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3일 목요일

연수일기 74. CDC의 변경된 마스크 관련 지침에 대해

6월 2일 수요일. 130일째 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CDC의 5월 13일 발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발표로 인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마스크를 벗게 됨으로써 새로운 환자 발생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를 했다. 반면에 백신 접종을 하면 마스크를 벗고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던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을 동기를 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있었다.

NY Times의 오늘 칼럼을 보면 긍정적 전망에 조금 더 기대어봐도 될 것 같다. 이 칼럼에서는 그 근거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5월 13일 이후에도 새로운 환자 발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CDC 발표 이후 실제로 일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도 마스크를 벗고 있지만, 환자 발생 추이를 바꿀 만큼 영향이 크진 않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물론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어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위험이 극히 낮다.
둘째는 4월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던 백신 접종자 수가 CDC 발표 이후 감소 추세를 멈추었다는 점이다.(접종 대상 연령으로 새로 추가된 12-15세 청소년을 더하면 하루 백신 접종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CDC 발표가 있던 날, 내 주변의 백신 접종 장소를 안내하는 vaccines.gov 사이트의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했고 이후에도 발표 이전에 비해 늘어난 트래픽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접종자 수 추이의 변화에 CDC의 발표가 영향을 주었음을 시사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가 일시적으로 건강 관련 행동을 바꿀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제한적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공포가 가져온 효과는 오래 가기 힘들고 필연적으로 저항과 반작용을 만나게 된다. 반면 '희망'이 불러일으킨 행동 변화는 좀더 오랫동안 유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백신을 맞지 않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을 수도 있다라는 무시무시한 메세지만으로 끝나선 안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메세지가 필요하며, 그 내용은 구체적일 수록 좋다. 백신을 맞으면 더이상 자신의 삶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고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친구들을 만나고 친척들과 포옹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대중에게 이러한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 주는 효과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 강화가 사람들의 건강 관련 행동에 영향을 준 또 하나의 사례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백신을 맞으면 할 수 있는 일들
출처: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vaccines/fully-vaccinated.html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도 백신 접종자는 거리두기 완화가 가능하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언론도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최근 주요 신문의 논조는 개인적으로 어리둥절하게 느껴질 만큼의 태세 전환인데, 내가 한국에 없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지는 모르겠다.) 백신 접종자가 600만명을 넘어서고, 하루 50만명 씩 접종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노쇼 백신을 예약하기가 어렵다는 소식도 있었다. 미국에서 목격하는 희망적인 추세가 계속 이어지기를, 그리고 한국에서도 '희망'이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모두가 경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