세지, 빵 등으로 구성된 요리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외국 호텔 조식과 비슷한 음식들인데,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하지만 구글 평점이 좋고 소문난 맛집이라 해도 내 입맛엔 이곳의 레스토랑 음식들이 아주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들은 이번 주에 농구 세 번째 달 수업이 시작되었다. 워터 폴로는 한 달 수업 이후 그만두었지만 일주일 두 번의 농구 수업은 계속 참여하고 있다. 수업에 재미가 붙은 이후론 이제 집 차고에서도 종종 드리블 연습을 한다. 다리 사이로 공을 넣어가며 드리블 하는 모습이 제법 그럴싸하다. 이번 달엔 수업을 받는 아이들 숫자가 늘었고 같은 반 친구 하나도 새로 들어왔다고 한다. 


5월 7일 금요일. 104일째 날. 아이들 옷과 수영복을 사기 위해 웨스트필드 UTC 몰에 왔다. UCSD 근처의 대형 쇼핑몰로, Macy's, Nordstrom과 같은 백화점부터 의류, 신발, 악세사리 등 패션 매장과 쉑쉑, 스타벅스 등 푸드 매장, 서점, 애플 스토어와 테슬라 매장까지 입점해 있어 구경만 해도 좋을 곳이다.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실내 아이스링크도 있다고 한다. 이전에도 두어 번 가보긴 했지만 내부를 걸어서 둘러본 건 처음이었다. 교외의 쇼핑몰에 비해 젊은이들이 많았다. 번화가에 있지만 두 시간까진 무료 주차라 쇼핑을 하기엔 큰 불편이 없다. 

H마트에서 장을 보고 다이소에 들러 딸아이 학교 생일 행사 때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과 작은 비닐 봉투 세트를 샀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로는 지우개를 골랐다. 생일은 7월이지만, 여름 방학 이후에 생일을 맞는 아이들의 summer birthday를 정해 미리 축하하기로 했다. 덕분에 방학 전까지는 매주 생일이 있다. 딸은 다음 주 화요일이 summer birthday였다. 미국에선 아이들 생일 때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거나, 구디백 goodie bag 이라고 부르는 작은 선물을 나누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거리두기 때문에 그동안엔 아이들의 생일 파티도 하기 어려웠을텐데, 상황이 좀 나아지면서 외부 식당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아이와 함께 비닐 봉투에 지우개를 넣고 포장해 구디백 열여덟 개를 만들었다. 


5월 8일 토요일. 105일째 날. 한국은 어버이날이다. 어제 밤에 부모님들과 영상 통화로 어버이날 인사를 드렸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영상으로 인사를 드리려 하는데 그것도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미국에도 Parents' day가 있다. 7월의 넷째 일요일로,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에 관련 법률안에 서명을 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선 5월 둘째 일요일인 어머니날 Mother's day과 6월 셋째 일요일인 아버지날 Father's day이 따로 있고, 이들의 역사가 더 오래된 탓에 상대적으로 Parents' day는 덜 알려진 것 같다. 내일이 Mother's day라 마트엔 기념일 카드와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번 주 내내 길거리 곳곳에서 카네이션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줄 카드를 준비했다. 현관에서 나가는 길에 앞집 발코니에 나와있던 이웃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Happy Mother's day!"라고 인사를 한다. 이곳에서 Mother's day는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하고 선물을 드리는 날에 그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란 인상을 받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