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목요일. 166일째 날. 이번 주에 아파트에 입주한 L 선생님 가족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다. 지난 1월, 입국 다음 날에 후배 선생님에게 초대를 받아 점심을 먹었었다. 입국 초기, 정착에 필요한 일을 챙기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어수선할 때에 아이들 식사를 챙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었다. L 선생님도 한국에서 미리 아파트 계약을 해 입주는 일찍 했지만 무빙 세일을 받지 않아 가구와 살림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 것 같았다.
연수 준비를 하면서 어려웠던 일들, 이곳에서 몇 달 간 겪었던 일들을 나누다 보니 또 금새 시간이 간다. 5학년, 취학 전 아이 둘은 각각 우리 아이들과 짝이 되어 금새 잘 논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곳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즐거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7월 9일 금요일. 167일째 날. 오랜만에 아침에 공원을 뛰었다. 이젠 아침 햇살도 따갑게 느껴져서 완연히 여름임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을 다니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샌디에고가 참 좋은 도시란 걸 새삼 느꼈다. 이 도시에만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샌디에고 날씨를 왜 좋다고 하는지도 알 것 같다. 저녁엔 아이들과 수영을 했다. 따뜻한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저물어가는 저녁 하늘을 보는 게 우리 가족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요즘엔 아파트 수영장에도 오전 오후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많다. 우리 아파트의 장점 중에 하나는 커뮤니티 시설인데, 그중에서도 수영장은 발군이다. 웬만한 호텔 수영장이 부럽지 않은 풀이라 입주민 뿐 아니라 지인들도 많이 와서 물놀이를 하곤 한다. 이전엔 저녁 해가 질 무렵에 수영장에 가면 한적했는데 오늘은 늦은 시간까지 수구를 하는 고등학생들이 있어 좀 시끄러웠다.
7월 10일 토요일. 168일째 날. 저녁에 문라이트 스테이트 비치에 다녀왔다. 이곳 비치는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샌디에고엔 아름다운 비치가 많고, 여기도 참 좋은 곳이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놀기에 그만이다. 델 마르 비치도 좋지만 비치 바로 앞에 주차가 어렵다. 이곳은 무료 주차장 이용이 어렵지 않고, 비치 앞에 따로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모래밭과 작은 잔디밭이 딸린 놀이터도 있어 자주 오게 된다.
아들과 모래밭에서 팔방 놀이를 했다. 해가 넘어가는 하늘도 보고, 따뜻해진 바다에 들어가 몸도 적셨다. 집에서 15분도 안되는 거리인데, 여름 동안 더 자주 오려고 한다. 해가 지니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음엔 저녁 거리와 담요를 싸 와서 좀더 늦게까지 머물다 가야겠다. 매번 감탄하게 만드는 노을을 오랫동안 봐야겠다. 이 해변의 이름처럼, 달빛을 받으며 누워 밤하늘과 별도 볼 수 있겠지.
문라이트 스테이트 비치의 노을 |
7월 11일 일요일. 169일째 날. 이곳에서 맞는 딸의 생일이다. 아이는 며칠 전부터 손을 꼽아가며 생일을 기다렸는데, 막상 생일날 한국에서처럼 파티를 해 줄 수 없어 미안할 따름이다. 선물로 미리 사두었던 파스텔 핑크색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주었다. 한국에서 외할머니가 보내신 용돈으로 레고도 주문하려 한다.
홀푸드 마켓에서 생크림이 얹힌 케잌을 사 초를 꽂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홀푸드 마켓의 케잌이 한국 케잌과 비슷하다고 하던데, 정말 맛이 괜찮았다. 딸아이가 새로 받은 카메라로 가족 사진을 찍었다. 생일 케잌과 선물을 배경으로 아이 사진도 찍었다. 아이가 잠들고 나서 열어본 앨범엔 처음으로 찍은 사진의 제목이 적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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