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8일 토요일

Covid-19 백신 뉴스 기사에 대한 생각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TV 뉴스를 켠다. 아이들을 깨우고 함께 아침을 먹고 등교와 출근 준비를 하며 보는 것이다. Covid-19와 백신 관련 기사는 매일 빠지지 않는다. 미국은 2억 명 접종의 마일스톤을 넘겼다. CDC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 성인의 40%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고, 60% 가까이 최소 1회 접종을 받았다. 

https://covid.cdc.gov/covid-data-tracker/#vaccinations

이곳 뉴스에선 매일 백신 접종률을 보도한다. 접종 시작 이후 애초의 목표를 넘어서는 접종률을 기록하며 순항함에 따라 정부는 몇 차례 목표를 상향해왔다. Real world data 분석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 2회 접종을 한 경우 90%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에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해져 간다. 변이 바이러스와 최근 둔화된 접종 속도 때문이다. 주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존슨앤존슨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후로 접종을 꺼리는 사람이 늘어났고 2차 접종을 미루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전보다 접종 예약도 수월해졌다. 접종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일찍 접종을 받았고 현재 남은 사람들 중에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접종 속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접종을 꺼리는 현상(vaccine hesitancy)은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제일 것이나, 사회 문제가 될 정도의 안티 백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국에도 '안아키'와 같은 카페가 존재하지만 이런 주장을 믿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소수이다.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아 홍역과 백일해가 다시 유행했던 미국이나 유럽만큼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될 정도의 영향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안티 백서들이 주장하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들을 때면 이 나라의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 수준이나 의료 체계의 문제 등을 떠올리며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국은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선 과학과 미신을 구별할만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한국의 뉴스에선 낮은 접종률, 그리고 순조로운 접종을 위한 전략보다는 접종의 부작용을 다루는 기사가 더 눈에 띈다. 기사는 반복해 재생산되고 SNS를 통해 확산된다.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고 접종을 꺼린다.   

치료가 아니라 예방이 목적인 백신의 경우,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한 문제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접종을 진행한 나라들의 실제 자료를 바탕으로 백신의 이득과 위험은 빠르게 수치화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는 AZ 백신의 위험보다 이득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여기서 전문가는 감염병과 백신 부작용, 그리고 공중보건 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는 전문가를 말하며, 이러한 지식이 없는 의사들은 일반 대중과 큰 차이가 없다. 

접종은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이 이와 같은 문제를 현명하게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는 이득과 위험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골치아픈 일이며, 이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충분하고 객관적인 정보이다. 그러므로 언론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전달할 의무가 있지만 이러한 의무를 다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보도한 어떤 기사도, AZ 백신으로 인한 혈전증의 빈도가 백만분의 일 정도이며 이로 인한 사망보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10배 높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기고문 참고). 과학적 근거를 담은 기사는 쓰기도 쉽지 않겠지만 독자의 흥미를 끌기도 어렵다. 이에 반해 부작용 사례에 대한 기사는 쉽게 관심을 일으킬 수 있고, 독자의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우리에겐 특정 사건이 눈에 많이 띄거나 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 경우 해당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대한 견해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 현상을 현저성 편향(salience bias)이라고 한다. 대중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객관적인 판단에 필요한 경험이나 정보가 부족할 경우 치우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심각한 부작용만을 다룬 기사가 늘어날수록 백신 접종에 대한 판단에 부작용 사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실제 확률과 별개로 내가 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커진다.



이곳에서 한국의 인터넷 뉴스를 많이 보진 않지만 최근의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은 또 한 번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경찰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일부 기사들은 이미 옆에 있던 친구를 용의자로 단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보도가 온전히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기사들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기사를 볼 때와 비슷한 기시감을 느낀 건 나 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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