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일요일. 148일째 날. 어제 저녁 늦게 세콰이어에서 돌아와 늦잠을 잤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쉬기로 했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베이커스필드의 코스트코에서 주유를 하고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40도가 넘는 기온에 열기가 심해 잠깐동안도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캘리포니아 북부를 포함해 미국 많은 지역에 벌써 폭염이 심하다던데, 잠시나마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LA를 지나 샌디에고에 가까워지자 기온은 거짓말처럼 내려가 낮 최고 기온도 25도를 넘지 않는다. 겨우 200마일 거리인데 온도가 20도나 차이 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샌디에고 날씨를 왜 좋다고 하는지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겨울엔 생각보단 쌀쌀하기도 하지만.
6월 21일 월요일. 149일째 날. 콘보이의 프라임 그릴에서 점심을 먹었다. 만나나 부가 BBQ와 비슷한 한국식 고깃집이다. 만나와 마찬가지로 부페식으로 일정 금액에 무제한 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만나보다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실내는 더 깔끔했다. 메뉴에 돼지갈비가 있는 것도 차이이다. 돼지갈비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갔는데 막상 갈비 맛은 별로였다. 대신 부채살과 삼겹살은 괜찮았다. 고기를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설빙에서 눈꽃빙수를 먹었다. LA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에 몇 군데 지점이 있다고 한다.
6월 22일 화요일. 150일째 날. 오랜만에 연구실에 출근했다. 저녁엔 펫코 파크에 야구를 보러 갔다. LA 다저스와의 경기였고, 입장 제한이 완전히 풀린데다 같은 지구 순위를 다투는 다저스와의 경기어서 지난 달보다 훨씬 관중이 많았다.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야구장 풍경만 보면 샌디에고는 이전의 생활을 거의 회복했다고 느껴질 법 했다. 관중들은 모두 흥에 겨운 모습이었다.
양팀의 선발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와 블레이크 스넬. 사이영 상 수상자인 두 투수의 피칭을 보는 것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역시 당대 최고 투수인 커쇼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나이를 속이진 못하는지 이번 시즌엔 예전만큼의 구위를 보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커쇼는 커쇼... 라고 생각했지만 1회부터 투런 홈런을 맞았다. 이후 점수가 나지 않던 경기의 승부처는 5회. 스넬 타석에 대타로 나온 김하성 선수가 커쇼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렸다.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 슬픈 것은 피자를 사러 나왔다가 그 순간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것. ㅠ ㅠ 주변에 있던 미국 아재들과 손바닥이 아프도록 하이파이브만 열심히 했다.
펫코 파크에서 마시는 Ballast point 맥주! |
6월 23일 수요일. 151일째 날. 오전에 아이들과 공원을 산책했다. 빌린 책을 반납하러 카멜밸리 도서관에 간 아내가 도서관이 완전히 문을 열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방학동안 아이들과 도서관들을 구경하러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녁엔 짐을 싸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떠날 예정이다. 세콰이어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온지 닷새만에 다시 일주일 여행. 한국에서도 여행 짐을 챙기는 데야 이력이 났지만 이곳에 와선 더 익숙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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