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5일 토요일

연수일기 62. 김치 이야기, 아파트 바베큐장

5월 13일 목요일. 110일째 날. 연구실에서 집에 오는 길에 미라 메사의 한국 반찬 가게에 들러 김치를 샀다. 오후엔 코스트코에서 주유를 하고 장도 봤다. 내일 바베큐장에서 구울 고기와 소세지도 함께 샀다. 

이곳에서 김치는 한인 마트에서 사기도 하고, 공동 구매를 하기도 한다. 한인들이 많은 LA나 어바인에서 주문을 하거나 사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한인 마트에서 김치를 구입했다. 마트에선 파는 여러 종류의 김치를 돌아가며 먹어 봤지만 맛있는 김치는 찾기 어려웠다(종가집 김치는 맛이 괜찮지만 가격이 비싸다). 우연히 소개받은 이 반찬 가게의 김치는 마트 김치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맛은 나았다. 이번엔 묵은지 2kg를 샀는데 총각 김치도 한 박스 서비스로 받았다. 서비스로 받아 좋긴 했지만 총각 김치를 먹어보니 맛은 영 아니다. 

한국에선 처가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가져다 주시는 김치만으로도 충분했다. 김치를 따로 사먹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선 벌써 김치를 대여섯 번은 산 것 같다. 나도 아이들도 한국에서보다 김치를 더 많이 먹는다. 기름진 음식이 많기도 하고, 밖에서 한국식 반찬을 먹을 일이 없으니 집에서 더 먹게 되는 건 당연하다. 어쩌면 한국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김치에 더 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소울 푸드라고 하지 않던가.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또 다른 종류의 김치를 먹게 될 것이고, 적당한 가격에 맛있는 김치를 찾기 위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샌디에고는 LA와 가깝고 한인들도 많아서 김치 사정은 그나마 다른 도시보다 나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에서 가격도 싸고 맛도 있는 김치는 찾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파는 김치에 만족하지 못한 나머지, 한국에선 김치 한 번 담지 않았지만 미국에 와서 김치를 직접 담기 시작해 김장까지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아내도 지난 주엔 한인 마트에서 무우를 사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깍뚜기를 담았다. 난생 처음 담아본 깍뚜기였음에도 적당히 익으니 마트 김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처음이라 많이 만들지 않았는데, 유리병에 담긴 깍뚜기가 매일 줄어드는게 아까울 정도였다. 처음 시도한 깍뚜기로 성공의 맛을 본 아내는 신이 났는지 조만간 다시 담아보겠다고 했고, 나도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배추 김치보다 손이 덜 가서 만들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갓 담은 깍뚜기


5월 14일 금요일. 111일째 날. 바베큐장에서 C 선생님 가족과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에 아이들은 풀에서 물놀이를 했다. 아파트 바베큐장은 세 번째 이용인데, 수영장 옆에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두 개의 바베큐장엔 각각 여러 개의 큼지막한 그릴과 테이블이 있어서 사용하기 편하다.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안에서 고기를 굽다가 화재 경보가 울리는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는 이들도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고기를 구워서 집에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다.

풀사이드 바베큐장

한국에서도 캠핑을 자주 다녀 고기를 굽는 건 익숙하다. 한국과 다른 점은 여기선 석쇠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그릴에 직접 고기를 굽는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 그릴엔 그을음과 기름때가 남을 수밖에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고기를 올리기 전, 그릴에 비치된 솔로 그저 쓱쓱 몇 번 문지르면 끝이다. 이곳에선 한국 캠핑장에서 흔히 쓰는 일회용 석쇠를 구하기 어렵다. 처음 그릴을 이용할 때는 쿠킹 호일을 깔고 고기를 구웠지만 아무래도 맛이 나질 않아서, 안자보레고 여행을 가기 전에 한인 마트에서 석쇠를 따로 샀다. 그때 구입한 석쇠는 집에서 세척이 가능해 이후로도 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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