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3일 화요일

연수일기 93. 썸머 캠프 시작, 앤시니터스 도서관

7월 12일 월요일. 170일째 날. 오늘부터 아이들의 썸머 캠프 시작이다. 

딸은 Boys & Girls club의 요리 캠프, 아들은 써핑 캠프 일정이다. 두 캠프 모두 엔시니터스에 있고 시작 시간이 30분 간격이라 차례로 데려다 주면 된다. Boys & Girls의 썸머 캠프는 각 지점 별로 따로 진행하는데, 요리 캠프와 같은 특별한 주제의 캠프는 여러 지점 중 한 개의 지점에서만 열린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요리 교실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곳에선 어떤 요리를 만들지 기대를 하면서도, 강사의 영어 설명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Griset branch


캠프 장소인 엔시니터스의 Griset branch에 딸을 내려 주고 써핑 캠프 장소인 문라이트 비치로 향했다. 아침의 문라이트 비치 풍경은 저녁과 또 달랐다. 비치발리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모래밭은 각종 써핑 캠프 천막으로 가득했다. 천막마다 수트를 입은 아이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아들이 등록한
 Leucadia Surf School 담당자를 통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들은 후 아이들은 캠프 천막이 있는 해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 아빠들 중 많은 이들이 비치 의자와 돗자리를 가져왔다. 아이들이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비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부모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써핑 클럽 아이들

아이들은 써핑, 어른들은 피크닉


아이들을 다시 데리러 갈 때까지 앤시니터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바닷가에 있는 이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최근까지 모든 도서관이 닫혀있어 와 보질 못했다. 그동안 들렀던 다운타운, 카멜밸리, 란초 페나스퀴토스 도서관은 샌디에고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고, 이곳 앤시니터스 도서관은 샌디에고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다. 도서관 카드도 각각 따로 만들어야 한다. 

도서관 건물도, 내부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 개의 중앙 홀과, 홀을 둘러싼 교육실, 회의실 등으로 구성된 도서관의 규모는 아담하다. 홀에는 어른 키 정도의 야트막한 서가가 줄지어 있고,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전면 벽은 모두 유리로 되어 앞 바다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서가들 사이에 컴퓨터 데스크들이 있고,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는 데스크와 소파들도 적당히 있다. 통유리 건너편 파티오에도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바다 바람을 쐬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홀의 한켠엔 아이들 책과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도서관 입구에 있는 작은 서점에선 베스트셀러와 중고 책들을 아주 싼 가격에 판다. 카운티 도서관 홈페이지도 있지만, 이 도서관은 따로 홈페이지도 운영한다. https://www.encinitaslibfriends.org/




여러 도시의 도서관을 가 보았고, 멋진 도서관도 많이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도서관은 손에 꼽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규모가 크고 웅장한 도서관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도서관으로서 본연의 기능과 지역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면 충분하고, 그 기능을 둘러싼 공간이 아름답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곳 생활을 하며 부러운 것들 중에 하나는 동네마다 있는 도서관이다. 이번 주엔 매일 오게 될 것 같은데, 아이들 캠프가 끝난 후에도 종종 와야겠다.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해변에 나가 파도 소리를 들어도 좋을 것이다. 판데믹 상황이 나빠져 다시 닫히는 일이 없길 바란다. 

캠프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딸과 아들을 다시 차례로 픽업했다. 딸은 요리 수업이 너무나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계란과 야채를 넣은 머핀을 만들었는데 제법 맛이 괜찮았다. 아들은 처음 해 본 써핑이 힘들었던 것 같다. 인앤아웃에서 점심을 먹고 아들의 휴대폰 개통을 위해 근처 T-mobile 지점에 들렀다. 아들은 미국에 오자마자 샀던 아이폰을 유심 없이 쓰고 있었는데, 여름 캠프와 다음 학기 중학교 생활을 위해 휴대폰이 필요할 것 같았다. 1개월 15불에 무제한 전화, 문자와 2.5G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아이가 사용하기 적당하다. 평생 처음 자신의 전화번호가 생긴 아들은 나름 뿌듯한 눈치다. 그래봐야 지금은 그걸로 전화를 할 곳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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