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월요일. 170일째 날. 오늘부터 아이들의 썸머 캠프 시작이다.
딸은 Boys & Girls club의 요리 캠프, 아들은 써핑 캠프 일정이다. 두 캠프 모두 엔시니터스에 있고 시작 시간이 30분 간격이라 차례로 데려다 주면 된다. Boys & Girls의 썸머 캠프는 각 지점 별로 따로 진행하는데, 요리 캠프와 같은 특별한 주제의 캠프는 여러 지점 중 한 개의 지점에서만 열린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요리 교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곳에선 어떤 요리를 만들지 기대를 하면서도, 강사의 영어 설명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Griset branch |
캠프 장소인 엔시니터스의 Griset branch에 딸을 내려 주고 써핑 캠프 장소인 문라이트 비치로 향했다. 아침의 문라이트 비치 풍경은 저녁과 또 달랐다. 비치발리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모래밭은 각종 써핑 캠프 천막으로 가득했다. 천막마다 수트를 입은 아이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아들이 등록한 Leucadia Surf School 담당자를 통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들은 후 아이들은 캠프 천막이 있는 해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 아빠들 중 많은 이들이 비치 의자와 돗자리를 가져왔다. 아이들이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비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부모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써핑 클럽 아이들 |
아이들은 써핑, 어른들은 피크닉 |
아이들을 다시 데리러 갈 때까지 앤시니터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바닷가에 있는 이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최근까지 모든 도서관이 닫혀있어 와 보질 못했다. 그동안 들렀던 다운타운, 카멜밸리, 란초 페나스퀴토스 도서관은 샌디에고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고, 이곳 앤시니터스 도서관은 샌디에고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다. 도서관 카드도 각각 따로 만들어야 한다.
도서관 건물도, 내부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 개의 중앙 홀과, 홀을 둘러싼 교육실, 회의실 등으로 구성된 도서관의 규모는 아담하다. 홀에는 어른 키 정도의 야트막한 서가가 줄지어 있고,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전면 벽은 모두 유리로 되어 앞 바다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서가들 사이에 컴퓨터 데스크들이 있고,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는 데스크와 소파들도 적당히 있다. 통유리 건너편 파티오에도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바다 바람을 쐬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홀의 한켠엔 아이들 책과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도서관 입구에 있는 작은 서점에선 베스트셀러와 중고 책들을 아주 싼 가격에 판다. 카운티 도서관 홈페이지도 있지만, 이 도서관은 따로 홈페이지도 운영한다. https://www.encinitaslibfriends.org/
캠프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딸과 아들을 다시 차례로 픽업했다. 딸은 요리 수업이 너무나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계란과 야채를 넣은 머핀을 만들었는데 제법 맛이 괜찮았다. 아들은 처음 해 본 써핑이 힘들었던 것 같다. 인앤아웃에서 점심을 먹고 아들의 휴대폰 개통을 위해 근처 T-mobile 지점에 들렀다. 아들은 미국에 오자마자 샀던 아이폰을 유심 없이 쓰고 있었는데, 여름 캠프와 다음 학기 중학교 생활을 위해 휴대폰이 필요할 것 같았다. 1개월 15불에 무제한 전화, 문자와 2.5G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아이가 사용하기 적당하다. 평생 처음 자신의 전화번호가 생긴 아들은 나름 뿌듯한 눈치다. 그래봐야 지금은 그걸로 전화를 할 곳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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