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목요일. 194일째 날. 아침 식사를 위해 잭슨 레이크 랏지 레스토랑인 Mural 룸을 며칠 전에 미리 예약해 두었다. 2층 홀에서 보는 아침 풍경은 어제와 다른 느낌이었다. 아침 식사는 호텔식 뷔페였는데, 덕분에 익숙하고 편안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산책을 할 겸 랏지 옆의 언덕으로 오르는 짧은 트레일을 걸었다. 언덕 위에서 보이는 그랑테턴 산맥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지금까지 경험한 국립공원 안팎의 몇몇 숙소 중 잭슨 레이크 랏지가 단연 가장 좋았다. 체크아웃을 하면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언젠가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잭슨 레이크 랏지의 홀에서 보이는 풍경 |
아침 산책 중에 본 그랑테턴 |
숙소를 나와 콜터 베이 Colter Bay 빌리지로 향했다. 이곳에선 보트를 렌트해 탈 수 있다. 가능하다면 모터 보트를 타려 했는데 호수 수위가 너무 낮아 현재는 카약이나 카누만 가능하다고 했다. 수위가 낮아서인지 베이 기슭 주변엔 조류가 많고 물비린내도 났다. 멀리 나가면 물이야 맑겠지만, 카약과 카누는 세콰이어 캠프에서 원없이 탔던지라 보트는 타지 않고 대신 호수 주변을 걷기로 했다. 잭슨 레이크 주변으로 트레일 코스가 많은데, 그중 짧게 다녀올 수 있는 레이크 쇼어 트레일을 선택했다. 길 양쪽으로 높은 나무들이 병풍처럼 줄지어 섰고, 나무 사이로 호수가 보이는 예쁜 길이었다.
레이크 쇼어 트레일 |
빌리지로 돌아와 제너럴 스토어에서 점심 거리를 사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빵과 치킨, 요플레, 과일 등으로 배를 채웠다. 식사가 끝날 무렵 후드득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얼른 자리를 걷고 차에 올랐다. 무지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하늘이 잔뜩 흐려 어려울 것 같았다.
옐로스톤 사우스 게이트를 통과해 그랜트 빌리지의 비지터 센터에 차를 세웠다. 이곳 비지터 센터는 문을 닫았고 국립공원 스탬프도 없었다. 주유만 하고 옐로스톤의 첫 목적지인 웨스트 썸 West Thumb으로 이동했다. 기름 가격이 공원 밖보다 더 쌌다. 캘리포니아에 비해 와이오밍의 기름 값이 워낙 싸긴 했지만, 웨스트 옐로스톤이나 잭슨 등 공원 근처 도시는 상대적으로 기름 값이 높았다. 옐로스톤에 올 때는 굳이 주변 도시에서 주유를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옐로스톤은 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면적은 충청남도 보다 약간 크고 서울과 비교하면 열네 배가 넘는 엄청난 크기이다. 대부분은 와이오밍 주에 있지만, 몬타나와 아이다호 주에도 조금씩 걸치고 있어 옐로스톤을 둘러보다 보면 세 개의 주를 넘나들게 된다.
웨스트 썸 가이저 베이슨은 옐로스톤 호수와 인접한 온천 지대로, 작은 가이저 여러 개가 모여있다. 옐로스톤에는 이런 온천 지대가 군데군데 있고, 각각의 지대를 옮겨다니며 구경하게 된다. 대부분 가이저 사이로 나무 데크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웨스트 썸은 옐로스톤 호수를 함께 볼 수 있어 예쁘기도 하고 조금은 독특한 느낌도 준다. 이런 지형을 처음 본 아이들이 신기해 했다. 데크를 걷다가 사슴 두 마리를 만나기도 했다.
블랙 풀 |
다시 차를 타고 호수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Mud Volcano를 만난다. 이곳은 진흙물 가이저가 많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부글부글 끓는 진흙 연못을 볼 수 있다. Dragon's mouth spring이란 동굴에선 동굴 깊숙한 곳 온천에서 뿜어져나오는 가스가 용 울음과 같은 소리를 낸다.
Dragon's mouth spring |
북쪽으로 좀더 가면 Hayden valley 헤이든 밸리이다. 길 양쪽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초록 평원을 유유히 흐르는 옐로스톤 강을 볼 수 있다. 바이슨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아니나다를까 평원 곳곳에 무리를 지어 풀을 뜯는 커다란 소들이 보였다. 소떼에 막혀 정체가 생겨 30분 정도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기도 했다. 도심 한가운데라면 지루할 따름이었겠지만, 차 바로 옆을 지나가는 바이슨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안녕, 바이슨! |
맘모스 핫 스프링스 지역을 지나며 법원 앞 잔디밭에서 놀고있는 엘크 두 마리를 만났다. 내일 아침에 다시 이곳에 올 것이다. 북쪽 게이트를 통해 공원 밖으로 나왔다. 오늘 숙소는 가디너에 있다. 오늘은 120마일을 운전했다. 옐로스톤 북쪽 게이트 앞엔 가디너, 서쪽 게이트 앞엔 웨스트 옐로스톤이 있고, 남쪽으론 그랑테턴을 지나 잭슨이 있다. 모두가 옐로스톤 관광의 거점 도시이다. 직접 와 보니, 만약 옐로스톤을 다시 온다면 솔트레이크가 아닌 잭슨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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