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19일. 141-147일째 날. 몬테시토 세콰이어 랏지(Montecito Sequoia Lodge) 패밀리 캠프에 다녀왔다. 방학 동안 네 개의 캠프를 예약했고, 이번 주가 그 첫 번째 프로그램이다.
몬테시토 랏지는 세콰이어 국립공원과 킹스캐년 국립공원 경계 바깥에 있지만 양쪽 국립공원 사이, 가까운 곳에 있어 두 국립공원에 접근하기 용이한 위치다. 랏지에 가는 길이 국립공원을 통과하므로 국립공원 입장료도 지불해야 한다. 우리는 남쪽 세콰이어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길을 선택했다. 랏지로 가는 길에 제너럴 셔먼 트리(General Sherman Tree)를 보기 위해서였다. 풋힐 비지터 센터에 들러 국립공원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고 Generals highway를 따라 올라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인 제너럴 셔먼 트리를 만났다. 주차장에서 나무까지 이어지는 짧은 트레일을 걸어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몬테시토 랏지까진 다시 30분 정도가 걸린다. 다행히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는 7시 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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랏지 입구에서 보이는 호수 |
몬테시토 세콰이어 랏지 홈페이지: https://www.mslodge.com/
이곳 랏지에선 6월에서 8월까지 10주간 여름 가족 캠프를 운영한다. 여기 캠프는 이전에 샌디에고에서 연수를 했던 동료의 추천을 받아 예약했다. 랏지 종류에 따라 캠프 비용도 달라지는데, 4인 가족이 묵을 수 있는 기본 랏지만 해도 가격이 5천불 가까이 된다. 1주일에 5백만원이 넘는 비용이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곳을 선택한 건 우선은 동료의 추천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세 끼 식사와 액티비티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클럽메드의 미국 국립공원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클럽메드보다 훨씬 좋았다.
결론적으론, 비용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캠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지금 남기고 싶은 기억이 너무나 많다. 캠프의 특장점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면,
1) 식사: 최고다. 샌디에고의 어느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만한 맛과 질이다. 점심, 저녁엔 각종 육류가 빠지지 않고 디저트나 과일도 하나같이 다 맛있다. 어느 날 점심엔 탕수육이 나오기도 했다. 식사 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주방 냉장고에 남겨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배고플 틈이 없다. 입이 짧은 딸아이도 일주일 내내 잘 먹어준 식사.
2) 시설: 수십 년 된 랏지인만큼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깔끔한 호텔식 숙소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우리는 숙소에 대해선 워낙 기대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예상보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리모델링을 해선지 방 내부의 집기도 낡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진 않았다. 랏지 홈페이지의 사진은 실제보다 더 후지게 보여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호텔처럼 깨끗하진 않다. 식당과 공용 공간으로 쓰는 메인 랏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기타 액티비티 시설들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3) 직원: 시설이나 식당 직원들 외에 캠프에는 액티비티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따로 있다. 아이들 나이에 따라 다섯 개의 반으로 나누어 각각의 반을 담당하는 직원도 있다. 직원들은 모두 활기차고 친절하다. 상당 수의 직원들은 조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 딸아이는 자신이 속한 반을 담당한 스태프를 너무나 좋아해 떠나기 전날 직접 쓴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4) 프로그램: 식사와 더불어 역시 훌륭하다. 활쏘기, 사격, 테니스, 승마, 하이킹, 산악자전거, 수영(호수/풀장), 보트 타기, 트램폴린, 아트&크래프트, 파인 아트, 기타 강습, 요가 등 너무나 다양한 액티비티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은 반 별로 미리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액티비티에 참여하므로 부모들은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본인이 원하는 액티비티에 참여할 수 있다. 나와 아내는 하이킹, 가죽 공예, 머그컵 만들기, 그래피티 체험, 기타, 요가 수업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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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opah Falls 트레일 중에 만난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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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체험 흔적 |
오후 액티비티가 끝나면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댄스 파티, 카니발, 숙박객들이 참여하는 공연 등이 있어 소박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체크아웃 전날 오후엔 호숫가에서 술이 제공되는 비치 파티가 있었다. 매일 저녁엔 캠프 파이어와 싱어롱 시간이 있다. 결국 원한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무언가를 보고 듣거나 참여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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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게임 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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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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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파이어와 싱어롱 시간 |
5) 위치: 세콰이어와 킹스캐년 국립공원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랏지 앞엔 작은 호수가 있어 보트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보트를 타다가 건너편의 사슴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주변을 걷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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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며 멀리서 보는 호수와 랏지 전경 |
6) 기타: TV는 식당에만 있고, 휴대전화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 와이파이도 안될 거라 생각했는데 느리긴 하지만 메일이나 카톡 확인을 할 정도는 되었다.
방학이면 아이들을 보낼 캠프를 찾게 된다. 한 번 쯤은 이런 패밀리 캠프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1-2년 정도의 일정으로 미국에 온 한국 가족들은 이런 캠프에 많이 참여하진 않는 것 같다. 이번 주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 중 한국인은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나도 동료의 추천이 아니었으면 이런 캠프가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처음 캠프에 참가하는 가족들도 많았지만, 두 번, 세 번째 연달아 왔다는 가족들도 있었다.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혼자 아이들 셋을 데리고 11시간을 운전해 왔다는 어느 엄마는 처음 참석한 이 캠프가 너무나 좋았다며 체크아웃 날 아침에 내년 캠프를 미리 예약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도 만약 1년 더 미국에 머문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직접 경험하기 전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비용에 대해서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킹스캐년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와 파노라믹 포인트에 들렀다. 이곳에서의 일주일은 정말 우리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국립공원의 절경을 보고 지나치는 것 외에 색다른 경험을 하길 원한다면, 매일 삼시세끼를 찍으며 오늘은 뭘 해먹을 지 고민에 지쳤다면, 아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이 캠프가 해답이 될 거라 생각한다.