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목요일. 152일째, 여행 첫날. 아침 7시에 출발해 중간에 주유를 하고 여섯 시간 만에 이스턴 시에라 비지터 센터에 도착했다. 두 달 전 그랜드 캐년 로드 트립 때만 해도 길 위에서 보는 모든 풍경에 감탄을 했었는데, 이젠 끝이 안 보이는 직선 도로도, 사막도, 산과 평원을 봐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요세미티에 들어갈 때 서쪽 입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120번 도로(Tioga road)를 통해 동쪽 입구로 들어갈 예정이다. 시에라 산맥 동쪽의 395번 도로를 타고 산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120번 도로를 만날 예정이다. 비지터 센터 앞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시에라 산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멀지 않은 작은 타운인 로네 파인의 ‘더 그릴’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어니언링이 맛있었다.
시에라 산맥이 멀리 보인다. |
식당에 가는 길에 ‘The museum of Western Film History’란 이름의 영화 박물관이 눈에 띠었다. 이런 작은 도시에 웬 생뚱맞은 영화 박물관이 있을까 궁금해져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성인 한 명 당 5불의 도네이션을 받았다. 박물관 안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웨스턴 무비의 배우에 대한 자료와 소품들이 가득했는데, 존 웨인과 존 포드의 자료들도 한켠을 차지했다. 촬영에 쓰인 카메라나 도구들도 볼 수 있었다. 맨 안쪽에는 아이언맨 슈트 모형과 아이언맨 1편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입었던 양복이 전시되어 있었다. 서부 영화 박물관과 어울리지 않는 물품들이라 의아했는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 영화의 전반부 장면을 앨라배마 힐스에서 찍었다고 한다. 앨라배마 힐스는 로네 파인 서쪽 바로 옆, 시에라 산맥 자락에 있는 마을이다. 바위가 많은 황량한 평원 지역이라 오래 전부터 서부 영화의 촬영 장소로 쓰였고 트랜스포머, 글래디에이터, 스타트랙 등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도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 작은 도시에 그럴듯한 영화 박물관이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토니 스타크가 입었던 수트 |
박물관에서 나와 다음 목적지인 비숍으로 향했다. Epic Schat’s Bakery는 100년이 넘은 빵집으로 이곳을 지나는 여행자들도 많이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호밀빵과 시나몬롤을 샀다. 호밀빵은 약간 새콤하고 짭짤한 맛이 독특했다. 근처 주유소에서 요세미티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주유를 했다.
오늘 숙소는 맘모스 레이크스로, 맘모스 산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전체가 리조트 같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Minaret vista에 올랐다. 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9265피트에서 주변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스키 곤돌라 케이블이 산 꼭대기까지 이어졌는데, 꼭대기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건 여간한 실력이 아니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전경 |
맘모스 레이크스에 올라오기 전엔 기온이 30도가 넘었는데 이곳 전망대에선 바람이 세서 두꺼운 겉옷이 필요했다. 일몰을 보고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기온이 차고 오랜 운전으로 피곤하기도 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간단히 컵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400마일을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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