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목요일. 215일째 날. 오늘은 아들 학교의 Back to School Night 행사 날이다. 초등학교와 달리 아들 중학교에선 구글 클래스룸과 구글 미츠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한 과목 당 10분씩 담당 선생님이 본인과 과목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행사에서도 느꼈지만 학년 초에 이런 시간을 가지는 건 바람직하다. 담임이 아닌 개별 과목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 모니터를 통한 만남이라 좀 아쉬운 면도 있었지만, 반면에 온라인이라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줄어 더 많은 선생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딸은 오늘 오전 간식 시간에 도시락통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운동장에 나가서 간식을 먹고 나서 통을 깜빡 두고 왔는데 다시 가보니 없었다고. 점심으로 가져간 김밥을 먹지 못해 emergency lunch를 받았다. 신청자에 한해 유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업체에서 이런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점심을 준비해놓는다고. 비용은 메일로 청구되었다. 점심을 굶지 않아 다행이지만, 급식으로 나온 핫도그는 역시나 맛이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에도 도시락을 싸 갔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야할 것 같다.
8월 27일 금요일. 216일째 날. 딸은 오랜만에 워터 폴로 수업을 다녀왔다. 방학동안 캠프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방과 후 운동 수업들도 이제 새 학기가 되면서 가을 시즌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아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농구 수업에 참여할 계획이고, 딸 역시 워터 폴로를 계속하려 한다. 10세 미만 아이들은 여전히 정식 훈련은 아닌 스플래쉬 클래스이다. 가을부턴 스플래쉬 클래스는 주 1회로 횟수가 줄었다. 고등학교 수영장 사정에 따라 스케줄 변동이 잦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2개월 반 동안 12회 수업에 85불이니 이곳의 일반적인 운동 수업 등록비를 생각하면 참으로 혜자가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수영과 물놀이를 한 아이가 즐거워했다.
저녁엔 샌디에고에 지난 주에 새로 오신 C 선생님, H 선생님 부부를 초대해 식사했다. H 선생님은 나와 같은 UCSD A 교수님 연구실에서 1년 연수 예정이다.
8월 28일 토요일. 217일째 날. 아이들과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그동안엔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주로 보았다. 최근엔 <The Good Place>를 보고 있다. 호흡이 긴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에 넷플릭스를 뒤졌는데 아이들과 볼만한 자막이 있는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몇 개의 영화를 골라 두고, 그 중에서 <2012>를 선택했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는 투모로우 이후로 보지 않았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스토리가 파악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도 재난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아이들은 그럭저럭 재미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의 재난 3종 세트가 연이어 펼쳐지는 장면은 아이들도 볼만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드라마와 유튜브로 다져진 눈높이의 아이들은 스토리의 허술함이 느껴질 때마다 꼬집어 지적하길 여러 차례.
8월 29일 일요일. 218일째 날. 지난 주에 이어 오션사이드 피어에 다녀왔다. 석양을 보려고 오후에 출발했는데 도착할 때쯤부터 비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30분 만에 낚싯대를 접어야 했다. 파도가 세서 물놀이나 서핑을 하던 이들도 모두 물 밖으로 나왔다. 이번 주 내내 여름 날씨 같지 않게 선선해서 이상 기온이라고 하던데, 오늘 날씨도 종잡을 수가 없다.
날씨가 좋았다면 낚시가 처음이라는 L 선생님 아이들이 좀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곳 피어에 늘 나타나는 펠리컨들을 보고 신기해했다. 지난 번에 테이크 아웃 했던 피자집으로 철수해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곁눈질 하는 펠리컨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