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7일 월요일

연수일기 76. 칼라베라 호수(Lake Calavera) 트레일

6월 5일 토요일. 133일째 날. 저녁엔 아이들과 다 같이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곤 한다. 한국에서부터 있던 습관인데, 한국에선 주말에 주로 봤지만 여기선 시간이 더 많아서 평일 저녁에도 한 편씩은 보게 된다. 최근엔 '로스트 인 스페이스'를 시작했다. 정착할 행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을 하고,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로빈슨 가족의 이야기가 조금은 우리 가족의 상황과 겹쳐서 더 실감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에선 자막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지만 여기선 선택의 폭이 좁다. 구글 플레이 무비는 몽땅 한글 자막이 없고, 넷플릭스도 한글 자막이 있는 콘텐츠가 훨씬 적다. 한국 포털 사이트의 영화 콘텐츠는 이곳에서 재생을 할 수 없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6월 6일 일요일. 134일째 날. 칼라베라 호수(Lake Calavera)에 다녀왔다. 칼스배드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호수로, 집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칼라베라 힐즈 중학교 건너편에 길가 주차를 하고 트레일 헤드로 들어가면 정면에 댐이 보인다. 



작고 아담한 호수와 댐을 여러 갈래의 길이 둘러싸고 있다. 호수에서 가장 가까운 메인 트레일을 통해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중간에 피크닉 테이블이 하나 있어 쉬면서 준비해 간 김밥을 먹었다. 전체 트레일 길이는 4마일이 넘지만 메인 트레일만 보면 1.5마일, 쉬지 않고 걸었을 때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대부분 평지라 어린 아이들과 산책하기에도 좋은 길이었다. 호수 북쪽 길은 유모차를 끌고도 갈 수 있을 만한 길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인지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무 데크가 깔린 길도 있다.


칼라베라 마운틴 트레일을 따라서는 언덕에 오를 수도 있다. 높이는 156m에 불과해 마운틴이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정상에서 보는 경치도 괜찮을 것 같다. 수백만 년 전엔 이 언덕이 화산이었다고 한다.

왼쪽에 칼라베라 마운틴이 보인다.

캘리포니아의 트레일 코스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지역도 특이한 동식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Roadrunner라고 불리는 새(학명은 Geococcyx californianus) 가족 세 마리를 만났다. 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새는 멕시코와 캘리포니아 근방에서 주로 서식한다고 한다. 종종걸음을 치며 차례로 길을 건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아들에겐 이 새를 본 몇 초 동안이 오늘의 순간.

돌아오는 길에 칼스배드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러 딸아이의 후드티를 사려 했는데 적당한 걸 찾지 못했다. 대신 샌디에고 파드리스 모자를 하나 샀다. 다음 번 야구장에 갈 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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