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수요일. 207일째 날. 아침 등교길엔 여전히 차가 많지만 어제보단 정리가 된 느낌이다. 교통 정리를 하는 선생님들께서 지난 학기보다 고생이 많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지난 학기보다 1시간 늦어졌지만 일찍 하교하는 수요일은 12시 30분으로 동일하다. 오늘은 딸 친구 J의 엄마가 이른 하교 시간을 잊어서 우리가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지난 학기에 우리도 한 번 잊은 적이 있었는데, 수요일엔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수업이 끝난 뒤 딸을 데리고 노드스트롬 랙에서 운동화와 크록스 신발을 샀다. 다행히 아이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찾을 수 있었다. 내 반바지와 아내 옷도 몇 벌 샀다. 샌디에고에서 6개월 동안 쇼핑을 한 결과 옷과 신발은 노드스트롬 랙에서 사는 것이 제일 낫다는 결론.
하교할 때부터 피곤해 보이던 딸은 방광염 증상이 생겼다. 어제도 밥을 잘 안 먹었는데 몸이 좋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개학을 맞아 잔뜩 긴장을 해 탈이 났나 보다. 열이 함께 있었다면 또 코로나 검사를 하고 학교도 쉬어야 할 뻔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항생제를 먹이고 오후엔 낮잠을 재웠다. 다행히 저녁 무렵엔 컨디션이 나아졌다. 한국에서 여러 종류의 약을 준비해 왔지만 그동안 해열제와 소염진통제 외엔 거의 쓸 일이 없었다. 약을 찾을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집에 있는 약만으로 해결될 일이라면 그래도 다행이다.
8월 19일 목요일. 208일째 날. 진행 중인 연구는 초기 분석 후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분석이 거진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오늘은 연구의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상보다 진도가 잘 안나가니 조급한 마음도 드는데, 또 꼬이지 않으려면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학교가 끝나고 딸과 미술 스튜디오에 갔다. 이번 학기엔 방과 후 활동을 좀더 해보려 한다. 아이가 미술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고 해 며칠 전부터 적당한 학원을 검색했다. 마침 무료 수업이 가능한 곳이 있어 오늘 참여해 보기로 했다. 한시간 반 수업이 끝나고 아이를 데려오며 수업에 대해 물으니 재미있었다고 한다.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나 보다. 함께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나 선생님과 소통이 많이 이루어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 실제 등록을 할지 고민이 좀 된다.
오랜만에 저녁은 집 앞 쇼핑몰에서 외식. 지나다닐 때마다 한번 들러봐야겠다 생각한 일본 라면집이다. 분위기는 괜찮지만 음식 맛이 기대 이하였다. 다시 가진 않을 것이다.
저녁엔 딸아이 초등학교에서 Back to School 행사가 있었다. 매년 있는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오는 특별한 해인 올해는 초, 중학교 모두 같은 이름의 행사가 있다. 학교와 아이들의 교실을 둘러보고 담임 선생님의 소개 말씀을 들었다. 지난 학기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전 학교 안을 잠깐 둘러보긴 했지만 교실 안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잘 정돈된 교실엔 아이들 네 명씩 앉는 책상과 의자, 책장이 있다. 아이들 키에 맞는 책꽃이엔 책이 수북했다. 아이들의 학용품도 선반에 차례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벽면은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로 꾸며졌다. 한쪽 벽엔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본따 만든 종이 인형이 손에손을 잡고 나란히 서 있었다. 인형의 얼굴 색이 다양했다.
E6 교실 |
선생님과 학교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선생님과 잠깐 대화를 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교실을 둘러보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한국의 참여 수업은 아이들의 수업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라 선생님과 교감을 나누긴 어렵다.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도 더 힘들 것이다. 책상 위엔 아이들이 남겨놓은 편지가 있었다. 뒷면에 부모가 답장을 하는 란이 있어 짧은 편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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