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2일 수요일

연수일기 60. 학교 숙제, Summer Birthday

5월 10일 월요일. 107일째 날. 저녁을 먹으며 아들이 며칠 전에 학교 숙제로 제출한 동영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제 제출은 대부분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이루어진다. 빠른 인터넷 망, 보편화된 개인용 PC와 스마트 기기 등, IT 기술을 활용한 수업 환경은 한국이 훨씬 좋지만, 학부모로서 느끼기에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미국이 이러한 IT 기술을 더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교육 방식의 차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에 비해 미국은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는 활동이 월등히 많다. 처음 이곳에 와서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학교 교육과 학생 평가의 상당 부분이 구글 클래스룸, 그리고 그와 연계된 다양한 웹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지난 1년간 e학습터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했지만, 주로 선생님이 올린 동영상을 보는 용도였고 학생의 직접 참여는 댓글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아들은 한국의 또래 친구들에 비해 컴퓨터 사용에 서툰 편이다.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는 것 외에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 수업을 따로 듣지 않았던 것도 이유일 것이다. 컴퓨터 사용법은 개별 소프트웨어 활용이 필요할 때 익히는 것이 자연스럽고, 어려서부터 굳이 따로 컴퓨터 수업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6학년이 되면서 파워포인트나 워드프로세서 정도는 학교에서도 사용하게 될 것 같아 작년엔 집에서 가끔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실제 필요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초등학생 코딩 수업이 워낙 유행이라 작년엔 한번 배우게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이곳 학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많이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 활용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동영상 제작엔 WeVideo를 이용했다. 온라인 기반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공유할 수 있다. 실제 사용하는 걸 보니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어서 아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영상의 주제는 한국에 대한 소개였다. 며칠 전 완성한 영상에는 명절, 전통 음식과 옷, 그리고 한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다른 친구들은 나레이션을 넣기도 한다는데 그건 부담이 되었는지 모든 내용을 자막으로 설명했다. 아이들이 보기엔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넣으면 나을 것 같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넣어보라고 권해줬다. 너무 튀는 것 같다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오늘 그대로 음악을 넣고 발표를 했다고 한다. 

동영상을 발표하고 나면 반 모든 아이들이 쪽지에 각자 느낀 점과 질문 등을 써준다.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받은 쪽지를 함께 돌려보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과 과제, 그리고 모두가 함께한 피드백. 수업과 관련된 내용만으로 저녁 식사 시간 내내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다.


5월 11일 화요일. 108일째 날. 둘째의 summer birthday 날이다. 딸아이는 주말에 구디백을 준비하면서도 기대를 많이 하는 눈치였다. 오늘 입을 옷도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미리 정해 세탁해두었다. 아이를 데리러 가면서 학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궁금했다. 교문을 나온 아이는 차에 타기도 전에 오늘 있었던 일을 숨넘어가듯 이야기하며 친구들의 축하 메세지로 만든 birthday book을 보여주었다. 선생님은 종이로 왕관을 만들어 주셨다. 같은 학년의 모든 반이 이렇게 하진 않을 것 같다. 아이들 생일을 미리 챙겨주는 것도 품 꽤나 들어갈 터인데, 감사할 따름이다. 어린 아이들에겐 사소하지만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일들이다.

Birthday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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