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금요일. 181일째 날. 오늘은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코로나도 비치를 돌아보기로 했다. 비치 근처는 관광지라 항상 차가 많지만 아침이라 해변 도로 갓길에 빈 자리들이 있었다. 자리가 없을 때는 델 코로나도 호텔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빈 자리가 나니 그쪽에 주차를 하면 될 것 같다.
코로나도 섬은 미국 서부에서 유명한 휴양지이고 호텔 숙박비와 물가도 비싼 편이다. 도심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집도 많았다. 부유층의 별장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도 비치는 모래사장이 길고 넓다는 것 빼고는 지극히 평범했다. 한국의 경포나 해운대 백사장을 사방으로 늘려놓은 느낌이랄까. 내게는 이곳보다 솔라나, 델 마르, 문라이트 비치가 훨씬 아름답게 보인다.
해변 동쪽엔 샌디에고의 명물 중 하나인 델 코로나도 호텔이 있다. 1887년에 지어졌으니 130년이 넘은 호텔이다. 특징적인 붉은 지붕의 빅토리아풍 건물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여러 대통령과 유명 인사들이 휴양을 위해 찾았고 마릴린 먼로의 ‘뜨거운 것이 좋아’의 배경이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텔의 규모가 무척 컸다. 오랜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로비로 올라가는 복도엔 이곳을 찾은 베이브 루스, 마릴린 먼로 등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해변이 보이는 호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호텔의 명성에 비해 커피 맛은 평범했다. 메인 로비가 아름답다 들었는데 로비부터 바깥 주차장까지 공사 중이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기념품 샵은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아 볼만 했다.
해변에서 본 델 코로나도 호텔 |
연구실에서 화상 회의 참석 후 캠프 끝나는 시간을 맞춰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두 녀석 다 일주일 내내 즐겁게 캠프에 참여했다. 마지막 날이라 아쉬운 눈치이다. 딸은 일주일 더 하면 안되냐고 하는데, 아빠 엄마도 이 캠프가 맘에 들지만 일주일 더 이렇게 왕복 운전은 못하겠구나. 그래도 덕분에 일주일 동안 또 다른 여행을 온 기분으로, 그동안 와보지 못했던 임페리얼 비치와 코로나도를 충분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녁을 먹기 위해 리틀 이태리에 들렀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동네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태리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모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레스토랑이 즐비한 메인 도로 외에 이름에 걸맞는 느낌을 주는 다른 것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파스타 맛은 괜찮았지만 아주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식당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외식을 하러 나온 현지인들 외에 관광객이 많고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 거리였다. 보라색 자카란다 꽃이 가득해진다는 봄철에 오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 토요일 낮에 와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리틀 이태리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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