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9일 화요일

연수일기 86. 샌프란시스코

6월 28일 월요일. 156일째, 여행 5일째 날. 아침에 일어나 호수 주변을 산책했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없어 가라앉은 해조류 덕분에 호수의 물이 어제보다 맑았다. 

숙소에서 나오는 길에 Black Cabin Coffee에 들러 커피를 샀다. 로컬 커피 가게는 여행 중에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이다. 브랜드 커피에서 느끼기 어려운 훌륭한 맛을 볼 수 있는데, 이곳 커피도 그랬다. 레이크 타호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경계에 있어 주 경계를 넘을 수 있다. 커피 가게 근처 공원 안에 주 경계선이 있어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사이

버클리 코스트코에서 주유를 하고 오클랜드의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했다. 근처 베트남 식당에서 점심을 사 숙소에서 먹은 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오클랜드 베이 브리지를 건넜다. 이전에는 다리를 건널 때 현금으로 통행료를 냈다고 하는데, 지금은 미리 등록한 차량이 아니라면 추후 차량 소유자의 주소로 통행료 invoice가 온다고 한다. (실제로 2-3주 뒤 인보이스가 든 우편물을 받아 온라인으로 6불의 통행료를 납부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선 운전과 주차가 부담스러워 차를 세워두고 리프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도 유리를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일이 흔히 있다고 들었는데, 피셔맨스 와프 근처의 주차장들은 구글 후기에서도 도난을 당했다는 경험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차량 털이 사건이 집계되는 것만 해도 하루에 백여 건씩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이 적은 다운타운 안쪽의 주차 건물에 차를 세워두기로 했다. 이곳 주차장은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어 도난의 위험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니나다를까, 길을 걷다 보니 곳곳에 차량 내부의 도난을 조심하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맨 처음 목적지인 롬바드 가는 멀지 않은 곳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경사가 심한 도로를 올라가다 보니 이 도시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롬바드 가는 차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너비의 급경사에 여덟 번의 급커브 일방 통행로로 유명한 거리이다. 할리우드 영화 여러 편의 차량 추격 씬에도 등장했다고 한다. 경사 도로에 구불구불 난 길로 차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광경이 독특했다.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경사진 도로를 가득 메운 수국과 도로 주변의 예쁜 집들이 포토 스팟으로 이름날 만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일렬로 내려오는 차들

우리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피셔맨스 와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Maritime 국립역사공원 표지판을 만나기 전까진 도심 한가운데에 국립공원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비지터 센터가 닫혀있어 아쉬웠다. Maritime garden에서 잠시 쉬었다가 피셔맨스 와프를 따라 피어 39까지 걸었다. 딸이 바다사자를 보고싶어 했는데, 막상 가 보니 몇 마리 보이지 않았다. (바다사자는 역시 샌디에고의 라호야 코브......)   

반가운 국립공원 표지판


리프트를 타고 페인티드 레이디스로 이동하는 길에 버블티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Boba guys에 들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핫하다는 버블티 카페로 스트로베리 마차라떼가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로 맛은 그닥...... 알라모 스퀘어 공원을 가로질러 가니 빅토리아 풍의 파스텔 톤 색 주택 몇 채가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림 엽서에 나올 만한 풍경이었다.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집


페인티드 레이디스로 가는 길부터 날이 쌀쌀해지고 바람이 심해졌다. 날씨가 좀더 따뜻했다면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바다를 끼고 있는 같은 지중해성 기후라 해도, 이 도시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많이 온다고 들었다. LA나 샌디에고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도 많이 분다던데 이날 날씨가 딱 그랬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가 힘들어해 오늘 더 돌아다니긴 힘들 것 같았다. 

엽서에서 보던 다리


금문교를 보고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도심에서 보낸 시간은 겨우 반나절 정도에 불과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고보다 더 자유로운 도시라 느껴졌다. 오늘은 200마일을 운전했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찾아 오클랜드로 건너가는 길에 판다 익스프레스에서 저녁 식사를 주문했다. 오클랜드란 도시는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연고지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샌프란시스코와 이웃해 있으니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리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오클랜드의 분위기는 건너편과 완전히 달라서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거리 곳곳이 허름하고 어수선한 느낌을 주었다. 낮에 숙소에 들어갈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저녁 시간이 되니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었다. 오클랜드가 범죄가 많고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도시라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에어비앤비 숙소 가격이 샌프란시스코와 차이가 커 별 생각 없이 오클랜드로 숙소를 잡은 건데,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그냥 샌프란시스코 쪽에서 찾았을 것이다. 미국의 빈부, 지역 격차를 조금이나마 체험한 하루였다. 결국 별다른 일은 없이 숙소는 잘 이용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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