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2일 일요일

연수일기 116. Rob과의 점심 식사

8월 20일 금요일. 209일째 날. 아내가 EIA 프로그램 첫 미팅을 했다. 신청한 지는 꽤 되었는데, 처음 매칭된 leader의 개인 사정으로 만남이 연기된 후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leader 매칭을 요청했다. 두 번째 분이 연결되고 미팅은 금방 잡혔다. 우리 집에서 더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이라 약속을 잡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미팅 후에 아내 이야기를 들으니 좋은 분인 것 같다. 은퇴한 간호사인데, 이번이 네 번째 참여자와 연결이고 지난 세 번 모두 한국인이었다고. 

오늘 연구 미팅에선 워싱턴 대학 역학 교실 H교수께서 brain volume과 white matter injury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MESA 코호트 내 흑인에서 white matter injury가 더 심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인종 간의 차이를 분석한 것이 내 연구 주제와도 유사한 면이 있어 흥미롭게 들었다. 이 코호트에서 brain MRI는 일부 참여자들에게 한 차례만 시행했으므로 단면 연구가 될 수밖에 없으며 연구 대상자 수의 한계도 있다.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White matter injury 관련 연구는 우리 센터에서도 관심이 있는 주제이고 유사한 연구 결과들도 발표한 바 있다. 훨씬 더 방대한 수의 반복 측정 brain MRI 자료를 가지고 있으므로 더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8월 21일 토요일. 210일째 날. Rob과 아내인 Jane을 집에 초대해 점심을 먹었다. 이번에도 아내가 한국식 돼지 등갈비 요리로 실력 발휘를 했다. Jane은 중국인이었는데 Rob과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 보인다. 아들인 Sam도 함께 오기로 했는데,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해 오지 않았다고 한다. 

Rob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걸 좋아한다. 은퇴 전 teaching hospital에서 주로 일을 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원체 성격이 그런 것 같기도. 나에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번에도 집에 오기 전에 초대와 관련된 동양과 미국의 문화 차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중국에선 초대한 손님을 왕처럼 모시고, 손님이 배부르게 먹는 것에서 호스트가 만족을 느끼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 이전에 중국인 가정에 초대를 받았을 때, 땅콩 알러지가 있는데도 땅콩이 든 음식을 계속 권해 실랑이를 하다가 초대했던 분 마음이 상했다고. 미국인은 호스트가 가까운 친구와 같이 대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는 양쪽 모두와 다르지만 그래도 역시 중국 쪽에 더 가까울 듯 하다. 

Rob과의 문자 메세지

맛있는 음식과 유쾌한 대화. Rob이 사온 멕시코 맥주도 곁들였다. 미국인 가족을 집에 초대한 것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즐거운 점심 식사였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Rob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계속 질문을 던졌다. 아들은 곧잘 대화를 한다. 쑥스럼쟁이인 딸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귓속말로 나와 아내에게 확인을 한다. 학교에서 한국인 친구가 옆에 있어 영어만으로 말해야 하는 환경이 아닌 것도 이유일 것이다. 

저녁엔 한국의 B 선생님 부부와 랜선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 부부와 가장 가깝고 매년 국내외 여행도 함께 다니던 사이이다. 못 보던 사이에 부쩍 커버린 아이들과도, 고양이와도 인사했다. 11월에 샌디에고에 오기로 했는데 한국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계획대로 이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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