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금요일. 160일째 날. 여행 이후 오랜만에 화상 연구 미팅에 참석했다. 오늘은 외부 연자의 발표가 없어 저널 클럽 이후 각자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뒤 평소보다 일찍 마무리했다. 진행 중인 연구 결과가 정리되면 미팅에서 발표를 하기로 했다. 초기 분석을 한 뒤 한동안 정체된 상태인데, 신경을 좀더 써서 속도를 내야 겠다.
7월 3일 토요일. 161일째 날. 오늘부터 독립 기념일 연휴가 시작된다. 독립 기념일엔 미국 전역에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데, 매년 이어지던 이 전통도 작년엔 판데믹으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공식적인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의 시작은 독립 선언문이 채택된 1776년 다음 해 부터라고 하니 이백 년이 훌쩍 넘었다. 미국인들의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 사랑은 유별나다고 하는데, 작년 한 해를 건너뛰었으니 얼마나 아쉬웠을까. 그래서인지 다시 돌아온 불꽃놀이를 알리는 공지와 기사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독립 기념일 전날에도 각 카운티에서 소규모로 불꽃놀이를 한다. 밤엔 집 앞에서도 델 마르 해변 쪽에서 쏘아올린 불꽃을 볼 수 있었다.
7월 4일 일요일. 162일째 날. 독립 기념일이다. 델 마르 페어그라운드에서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다. 경마장이자 박람회나 전시 장소로 쓰이는 이곳에선 마침 지역 축제를 하고 있었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독립 기념일 불꽃놀이는 9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일찍 가서 축제를 구경하다가 불꽃놀이를 보기로 하고, 6시 입장 티켓을 구입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것은 각종 푸드 트럭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고기를 굽는 매캐한 연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푸드 트럭의 스케일도, 음식의 크기도 다 어마어마했다. 대왕 핫도그와 돼지고기 구이로 배를 채우고 전시장을 구경했다.
실외에는 푸드 트럭, 실내에는 쇼핑을 할 수 있는 각종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이들 장난감, 옷, 장신구 등 작은 상품들도 있었지만 정원의 수도 호스, 쿨링 팬, 바베큐 그릴, 침대, 마사지기 등 이런 걸 왜 여기서 파나 싶은 물건들도 많았다. 심드렁해 하던 아이들의 흥미를 사로잡은 건 새끼 돼지 경주장이었다. 다행히 마지막 경주를 볼 수 있었다. 돼지들이 달리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귀여운 돼지들의 레이스를 보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환호하고 박수를 쳤다. 우리 아이들도 흔히 볼 수 없는 색다른 광경에 즐거워했다.
돼지 레이스가 끝나고 불꽃놀이를 잘 볼 수 있는 서쪽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아홉 시가 되자 불꽃이 터지기 시작해 십여 분간 계속되었다. 한국에서도 여의도 불꽃 축제가 유명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교통이 복잡해 한 번도 직접 보러 간 적은 없다. 불꽃의 규모는 생각보다 소박했지만 아이들에겐 오늘 저녁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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