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일 금요일

연수일기 89. 샌 루이스 오비스포, 게티 빌라

7월 1일 목요일. 159일째, 여행 8일째 날. 호텔에서 나와 가까운 소도시인 샌 루이스 오비스포 다운타운에 주차를 하고 근처 카페에서 베이컨과 계란 요리, 아보카도로 아침 식사를 했다. 이 조그만 도시의 아침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카페의 베이컨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먹은 베이컨 중 제일 맛있었다. 

커피를 사 들고 시내를 구경했다. 미션 샌 루이스 오비스포가 가까이에 있었다. 18-19세기 초에 걸쳐 스페인 수도사들에 의해 지어진 캘리포니아의 21개 미션 중 하나이다. 1772년에 지어진 이 성당은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이름이 나있다. 종탑과 전실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성당은 캘리포니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다른 성당들과 달리 본당의 제단 우측에 비슷한 크기의 신도석이 있는 L자 형의 건물인 것도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 세 개의 종탑이 있는 새하얀 건물이 아름다웠다. 성당 안에선 미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회색곰을 흔히 볼 수 있었던 예전엔 이 도시를 '곰들의 계곡'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성당 앞마당엔 곰 조형물과 연못이 있다.

정면에 세 개의 종탑이 있는 성당 주 건물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인 gum wall을 찾았다. 구글 맵의 위치가 잘못 표기되어 있어 찾는 데 좀 애를 먹었다. 골목의 양쪽 벽은 사람들이 씹던 껌으로 뒤덮여 있다. 시애틀에도 비슷한 껌 벽이 있다고 하는데, 지저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색다른 곳이고 사진을 찍기 좋다. 골목 입구에선 달달한 풍선껌 냄새가 났다. 

Blast 825 taproom을 찾아 오면 된다.

여기서부터 집까지는 다섯 시간이 넘는 거리이다. 중간에 들를 곳을 찾다 눈에 띈 곳이 산타 모니타의 게티 빌라였다. LA의 게티 센터와 함께 게티 재단의 소장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예약이 필요해 어제 미리 해두었다. 입장은 무료이지만 주차료는 받는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과 예술품도 볼만 하지만, 이곳을 대표하는 건 고대 로마 양식으로 지어진 빌라 자체가 아닐까 싶다. 건축물과 잘 꾸며진 정원이 감탄을 자아낼만큼 아름다웠다. 

Outer Peristyle

사자 가죽을 든 Hercules

게티 빌라를 나와 산타모니카 시내에서 식사를 했다. 퓨전 비빔밥을 파는 체인 식당이었는데,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로스앤젤레스 공항을 지나쳤다. 여기서부터 집으로 가는 길은 그래도 익숙한 느낌이다. 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면 된다. 중간에 딸이 화장실이 급해 5번 고속도로를 타기 전 우회로로 나가 마트에 들렀다. 다시 차에 타 구글맵을 켜고 운전을 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고를 연결하는 5번 도로는 차가 많은 편인데, 오늘 따라 차가 거의 없었다. 주변 풍경도 삭막한 평지가 아니라 나무가 많고 중간중간 경사가 있는 언덕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통행 요금을 내라는 표지판도 보였다. 

알고 보니 5번 도로가 아니라 73번 도로를 탄 것이었다. 오렌지 카운티의 어바인 근처에는 유료 도로가 몇 개 있다. 주변 지리에 익숙치 않은 운전자가 무심코 유료 도로를 통과해 통행료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길이 73번이었다.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평소 구글맵의 네비게이션에 '유료 도로 제외' 항목을 체크해두어야 한다. 이전엔 이 항목을 체크해두었었다. 국립공원의 경우 매표소를 지나는 길은 모두 유료이지만 이 길 외엔 들어갈 수 없으므로, 유료 도로를 제외해두어도 유료 도로라는 알림과 함께 해당 길을 알려주어 특별한 불편이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리를 건너는 유료 도로를 안내받으려고 체크를 풀었다가 깜빡하고 다시 체크를 해두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결국 다음 날 8불 가량의 통행료를 납부했다. 오렌지카운티 유료 도로의 경우 통과한 날부터 5일 이내에 웹사이트에서 통행료를 납부할 수 있다. 오늘은 300마일을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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