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2일 목요일

연수일기 111. 선물, 중학교 크롬북

8월 10일 화요일. 199일째 날. Nova에게 선물을 주었다. Nova는 NIH 펀드로 조성된 T32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이다. T32 프로그램 관련 연구팀이 주로 이용하는 연구실이 현재 내가 출근하는 곳이고, 그 역시 주로 이곳에서 일한다. 내 연구실 자리도 조정해주었고, 매주 있는 A 교수님 연구 미팅 알림도 Nova를 통해 받는다. 매주 화상 미팅을 통해 만나고 있긴 하지만, 연구실 출근 첫 날에 만나 열쇠를 받은 뒤 직접 얼굴을 본 건 오늘이 두 번째이다. 진즉 선물을 주려고 그동안 몇 차례 그의 사무실을 노크했지만 재택과 사무실 근무가 섞인 상태라 만나질 못했다. 오늘은 미리 약속을 하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맞췄다. 서울의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가 있는 다이어리와 손부채를 선물했다. 한국을 떠날 때 준비해 온 기념품을 누군가에게 선물한 건 처음이다.(A 교수님께는 내가 쓴 책을 드렸었다.) 건물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아 애를 먹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다른 비어있는 방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새 방은 큰 창이 있어 햇볕이 많이 들어와 온도가 더 높았다. 창이 있는 것도, 출근할 때 겉옷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연수 기간이 절반을 넘기면서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다. 캘리포니아는 일차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이 분야에 관심도 많다고 알고 있다. 실제 현장의 진료를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처음 이곳에 올 때부터 외래 진료를 참관하길 희망했는데 판데믹으로 쉽지 않았다. UCSD와 연계된 외부 클리닉을 함께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A 교수님에게 외래 진료 참관이 가능할지를 다시 한 번 문의했고, 담당자에게 내용이 전달되었다. 답을 기다려 봐야겠다.

화요일 점심은 당분간 EIA practice 시간이다. 오늘이 Rob과의 세 번째 만남이었다. 지난 주엔 멕시코에 교환 학생으로 머무는 딸을 데려다 주고 왔다고 한다. 그와의 대화에선 멕시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과나화토 Guanajuato 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서도 처음 알았다. 이곳에 있는 남은 기간 동안 멕시코에 가볼 수 있을까. 다음 주엔 멕시코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Rob이 보내준 Guanajuato의 사진

저녁엔 집에서 김밥을 싸먹었다. 여행을 할 때 음식다운 음식을 먹질 못한 아이들이 특히 즐거워했다. 식사 후 오랜만에 공원을 산책했다. 집 앞 공원은 언제 와도 좋지만, 여름이 되니 밤 산책이 더 즐겁다. 초승달이 뜬 하늘이 참 예뻤다. 

공원에 뜬 초승달

8월 11일 수요일. 200일째 날. 출근하는 길에 아들이 새로 입학할 중학교에 들러 크롬북을 받았다. 이번 학기엔 모든 학생들에게 새 크롬북이 지급된다고 했다. 월요일이 새 학교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여행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 주 화요일 개학을 앞두고 아들이 중학교 시스템에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된다. 시간표는 8시20분 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빡빡하게 짜여졌다. 요일마다 다르지만 쉬는 시간은 기본 5분, 점심시간은 35분이니 지금까지보다 더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을 위해 개학 전날인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하니 아들과 함께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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